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새소설.


빠르게 휘리릭 챕터1 을 둘러봤다.

90살 올리브 키터리지와 66살 루시 바턴이 만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올리브가 밥 버지스에게 루시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루시가 올리브가 사는 곳에 가게 되는 것.

올리브는 루시가 유명 작가라는 소문을 들어서 루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던 거다.

올리브는 이미 루시가 쓴 소설들을 다 읽어 보았고 루시한테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루시가 올리브를 만나러 오고...올리브는 루시의 마르고 소심한 첫인상이 못마땅 하지만(올리브 성격상 당연ㅋㅋㅋ) 어쨌든 이야기를 한다.

무슨 이야기냐면

올리브의 엄마 이야기. 

올리브의 엄마는 올리브의 아빠를 만나기 전에 부잣집 아들과 사랑에 빠진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했지만 그 남자의 엄마가 "우리 아들은 의사가 될 건데 너처럼 가난한 집 애랑 결혼을? 가당치도 않아 헤어져!" 이래서 헤어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올리브와 올리브의 여동생 이사(Isa)를 낳았다.

올리브 부모의 결혼 생활은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그러다가 올리브 아빠는 자살을 하고 3년 후 올리브의 엄마는 병이 악화되어서 세상을 떠난다.

엄마가 죽은 후 올리브는 엄마의 가방에서 소중하게 간직해온 기사들을 보게 되는데...

그 기사는 올리브 엄마가 사귀던 부잣집 아들, 의사가 된 그 사람이 나온 기사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아내와 딸들이 나온 기사들. 그런데 그 딸들의 이름이 글쎄 올리브와 이사 였던 거다.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과 똑같은 이름!

올리브 엄마가 그 사람과 사귈때 결혼하면 우리 딸들 이름을 이렇게 짓자 하고 약속한 이름이 올리브와 이사 라는 거 아니겠는가? 엄마는 결혼생활 내내 그 사람을 생각했을 거고 그 의사도 자신의 결혼생활 내내 올리브 엄마를 생각했을 거고...이게 다 무슨 일이야...허허

올리브는 사는 내내 계속 가슴 속에 담고 있었을 이 이야기를 소설가 루시에게 소설로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며 털어놓는 거다. 이 소설 제목처럼



여기까지가 챕터1.

재밌다. 90살 올리브의 엄마 아빠 이야기 까지 나오다니ㅋㅋㅋㅋㅋ

루시 바턴이랑 밥 버지스랑 둘이 분위기 묘한데? 하고 올리브가 눈치채는 부분도 나온다!ㅋㅋㅋㅋ

밤에 진득하게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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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9-12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엄청 많이요!

망고 2024-09-12 17:15   좋아요 0 | URL
지금 사면 내일 옵니다 양탄자배송 슉슉 (알라딘직원 아님)

단발머리 2024-09-12 17:23   좋아요 1 | URL
지금 갈게요! 잠깐만요!!!!!!!

단발머리 2024-09-12 17:23   좋아요 1 | URL
지금 살게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12 17:35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진정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9-12 17:37   좋아요 1 | URL
구매 완료입니다 ㅋㅋㅋㅋㅋ

망고 2024-09-12 17:45   좋아요 1 | URL
내일 받아보시겠습니다ㅋㅋㅋㅋ
이 책 처음부터 올리브 키터리지가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어요

다락방 2024-09-12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아- 이건 또 뭐죠.....ㅜㅜ

망고 2024-09-12 17:16   좋아요 0 | URL
드디어 나왔습니다 사셔야죠😁

다락방 2024-09-12 17:3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아이참 ㅠㅠ

은하수 2024-09-12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드디어 올리브와 루시가 만났군요.팬데믹기간동안 같은 마을에 있었잖아요. 혹시 했는데 역시.. 넘 좋네요. 전 번역본 나오면 찬한히, 세세히 읽어보겠습니다~~~

망고 2024-09-12 18:17   좋아요 0 | URL
올리브가 이야기 들려준다면서 루시를 계속 부르는거 같아요ㅋㅋㅋ또 이번 소설은 밥 버지스가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는거 같고요 은하수님 조금 기다리셔서 예쁜 번역서 나오면 읽어보셔요 저는 초반부터 이 책이 바닷가루시보다 더 좋네요

은하수 2024-09-12 19:23   좋아요 1 | URL
이번엔 스트라우트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총망라되어 나오는 완전 종합본이네요~~
더 기대됩니다^^
 


오늘 너무 덥다.

