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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헤르만 시작, 쌀로 만든 식빵에 치즈 한 장 올려놓고 딸기잼 살짝 올려 사과랑 커피랑. 여기저기 빵집을 다녀보아도 역시 여기 식빵이 제일 훌륭하다는 사실. 값이 사악해서 그렇지. 조카 결혼하는데 뭘 입고 가야 하나, 살찔 때 옷을 다 버렸다. 다시 살찔 때를 대비해 하나 정도는 갖고 있었어야 했거늘. 언어가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하는 톤이 확실히 뒤라스와는 다르다.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듯.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어가 들리고 마치 머나먼 나라에 와있는 것만 같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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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2-25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멋진 책을 많이 읽나요?ㅋㅋㅋㅋ

중년…나이 들어갈수록 여러 가지 버전의 옷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두요.
살 빠졌을 때 입을 옷.
살 쪘을 때 입을 옷.
이것저것 갖추기 싫음 한 언니는 다 가려주는 원피스가 가장 편하다곤 하던데…ㅋㅋㅋ

수이 2026-02-26 10:38   좋아요 1 | URL
멋진 책인 줄은 모르겠지만 읽다보니 오 좋은걸, 하고 있습니다 ^^

살은 한번 빠지면 다시는 찌지 않으리, 싶었는데 역시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지더라구요.
다 가려주는 원피스는 저도 여름에는 즐겨 입는데 이렇게 간절기는 애매한 거 같아요.
따뜻한 날 즐겁게 보내요 책나무님 :)
 























오늘의 밑줄. 방학인데 내내 놀기만 한다고 동생이 조카에게 소리 지르는 걸 들으면서 우리도 방학 동안 내내 놀기만 했잖아, 라고 하니까 우린 놀기만 하지 않았어! 책도 읽었다고! 라고 대꾸하는 걸 들으면서 빙그레. 아저씨 셋이 들어와 영화와 연기와 배우들 이야기를 주식 이야기 틈바구니 사이로 하는 걸 엿듣고 있다. 모두 다 평론가처럼 말하네! 미모가 대단하다는 이십대 여성 살인자 이야기도. 시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지도 않은 걸 보니 무의미한 배경음악과 다를 바 없는. 내가 왜 너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거니? 라고 물어본 적은 없지만. 딸아이가 라이프라는 건 C, B와 D 사이에 있는. 이라고 해서 초이스, 벌스, 그리고 데쓰. 출생과 죽음 사이에서 어떤 선택들과 선택들이 하나씩 겹쳐지고 쌓이다가 순간 또 확 허물어져버리는. 내가 너를 선택한 건가? 네가 나를 선택한 건가? 어쩔 수 없는 선택들도 온전하게 책임을 지려고 한다면 그것도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채찍을 들고 바닥을 날카롭게 치고픈 충동이야 있지만 그래도 이성을 가진 인간이니 하고 심호흡을 한다.

