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를 용서하지 마, 알라딘, 오늘은 책 교보에서 샀어, 

 그래도 알라딘 너를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푸훗

 그래도 크리스테바는 알라딘에서 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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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28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서점나들이 가셨군요^^ 알라딘은 이해할 거예요… ㅋ

수이 2024-02-28 21: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욕할 거 같은데요 왜 알라딘에서 안 샀어 수이님 나빠 라고 욕 엄청 할 거 같은 느낌 ㅋㅋㅋㅋ
 
















빛과 어둠의 직조로 탄생되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민이는 중간에 잠들었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잠이 깨어 결말을 보았다. 아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 무렵 미안해 하고 속삭였다. 아빠를 이미 잃은 이들과 아빠를 곧 잃을 이들이 본다면 어떨까 싶다. 아이라인이 온통 번질 정도로 우는 이들은 모두 아줌마들이었다. 나이든 여성들. 폴 메스칼이 헐벗은 등으로 미친듯 침대 위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좀 아빠의 무게랄까, 나는 엄마로서 갖는 기쁨만 온통 느끼려고 하는 사람인지라 엄마로서 갖는 양육자의 무게감은 거의 느끼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런다. 양육자의 무게와 자신의 존재가 지닌 무게가 마치 지구 같고 우주 같아 계속 오열만 할 수밖에 없는 자의 비애감이랄까. 그게 느껴져서 흐느꼈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살아가는 유형과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계속 벗어나려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거칠게 나누어보자면. 그리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픈 나날들과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나날들이 복합되었을 때 그 유형의 구분마저 무의미해질 때 있다. 민이가 이해가 도저히 되지 않았는지 씨네큐브 회전문 들어서기 전에 대체 왜 그렇게 울었어? 엄마, 하고 물어보았는데 즉각적으로 대답이 나왔다. 살아가는 게 도저히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어른의 존재감이 느껴지면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거다. 라고 이야기했다. 목젖에서 전류가 느껴질 정도로 울음이 나온 건 작품을 보고 정말 오랜만이었다. 영화 속 아빠로 나오는 폴 메스칼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이제 갓 사춘기로 입성하는 딸아이가 우울감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양치질을 하며 그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양치질 마지막에 욕실 깨끗한 거울을 향해 자신의 입 안에 있던 치약 거품을 침과 함께 퉤 내뱉는다. 볼 때는 아 저게 뭐야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더라. 세상 속에서 부유하는 이들의 불안감을 예리하게 잘 캐치해서 연기했다. 술에 취해 무작정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 호텔 테라스 난간에 두 발을 올려놓고 마치 날아갈 것처럼 두 팔을 뻗을 때. 그가 느린 선 동작을 행하고 그가 읽는 책 제목들이 또렷하게 카메라에 잡힐 때, 바다 한가운데에서 딸아이에게 네가 그 무엇을 하건 이 아빠에게 모두 다 이야기하라고 이야기 들려달라고 했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아빠가 떠올랐고 늙은 나의 엄마가 떠올랐고 속절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겹쳐져서 이게 대체 뭔가 그런 넋두리가 저절로 나왔다, 오열과 함께. 우리 아가가 생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그건 오롯이 내 욕심이라는 걸 안다.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 한밤중 깨어나 우는 자신의 아기를 향해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나갈 때, 그리고 테레비 화면으로 아빠와의 지난 여름 휴가를 바라볼 때,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딸아이를 향한 캠코더를 끄고 사람들이 춤추는 암흑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성인이 되어버린 딸아이와 아빠가 동시에 서로를 부여잡고 춤을 느리게 출 때,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뭉쳐져 다가왔다. 집시 소울을 지닌 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한줄평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내 고향이 좋노라고 에든버러가 좋노라고 딸아이가 이야기할 때, 아빠는 이야기한다.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구나. 아빠는 결코 에든버러로 돌아가지 않을 거 같아, 라고 딸아이에게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유쾌하거나 가벼운 영화는 아닌지라 포스터만 보고 관람을 선택하지는 마시기를. 민이와 나 역시 아빠와 딸아이의 여름 방학 여행 이야기려니, 유쾌하려니 하고 선택했다가 민이는 켁, 나는 오열하고 말았으니. 아, 영화를 다 보고 알았다. 나는 내가 의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빠를 사랑했구나, 아빠를 그리워하는구나 알았다. 아빠를 너무 알지 못하고 아빠를 그대로 어둠 속으로 보내버렸구나 싶어서. 아빠의 빛을 잘 알지도 못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빛 아래 빛으로만 존재하는 인생도 없고 어둠 아래 온전하게 어둠으로만 존재하는 삶도 없다. 빛과 어둠의 직조로 존재한다. 활자와 활자 사이 여백이 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걸 알려줬다, 애프터썬은.








1년 전 오늘 남겨놓은 기록 읽고난 후,

애프터썬은 썬크림과 다른 크림이다.

썬크림은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바르는 크림이고

애프터썬은 이미 햇볕에 타버린 피부를 치유하고자 바르는 크림이다.

