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아마 코로나 때일 것 같은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Abide With Me"를 읽었다. 이 책은 스트라우트의 비교적 초기 소설인데 번역이 안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원서로 읽었다. 근데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안 나왔다.
아무튼 요즘 안 읽고 쌓아 놓은 책이 많은데도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두 다 놓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거다. 사실 나 이 책 읽고 마지막에 눈물 찔끔 흘리기도 했는데, 그런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은 걸까?
아무쪼록 책태기가 왔을 땐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근데 이왕 다시 읽을 거 그냥 읽지 말고 기록도 해 보자 싶은 거다.
근데 또 이렇게 마음만 먹었지 하다가 귀찮으면 안 하고 그냥 읽고 끝낼 수도 있다. 뭐든지 “하겠다”하고 질러 놓으면 하기 싫어지는 성향이 또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이제 주말에 읽었던 챕터 1을 정리를 해 보겠다 이거다. 정리가 모야 그냥 해석이지 모.
챕터 1은 짧으니까

소설의 첫 문장은 샙어낙 강 북쪽 마을에 어떤 목사가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라는 약간 옛날 이야기 들려주는 톤으로 시작한다. 목사의 이름은 타일러 캐스키. 이 목사의 이야기가 강 아래 위 마을에서 회자되었고 원래의 이야기에 많은 변형이 일어나면서 오랫동안 멀리까지 전해졌는데 대체 목사에 대한 무슨 이야기 길래 소문이 계속 퍼져 나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궁금하지 독자들아 하는 투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1959년 겨울의 마지막 몇 달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하고 아직까지 웨스트 아넷(스트라우트 팬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지명이다)에는 그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는 노인들이 몇몇 살고 있다고.
당시 캐스키 목사에게는 딸이 두 명 있었는데 첫째 딸 하고만 같이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둘째 딸은 완전 애기여서 아빠 혼자 돌볼 수가 없었기 때문. 캐스키 목사는 왜 혼자 남았을까? 아직 안 가르쳐줌.
아무튼 애기 딸은 캐스키 목사의 어머니가 데리고 가서 길러 주는 모양인데 이 어머니가 사는 곳은 셜리 폴스(여기도 스트라우트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곳)다. 셜리 폴스도 그렇게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크고 튼튼한 건물들도 몇 있었는데 타일러가 살고 있는 웨스트 아넷은 거기보다 더 촌이라서 아무리 가도 가도 들판이랑 농장, 띄엄띄엄 있는 농가 밖에 안 나오는 곳이다. 그 농가에 타일러 캐스키 목사랑 첫째 딸 캐서린이 살고 있었다.
그러면 목사가 살고 있는 집 그러니까 목사관은 어떤 곳이냐 하면, 약 백 년 전에 조슈아 로크의 가족이 세우고 농사도 짓던 곳이었다. 근데 대공황이 끝날 무렵 이곳에 살던 로크 일가도 그만 몰락해 버려서 유일한 상속자인 칼 로크만이 살게 되었다. 칼 로크라는 사람은 좀 괴팍한 사람이었는데 마을에 잘 나오지도 않고 집에 누가 찾아오면 라이플 총을 들고 손님을 맞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아무튼 은둔해서 살던 칼 로크가 죽을 때는 집과 헛간과 땅을 몽땅 회중파 교회에 기증하고 죽었단다. 교회도 안 나오던 사람인데 말이다.
웨스트 아넷의 회중파 교회는 작은 마을에 유일하게 세워진 하나 뿐인 교회고 재정 상태도 넉넉하지 않은 게 당연했는데, 마침 오랫동안 있던 스미스 목사가 은퇴를 하고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는 스미스 목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교회 땅을 팔아먹기 시작한다. 메인 스트리트에 있던 목사관을 아주 좋은 값에 치과의사에게 팔았더니 새로 올 목사가 살 집이 없네. 그렇다면 저 시골에 있던 로크가 기증한 농가에 살게 하면 되지 라고 결정하고 목사 추천을 받게 되었다.
바로 타일러 캐스키가 적당한 인물이라고 선정된다. 왜냐하면 타일러는 젊었고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에 성격도 쾌활했지만 무엇보다도 돈 관련 얘기가 나오면 불편해 하는 기색을 풍겼다는 게 가장 제격인 요소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시골 가서 살라고 해도 아무 말도 안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이런 예상은 아주 잘 들어맞았는데 지금까지 목사가 그곳에서 6년을 살았지만 별다른 불평이 없었던 거다. 그저 거실과 다이닝 룸을 핑크색으로 칠하면 안 될까요? 하고 허락을 구한 게 6년 동안 집 관련으로 말한 전부였다고.
