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그 길로 들어선 어떤 사람 이야기, 강릉에 머물고 있다. 일정이 빠듯해서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는데 자꾸 오다보니 나는 아마도 강원도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기가 아니라 저기도 갈 수 있고 저기 너머도 갈 수 있는데 말이다. 


난설헌과 허균 생가를 다시 방문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길을 향해 따박따박 걸어가면 좋겠다 여겼다. 재능이 있고 사람들이 한껏 우러러보건 하찮게 여기건 그와 무관하게 세상이 어디에 몰두를 하고 모두 한 곳만을 바라볼 때 다른 곳 너머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졌다는 건 어쩌면 지독한 불행일지도 모르겠다 여겼다. 허균의 문장 하나를 오늘 담아왔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이나 써라. 
 나는 내 인생을 나대로 살리라.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다. 그렇게 살아가려 했다가 팔다리가 모두 찢어졌으니. 사람들 사는 세상은 참 신기하기도 하다. 새삼 느꼈다. 자꾸 페미니즘 서적을 펼치니까 급진파만 안되면 괜찮아 말은 하지만 애인의 시선이 곱지 않다. 나댈 생각 하지 마라 애초에 경계를 한다고 해야할까. 이럴 때는 사랑과 참 무관하다 싶은 게 느껴진다. 너는 너 나는 나 이게 확연히 살로 와닿으니까. 그런 것과 무관하게 딸아이는 또 여성의 몸을 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테니까_ 그 인생의 실패와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건 내가 할 일, 이건 내가 할 말, 이건 내가 꼭 해야한다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깃든다면 좋겠다 싶은 바람은 있다. 그건 어미로서의 바람보다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바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읽은 책은 참 적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안고 갈 수 있듯 하다. 다행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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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읽기 시작, 책 펼쳐서 눈길 닿는 곳 닿은 구절, get a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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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2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수연님도!

수연 2020-01-29 20:39   좋아요 0 | URL
머리 쥐어짜며 겨우 읽었어요 비연님 -_-;;;;

단발머리 2020-01-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데리다한테 눈이 갈까요? @@

수연 2020-01-29 20:46   좋아요 0 | URL
읽어야 하는데 못 읽고 그냥 갖고 갈듯 해요!
 





도서관이랑 서점이랑 카페랑 빵집 미친듯 돌아다녀도 잘 다닐듯. 그래서 민이랑 베를린에서 가고싶은 곳 하나씩 찾아서 리스트 작성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나이든 프랑스인 히피커플 마주했다. 한 세 마디 나누었을까 언니랑은 몇 번 마주치면서 눈인사 했는데 프랑스인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까닭 없이 외모만으로 편견을 가졌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모습도 저러하지 않았을까 싶은. 꿈에 옛 애인이 나왔다. 꿈속에서 옛 애인과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몰래 바람 피우는 내용이었다. 헤어지고난 후 한 번도 꿈 속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어쩐 일일까 싶어서 괜시리 검색질. 별 특별한 내용 나오지 않았고 SNS 활동 일절 안 하는 사람인지라 흔적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작년 학회 활동한 것까지 나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잘 살고 있겠지 뭐 하고 재작년에 찍힌 사진에서 그나마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있어서 확대해서 보았다. 내가 이 사람 웃을 때 눈가 주름을 엄청 좋아했었지 하고 기억 소환.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뚱뚱하고 못생겨지고 늙어서.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후광이 비추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딱 두 명 그랬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옛 애인. 진짜 많이 사랑했구나 하고 새삼 느낌. 설거지 다 하고 라떼 만들어서 책상 앞에 놓았다. 민이는 밀린 방학 숙제 미친듯 하고있는중. 바람이 꽤 강하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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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27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민이 방학숙제 하는 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 어렸을 때 뭘 만들어야 하는 방학 숙제 나오면 엄마랑 같이 했어요... 같이 했다기보다는 엄마가 다 한 거죠.. ^^;;

수연 2020-01-27 22:55   좋아요 0 | URL
지금은 방학숙제 거의 없어~ 일기랑 독후감 몇 개 하는 게 전부야~ 도와줄 것도 없음 :)

카스피 2020-01-2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사진 요리인가요 아님 디저트인가요? 사진만 보아도 무척 맛이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수연 2020-01-29 20:46   좋아요 0 | URL
디저트 사진입니다! 저도 보면서 침이 저절로 꿀꺽!!
 




 누구나 빵 바꾸기의 덫에 걸린다. 그러나 아무도 경비원 카티의 볼빵을 자기 빵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빵 법정의 법에 속한다. 우리는 수용소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시체를 치우는 법을 배웠다. 사후 경직이 시작되기 전에 죽은 이들의 옷을 벗긴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그들의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아껴둔 빵을 먹는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 죽음은 우리에게는 횡재다. 그러나 경비원 카티는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해도, 우리는 그걸 알고 있고 그녀를 우리의 재산처럼 여긴다. 서로에게 저지르는 나쁜 짓을 그녀에게 베푸는 선행으로 무마해보려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 틈에 살아있는한, 우리는 저지를 수 없는 짓만 남겨두고 온갖 짓을 다 저지를 것이다. 우리에게는 경비원 카티라는 인물보다 바로 이 점이 더 중요하다. (135-136) 



 






















 너무 배가 불러서 딸아이랑 조카를 데리고 부암동 산책.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라 사랑하는 블루블랙 하늘빛. 운이 좋았다.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종잇장 같은 인간의 세계. 헤르타 뮐러의 저 문장들을 읽는데 항상 더러운 짓을 하고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착한 짓을 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애인 직장에서 비상령이 떨어져 어쩔 수 없겠다 하고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예약하고 취소하고 예약하고 취소하고 이게 뭐 나날들인듯. 예상했던 일이라 투덜거리지 않았다. 중국인들 많은 동네라고 해서 솔직히 가슴 콩닥거리긴 했다. 차라리 취소된 게 더 잘된듯. 이번 겨울에는 감기 두 번 독하게 걸렸다가 나았다. 내가 다 나아가니까 곧바로 딸아이 또 감기 도졌다. 계속 커피맛도 느끼지 못했는데 커피도 계속 마셨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아서 좀 덜 먹어도 괜찮았는데 미친듯 먹었다. 감기 떨어뜨리려고. 잠잘 때 우리 엄마 아프지 마라, 감기야 다 내게로 와라 하고 주문을 외우더니만 결국. 오늘밤 꼭 껴안고 주문을 외워야지. 감기야 절루 꺼져라, 내게 또 오지 말고 그냥 절루 아주 먼 데로 사라져버려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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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와 만족, 능력과 믿음, 당연시하던 것들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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