부모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썬크림이 되기 위해 애쓸 때 많다.

하지만 정작 부모라는 존재가 필요한 건 애프터썬 역할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아빠는 딸아이에게 자주 애프터썬을 발라준다.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는 자신의 아빠를 떠올린다.

살아가는 동안 고통과 아픔과 상실을 겪지 않는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싯다르타 아비가 싯타르타를 궁궐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온통 쾌락과 기쁨과 행복으로만 이루어진 장면들을 연극처럼 내보여주며

내 자식에게는 온통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주고자 할 때

하지만 싯다르타는 궁궐 밖 장면들을 보게 되고 그 찰나들은 그에게 다른 삶을 안겨준다.

부모가 원하지 않는 삶 말이다.

자신이 스스로 택한 삶.

삶의 시간을 사등분해보자면_

사분의 삼은 고통과 아픔과 상실과 불행과 무기력과 우울과 건조한 나날들이고

사분의 일은 행복과 기쁨과 쾌락과 찬탄의 나날들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듣고난 후에 나는 그 사분의 삼의 시간과 사분의 일의 시간을 묘하게 뒤섞어놔야겠구나,

책을 읽고 길을 걷고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유할 때 그것들을 뒤섞어놔야겠다, 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뒤섞어놓으면 그 사분의 일이 조금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착각 속에서, 그런 생각.

영화를 볼 때도 그랬고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그랬고 딸아이는 아 재미없었어, 지루했어, 라고 했지만

정확한 워딩은 아 졸라 재미없었던 그 아빠랑 딸 나온 영화! 

내 아이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테고 삶의 쓴맛과 괴로움을 서서히 알게 될 때 그 비루함에 모든 걸 손에서 놓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달리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제 카페에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그 생각을 했다.

빛과 어둠을 잘 활용해서 사랑하도록 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아빠가 많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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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성 원리는 ‘절단‘하는 기능이 있다. 근대에 서양에서는 강조된 부성 원리에 의해 근대과학과 개인주의가 탄생했다. 그들에게는 타자에게서 자립해서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목표였다. ‘자아= 의식‘의 강조에 대해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중요성을 제기한 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는데, 그는 무의식을 어떻게 하면 자아가 컨트롤할 수있는 범위 안에 놓을지를 연구하는 데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의 심리학은 부성 원리를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반면에 융은 모성 원리에도 주목하면서 자아를 넘어서 인간을 전체로서 보려고 했다. 어쩌면 그가 직접 체험한 환각 등은 자아로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 전체로서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미지다. 이 중요하게 여겼던 이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4장 ‘심상과 상징象徵‘ 부분에 설명해놓았다. - P13

1907년 프로이트와 처음 만난 융은 그의 협력자로서 경력을 시작하지만, 프로이트가 1912년에 <리비도의 변천과 상징을 발표하자 그와 자신의 지향점이 다르다는사실을 확인하고는 결별을 선언한다. 그 후 융은 자신의 길을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결별 후 처음 발표한 책은 인간의 성격유형에 관한 책이었다.‘ 이는융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가 가는 길이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융은 자신이 어떤 현상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프로이트나 아들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과의 차이를 설명하려 했다. 이것은 현상에 대한 개인의 의식적인 경향을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이후에는 무의식 안에 숨어 있는 마음의 움직임을 밝히는 데에 힘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무의식의 구조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서 개인의 의식적 경향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융은이와 같은 의식적 경향을 문제 삼으면서도 항상 무의식의 보상작용compensation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보완성과 마음의 전체성을 향한 강한 관심에는 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하려고 했던 자기self에 대한 생각이 내포되어 있으며, 성격유형에 관한 그의 저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융이 사용한 ‘내향형introvert‘과 ‘외향형extravert‘이라는 용어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근본적 생각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그의 생각을 따라가며 각 성격유형에 관해서 설명해보겠다. - P19

감각과 직관이 무언가를 먼저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이는 기능인 반면, 사고와 감정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의 색과 형태 또는 문득 떠오른 생각은 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만, 사고나 감정은 그것을 개념으로 규정하거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융은 사고와 감정을 합리기능rational function 감각과 직관을 비합리기능irrational functio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경우 비합리란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성의 틀 밖에 있다는 뜻이다. 직관과 감각은 겉으로 드러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을 본래의 특성으로 삼으며,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법칙에 비추어보면서 다루지는 않는다. 여기서 감정을 합리기능으로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말하는 감정기능은 나중에도 설명하겠지만 호불호와 미추의 판단기능을 가리키기 때문에, 누구나 하나의 체계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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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다가 파이드로스 편 일부를 읽고 리딩중, 소크라테스는 너무 능글맞아서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제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한 시간만 책 읽고 자자 해서 나도 어쩐 일로 졸립지 않아 다섯 페이지만 읽고 자자 하고 침대 위에서 펼쳐들었다가 한 시간을 읽었다. 누가 나를 유혹하고자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_ 경우의 수를 대입해 누가 내 연인을 유혹하고자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_ 그러면서 읽다가 설득이 하나도 안 되는걸? 뤼시아스의 연설은! 버럭 했다가 소크라테스가 파이드로스에게 뤼시아스의 편을 들어 같은 논의를 펼치는데도 이런 개소리를 설마, 하면서 또 버럭했다가 소크라테스가 벌벌 떨면서 매미 소리 한그득한 나무 아래에서 나 그냥 나 하고픈 말 할래, 이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_ 라면서 두 번째 논의를 펼칠 때, 그걸 다 읽고난 후에야 아이참 하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민이가 불 끈다, 자자, 해서 책을 방바닥 아래로 내려놓는 순간 불이 탁 꺼지는 순간 므흣해하며 몸을 눕혔다.

