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읽고 있는 책은 필립 케니콧의 피아노로 돌아가다이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라고 부제가 달려있는데 부제대로 딱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골드베르크 변주곡 시디를 찾아봤다. 글렌 굴드가 친 것으로는 지금 집에 저 시디만 남아있네. 아무래도 유명한 음반은 혈육이 모두 가져갔나 보다. 저 음반은 1954년 캐나다 방송에서 연주한 것을 그대로 담은 음반이다. 엄마랑 나오면서 차에 오랜만에 클래식을 틀어놨더니 엄마가 아주 흡족해 하셨다. 나는......그냥.......그닥....

 


이 책에서 저자는 글자 읽기를 배우기도 전에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글자도 모르면서 악보는 보고 치던 꼬맹이 시절이 있었다. 집안 분위기가 피아노 배우기 좋은 환경이었고 어릴 때부터 듣던 음악은 클래식...주로 피아노 연주...

하지만 나는 별로 피아노 치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계속 배워나가면서도 곡 하나 다 치면 성취감은 들었을지언정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역시 재능이 없었던 거다. 나는 일찌감치 알았지.

그래도 오랫동안 배우기는 했으니 다 커서도 취미로 띵똥 거리기는 한다. 어릴 때 배울 때는 싫어하는 곡도 쳐야 하니까 정말 치기 싫었는데, 다 커서는 내가 치고 싶은 걸 자유롭게 연습해 볼 수 있으니 재밌게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득하게 연습할 인내력이 없는 게 문제. 그냥 이것저것 유명한 곡 건드려 보는 수준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골드베르크 변주곡에도 한번 도전해봐?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렌 굴드 치는 걸 들어보니 역시 안 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ㅋㅋㅋ일단 내 막귀로는 이 곡이 취미로라도 치고 싶을 정도로 좋게 들리지가 않는다. 역시나 어릴 때부터 바흐가 싫었는데 지금도 그러네...

이 책에서 한 연주자가 말하길 다른 작곡가는 소설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흐는 논픽션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이 맞는 거 같다. 나는 소설이 좋다.

바흐를 들으면 곡이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한다. 이 말은 울 엄마가 한 말씀

흠... 사실 바흐 들으면 나는 무슨 생각이 나냐면 피아노 치기 싫어서 안 친다고 떼쓰다가 엄마한테 혼나던 기억이 난다ㅋㅋㅋㅋㅋ




아무튼오늘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바흐도 듣고 카페 가서 책도 읽고 눈도 맞고 그랬네.

좋은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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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26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는 피아노학원 의자에 드러누워 잤던 기억만 납니다.. ㅋㅋㅋ
망고님 멋진 일요일 보내셨네요^^

망고 2024-02-26 08:41   좋아요 1 | URL
저도 피아노 의자에서 꿀잠 많이 잤어요ㅋㅋㅋㅋㅋㅋ피아노 치기 싫을때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독서괭님도 좋은 주말 보내셨겠죠? 월요일 화이팅입니다😄

은오 2024-02-26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듣는 사람한테 반하는 병이 있읍니다..

망고 2024-02-26 15:42   좋아요 1 | URL
이제 애인도 생기셨으니 그 병 고치십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2-26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장 욕구가 생기는 책입니다.
막상 소장한다면 당장은 읽지 않을 그런 책일 것 같습니다만 ㅎㅎ

망고 2024-02-26 15:46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음악 이야기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책도 예쁘고요^^ 천천히 읽더라도 일단 소장하셔도 좋을거 같은데...ㅎㅎㅎ

등대지기 2024-02-26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찜해둔 책이에요. 바흐는 논픽션! 완전 공감되어요. 정갈한 자세로 회초리질(?) 하는 느낌이라 정신 차려야지 할 때 듣게 되더라구요🧐

망고 2024-02-27 05:42   좋아요 1 | URL
등대지기님 반가워요😄
바흐의 회초리질을 기꺼이 듣고 즐기시는 등대지기님은 이 책이 너무 잘 맞으실거 같아요 물론 피아노곡중에 굳이 어려운 바흐를 찾아 듣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이 책이 유용했지만요ㅎㅎㅎ등대지기님도 얼른 이 책 만나보세요
 
왑샷 가문 연대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2
존 치버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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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같은 에피소드의 나열 속에 괴팍하고 독특한 인물들이 펼치는 희극적인 모험이 재밌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소동극 이면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 하고 사랑받지 못 하는 인물들의 깊은 슬픔과 고독이 웅크리고 있다 산만하고 시끄러운데 이상하게 슬퍼서 재밌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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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2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 치버다!!!!!!! (근데 이건 아직 안 읽음 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2-22 11:21   좋아요 0 | URL
존 치버 좋아하시나요? 저는 존 치버 이 책으로 처음 만났어요 잠자냥님도 얼른 요거 읽어보셔요