집을 고치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거나 하질 않았으니 이 농장 주택은 처음의 지은 그대로 낡은 상태로 남아 있게 되었는데 그래도 자세히 보면 집 외관이 꽤나 단정하고 대칭이 잘 이루어져서 지은 사람의 훌륭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낡아서 난간도 부러지고 그러는데 좀 고치며 살지 싶었다.
이야기는 10월 초에 시작된다. 높고 파란 하늘 강렬한 햇빛이 쨍쨍하고 나뭇잎들은 색이 변하고 목사관을 둘러싼 들판들은 황금빛으로 물든 전형적인 가을날.
그 때가 어느 때냐 하면 소련이 위성을 쏘아 올려서 미국을 감시 하고 있다는 등 하던 시기였고, 후르시초프가 미국을 방문해 있는 상태인데 암살이라도 당하면 전쟁이 날 거고, 소련이 미사일을 쏘면 어디까지가 안전한가 뭐 이런 흉흉한 이야기들이 나오던 시기였다. 웨스트 아넷에서도 방공호를 만든 3 가족이 있었다.
어쨌든 이런 시기에 이 날은 아주 아름다운 날이었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었는데 사실 캐스키 목사는 아침에 늘 산책을 하면서 교회 까지 걸어서 가곤 했고 가면서 만나는 교인들과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오늘은 집 서재에 앉아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딸 캐서린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선생님인 잉거솔 부인이 캐서린에 대해서 의논할 게 있으니 오후에 학교로 와 달라는 전화였다.
목사는 갑자기 받은 전화로 마음이 무겁겠지. 가만히 서재에 앉아 있으려니 쇄골 뼈가 콕콕 쑤시는 고통이 느껴지는데... 사실 목사는 최근에 슬픈 일을 겪었고 이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남들이 아는 것 보다 훨씬 더 지쳐있는 상태였다.
지금의 목사관 서재는 칼 로크의 침실이었고 칼 로크는 성격도 고약했지만 더럽기까지 했는데 목사의 부인은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방에서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목사는 마당 풍경이 잘 보이는 이 방을 좋아했다.
여기서 이번 주일 설교문을 쓰려고 하는데 설교 제목은 “개인적 허영의 위험” 이라고 하려고 한다. 왜? 요즘 교회에서는 새 오르간을 사는 문제로 말썽이 일려고 하고 있던 참이다. 오르간 연주자 도리스 오스틴은 당연히 오르간을 사야한다는 입장이고 또 반대 입장들도 있는데 여차 하면 이 작은 마을 유일한 교회에서 싸움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캐스키 목사는 반대 하는 입장이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고 설교로 자신의 반대 입장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설교 제목이 저렇게 되는 것.
그렇게 오늘 아침 목사는 다시 설교문을 써보려고 하는데, vanity가 허영 이라는 뜻과 헛됨 이라는 뜻 모두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보니 내 생각에 허영이 결국 헛됨이라고 설교하려는 의미인 듯했다.
이날 캐스키는 전도서의 ‘태양 아래에서 모든 것은 헛되도다’라는 구절을 적는다. vanity가 허영과 헛됨 두 가지 뜻이라는 점 때문에 이 부분 해석이 쫌 어려웠음.
어쨌든 전도서에 태양 아래에서 헛되다는 구절도 있지만 태양 위에서 신의 관점에서 보면 삶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구절도 있다고. 하지만 캐스키 목사는 신의 선물인 삶에 대한 구절은 패스한다. 왜 그럴까? 캐스키 목사는 이제 삶이 신의 선물이라는 믿음이 없어진 건가?
다시 캐스키 목사의 생각은 딸 캐서린에게로 흐르고. 불현 듯 캐서린을 생각하자 ‘짊어질 십자가’ 라는 단어가 스쳐지나 가는데. 안돼! 캐서린은 신이 내린 선물이지 짊어질 십자가가 아니다 라고 훠이 훠이 생각을 날려버린다. 그래도 일단 캐서린을 부담이라고 생각한 건 맞잖아? 점점 타일러 캐스키 목사 수상한걸?
그런데 그때 자신의 셔츠 소매 단이 다 헤어진 걸 본다. 이걸 왜 알아차리지 못 했을까?
이 정도로 소매가 낡아 있으면 아내라면 가지고 가서 소매를 반으로 자르고 자기가 입고 다닐 텐데 하고 또 생각에 잠긴다.