9월 10일인데 34도인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한여름 날씨잖아!

여기도 덥지만 언니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도 요즘 40도가 넘어서 더워 죽겠단다. 

그 더위에도 나에게 책을 보내준 언니에게 땡큐를 보내며ㅋㅋㅋㅋ 

책탑사진




내가 산 건 한권밖에 없는 9월의 책탑.




서재의 ㄷㄹㅂ님 글을 읽고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당장 산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책이 예상보다 쪼꼬미하고 얇다. 

표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약간 무섭기도 하고ㅋㅋㅋ 으스스스

조만간 읽어보겠다.






이 책들은 딱딱한 껍데기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언니가 미국에서 사서 보내준 책이다ㅋㅋㅋㅋ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흐르는 강물처럼" 이라고 이미 번역서도 나와 있는 소설들.

"데몬 코퍼헤드"는 2023년에 "트러스트"와 함께 퓰리처상을 공동 수상한 작품.

나는 퓰리처상 탄 책들이 거의 취향에 맞는데 이상하게 "트러스트"는 책 소개만 봐도 안 읽고 싶었는데ㅋㅋㅋㅋ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 작가가 추천했다고 해서 읽으려고 했었다. 

두 책 모두 번역서가 나오길래 사서 읽을까 했지만 언니가 두권 이미 사 뒀다고 해서 안 읽고 꾹 참고 있었네.

근데 막상 책이 오니까 또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읽겠지.



오늘 반가운 메일이 왔다.

한달전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을 결제해 뒀던 적이 있었다. 곧 배송해준다고 써있길래 혹시? 설마? 하는 마음에ㅋㅋㅋㅋ근데 역시나 현지에서도 9월달에 나오는 책이었던 거죠?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바로 오늘 배송이 되었다고 내일 온다고 꺄아!!!!오호? 정말? 기쁘다ㅋㅋㅋ




요즘 마당에 핀 예쁜 과꽃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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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9-10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낼은 더 덥다! 꺄...........-_-
내가 산 거 한 권 없는 책탑 더 좋네요... ㅋㅋㅋㅋ

망고 2024-09-10 16:51   좋아요 0 | URL
이렇게 계속 덥다가 겨울이 가을같았다가 바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겨울 너무 싫어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9-10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불렀던 동요 ‘과꽃‘이 생각나요.
저런 색깔의 꽃이였군요.
언니가 보내주신 원서가 햇빛에 빛나네요^^

망고 2024-09-10 20:12   좋아요 1 | URL
과꽃도 색이 여러가지고 종류가 많은가봐요 씨앗봉투에는 분명 찐분홍 겹꽃 사진이었는데 핀 꽃은 저래서 ‘속았나?‘하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거든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10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 님 독서 화이팅!!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9-10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과아꽃이~ 피이이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에쁘게~ 피이이었스읍니다~~🎶🎵🎹

망고 2024-09-10 22:59   좋아요 0 | URL
와 독서 화이팅하라며 이 밤에 고래고래 노래까지 불러주시고 넘넘 감격😂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9-11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손 곱게 모으고 동화를 부르는 다락방 님이 아니라 고성방가(?)인가요? ㅎㅎㅎ

망고 2024-09-11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이 두 손 곱게 모으고 노래? 저는 상상이 안됩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4-09-13 07: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분들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주에 한국기행에서 이 수제버거 가게가 나오길래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드디어 오늘 저녁(방금 전)에 먹었다.

