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만하게 살았다. 7키로가 쪘다. 이럴 때 보면 내 몸은 정말 고무볼 같다. 삼시세끼를 제대로 다 먹었고 케이크도 먹고 크림 잔뜩 들어간 커피도 엄청 먹었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가슴에 살이 꽤 붙었고 마찬가지로 허벅지와 엉덩이에도 제법. 민이가 헤드폰을 딴곳에 두고 오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내꺼 빌려달라 해서 빌려주고.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고 해도 봄은 온다. 그렇다면 봄 기운으로 살아보기로. 어제부터 다시 운동 시작. 작년 봄에 여행가서 충동적으로 산 청바지는 아예 안 들어가더라. 어쩔 수 없이 다른 청바지 입고 나옴. 오늘까지만 느슨하게. 아이스라떼 사왔는데 역시 아직은 서늘하구먼. 비릿하고 따뜻하고 촌스러운 것들과는 당분간 멀리 하고 싶다. 어떤 소설가의 신간을 읽고 친구가 너 생각났다면서 간만에 연락이 왔는데 나는 그 소설가의 글을 읽을 적마다 따뜻하고 촌스럽고 비릿해서 싫다고 간혹 느꼈기에 묵묵부답으로 피드백을 보냈다. 어쩌면 그것들을 버리고 싶은 내 안의 속성이라고 느껴서 더 싫어하는 걸지도. 그렇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떠나기 전에 만나기로 한 이들과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노트북 배경화면을 바꿨다. 한달 후에 저곳에 있으리라고 여겼는데 계획이 틀어지면서 갑자기 공황장애가 올까 걱정했는데 공황장애 지속 시간은 겨우 하루였다. 그렇다면 플랜 B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