아내는 발 없는 발레 타이즈 위에 타일러의 커다란 셔츠를 입고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때가 1950년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파격적인 패션이긴 하다. 물론 집에서 그러고 다녔지만.
그러면 캐스키는 그런 부인을 보고 목사 사모가 그러고 다니면 목사 잘릴지도 몰라 라고 농담을 던지곤 했었다고. 하지만 부인은 이렇게 입는 게 자신을 자유롭게 해준다며 목사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목사의 부인이 이 집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었다. 이 집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교회의 소유였으니까.
겨우 목사가 페인트를 자비로 사서 바른다고 하자 교회에서 색깔을 칠하는 걸 허락해 줬는데 그때 목사의 부인은 핑크색으로 다 칠해 버릴 거라며 좋아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캐스키는 드디어 서재를 나간다. 해치 부인을 부르면서.
해치 부인이 누구냐면 목사관 가정부다. 키가 커서 캐스키 목사랑 눈높이가 비슷할 정도고, 광대가 높고 넓었으며 눈썹이 짙고 머리카락은 부드러운 갈색이다 . 해치 부인의 가계에 인디언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얼굴을 보면 과연 맞는 것 같기도 하단다.
목사가 해치 부인을 부르며 손목을 들어 올리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묻는다. 이 부분 뭔가... 뭔가... 목사가 좀 끼를 부리네? 싶은 장면이었는데
소매가 헤어졌다고 말하는 대신에 손목을 폴짝 들어 올려서는 귀여운 척 하는 거야 뭐야? 싶은 장면인데 목사의 이런 점이 그의 성격의 큰 특징이라고 서술된다.
언제나 자신을 잘 통제하고 완전히 순응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평소의 타일러 캐스키가 어느 순간엔 갑자기 순진한 표정으로 당혹스러운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캐스키 목사의 행동이 여성 교인들에게는 물론이고 일부 남성들에게 까지도 목사를 한순간 연약한 사람으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연예인 좋아할 때도 멋진 모습 뿐만 아니라 갑자기 불쑥 나오는 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이 꺅꺅 거리듯이. 캐스키 목사한테도 그런 성향이 있고 그래서 교인들한테 인기를 얻고 있었다고. 이런 점들은 자신이 의식하고 하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행동인데, 타일러 캐스키가 그런 모양이다.
아무튼 손을 폴짝 들고 내 소매 어떻게 해요? 하는 목사에게 해치 부인은 셔츠를 사셔야 한다고 말해준다. 타일러는 내심 좋아한다. 세상에 쇼핑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아무튼 그래서 셔츠를 사러 가려는데 웨스트 아넷으로 갔다가는 교인들을 잔뜩 마주칠 거고 그러면 허영에 대해 설교를 할 때 말빨이 안 설 것 같기도 하고 교인들 만나기도 싫고 해서 멀리 홀리웰이라는 곳으로 쇼핑을 나간다.
목사관에 혼자 남은 코니 해치는 집안일을 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한데, 목사에게 점심을 와서 먹을 거냐 물어보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멀리 나갔으니 먹고 오겠지 싶으면서도 아니면 어쩌지 싶고. 코니의 머릿속은 마치 지지직 거리는 TV화면 같다고. 학교 다닐때는 늘 성적이 바닥이었고 머리를 좀 쓰라고 선생님한테 핀잔을 듣곤 했다.
지금은 마흔 여섯 살이고 아이를 낳기를 바랬으나 낳지 못 했다. 코니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데 그런 것들이 밤에 잠드는 일을 방해한다. 에이드리안 해치가 남편이고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요양원에서도 일했다.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으며 지금은 목사관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가장 좋아했던 남동생이 한국전에서 죽자 그 이후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고. 코니의 삶이 참 고생스러웠겠구나 싶다.
셔츠를 사러 간 캐스키 목사는 이 아름다운 날씨에 ‘그 느낌(The Feeling)'이 찾아오는 순간을 생각한다. 한때는 처진 버드나무 가지를 스치는 빛 한 줄기, 풀을 휘게 하는 산들바람 한 줄기,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 한 움큼. 이런 것들을 보며 하나님이 바로 그곳에 계시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지금은 그 느낌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어두운 동굴이 있고 이런 것과 함께 산다면 하나님이 그곳에 있다는 황홀한 순간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고백한다.
