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토로하다.
그런 문장이 온종일 머릿속에 맴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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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7-14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언어라고, 그동안 누가 한 말인지 모른채 좋아서 많이도 인용해왔던 말인데, 오늘 수연님 서재에서 본 김에 검색해보고 알게 되었어요. 안데르센이 한 말이군요.

수연 2019-07-14 20:11   좋아요 0 | URL
나인님이 알려주셔서 저도 알았어요:)
 

19쪽 ‘가난과 불편에 맞설 만한 육체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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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람이 불면 잠을 이루기 쉽지 않다. 내가 가진 무게가 몸무게 뿐만 아니라 삶의 무게 자체가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한없이 가볍기 그지 없는 재즈 가수의 목소리도 그 질량을 다르게 만든다. 소설을 읽는다는 일 자체가 당신의 안부를 묻는 것처럼. 심드렁한 척 굴지만 그때 그 입맞춤이 저절로 떠오른다. 안경을 책상 위 올려놓고 두 눈을 맛사지한다. 다른 공간에서 항상 같이 하던 그 행동들. 우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녕하다. 서로가 없이도. 투덜대면서 한없이 질투를 투쟁적으로 하던 때. 당신이 내 인생 최고였던 시절 있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해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것은 예언이었을까 의지였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또 투덜댄다. 저 멀리 있는 당신에게 그대 안녕하신가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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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어머니가 당시 번 돈을 모두 생활에 쏟아부은 건 아니다. 지금도 나는 방문판매원이 가져온 아름다운 화장품 병을 유심히 살펴보던 어머니의 젊은 옆얼굴이며, 남대문시장에서 수입품을 떼다팔던 아주머니에게 어머니가 '비전 냄비'나 '코끼리 보온도시락'을 비롯해 특이한 그릇과 카펫을 주문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다가 나중엔 식당 홀과 마주한 딸들 방에 피아노까지 놔주셨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어머니는 밥장사를 하면서도 인간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기꺼이 아무 의심 없이 딸들에게 책을 사줬다. 동시에 자기 옷도 사고 분도 발랐다. 손님 없는 한적한 오후, 홀과 마주한 작은 방에 누워 내게 <따오기>나 <고향 땅>을 청해 듣던 엄마 얼굴이 지금도 기억나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거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허공에서 발 박자를 맞추던 엄마의 작은 발이랄까 설거지를 밴 양말 앞코가 종종 떠오르는 것도. 우리 가족은 재래식 화장실과 삼익피아노가 공존하는 집에 살았고 훗날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칼자국]과 [도도한 생활] 같은 단편을 쓸 수 있었다.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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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한 언어는 라틴어였다. 라틴어는 나를 고전의 세계로 이끌었다. 오늘날의 영어 어휘 속에 수천 개의 어원으로 여전히 살아 있는 라틴어는 결코 죽은 언어가 아니다. 사실 작가이자 편집자로 살아온 내게 라틴어만큼 유용한 과목은 없었다. 나는 디어필드아카데미에서 더 이상 들을 강좌가 없을 때까지 3년간 라틴어 수업을 들었고 카이사르의 음울한 전쟁과 키케로의 명연설을 지나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호라티우스의 [송가집]Odes 까지 섭렵하면서 마침내 뛰어난 언어는 뛰어난 문학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뿌듯했던 배움의 마지막 해에 나를 가르친 라틴어 선생님은 마치 19세기의 교장 선생님 같은 분위기의 근엄하고 나이 지긋한 분이었다. 지금도 그분을 떠올리면 사진으로 본 만년의 찰스 다윈이 생각난다. 그분, 찰스 헌팅턴 스미스 선생님은 비단결처럼 고운 백발에 하얀 콧수염과 염소수염을 길렀고, 나이와 위엄에 걸맞게 늘 목깃이 긴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분의 눈은 어느 누구보다 젊었고 수업에 대한 열정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은 자신의 교실을 고대 로마의 한 귀퉁이로 변모시켰다. (24-25) 





 눈을 감고 나뭇잎이 바람에 사부작거리며 저희들끼리 몸을 부딪치는 음향을 들으면서 라틴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잠깐 상상해보았다. 내 주변에 라틴어를 접한 이들이 누구였더라. 그리고 그들이 라틴어를 대했던 자세가 어땠더라 하고. 그러다가 기적처럼 기억났다. 수유 너머에서 라틴어 공부를 했던 언니 하나가 들고 다녔던 책. 그리고 라틴어에 대해서 나누었던 우리의 농담들이. 언니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라고 연구실의 누군가는 표현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언어와 학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_ 뒤이어 들었던 이야기 하나. 그 말이 한동안 나를 얼마나 든든하게 버티게 해주었는지 그 기억도 났다. 언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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