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 안에서 애플파이를 통으로, 아 맛있어, 라며 먹는 딸아이를 보는 일이 통으로 즐거움을 주는, 내 뱃속에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네 뱃속에 들어가면 더 유쾌하고 좋은. 치즈가 들어간 애플파이도 맛있어, 나는, 엄마, 라고 해서 그건 냉동을 해동시킨 거라서, 엄마는 별로, 이건 해동하지 않고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는 이게 더 맛난 걸 수도 있어. 게임 다 하고난 후 엄마,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돼? 해서 당근, 했더니 한입에 털어넣는 아이를 보면서 내 뱃속에서 꼬물꼬물, 맛난 거 먹으면 좋아서 꼬물꼬물 움직이던 녀석의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 납작한 내 배를 쳐다보고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흡입하는 딸아이를 쳐다보면서.

수업 시간에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폴리아모리가 과연 대체 사랑에 들어갈 만한가, 그 이야기도. 화학적인 사랑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유전자의 맞물림인지라 그래서 더 끌리는 거라고 하던걸요, 라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폭압적인 사랑은 감옥에 가둬놓고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에게 집착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제일 실망하게 되는 순간은?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순삭하게 되는 순간들. 불륜과 폴리아모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한국과 프랑스에서 사랑의 주체적인 존재들은 누구인가? 선생님의 팩폭과 수컷의 본능적인 면모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다들 발을 구르며 폭소.

빨래 널고 숙제 다 하고, 다리에 얼추 근육은 붙여갖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듯. 아 헬스장 바꿨다. PT하는 애가 너무 제멋대로인지라. 이렇게 입 털면서 돈 벌면 진짜 돈 버는 거 쉬운 거 아닌가, 라고 지적질은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PT 받는 건 생각 좀 해보고 일단 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갖고 조금씩 맛보고 있다. 기구는 이곳이 훨씬 좋더라. 버스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잠깐씩 졸았다. 몸이 버텨낸다, 라는 느낌이 없는 걸 보면 서서히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아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죽을 거 같아, 라는 말을 이제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그만큼 체력이 붙었다는 소리. 곧 추위가 저 멀리 가버릴 때쯤 곰 한 마리로 얼추 변신이 가능할지도. 뼈밖에 없어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몸은 내 이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음. 근육이 터질 거 같아 허벅지가 불타오를 때 제일 기분이 좋은 걸 보면 곰이 내 이상적인 자아상인듯.

황금향 하나 까먹으면서 진이랑 통화, 너 대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안 살았잖아, 대체 왜 그래? 라는 소리에 또 폭소, 그러니까 그때 이렇게 안 살아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거네, 라고 대꾸했다. 확실한 건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 다른 활동들,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중요한 건 그 차이점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예전처럼 벙어리처럼 가만히 입 다물지 않고 좀 재수없어 보여도 그냥 말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가봐야 명확하게 차이점을 알기는 할듯. 어려워 어려워, 투덜댔더니 어려우니까 더 길게 내다보자면 재미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거임, 그럼 그 재미를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고, 이게 평생의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라는 피드백에 나도 모르게 눈이 반짝반짝, 귀는 팔랑팔랑 콧구멍은 벌름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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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2
알베르 까뮈 지음, 이가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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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었다고 느껴지는 지점들은 육체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고 물론 더 이상 밤새워 술을 퍼마실 수 없지만. 열아홉에도 좀 아닌데 싶었는데 30년 흘러 다시 읽어보니 역시 아니다 싶고 그러하다면 이론적인 면으로는 서로 부합하지 않는 걸로 결론 내림. 부조리에 걸맞게 간만에 옛연인이랑 통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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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10 2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마지막 줄에서 빵 터졌습니다.

수이 2025-02-10 22:30   좋아요 1 | URL
쉰에 늦둥이 생겼다고 좋아서 난리더라구요. 그걸 왜 나에게?! 🤪 부조리하게도 친구 관계로 정착되어버린 😳

바람돌이 2025-02-10 22:36   좋아요 0 | URL
쉰에 늦둥이면 아무데나 가서 좋다고 난리치는게 당연하더라구요. 제 옛 남친은 아니고 그냥 아는 분. ㅎㅎ
옛 연인이 친구 관계가 되었으면 부조리 아님요. 그토록 애틋했는데 만나기는 커녕 이제는 기억도 안하는 제가 더 부조리.... ㅎㅎ

수이 2025-02-10 22:39   좋아요 1 | URL
그토록 애틋했으나 프로포즈 제대로 하지 않아 나중에 난리난리 어마무시하게 쳐서 니가 날 사랑은 했어?! 라고 난리부르스를 췄습니다 재작년에 ㅋㅋㅋ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 줄 알아?! 라는 이야기 듣고 하지만 님아 우리는 이미 아닌걸요 불륜은 싫고_ 20년도 더 흘러 옛 연인 찾아 밥 사준다고 연락한 옛 연인이 부조리의 극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언니나 저 말고 옛남친이 제일 부조리한 걸로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2-10 22:41   좋아요 1 | URL
음 옛 남친 부조리에 찬성함다. ㅎㅎ