어제 또 과식을 해서 새벽에 힘들어서 두 번이나 일어났다. 역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당분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모가 어제 밥 먹는 동안 네가 새냐? 라면서 계속 이것저것 막 멕이려고 해서 장단 맞추어주다가...... 오늘은 종일 굶어야겠다. 다시 컨디션 회복하려면. 딸기 어제 한 바구니 먹는 민이 보면서 맛나나? 물어보니 맛난다, 왜 안 먹나? 해서 배부르다, 보기만 해도, 하니 그럼 내가 더 맛나게 먹어주지! 하며 하나씩 입에 넣는데 니는 왜 이렇게 귀엽노? 하니 에미 닮아 귀엽지, 해서 또 깔깔깔.

오늘, 메논까지 읽을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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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2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드로스랑 딸기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오직 수이님 뿐! 😘

수이 2024-02-23 20:54   좋아요 1 | URL
생크림 올린 딸기랑 커피 먹고 싶다 사랑둥이랑 🥰 메롱
 

















빅터 레빈의 [5 to 7]에서 제일 인상적인 인물들은 역시 어머니. 브라이언의 어머니 알린이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여자 아리엘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우아함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반면 브라이언의 아버지 샘은 아들의 여자가 애 둘 딸린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는 미친듯 프랑스 욕하는데 바쁘다. 물론 이게 내 딸, 내 아들 케이스라고 대입시킬 경우 보통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다. 젊은 놈에게 미친 나이든 여자를 두둔할 필요가 있냐고 샘이 아내인 알린에게 이야기할 때 알린은 이야기한다. 저 여자는 내 아들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마,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 당신이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지킬 선이 있어, 그리고 저건 저들의 사랑이야, 네가 아비라고 해서 함부로 평가할 권리 같은 건 없어. 라고 말하는 알린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인물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싸울 수 없는 힘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_ 라고 말하는 이 또한 알린이다. 샘이 얼마나 운 좋은 남자인지 스스로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그저 그렇고 그런 아름다운 뉴욕의 배경이 전부인 불륜 영화라고 치부받기에는 좀 평가가 아쉽다고나 할까. 브라이언이 아리엘에게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확신이 들었냐고 물어보는 카페 씬 있다. 그런 확신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그 까닭이 나온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친구 연애사가 떠올랐다. 친구는 같이 살고픈 남자가 있어서 자신의 연인을 엄마에게 소개시키며 나 이 남자랑 살려고 엄마, 이야기하고 남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 목숨 다하는 날까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쇼, 어머님_ 이라고 식사가 끝난 후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혼 말고 동거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친구의 어머님은 가슴 아파 하셨다고 한다. 다음날 어머님은 말씀하셨다고 한다. 저 남자는 네 짝이 아니다. 자기 힘들 일 생기면 너부터 버릴 거다, 라고 악담을 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울며불며 엄마는 왜 내가 행복해하는 꼴을 못 보냐고 난리부르스를 추었고. 3년이 흐른 후, 친구는 말했다. 우리 엄마 말이 맞았어. 그러니까 어머니란 존재들은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아는 걸까? 나는 이제 다른 이들 연애사에 이러쿵저러쿵 평가질 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사랑이고 내가 평가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 얼굴이 제각기 다른 것부터 목소리가 제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사랑하는 것도 다 제각각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태도에 있어서 여자가 참 별로네, 남자가 참 아니네, 이런 이야기는 하지만 그걸 사랑에 국한시켜서 평가질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기에. 영화를 다 보고난 후 만일에 내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애 둘 딸린 유부남이래, 그리고 내 딸을 절절하게 사랑하는 게 다 눈에 보인다, 그럼 난 어떻게 하려나? 머리를 일단 굴리긴 굴려보지만 멘붕이긴 멘붕일듯 싶다.


어제 철학 강연 들을 때 그러니까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듣는 동안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그 사람의 삶 또한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늦은 밤, 홀로 영화를 보고난 후 다른 이들이 쓴 영화 리뷰 몇 개를 읽는 동안에도 참 다양한 답들이 존재하는구나 그것도 알았고. 정답은 없다, 철학에서. 다 나름의 질문을 제시하고 자신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것이 철학일 따름이다, 라고 강연자는 이야기했다. 말과 몸에 대해서 어제 걷는 동안 다시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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