세 사람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한 액자 속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알아버림. 힌트를 발견했다. 한 뿌리를 지니고 있되 가지마다 뻗어 자라는 꽃송이는 모두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세 꽃송이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가 한 뿌리라는 걸 알았고 거기에 포인트를 두면 다른 장면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리적인 면모에만 초점을 두어도 괜찮겠다. 동일한 시간,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제각각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끝없이 풍경들이 펼쳐지고. 우연히 동일한 시간, 다른 공간 안에서 각자 동일한 행위들을 하면서 펼쳐지는 다른 생각들도.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나이든 여성 노숙자가 짐으로 가득 들어찬 이마트 장바구니 두 개를 낑낑거리면서 든 채로 환한 빛이 쏟아지는 음식점 안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풍경과 마주했다. 아이리스 머독 이름이 보여서 어떤 책일지 궁금해서 충동적으로 구입.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쓰고 있다는 논문의 개요는 좀 관심이 간다. 사장님이 드립을 새로 내려 서비스로 주시면서 곧 봄이 오겠네요, 하셨다. 건조하고 메마른 손이 두 발목을 쥐는 손간 봄이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라는 문장이 찰나 머릿속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추하고 고통스럽고 천한 걸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며 두 팔 벌려 반길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추하고 고통스럽고 천한 짓을 극히 자연스럽게 하는 이들조차 그러하지 않을까. 동생과 대화 나누던 중.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니까. 인간의 탈을 쓰고서 해야할 짓과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는 것 정도는 굳이 부모가 아니어도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 어떤 가르침들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스스로 얼굴을 붉히는 짓을 하고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는 있어도. 카프카의 글을 읽는데 이십대 초반에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게 되었다. 경험의 폭이 시간과 더불어 넓어진 거야 당연한 거지만 그때는 또 그때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했던 것도 같다. 심장의 형태가 단 하나뿐일 거라고 여겼던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이들과 어떤 사랑을 주고받느냐에 따라서 그 심장의 형태와 빛의 세기와 컬러가 모두 다 달라진다는 걸_


  




  





1. 나는 나중에 (21장) 내적 심연이라는 이미지가 우리가 결코 완전히 소모할 수 없을 만큼 무진장한 영역을 나타내는 자아 탐구라는 개념과 관련되어 있음을 논하고 싶다. 이 용어는 낭만주의 시대 이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미지가 몽테뉴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세밀함에 대해 예리한 감각을 지닌 몽테뉴는 때때로 헤르더와 훔볼트의 동시대인인 것처럼 보인다. [몽테뉴 수상록], 제2권, 6, P. 399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정신같이 잘 헤매는 움직임을 좇으며 우리 내심의 주름살의 불투명함 속에 침투해서 그 요동하는 수많은 세밀한 모습을 하나씩 포착해보려는 기도는 생각보다는 훨씬 힘든 가시밭길이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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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2-24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흥보전을 창으로 들을 때마다 의문이었지요.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난 형제인데
한 놈은 놀보이고
다른 한 분은 흥보시라니.... 했답니다.

그나저나 베토벤 피협에 라두 루푸라니요~!!
어제는 어느 분의 서재에서 읽으시는 책의 두께에 압도되었는데
오늘은 라두 루푸를 보고 껌뻑 죽습니다~

신선한 충격을 연일 받습니다.

좋은 저녁되십시요 수이님~!

수이 2026-02-25 09:38   좋아요 1 | URL
인성은 바탕인지라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다들 부지런히 도를 닦는 마음으로 사는 거겠죠. 다 흥부처럼 태어날 때부터 착할 수는 없으니까요 ^^;;

제 음반이 아니라 카페 안 풍경인지라 전 차트랑님이 알려주셔서 다시 봤어요. 신선한 충격을 연일 받으시면 뇌가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봄날 감기 조심!
 




우린 짐승이 아니야, 라고 맏언니 치비는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다가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 하나 떠올랐다.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긁히는지, 그 긁히는 부분에 자신의 본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러니까 선한 사람은 악한 걸 보면 거기에서 긁히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진실에서 긁힌다고. 그런데 반대로 봐도 긁히는 건 마찬가지인지라 또 헷갈릴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움에 긁힐까? 아니면 추함에 긁힐까? 인간이 뭐 그렇게 단순한 존재는 아니니까. 걸음을 옮기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을 라디오극으로 만든 방송을 듣다가 또 소설 내용이 가물거려서 읽긴 읽어야겠네 싶었다. 치비와 마그다와 리비가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자유인이 된 걸 만끽하며 서로 와인잔을 부딪치는 곳까지. 어린 독일인 병사가 소녀들의 탈출을 저지하며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쏴버릴 테야, 라고 말하니 너는 하나고 우리는 여럿, 네가 나를 쏘게 되면 내 동생들과 친구들이 네게 달려들어 네 눈알을 뽑아버릴 거야, 자비를 베풀 테니 얼른 꺼져, 라고 치비가 말하니 어린 소년은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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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2-22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니 뜨끔하네요 ㅠ. 저도 최근 많이 긁히고 있는데요 조신하지 못한 탓입니다. 반성하고있고요 조신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ㅠ