맛있었다. 미국에서 먹던 맛ㅋㅋㅋㅋㅋㅋ

근데 나 여기 진짜 오랜만에 와봤는데, 로봇이 서빙을! 세상 좋아졌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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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03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기가 어딘가요?

망고 2024-09-03 20:58   좋아요 2 | URL
춘천에 있는 라모스 입니당^^

잠자냥 2024-09-04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고야 저거 한 입에 넣을 수 있니?

망고 2024-09-04 12:32   좋아요 2 | URL
.    ヘ  ヘ
   / \/ \
  /     ヽ
  /  ㅇ   ㅇ |
 | ∪ / ̄ ̄T |
 |∪  |  | |
  \  |_ | ノ
  / ヽ| 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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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ヽ二二ノ|
 |  L    」|
 ヽ_ノ    (_/
  |  /  /
  |  /  /
  (__)__)

잠자냥 2024-09-04 13:02   좋아요 1 | URL
오😻👏👏👏

다락방 2024-09-13 07:57   좋아요 0 | URL
와!! 망고 님도 한 귀여움 하네요?

망고 2024-09-13 16:19   좋아요 0 | URL
그걸 이제 아셨어요? 제 프사만 보면 알 수 있는걸ㅋㅋㅋㅋㅋㅋ
 
페인티드 드럼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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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주민 오지브웨족(치페와족이라고도 불림)의 혈통인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는 매 작품마다 미국 원주민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아예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 것 같다. 나는 이 소설까지 4권을 읽었는데 모든 작품에서 미국 원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 원주민 캐릭터가 등장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문학 작품을 진지하게 읽은 경험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는 나에게 새로운 앎을 준 소중한 작가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가를 자신이 속한 민족의 이야기만 한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을 읽다보면 아름답고 사색적인 문장 속에서 배어나오는 인간에 대한 통찰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그래서 혹시나 미국 원주민 문학? 뭐 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을 한권이라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슬픔과 고통, 사랑과 치유 등의 인간 보편의 삶을 묵직하게 담아내는 이야기와 문장에 선입견은 쏙 들어갈 테니까.

 

 

이 소설은 오지브웨족의 전통적이고 신화적인 삶을 들려주면서 슬픔으로 무너져 내린 인간의 삶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페이 트래버스는 뉴햄프셔주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50대 중년 여성이다. 한때는 마약 중독자였다가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지금은 어머니가 하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정리해 주는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이웃에 조각을 하는 예술가인 크라에와 연인 사이인데 그와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페이는 내면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상태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크라에는 전부인 사이에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이 이웃에 사는 문제아 청년과 사귀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고 만다. 그 사고로 태트로라는 영감도 같이 죽었는데 그는 젊은 시절 인디언 보호구역의 관리자였다. 태트로 영감의 유품을 정리하러 간 페이는 그 집에서 채색되어 있고 여러 장식이 붙어 있는 오지브웨족의 북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북이 페이를 끌어당겼다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치지 않았는데 북의 소리에 이끌리게 된 페이는 홀린 듯 북을 훔쳐서 집으로 가지고 온다. 오지브웨족 혈통이기도 한 페이는 백인인 태트로가 그 북을 정당한 방법으로 얻지 않았으리라 확신하며 북은 오지브웨족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시 오지브웨족 혈통인 페이의 어머니는 부족의 전통적인 북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알려진 바로는 북은 사람을 고치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북은 그것을 보관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 북은 진지한 이유 때문에 만들어지고, 꿈에서 북의 구조를 세밀하게 본 사람들이 만든다. “북은 뼈로 된 인간보다 더 살아 있어.” (63)

 

북을 보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페이는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슬픔이 자꾸만 터져 나올 것 같은 위기를 느낀다. 그것은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크라에가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과정에서 페이가 방치하고 있는 사과나무들을 살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방치된 사과나무들은 오랫동안 꾹꾹 눌러온 페이의 슬픔을 상징한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떨어져 죽게 한 사과나무 그리고 그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페이의 슬픔을.