대체 타일러 캐스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셔츠 가게 앞에 내려서는 길을 건너려 하는데 마침 도리스 오스틴이 거기 서 있다. 아, 정말 교인들 안 만나려고 이 먼 곳 까지 왔건만... 그래서 목사는 도리스를 피해 얼른 셔츠 가게가 아닌 바로 앞의 약국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도리스도 따라 들어온다.
쓸데없는 약을 사고는 나오는데 도리스도 같이 나온다.
도리스를 보니 목사가 또 회상에 잠긴다.
지난주 예배 후에 목사는 도리스에게 이 마을에 중요한 사람이라고 덕분에 훌륭한 음악을 듣는다며 칭찬을 했었다. 사실 교인들은 도리스가 성찬식 마다 솔로를 부르는 걸 굉장히 우스워하고 뒤에서 비웃곤 했었다. 도리스가 몸을 막 흔들면서 약간 좀 민망하게 노래를 부르기는 하나보다. 어린 학생들은 대놓고 키득키득 웃기도 한다니까. 목사도 도리스가 노래를 하면 교인들의 표정을 보기가 괴로워 눈을 감고 명상하는 척 한다고 까지 한다. 이 부분 좀 웃겼다.
아무튼 그런데 지난주에는 도리스가 부르는 울부짖는 듯 한 노래가 내면의 절박함이 비명으로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목사가 도리스를 보고 위로 차원에서 칭찬을 했던 것이었다.
그때 도리스는 눈물을 머금고 감동 받아했는데 또 이런 건 목사가 보기에 버거워서 도리스를 칭찬할 때는 계속 움직여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칭찬 하고나서 감사 인사 받지 않고 재빨리 움직이기?ㅋㅋㅋㅋ
타일러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걸 좋아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의 직업이 목사인데.
그런데 타일러의 이런 성향은 그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었나 보다. 타일러의 어린 시절, 매일 밤 그의 아버지는 말했다. ‘타일러, 언제나 사려 깊게 행동해라.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훌륭하십니다 아버님! 이런 교육을 받은 탓에 타일러는 목사가 된 듯하다.
하지만 타일러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을 칭찬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수록,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 또한 커졌다고.
지금 목사는 도리스에게 돌연 작별인사를 하고 셔츠 가게로 들어가 버린다. 도리스는 목사를 만나서 반가운데 이런 식이면 황당했겠지? 다음에 목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릴지도?
아무튼 그렇게 캐스키 목사의 셔츠 쇼핑은 마무리 된다.
타일러 캐스키의 첫째 딸 캐서린은 다섯 살이고 1년 좀 넘게 말이 없다. 말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말을 안 하고 있다.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지저분하고 유치원에 가서도 친구랑 놀지 못 한다. 말이 안 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이지만 침만 모이고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다가 선생님 앞에서 비명을 지르곤 한다.
타일러는 그런 딸을 보고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도 같다. 딸한테 다정하게 질문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내버려 둔다. 스스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데, 1년이나 이 상태인데 너무 태평한 아빠가 아닌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선생님이 캐스키를 학교로 부른 것이다.
잉거솔 부인은 목사에게 캐서린의 문제를 말하고 비명을 지르는 게 집에서는 아니고 학교에서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캐서린을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 심리 상담을 받게 해야 한다고 캐스키 목사에게 말하는데, 목사는 심리 상담 받는 것에 반대를 하며 내 딸을 심리학자의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선생님과 상담을 마치고 돌아온 캐스키 목사.
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식하게 된 참담한 아버지의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부인을 생각한다. 1년 전에 부인이 했던 마지막 말을 “당신은 정말 겁쟁이야!”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궁금하지만 아직은 챕터 1이라 궁금한 채로 남겨두고.
캐스키 목사가 목사관으로 들어와 코니 해치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다.
타일러가 코니와 눈을 마주치자 마자 찰나의 순간에 서로 영혼의 공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드는데... 이게 바로 이심전심인가...
그래서 둘은 눈으로 이렇게 대화한다.
It's a sad world, the housekeeper's eyes seemed to say. And I'm sorry.
The minister's eyes said, It is a sad world, isn't it. I'm sorry, too.
(모두 쉬운 단어이니 해석은 알아서ㅋㅋㅋㅋ)
이렇게 여운을 남기며 챕터 1이 끝난다.
챕터 2는 언제 정리할지 모르겠다. 그냥 읽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내용을 너무 세세하게 썼나보닼ㅋㅋㅋ 그래서 앞으로는 점점 더 대충대충 짧게짧게 쓰게 될지도 모르겠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