잠자냥 2024-02-22 11:35   좋아요 2 | URL
네 존 치버에게 보내는 편지로 100만원 받은 적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읽어야지;;

망고 2024-02-22 11:40   좋아요 1 | URL
네? 존 치버에게 편지 보내서 백만원을 받으셨다고요? 대박! 저도 주소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2 11:4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 문학동네에서는 해마다 연말 결산 리뷰대회 같은 거 했는데요, 1등 상금이 100만원이었습니다. 글은 이거.... 존 치버를 더 깊게 만나게 되시길~!!

https://blog.aladin.co.kr/socker/9796068

망고 2024-02-22 12:02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편지를 읽고 울었읍니다 엉엉엉
 


아빠가 이 책을 도서관에서 큰글자책으로 빌려 읽으시고는 나도 읽어 보라고 주셨다ㅋㅋㅋㅋㅋ

도서관에 큰글자책 있는 건 봤지만 이렇게 실물로 내 손에 잡고 읽기는 처음이다ㅋㅋㅋㅋㅋ

책이 대빵 크네. 글씨도 큼직큼직 동화책 같당.

얇고 커서 사극에 나오는 서당에 들고 다니는 책 같기도 하고 재밌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소설 내용은 심.각.ㅠㅠ





얼마전에 했던 미식축구 하프타임쇼를 봤다. 미식축구는 몰라도 이거는 꼭 챙겨 본다. 재밌으니까!

이번엔 어셔가 나오셨네. 거기에 앨리샤 키스도 같이 듀엣하고ㅜㅜ 

어셔는 관심 없어도 앨리샤 키스는 내가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에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오랜만에 씨디를 찾아냈다ㅋㅋㅋㅋ 한 10년만에 꺼내보는 거 같다.

노래 잘 만들고 잘 하고 예뻐서 많이 좋아했었지.

오랜만에 들어보자. 크흐 이 앨범 듣던 추억이 막ㅋㅋㅋㅋㅋㅋㅋ





1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노래 Fallin'




 




지난 가을 마당에 구근들을 심고 낙엽을 잔뜩 덮어 놨었다. 

이번에 낙엽을 살짝 들춰보니 이런 새싹이 돋아 났던데.... 얘네도 튤립인가?

뭘 심었는지 표시를 안 해 놓고 막 심어서ㅋㅋㅋ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암튼 귀엽구만.

땅은 벌써 깨어나기 시작했다. 새싹들이 뾰족뾰족 올라온다. 

이런거 보면 지구온난화가 확실하다.

몇년 전까진 내가 사는 이 추운 지역의 2월에 이런 싹이 올라오리라고 생각 못 했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새싹을 보니 지구 걱정 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크긴 하다. 

봄이 오는 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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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2-19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님>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어려웠다는 것만 생각나고...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싹들, 칭찬해주고 싶네요!!

망고 2024-02-19 17:41   좋아요 0 | URL
˝손님˝ 다 읽었는데...너무 읽기 힘들었어요 한 마을 모두 친한 사이였다가 서로 죽이는...우리나라 역사가 참...ㅠㅠ
저도 새싹 보면서 예쁘다 하고 칭찬해 줬어요 앞으로 얼지 말고 쑥쑥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알려진 세계 - 2004년 퓰리처상 수상작
에드워드 P. 존스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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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노예제도가 서슬 퍼런 기세를 뻗치고 있었던 1850년대 버지니아 주 안에 작가가 만든 가상의 지역 맨체스터 카운티가 배경이다. 배경만 들어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딱 감이 오지 않는가? 인종차별, 백인이 흑인 노예에게 잔인하게 행하는 폭력, 흑인 노예의 비참한 삶 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두운 역사를 이 소설은 아프게 다시 한 번 보여 줄 거라고 나는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소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예상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33명의 흑인 노예를 소유하고 큰 농장을 가지고 있던 31세의 헨리 타운센드가 죽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헨리의 아내 캘도니아는 남편이 죽자 노예들과 농장 관리를 맡게 되었고 캘도니아의 어머니 모드 뉴먼은 마음 약한 캘도니아가 유산이자 재산인 노예들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 할 까봐 걱정을 한다. 캘도니아의 시부모이자 헨리의 부모인 오거스터스와 밀드레드는 흑인 노예를 거느리던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아들 부부가 살던 좋은 집을 놔두고 흑인 노예 거주지에서 잠을 잔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들 모두는 다 흑인이다. 그러니까 흑인 부모가 낳은 흑인인 헨리는 흑인인 캘도니아와 결혼했고 33명의 흑인 노예를 소유하고 있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흑인이 흑인 노예를 소유하는 일이?

