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160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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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혐오스럽다고 버림받고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 세상에 다가가지만 배척당해서 점점 증오로 악마가 된 괴물, 미치광이 과학자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한 사람이었던 프랑켄슈타인. 공포소설인 줄 알았는데 탁월한 심리묘사,아름다운 문장이 감동이었다. 역시 원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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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1-22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죠잉? 영화 속 빅터 너무……🤣

망고 2025-11-22 23:16   좋아요 0 | URL
영화 속 빅터는 정말 인간미가 없었어요 전혀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니고! 영화만 보고 소설 안 읽었으면 완전 오해할뻔😡

Falstaff 2025-11-22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네스 브레너의 <프랑켄슈타인>이 원작하고 제일 가깝더라고요. 드니로의 괴물도 좋았던 기억인데 벌써 몇 년 전이라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
제 의견으로 이번 댈 토로의 영화는 완전 망작인 걸로....

망고 2025-11-22 23:19   좋아요 0 | URL
저는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접한게 이번 영화였어요😅 영화보고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소설 읽었더니 소설이 훨씬 좋았어요 저도 망작이란 말씀에 살포시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25-11-22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는 한 편도 안 봤지만 결론은 망고님과 같은 걸로 주문할게요.
역시 원작이 최고다! 👍

망고 2025-11-22 23:35   좋아요 1 | URL
영화가 싫었던게 또 너무 징그럽고 잔인한 화면이 길게 나와서 두번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들었어요ㅠㅠ 원작에선 그런 설명이 거의 없던데 말이죠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앤 브론테 지음, 손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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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들 중 막내인 앤 브론테의 소설은 처음이다. 셋째 이지만 위의 두 언니가 어린나이에 죽어서 실질적으로 장녀가 된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그 동생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고 나도 어릴 때 아주 재밌게 읽었다. 사실 브론테 자매라고 하면 나는 샬롯과 에밀리 브론테 둘만 있는 줄 알기도 했다. 막내인 앤 브론테는 두 언니들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뒤의 해설을 읽어보니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출간되자 두 언니들의 작품을 뛰어넘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끈 소설이었지만 평론가들은 여성은 읽지 말라고 경고할 만큼 위험한 소설로 분류되기도 했다고 한다. 읽어보니 그럴 법도 한 게 그때가 빅토리아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 급진적인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참한 결혼 생활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 소설이 최초의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도 당연해 보였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황량한 와일드펠 저택에 그레이엄 부인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과부가 5살 난 아들 아서와 이사를 와서 세 들어 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엄 부인에게 호기심을 보이지만 부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 않고 이웃과 교류도 잘 하지 않은 채 은둔해서 살아간다. 생계는 직접 그린 그림을 팔아서 해결한다고 한다.

이웃의 총각 길버트 마컴은 그레이엄 부인을 보고 반하게 되고 호감을 표현 하며 책도 빌려 주고, 아들 아서와 놀아주기도 하고, 그레이엄 부인이 그린 그림에 진정한 찬사도 보내면서 점점 친해진다.

그러던 중 마을 사교계에서는 그레이엄 부인에 대한 소문들이 솔솔 피어오른다. 와일드펠 저택의 주인인 로런스가 몰래 그 집을 드나들며 그레이엄 부인과 만나고 다니고 어린 아들 아서가 사실은 로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라는 거다. 이 소문을 듣고 길버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했으나 어느 날 그레이엄 부인과 로런스가 만나는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소문을 믿게 된다. 분노에 휩싸인 길버트는 친구인 로런스를 갑자기 때리고(욱 하는 성격인 듯?) 그레이엄 부인에게 따지고 드는데, 그레이엄 부인은 이 모든 소문이 다 오해라며 길버트에게 자신이 처녀시절부터 써오던 일기를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한다.

 

 

그 일기에는 그레이엄 부인, 아니 헬렌이 겪은 모든 일들이 담겨 있었다.

