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쿠폰을 쓰기 위해서 알라딘 중고를 뒤지다가 하드커버에 원서고 책값도 싸서 그냥 심심할 때 영어 공부삼아 읽으려고 별 정보도 없이 산 책이다. 초반을 잠깐 읽다가 내용이 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덮어 놓고 있었는데 요 며칠 다른 책에 집중이 잘 안되던 차에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루시는 어릴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다 잃고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 루엘런의 집에서 자랐다. 21살인 루시는 여전히 루엘런과 함께 살고 있고 도시의 대학을 가기 위해 월마트와 바에서 투잡을 뛰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 어느날 바에서 밤에 서빙을 하다가 동네 컨트리음악 밴드의 만돌린 연주자 젭타와 한순간 눈이 맞아서 같이 자게 된다. 하지만 그 하룻밤이 루시의 발목을 잡아버린다. 임신을 해버린 것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짐을 다 싸놓고 앞으로 할 일을 착착 계획해 놓았는데 덜컥 임신을 하다니

루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미국의 보수적인 남부 시골마을. 낙태반대 목소리가 커서 고등학생이 임신을 해서 낙태를 해도 비난을 받고 심지어 또래들한테까지 손가락질 받는 동네다. 루시에게는 낙태를 한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동네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루시 자체의 성향도 낙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루시는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로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가족이 절실했고 아이를 낳아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아이가 바로 젭타의 아이라는 사실. 젭타 테일러의 가족은 동네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젭타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고 테일러 성을 가진 사람들은 대대로 자잘한 범죄에 연루되어왔던 동네의 골칫거리였다. 젭타도 20대 초반에 벌써 알콜 중독자였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져본 적도 없고 매일 술을 퍼 마시는 청춘이었다. 아무도 젭타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고 늘 실망시키고 일을 망치는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루시의 임신을 알게 된 젭타는 어릴 때부터 루시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회로 루시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한다. 술을 끊고 루시에게 청혼을 하는데... 루시는 처음에는 젭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젭타가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서 결국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초반 몇 달은 젭타가 술도 안 마시고 직업을 갖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돈에 쪼들리지만 그래도 행복한 가족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젭타의 알콜 중독은 고칠 수가 없었다. 젭타에게 술을 마셔야할 외부적인 요인이 생겨 마음의 동요가 일면 그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젭타는 다시 술을 마신다.

루시는 술먹으러 나간 남편 없이 아기도 혼자 낳게 되는 상황에 처했지만 계속해서 젭타에게 기회를 준다. 루시는 가족을 만든다는 집착을 버릴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계속 젭타는 실망을 안겨주면서 참 답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술 취한 젭타가 총을 다루는데 실수해서 아기가 죽는 엄청난 비극이 벌어지고.......가족은 파탄이 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아주 내가 싫어하는 요소들이 몽땅 다 들어가 있는 소설이었다.

답답하고 답답하고 답답하다가 슬퍼지는 이야기. 루시가 하는 선택들 때문에 답답했고 술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는 젭타는 너무 읽고 있으면 짜증이 났다. ...답답해. 계속해서 반복되는 패턴. 용서하고 망치고 용서하고 망치고...

게다가 이 소설은 어디선가 많이 보던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굳이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나마 루시가 결국 옳은 선택을 할 거라는 희망 때문에 계속 읽어나갔다. 하지만...루시는 끝까지 답답했고......

작가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참신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문장도 별로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Jeptha라는 이름. 성경에 나오는 입다라는 인물이라며? 경솔하게 행동해서 결국 자기 딸을 제물로 바치게 된. 이름이 복선이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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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22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 집즁이 안 되어서 영어 원서를 읽는 고양이🙀

망고 2024-03-22 06:58   좋아요 0 | URL
원서 읽을땐 아무 생각 없이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어서 조크든요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22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오 리뷰만 읽어도 너무 답답하네요😭
근데 넘나 현실적… ㅜㅜ

망고 2024-03-22 07:03   좋아요 1 | URL
남편이 술먹고 사고치고 부인이 그래도 사람은 괜찮으니 나아지겠지 꾸역꾸역 살고...이 패턴이 반복되는데...어쩌면 현실적이기도 한데, 이 주인공들이 20대 극초반이라 더 안타까웠어요ㅠㅠ

다락방 2024-03-22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 책 읽으면 너무 답답해서 엄청 욕하는 페이퍼 쓰게 될 것 같네요. 끝까지 다 읽으신건가요? 끝에도 전혀 희망이 없나요? ㅜㅜ

망고 2024-03-22 11:17   좋아요 0 | URL
다 읽었는데 끝은 엄청난 비극ㅠㅠ 남편이 사냥가서 술먹고 와서는 총가지고 자기 가족들이랑 싸우다가 총이 잘못 발사되는 바람에 집에 있던 아기가 죽어요ㅠㅠ결국 남편은 감옥가고 루시는 몇년 후 겨우 슬픔에서 나와서 대학가려고 동네를 떠나는 것으로 끝! 이렇게 될때까지 루시가 남편한테 계속 기회를 주는데...정말 화딱지가 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