나는 초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 소설을 흑인 작가가 쓰지 않았다면 많은 논란에 휩싸였을 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백인의 잘못을 덜기 위해서 흑인도 흑인 노예를 소유 했던 적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갈수록 나의 혼란은 점점 가라앉고 작가가 이런 세계를 다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시작했다. 흑인이 흑인 노예를 소유했다는 당시의 기록이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서 이게 역사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 보였다는 거다. 중요한 점은 노예제도라는 시스템이 굴러가는 세계에서 사회 계급의 맨 끄트머리를 흑인 노예가 담당하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를 이 소설은 다루고 있었다. 인종 문제를 포함해서 더 넓게는 사회 계급과 인간의 문제까지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 할 수 있다고 법으로 정해진 사회에서는 남편이 부인을 소유할 수 있고 아들을 사올 수도 있다. 오거스터스 타운센드는 자기 자신을 백인 노예주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서 해방 노예가 되었다. 아직 부인 밀드레드와 아들 헨리는 노예인 상태라 오거스터스는 돈을 벌어서 일단 부인만 주인에게서 사와서 자신의 노예로 서류에 올린다. 그리고 열심히 돈을 벌어 몇 년 후 아들 헨리도 사와서 드디어 자신의 노예로 서류에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한 가족이 서류상으로는 가족이 아니라 오거스터스와 그의 재산인 노예들로 기입되어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기가 찰 세상이지 않은가? 이후 헨리는 쭉 자신의 아버지 재산으로 서류에 올라있게 되는데, 이는 노예가 해방되면 자신이 노예로 있던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법 때문이었다. 헨리를 해방하면 헨리는 가족이 있는 맨체스터 카운티에서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헨리 타운센드는 이러한 세계에서 성공을 꿈꾼다. 이 세계에서 성공이란 부를 얻고 노예를 거느리는 삶이다. 어릴 때부터 헨리를 귀여워했던 백인 주인 윌리엄 로빈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땅을 사고 흑인 노예 모지스를 사들인다. 노예의 노동력은 헨리를 점점 부유하게 했고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노예를 사들일 수 있게 했다.

그러면 헨리는 정말로 이 노예 제도가 지탱하는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이었을까?

흑인 노예를 거느리고 넓은 땅의 주인이었지만 헨리는 여전히 흑인이라는 정체성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그 당시 시스템 안에서 흑인이라는 정체성은 노예를 뜻했다. 실제로 헨리는 서류상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노예이기도 했고, 현실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전 백인 주인 윌리엄의 비호아래에 놓여있었다. 결코 부를 가졌다고 해서 완벽한 자유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윌리엄이 죽기라도 해서 세상에 없다면 헨리는 길을 가다가 밉보인 백인에 의해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세상에 살고 있던 것이다.

오랫동안 자유인으로 살고 있던 헨리의 아버지 오거스터스가 언젠가 평소 그를 질투했던 순찰 대원에게 잡혀서 노예로 팔려갔듯이 말이다.

이 소설 속에는 헨리 같이 흑인이면서도 흑인 노예를 소유 하고 있는 부유한 흑인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백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 또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예제도에서 벗어나거나 반항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적극 이용해서 결국 제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데 이바지 하는 흑인 계층이 만들어 졌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면 백인들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거스터스의 실종 신고가 조용히 묻히게 되듯이.

 

 

흑인 노예주의 삶도 까딱하면 불안해 질 수 있는데 흑인 노예의 삶이란 어떻겠는가?

