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남자라고는 씨가 말랐다. 모조리 다 여자들 뿐이다. 오늘도 여자 사람들과 신나게 공부하고 여자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여자 친구들과 신나게 먹고 마시고 떠들고 귀가하는 길에 여자 사람인 엄마가 던져주는 먹거리들을 받아와서 학원 끝나고 배고파 죽겠어! 소리지르며 귀가한 여자 사람인 딸과 저녁을 먹고난 후 딸기를 먹으며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과식했나봐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활명수를 따서 멕이고 손과 발을 주물러주었다. 그렇군, 주변에 남자라고는 씨가 말라버렸군, 문득 알았다. 하여 올해에는 새로운 여자사람들과 남자사람들과 만나며 좀 세상의 반경을 넓혀가볼까 싶을 때 이런 제목이 확 눈에 들어오고. 나도 질렀다. 이제 자야지. 오늘의 물건이다. 아 다른 책들도 있는데 그건 천천히. 오빠랑 헤어지고나니 가슴은 쓰리지만 어쨌거나 이제 읽자, 싶은 마음이 든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바지런히 읽도록 하자.
P. 9~10 이 책의 모든 글에서 로드는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말한다. 제목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는 로드의 이 입장을 압축한 문구다. 이 책에서 로드는 이 입장과 전 지구적 관점에서 1980년대의 여성운동, 퀴어운동, 소수집단 인권운동 등을 서로 연결하여 확장한다.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는 흑인 레즈비언에 대한 사회적 인정...
P. 153 로드의 퀴어 페미니즘의 힘은 시학(詩學)에서 나온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에서 로드 시학의 핵심이 성애라면, 이 책에서는 차이 페미니즘이다. 로드에게 글쓰기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깊이 느끼는 것, 깊은 감정을 통한 자기인식, 이 인식에서 나오는 힘을 공적으로 나누는 일이다. 깊은 감정을 통한 ...
P. 25 하지만 가족과 대화할 때 누구나 그렇듯, 우리 사이에 실재하는 차이를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우리가 서로 똑같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란 때로 어렵습니다. 흑인 여성들은 커다란 통에 담긴 초콜릿 우유처럼 균질화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수많은 얼굴을 지녔습니다. 함께 작업하기 위해 우리가 똑같은 존재...
P. 62 나는 딸과 아들, 두 아이를 낳았다. 우리 딸과 아들의 어린 시절, 폭풍우와 함께 다른 모든 게 몰아치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기쁨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은 내 삶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절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혼돈에 찬 시절이었다. 나의 연인 프랜시스와 함께 두 아이를 기르는 일, 인종의 차이를 넘어서 네 명으로 이루...
P. 93 그리고 시간이야말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하지만 내가 나 오드리 로드를 먼저 정의하지 않는다면 외부가 분명 나를 규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부는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우리 각자를 부정적으로 규정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삶과 시를 분리할 수가 없다. 나는 나의 삶을 쓰고, 나의 작품을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삶의 차이, 사랑의 차이, 일의 차이를 가로질러 다른 여성들에게 가닿고, 그들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데서 내 삶의 진실을 발견한다. 이런 차이들을 함께 나눌 때만 우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차이들 속에서 발견된다. 이런 차이 속에서 성장할 때 나는 내 안의 많은 자아들, 내가 사랑하고 증오하는 것, 나의 강점과 실수들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다. (6장 자기정의와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