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레빈의 [5 to 7]에서 제일 인상적인 인물들은 역시 어머니. 브라이언의 어머니 알린이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여자 아리엘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우아함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반면 브라이언의 아버지 샘은 아들의 여자가 애 둘 딸린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는 미친듯 프랑스 욕하는데 바쁘다. 물론 이게 내 딸, 내 아들 케이스라고 대입시킬 경우 보통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다. 젊은 놈에게 미친 나이든 여자를 두둔할 필요가 있냐고 샘이 아내인 알린에게 이야기할 때 알린은 이야기한다. 저 여자는 내 아들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마,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 당신이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지킬 선이 있어, 그리고 저건 저들의 사랑이야, 네가 아비라고 해서 함부로 평가할 권리 같은 건 없어. 라고 말하는 알린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인물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싸울 수 없는 힘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_ 라고 말하는 이 또한 알린이다. 샘이 얼마나 운 좋은 남자인지 스스로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그저 그렇고 그런 아름다운 뉴욕의 배경이 전부인 불륜 영화라고 치부받기에는 좀 평가가 아쉽다고나 할까. 브라이언이 아리엘에게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확신이 들었냐고 물어보는 카페 씬 있다. 그런 확신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그 까닭이 나온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친구 연애사가 떠올랐다. 친구는 같이 살고픈 남자가 있어서 자신의 연인을 엄마에게 소개시키며 나 이 남자랑 살려고 엄마, 이야기하고 남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 목숨 다하는 날까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쇼, 어머님_ 이라고 식사가 끝난 후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혼 말고 동거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친구의 어머님은 가슴 아파 하셨다고 한다. 다음날 어머님은 말씀하셨다고 한다. 저 남자는 네 짝이 아니다. 자기 힘들 일 생기면 너부터 버릴 거다, 라고 악담을 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울며불며 엄마는 왜 내가 행복해하는 꼴을 못 보냐고 난리부르스를 추었고. 3년이 흐른 후, 친구는 말했다. 우리 엄마 말이 맞았어. 그러니까 어머니란 존재들은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아는 걸까? 나는 이제 다른 이들 연애사에 이러쿵저러쿵 평가질 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사랑이고 내가 평가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 얼굴이 제각기 다른 것부터 목소리가 제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사랑하는 것도 다 제각각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태도에 있어서 여자가 참 별로네, 남자가 참 아니네, 이런 이야기는 하지만 그걸 사랑에 국한시켜서 평가질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기에. 영화를 다 보고난 후 만일에 내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애 둘 딸린 유부남이래, 그리고 내 딸을 절절하게 사랑하는 게 다 눈에 보인다, 그럼 난 어떻게 하려나? 머리를 일단 굴리긴 굴려보지만 멘붕이긴 멘붕일듯 싶다.


어제 철학 강연 들을 때 그러니까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듣는 동안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그 사람의 삶 또한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늦은 밤, 홀로 영화를 보고난 후 다른 이들이 쓴 영화 리뷰 몇 개를 읽는 동안에도 참 다양한 답들이 존재하는구나 그것도 알았고. 정답은 없다, 철학에서. 다 나름의 질문을 제시하고 자신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것이 철학일 따름이다, 라고 강연자는 이야기했다. 말과 몸에 대해서 어제 걷는 동안 다시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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