이 소설은 헨리가 소유하고 있던 흑인 노예들의 삶을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건조하게 벌어진 사건들만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대부분이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여기저기 팔려 다니다가 헨리의 농장까지 온 사연들이다. 몸이 축나는지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밭에서 죽는 고아 소년의 사연도 나오고 도망치다가 잡혀서 귀가 잘리는 노예의 사연도 나오고 노새에게 걷어 차여서 머리를 다쳐 미쳐버린 노예의 사연,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팔리길 원했지만 결국 찢어져서 팔리고 오열하는 노예의 사연도 있다.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이고 재산이라 그들에게도 헤어질 수 없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사고 팔리는 과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물건을 떼다 팔 듯 튼튼한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이정도면 가성비가 괜찮은지를 따질 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이렇게 글로 읽으니 인간에게 값이 매겨진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하던지......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팔 수 있게 법으로 보호 받고 있는 사회에서는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왜곡된 인식이 사회의 바탕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노예뿐만 아니라 그것에 동조하는 인간들 까지도 모두 제대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인간을 일상적으로 주종의 관계로 나누는 사회에서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카운티의 최고 부호이자 노예를 100명이상 소유하고 있는 윌리엄 로빈스는 자신의 노예를 부인보다 더 사랑해서 거의 부부처럼 지내면서 자식도 낳았다. 물론 자식들은 흑인이다. 윌리엄은 노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노예의 입장에서 윌리엄은 달아나고 싶은 존재였다. 아무리 몇십 년간을 부부같이 지냈다고 해도 그 둘의 관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카운티의 보안관 존 스키핑턴은 개인적으로는 노예제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보안관으로서 노예제를 공고히 지키기 위해 일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에게는 사촌이 결혼 선물로 준 미너바라는 어린 소녀 노예가 있었다. 스키핑턴 부부는 미너바를 딸처럼 키웠다. 그러나 정작 미너바는 기회가 오자 스키핑턴 가족으로부터 도망친다. 미너바의 입장에서는 주인 부부가 자신을 딸처럼 여긴다고 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말투, 의식하지 않고 쓰는 그 단어들에서 그녀를 노예 취급하는 의식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결코 부모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이토록 노예제도가 버티고 있는 비인간적인 사회에서는 사랑도 선의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이 소설은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사람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며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한 인물에 대해 현재를 묘사하고 있으면 갑자기 과거와 미래의 서술이 끼어든다. 한 문단 안에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서술 방식에 적응이 좀 필요했다. 빨리 읽어 나갈 수 없어서 조금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노예제도가 있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지금도 인종 차별이 심하지만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이 세트로 묶여 있는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어떠했을지 아프게 느끼기도 했다

이 소설은 인간의 감정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당시에 그랬을 거 같은 사실 같은 상황과 사건을 나열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가는 독자의 몫이었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만 봐라 하는 식. 이런 스타일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로 작가 에드워드 P. 존스는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장편 소설 소식은 20년째 없다고...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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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감이 오지 않는가... 네 오지 않습니다.
망고 님 영특하시네요.

망고 2024-02-15 13:37   좋아요 1 | URL
내 영특함의 불편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제목은 "Tell Me Everything" 이고 표지는 저렇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신작 올해 8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나는 지금 금방 아마존에 들어갔다가 알게되었다. 

역시 루시 바턴 이야기이고 밥 버지스와 올리브 키터리지도 나온다고 한다.

"바닷가 루시"에서 밥 버지스와 좋은 산책 친구로 지냈는데 이번 신작에선 아마도 사랑에 빠지는 듯? 그럴거 같다고 예상은 했지만~

루시가 드디어 올리브 키터리지랑 만나서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도 한다.

동네에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이미 책 다 나온거 같은데 왜 8월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무튼 올해 가을쯤이면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을 읽으며 보내겠구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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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2-07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

망고 2024-02-07 19:38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이 반길 소식이라는거 예상했습니다ㅎㅎ

단발머리 2024-02-07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망고님~~ 스트라우트 신간 어떻게 아셨나요? @@
밥 버지스와 사랑에 빠지는 걸 저는 반대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신간 소식 반가운데 당최 무슨 일일까요?

망고 2024-02-07 19:42   좋아요 1 | URL
아마존에서 책 검색하다가 알게되었어요 8월에 나오는데 벌써부터 프리오더 받더라고요 워낙 인기 작가라 이런식으로 마케팅하는 건지...ㅋㅋㅋ 밥 버지스와 사랑에 빠지는건 책 소개보고 제가 한 추측이라 확실하지 않아요 근데 ˝바닷가 루시˝에서 둘이 붙어다니는거 보면 뭔일 생길거 같았거든요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02-07 19:46   좋아요 1 | URL
저는 <Lucy by the sea>에서 간신히 윌리엄을 끌어안았는데 말이지요ㅠㅠ 밥과의 사이가 심상치 않기는 했습니다.
그 뭔일이랑 뭔일일까요? 🤔

망고 2024-02-07 19:53   좋아요 1 | URL
이번 소설은 밥 버지스가 많이 나오려나봐요 살인사건 변호를 맡는다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루시와 밥 버지스 이야기가 펼쳐질거 같아요^^

독서괭 2024-02-08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올 하반기에는 루시바턴을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망고 2024-02-08 13:24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아직 안읽으셨나요? 꼭 만나보세요 너무 좋은 소설입니다ㅠㅠ

은오 2024-02-08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루시바턴은 읽었는데 <오,윌리엄>을 사두고 아직 안읽었어요!! 겨울 다 가기 전에 읽어야겠습니다. ㅋㅋㅋㅋ

망고 2024-02-08 14:49   좋아요 1 | URL
스트라우트는 루시 바턴에 대한 애정이 참 큰거 같습니다. 벌써 루시 중심으로 쓴 책이 신작까지 하면 4권? 루시가 잠깐 등장하는 것까지 합하면 5권?크흐~ ˝오 윌리엄˝ 정말 좋습니다. 은오님 얼른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