 

 

페이와 어머니는 북을 돌려주러 오지브웨족 보호구역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북이 만들어진 과정을 듣게 된다. 그러니까 페이의 외증조 시대까지 올라간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굶주린 늑대에게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삶이 망가진 남자가 꿈속에 나타난 딸의 말을 듣고 북을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남편을 떠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집에 갔다가 그의 부인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를 정령으로 나타난 딸 덕분에 넘기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늑대에게 죽은 소녀가 채색된 북이 되어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이 있는 남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슬픔과 고통에 북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담고 있다.

정성스럽게 북을 만드는 과정 그자체가 깊은 슬픔으로 망가진 삶을 되살려 치유하는 방편이 되기도 하고, 또 완성된 북은 북을 치는 행위, 즉 북의 노래를 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혹은 우리 손에 들어온 것으로 그 슬픔을 누그러뜨린다는 거예요. 우리는 슬픔에 대해 말하고 그것을 헤쳐나가야지, 가슴속에 둬서는 안 돼요. 그래서 북이 필요한 거예요. 그 슬픔을 밖으로 꺼내려고. 북의 노래가 슬픔을 멀리 실어가게 하려고.

(146)

 

북을 보관하고 있다가 북이 있던 제자리로 돌려주면서 북과 관계된 사람들의 슬픔과 치유의 방법을 듣게 된 덕분일까? 다시 집으로 돌아온 페이는 어머니와 마주한 자리에서 슬픔을 툭 꺼내 놓는다. 그것은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동생이 죽던 날의 진실은 한두 문장이면 되었다. 그 간단한 말을 하지 못 해서 페이는 내내 슬픔과 죄의식 속에서 살아왔다. 이제야 꺼내놓고 드러내는 슬픔으로 페이는 치유됨을 느낀다. 슬픔은 그렇게 꺼내 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크라에가 손질한 사과나무에서는 드디어 꽃이 피고 사과가 달린다. 다시 살아난 사과나무 과수원엔 곰이 와서 사과를 따먹는다. 황폐했던 과수원이 생명을 끌어 들이고 있다. 페이의 마음에도 생명이 싹튼다. 그것은 사랑이다.

 

삶이 당신을 부숴놓을 것이라고. 그 사실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줄 사람은 없고, 그것은 혼자 살아도 마찬가지라고. 고독 또한 열망을 자극하여 당신을 부숴버릴 테니까. 당신은 사랑해야 한다. 당신은 느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다. (352-353 )

 

여기서 페이가 깨달은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사랑을 아우른다.

페이는 여동생이 묻혀있는 아동 공동묘지에서 날아오르는 갈까마귀를 보며 생각한다. 묘지에 묻힌 자들을 분해시키는 여러 작은 생명체들을 먹는 갈까마귀는 묘지에 묻힌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니 갈까마귀는 죽은 자들의 정령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오지브웨족이 북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듯이 페이는 묘지의 갈까마귀에게서 죽은 동생을 본다 

그리워하는 이들의 정령이 깃들어 있는 자연에서 위안을 느끼며 페이는 비로소 오랜 슬픔과 화해를 한다.



 

그동안 루이스 어드리크의 소설들을 읽어오면서 수차례 문장이 아름답다고 말해왔다. 이 소설도 그렇다. 특히나 슬픔을 말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은 더욱 빛난다. 밤에 자기 전 어쩔 수 없이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는 상처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는 순간을 하루 종일 밟고 다닌 발걸음 소리로 표현해낸 문장을 읽었을 때 한동안 먹먹해져서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소설의 이야기도 무척 아름다웠다. 대부분 인디언 보호 구역 안에서 일어나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결국엔 희망이 있는 이야기들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 희망은 공동체의 협력과 인간에 대한 연민, 자연에 대한 존중이다.

슬픔을 아름답게 그린다면 희망 또한 참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이었다.

 


루이스 어드리크의 다른 책도 사뒀다. 계속 읽어야지! 작가님 글이 너무 좋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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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9-02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 님, 이 작가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림자 밟기>를 곁에 두었는데 읽지 못하고 정리한...

