저번에 자전거 출근과 관련해서 KBS 수요기획에서 출연 섭외가 왔다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사실 내가 간절히 부탁했다) 참조하실 분은 아래 페이퍼로..

http://www.aladin.co.kr/blog/mylibrary/wmypaper.aspx?ISBN=&CID=0&CNO=720024113&PCID=705703&CType=1&CommunityType=AllView&page=&SortOrder=&IsListView=true&BranchType=0&PaperId=744210

지금껏 연락이 오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면 거짓이고 사실 그 작가에게 원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로 아내와 격론(까지는 아니지만)을 벌이기도 했다. 출연하고 싶다고 작가에게 전화한 사람이 10명이 훨씬 넘었기에 이들에게 일일이 작가가 전화를 해서 '당신을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일일이 말해줄 수 없는 것이 그 바쁜 방송의 생리라고 말한 자는 내 아내다. 물론 그게 옳다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 나는 자기가 섭외한 것이 아니라지만 어딘가에 부탁을 해서 전화를 걸게 만들었으면 방송이 되는지 안되는지 전화 정도는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입장이었다.

그랬는데, 오늘 작가가 다시 전화를 했다. 원래 계획은 10월쯤에 촬영을 하는 것이었는데 미뤄지는 바람에 이번주에 촬영하게 되었단다. 나더러 아직도 찍을 생각이 있냐 물어본다.

허걱.. 지난 주까지는 자전거타고 다녔지만 어제 눈이 팍팍 온 이후로 자전거 당분간 못타고 다니겠다 생각했었는데.. 어쩌지? 티비에 출연은 하고 싶고. 그런데, 아직 방한복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일단 대충 출연하겠노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어찌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다.

1. 찍어라

평생 한번 올까 말까한 방송출연의 기회가 아닌가? 물론 편집되고 나면 나올 분량은 얼마 안되겠지만 가문의 영광 아닌가? 평생 한번인데 뭘.  너의 평생 공중파 TV 방송 출연 경험을 지방 mbc 아침프로그램의 5학년 학급 단체 출연 한번으로 끝내려 하는가?

그깟 10여만원의 뽀대나는 자전거용 방한 자켓 한번 사지 뭐.. 일생일대의 기횐데 10여만원이 대수냐? 그리고 춥다고 해봤자 영하 10도겠지.. 자전거 타면 원래 초반 5분은 추워서 고생하지만 나중엔 땀 나지 않겠느냐? 30분이면 되는데, 뭘 그러느냐? 추울 때 타는 것 찍으면 더 멋져 보이지 않겠느냐?

직장이 공공기관이라 걱정된다고? 촬영 때문에 아침에 좀 늦게 출근한다고 직장에서 짤린다냐? 위에 보고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TV에 자기 직장 다니는 사람이 나온다는데, 그것도 바람직한 일로, 뭐 윗 선의 눈치를 보느냐? 아무리 공공기관이지만 직원들의 사생활이라는 것도 있는데. 원장이 인터뷰를 하길 하냐, 그냥 앞마당에서 출근하는 모습 찍는 KBS 차가 오는 것인데 문책까지 당하겠느냐? 이건 정당활동과 다른 순수한 외부활동 아니냐?

그리고 자전거 출근하는 사람답지 않은 육중한 몸은 겨울이기에 가려지지 않겠느냐? 옷을 그리 겹쳐 입는데 뚱뚱해 보일 리가 있는가? 게다가 바지는 나름 쫄바지니깐 더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을거야. 그 주체할 수 없는 배는 Rec 빨간 버튼이 눌러지는 동시에 호흡을 몇번 멈추면 되지 않겠느냐?

 

2. 찍지 마라

이 추운날 원래 자전거 탈 계획도 없지 않았느냐? 방한장비도 갖추지 않고 그냥 탄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방한장비 안사기로 원래 계획했었는데, 갑자기 한 차례의 자전거 타기를 위해서 그 비싼 방한복을 산다는 것이 말이 되냐? (10만원이 훌쩍) 그렇다고 뽀다구를 중시 여기는 네가 평생 한번 있는 기회에서 집에 있는 우중충한 색깔의 등산복 자켓을 입고 출연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 아닌가?

게다가 이번주 날씨를 알아보니 예년보다 훨 춥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것도 아침 출근시간이면 해도 없이 영하 몇도에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텐데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kbs 초절정 미녀 피디가 옆에 지켜 앉아서 며칠이고 간호라도 해준다냐?