수이 2026-02-22 15:06   좋아요 1 | URL
아니 왜 뜨끔하신가요;;; 그리고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긁히는 부분들은 뭐 최소한 서너 군데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 자유인들도 아니고 자유롭게 하고싶은대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조신하시라고 드린 이야기 아니니 쾌활하게 써주세요. 가곡도 꼭 올려주시구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차트랑 2026-02-22 15:10   좋아요 0 | URL
조신하라고 하신 말씀 아닌거 아는데요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그런거입니다. ㅠ

말씀 고맙습니다 수이님,
저는 이만 조신하게 물러가옵니다~
 
상속자들 - 학생과 문화
피에르 부르디외.장클로드 파스롱 지음, 이상길 옮김 / 후마니타스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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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무엇을 상속할 것인지 택하고 결정하는 건 상속자들의 몫이 아니다. 그들은 물려받은 그 유무형의 것들로 사슬보다는 날개로써, 하지만 명명하는 건 마치 사슬인 것마냥 우쭐대며 부끄러워하며 겉멋을 부리기 마련이다. 시대가 바뀌고 장소가 바뀐다고 해도 변한 건 없다. 욕망이 그러할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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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라는 걸 어디에 둘 수 있느냐, 이런 건 없다고 보지만 살아가다보면 그걸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계기들이 생긴다. 누구를 만나느냐, 누구와 사느냐, 누구와 이야기를 하느냐, 어느 곳에서 일을 하느냐, 무엇을 읽느냐, 어느 지점에 분노하느냐 등등. 그러니까 다와다 요코가 말한대로 '우리는 바다를 항해하게 되는데' 바다를 항해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함께 하는 이들과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를 선택하고 결정하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을 하는지 아니면 내가 착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존중을 받는 위치에 있다보면 누구나 남녀노소 차별하지 않고 마주하는 이들 모두를 존중할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렇게 배웠지만 그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노망과 야망의 차이가 단지 한 글자는 아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젠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그저 젠더' 따위에 신경을 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 나보다 정확히 열 살 많은 선배들이 이야기를 하던데 너희들에게는 '그저 젠더'잖아. 나한테는 '그저 젠더' 따위가 아니고. 그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거야? 따질 수는 없었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갱년기에 다다른 더 이상 젊지 않은 유색인 여성으로서 다시 정체성의 개념에 다다른 오늘 오후. 커피가 어느때보다 더 달고 더 쓰더라. 









사실은 언어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것, 명명되지 않은 것, 어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타락했음‘이 점점 분명해지죠. 하지만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이 언어 바깥에는 다른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요. 따라서 더 깨끗한 언어의 존재를 믿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더 나은 언어를 발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는 이 단 하나의 ‘타락한‘ 언어로만 말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러한 언어를 미화하지 않고서 말이죠. 그래서 이러한 언어 자체를 말하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시위가 됩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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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10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업으로 어떤 사람을 묶어두는 게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그게 유효한 세상이구요. ‘당신이 어디 사는지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는 기막힌 아파트 광고인데 실제로 사람들은 그걸 실천하고 살고요. 저 역시 완벽하게 자유롭다... 그렇게 말할 수 없을테고요.
젠더는 워낙 두텁게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으니깐.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은 그렇게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2-11 15:13   좋아요 1 | URL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기에 더 많이 더 자주 말씀하시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경계와 무관하게 언제나 성실하게 탐구하는 단발님 모습을 보면 경탄스럽기 그지 없어요. 넌 많은 것들을 하염없이 누리면서도 언제나 불평불만이구나, 라고 말한 엑스가 떠오르네요. 뜬금없어 엄청 웃기만 했어요.

그나저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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