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 원리는 ‘절단‘하는 기능이 있다. 근대에 서양에서는 강조된 부성 원리에 의해 근대과학과 개인주의가 탄생했다. 그들에게는 타자에게서 자립해서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목표였다. ‘자아= 의식‘의 강조에 대해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중요성을 제기한 것은 가히 혁명적이었는데, 그는 무의식을 어떻게 하면 자아가 컨트롤할 수있는 범위 안에 놓을지를 연구하는 데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의 심리학은 부성 원리를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반면에 융은 모성 원리에도 주목하면서 자아를 넘어서 인간을 전체로서 보려고 했다. 어쩌면 그가 직접 체험한 환각 등은 자아로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 전체로서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미지다. 이 중요하게 여겼던 이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4장 ‘심상과 상징象徵‘ 부분에 설명해놓았다. - P13
1907년 프로이트와 처음 만난 융은 그의 협력자로서 경력을 시작하지만, 프로이트가 1912년에 <리비도의 변천과 상징을 발표하자 그와 자신의 지향점이 다르다는사실을 확인하고는 결별을 선언한다. 그 후 융은 자신의 길을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결별 후 처음 발표한 책은 인간의 성격유형에 관한 책이었다.‘ 이는융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가 가는 길이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융은 자신이 어떤 현상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프로이트나 아들러와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과의 차이를 설명하려 했다. 이것은 현상에 대한 개인의 의식적인 경향을 다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이후에는 무의식 안에 숨어 있는 마음의 움직임을 밝히는 데에 힘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무의식의 구조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서 개인의 의식적 경향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융은이와 같은 의식적 경향을 문제 삼으면서도 항상 무의식의 보상작용compensation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보완성과 마음의 전체성을 향한 강한 관심에는 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하려고 했던 자기self에 대한 생각이 내포되어 있으며, 성격유형에 관한 그의 저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융이 사용한 ‘내향형introvert‘과 ‘외향형extravert‘이라는 용어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근본적 생각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그의 생각을 따라가며 각 성격유형에 관해서 설명해보겠다. - P19
감각과 직관이 무언가를 먼저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이는 기능인 반면, 사고와 감정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의 색과 형태 또는 문득 떠오른 생각은 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만, 사고나 감정은 그것을 개념으로 규정하거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융은 사고와 감정을 합리기능rational function 감각과 직관을 비합리기능irrational functio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경우 비합리란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성의 틀 밖에 있다는 뜻이다. 직관과 감각은 겉으로 드러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을 본래의 특성으로 삼으며,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법칙에 비추어보면서 다루지는 않는다. 여기서 감정을 합리기능으로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말하는 감정기능은 나중에도 설명하겠지만 호불호와 미추의 판단기능을 가리키기 때문에, 누구나 하나의 체계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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