독서괭 2025-02-11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남친 부조리 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빵 터집니다🤣🤣🤣

수이 2025-02-11 07:35   좋아요 2 | URL
크나큰 웃음을 안겨드리니 뿌듯합니다. 공은 옛 연인에게 돌리겠습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5-02-1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소설을 왜 읽나 우리네 인생이 이토록 부조리 ㅋㅋㅋ ㅋㅋㅋ

수이 2025-02-11 17:44   좋아요 0 | URL
옛 연인, 옛 남편, 옛것들이여, 그저 제 추억으로만 남으소서 🤪
 

까뮈를 읽다가 문득 어쩌다 개저씨가 되어버린 건가? 궁금해졌다. 죽음이 까닭이 될 수 있을까? 유한성이 방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만일 개저씨라 친다면 어쩌다가 내가 개저씨가 되었는지 내가 그 입장에서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사랑이 필요하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잖아. 사랑의 유한성에 대해서는 또? 궁금해지는 게 쌓여지는 거지. 당신이 스스럼없이 내게 개저씨의 행태를 보일 까닭이 어째서 그 익명성에 있다고 스스로 납득된 건지 그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일단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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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10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랑 제가 지금 읽는 책이랑 같이 읽으면 참 좋겠네요.
라면에 신김치. 쫄면에 단무지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프랑스식 가정 식단으로 하고 싶었는데, 생각나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린게 없어서 죄송욬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2-10 17:49   좋아요 1 | URL
호떡 먹고 있음 수영 끝나고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0 17:51   좋아요 1 | URL
수아님 수영해요? 엥? 언제부터요? 🏊‍♀️

수이 2025-02-10 17:53   좋아요 1 | URL
수아는 어떤 계집애야!!!!!!!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심장 🦧🤖❤️‍🔥💘 수영한다 말 안 했어?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0 20:2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저도 침침해요 ㅋㅋㅋㅋㅋ😅 언제 시작했대요? 운동 마니아, 수이님!

수이 2025-02-10 20:13   좋아요 1 | URL
이제 겨우 일주일 지났습니다 ㅋㅋ 나중에 돌고래 되면 보여드릴게요. 헤엄치는 모습. 일단 피곤하다, 한숨 자야겠음. -_-

바람돌이 2025-02-10 21:30   좋아요 1 | URL
수이님 제 친구가 수영 1주일 하고 인어된다고 하던데 소개시켜드릴까요? ㅎㅎ
돌고래랑 인어랑 어울리잖아요.
그나저나 시지프 신화 원래 저렇게 어려운 책이었어요? 까뮈는 이방인밖에 안봐서....

수이 2025-02-10 2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바람돌이님 한국 오셨어요? 저 돌고래 되고난 후에 소개해주세요. 돌고래 되려면 멀었어요 쿠쿠쿠
 

약속 시간 30분 전, 잠깐 리딩, 그러다 바로 구입, 화장실에 다녀왔다. 중년의 중국인 여성 4명이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화장실 칸이 총 4칸인데 모조리 변기가 막혀 있었다. 화장지를 한그득 꽂아놓았다. 다행스럽게도 그중에 하나가 물이 내려갔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익명성에 대해서.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 중에 알라디너가 있어서 반가웠다.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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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09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너무 좋네요. 엄청나게 근사하고....
그러나 올려주신 페이지를 보니 어려운 내용이네요. 저는 패쑤! 메롱!

수이 2025-02-10 07:41   좋아요 2 | URL
두 분이서 잼나게 노시는 거 오늘 아침에서야 봤습니다. 끼고 싶지만 일단 할 일을 하고 나중으로 패스 ㅋㅋ

공쟝쟝 2025-02-1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너므 길어요 ㅋㅋㅋ !!

수이 2025-02-10 13:18   좋아요 0 | URL
즐거운 대화 점심 먹으며 보았습니다 ㅋㅋ 역시 그 대화에도 끼고 싶지만 숙제를 안한 관계로 눈팅만 했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을 읽고 좀 상반된 걸 얻게 되었다. 낯선 자가 내게 다가올 때, 내가 낯선 자에게 다가설 때 가장 최우선으로 꼽는 인간의 장점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성향을 재빨리 캐치할 수 있었다. 마리즈 콩데의 책을 추천받았다. 사랑과 증오가 한 몸이라고 친다면 자,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지 싶어 나 홀로 장난을 치고 있는데 민이가 푸후후 웃더니 덩달아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당하게 되면 당하는대로 가만히 있지는 말거라, 네가 분노했다는 것을 어떻게든지 드러내, 그 말을 했다. 헤드폰에서는 U2가 흘러나왔고 눈밭 아래 춤을 추면서 귀가했다. 도파민이 생성되는 순간은 언제나 명확하다. 세상으로 나가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과 시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는 마사 누스바움을 완독한 후_ 정념은 언제나처럼 내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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