그리고, 와서 찍는다고 해놓곤 찍어가서 그림 좋지 않다고 짤라버리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거 아니냐? 수요기획이라. 말은 좋은데, 밤 12시에 하는거 전국적으로 얼마나 본다고? 춥다고 방한마스크 쓰면 얼굴 나올 분량이 1분도 채 안될텐데, 그걸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니가 일일이 광고할 것도 아니잖아.. 니가 찾고 있는 초등학교 첫사랑 춘몽이가 보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봤다고 해서 화면에 니 전화번호도 안나올테고 말이야.. 현재의 니 모습에 실망만 안겨주면 어떻게 하나?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자출 가족이라고 이런 티비에까지 나오느냐? 요즘도 주 5일 중 2-3일 타고 오면 스스로에게 칭찬하지 않느냐? 맨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건강한 시민이라고 전국민들은 생각할텐데 그리 자신있느냐? 전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

 

 

아, 괴롭습니다.  

이 중대한 결정을 제 맘대로 하지 못하여 여러분께 맡깁니다. 알라딘 여러분이 제 인생을 결정한다고요.. 님들의 입장에서 서지 마시고 제 입장을  한번 생각하여 신중히 투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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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12-05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찍으세요~~~!! ^^

Phantomlady 2005-12-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나오세요 나오세요 초절정 미녀 피디에게 시간이 없으니 출발 때 5분 찍고 (차량으로 이동)
중간에 5분 찍고 (차량으로 이동) 도착해서 5분 찍고 이렇게 하자고 그래요 춥잖아요 ㅎㅎ

날개 2005-12-0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찍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모처럼의 기회인데..
나중에 두고두고 그때 TV나올 뻔 했는데 못나왔다고 후회하느니.. 찍으시는게..^^

엔리꼬 2005-12-0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님을 추천해볼까요? 진정한 출퇴근족이신데..
새벽별님.. 저도 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얼어죽으면 어떻게 하죠?
snowdrop님.. 실망이예요.. 원래 방송계가 그래요? 안그래도 pd수첩때문에 뒤숭숭한데 제가 그러다가 방송윤리법에 걸려 구속이라도 당하면 책임질테야요? ㅎㅎ
날개님.. 그렇겠죠? 어흑.. 그런데 추위보다 더 무서운 빙판길이 있을지도 몰라서.. 두렵네요

세실 2005-12-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서림님도 소심한 A형? 저 같으면 무조건 찍겠습니다.
서림님 말씀처럼 일생일대의 기회일수도 있는데 아까워요~ 더군다다 10명이 훠얼씬 넘는 사람을 물리치신거 아닙니까~~~ 화이링~~~

하루(春) 2005-12-0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찍으셔야죠. 수요기획 기억하고 있을게요.

하루(春) 2005-12-0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삶의 철학(?)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잖아요. 아닌가? ^^ㅋ

엔리꼬 2005-12-0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소심하긴 하지만 A형은 아닙니다.. 10명이 훨씬 넘는 사람을 물리쳤는지 아니면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 찍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기회긴 참 좋은 기회죠?
하루님.. 제가 만약 찍는다면, 당연히 날짜도 가르쳐 드려야지요.. 삶의 철학까지 대중들에게 알릴 기회는 힘들지 싶습니다. 저는 다만 자동차가 빠르냐 자전거가 빠르냐 대결을 할 로봇일 뿐이죠. 흑흑

마태우스 2005-12-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넓으니까 좀 이상합니다^^ 저도 님을 TV에서 뵙고 싶습니다. 하지만 찍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세요.

biseol 2005-12-0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안 보고 있는 동안 방송 이미 나갔네 했습니다. ㅋ
"찍지 마라" 중에서 [밤 12시에 하는거 얼마나 본다고? ]는 답이 되지 않았나요?
적어도 저희들이요 흐흐

엔리꼬 2005-1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링크 때문에 글이 넓어진 것 같네요.. 제가 많이 출연하는 것은 아니고, 잠시 출연할 것 같습니다.
스미레님.. 제가 방송 나갔다면 이미 알렸겠지요.. 그리고 밤 12시가 아니라 1시랍니다. 흑흑

2005-12-0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엔리꼬 2005-12-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도 옆지기가 그쪽 계통에 있다보니 완전 문외한이라고는 할 수 없네요.. 저같은 경우는 쓰고 베끼고 또 베껴서 닳아버릴 것 같은 대본을 많이 봤기에. .쿨럭.. 요즘은 제가 보조작가 노릇도 합니다. 쿨럭..

2005-12-13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12-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하지 마세요. 케이블에선 재방송을 안 빠트리고 다 해주니까 기필코 볼거예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