망고 2024-09-02 12:06   좋아요 1 | URL
그림자 밟기는 피폐물이라 읽기 괴로웠지만 그 책 또한 문장이 정말 아름다워서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ㅎㅎㅎ 자목련님 이 작가 한번 읽어보세요 강추!

다락방 2024-09-13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의 묘약] 읽었고 [그림자 밟기] 사뒀네요. 세상에 제가 안 사둔 책이 있을까요? 흠흠.

자목련 2024-09-13 08:36   좋아요 1 | URL
세상의 모든 책들이 다락방 님의 책장에 있을지도.
다만, 찾고자 하는 책을 찾을 수 없다는...

다락방 2024-09-13 15:33   좋아요 1 | URL
자목련 님.. 날카로우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녀석은 포포나무 열매 

오늘 수확해서 먹었다.

우와 정말 달다.

처음 먹어 보는 신기한 맛에 눈이 번쩍.

포포나무는 우리집에서 10년동안 구박받다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는데 오늘 가족들이 그 맛을 보고 포포나무에 대한 대접을 달리하기로 했다ㅋㅋㅋㅋㅋㅋ앞으로 잘 모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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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8-28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봅니다. 포포나무@_@;; 맛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무려 십년만에 열매를 맺다니요@_@; 좋은 일이 망고님께 가득하려나봅니다^^

망고 2024-08-28 13:49   좋아요 2 | URL
망고랑 바나나랑 파인애플 합친 맛인데 진짜진짜 달아요 그 단맛이 또 처음먹어보는 단맛이라 너무 신기한 맛입니다ㅎㅎㅎ문나잇님도 한번 드셔보세요 요즘 제철이라 인터넷에 팔더라고요 제가 드리고 싶지만 몇개 안 달려서 벌써 다 먹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8-28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보는 과일 이름이예요.
맛도 궁금하고요.
우리나라 날씨에 맞는가봐요^^
망고님 댁의 정원은
먹거리가 끝없이 나오는
황금 정원 같아요😍😀

망고 2024-08-28 14:58   좋아요 2 | URL
포포나무는 인디언바나나라고 부르기도 했다하고요 미국이 원산지입니다. 미국 동부 추운곳에서도 자라는 나무라 우리나라 기후에도 잘 맞나봐요. 저희집도 추운 곳에 있는데 밖에서 월동을 하거든요. 맛은 정말 신기한 단맛 입니다. 고구마처럼 껍질 벗겨서 먹고요ㅋㅋㅋ 페넬로페님도 한번 드셔보셔요^^ 저희집 정원 요즘 잡초밭이라 벌레들이 엄청 좋아하고 있습니다ㅋㅋㅋ큐ㅠ

Falstaff 2024-08-28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본 적 있어요. 먹어본 적도 있는 거 같아요. 이름이 포포군요. ㅎㅎㅎ 귀여운 이름입니다.

망고 2024-08-28 17:17   좋아요 2 | URL
정확히는 pawpaw 고 파파야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선 뽀뽀나무라고도 부르고요^^

자목련 2024-08-29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넘 예뻐요!
맛도 궁금하고요^^
망고 님의 마당에 없는 게 뭘까요?

망고 2024-08-29 12:56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 포포열매 요즘이 딱 제철입니다 한번 도전해 보세요^^ 정말 달고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신기했어요!!

그레이스 2024-08-31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포나무 실외 정원에서 키워야겠네요
암튼 넘 신기해요
알아봐야지!...^^

망고 2024-08-31 15:24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꼭 키워보세요ㅎㅎㅎ열매가 정말 맛있거든요!
근데 나무를 심으시면 한동안 꽃도 안피고 열매도 없을 수 있어요.
이 포포나무가 스스로 수정을 잘 못 해서 옆에 다른 포포나무가 또 있어야 수월하게 수정이 되나봐요. 저희집 나무도 10년만에 겨우 열매를 봤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