처음 사교계에 진출해서 남편인 아서를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헬렌의 보호자인 이모는 아서가 좋은 남편감이 아니라며 반대를 했다. 하지만 헬렌은 사랑에 눈이 멀어 아서의 잘못 된 점을 자신이 고쳐줄 수 있다며 결혼을 강행한다. 나쁜 남자에 빠진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 고쳐 쓸 수 있다고, 자신이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게 어쩜 이렇게 똑같은가...

결혼하자마자 신혼여행을 갔을 때부터 이 결혼 뭔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왔지만 신혼 때는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그에게 맞춰 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남편 아서는 조만간 헬렌에게 싫증을 내고 총각 시절부터 알고 지내며 시시덕거렸던, 헬렌과도 아는 사이인 친구의 사촌과 바람을 피운다. 헬렌이 남편을 추궁하자 남편은 뻔뻔스럽게 그래서 너가 뭘 할 수 있는데?”를 시전하고 헬렌은 그때부터 그저 공식적으로만 아내인 채로 살아가기로 한다. 결혼을 한 여자는 남편에게 종속된 채 남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 헬렌은 남편의 폭언과 학대를 견디며 그저 남편을 무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남편이 어린 아들까지 망치게 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자 아버지 닮은 개쓰레기 아들로 키울 수 없다는 결심이 더더욱 굳어지게 되면서 아들을 데리고 도망가기로 계획한다.

비참한 결혼생활의 끔찍한 기록들을 자세하게 묘사해서 그 시대 여성들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소설은 그 상황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헬렌은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지주인 친 오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도 헬렌은 오빠가 도와준 살림살이 등의 비용까지 돈을 벌어 갚을 거라고 다짐하는 점에서 자립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자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편의 돈도 오빠의 돈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의지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캐릭터에게 굳건히 심어져 있는 것에서 작가 앤 브론테의 현명한 통찰이 엿보인다.

 


헬렌의 이 모든 기록들을 읽어 보고 길버트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헬렌의 끔찍한 결혼생활을 알게 되면서 헬렌을 이해하게 된다. 헬렌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지지만 아직 남편이 있는 상태, 이혼하지 않은 상태의 유부녀에게 계속 구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헬렌의 뜻에 따라 더 이상 만나지 않고 시간을 갖기로 한다.

여기에서 길버트와 또 다른 남자 하그레이브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헬렌의 비참한 결혼 생활 동안 끊임없이 구애해 왔던 남편의 친구 하그레이브. 처음에는 친절하게 헬렌을 도와주는 듯 보였지만 싫다는 헬렌에게 계속해서 구애하며 왜 나를 안 만나 주냐고 화를 냈던 남자였다.

하그레이브 역시 남편 아서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자였고 남편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조금 더 신사의 예절을 가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정도.

헬렌과 길버트의 로맨스가 약간은 뜬금없고, 로맨스가 로맨스로 다가오지 않아서 전혀 떨림이 없다는 불만이 있기는 한데,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 중 가장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좋은 남편감에 대한 교훈을 작가는 길버트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서 더 불행해 지는 경우가 말도 못 하게 많아 안 하고 살아도 괜찮겠지만(실제로 헬렌은 아끼는 동생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해 준다) 그래도 한다면 최소한 길버트 같이 섣불리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이기적인 구애를 하지 않으며 기다려라고 할 때 기다릴 줄 아는 남자랑 하라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두 언니들의 작품에 비해서 이 소설은 그렇게 즐기지 못 했다.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문제를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해결 방안 까지 제시하는 의미 있는 소설인 건 맞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상상력이 들어설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이렇게나 길게 세세하고 교훈적인 대화와 묘사가, 그리고 감흥 없는 로맨스가 조금은 사족처럼 붙어서 나오는 건 읽기에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도 앤 브론테가 이 소설이 출간되고 다음 해인 29세에 세상을 떠났다니까 이 소설은 20대 중후반에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나이에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깊이 있는 작품을 써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내가 그 나이일 때 뭐 했더라...

아무튼 브론테 자매들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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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그림을 보러 가서 그림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한때는 미술관에 많이 다녔고 여행을 가서도 유명한 미술관들을 둘러보며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예술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내가 무엇을 봤던가?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작품들을 보긴 봤는데 내가 내 눈으로 봤다는 생생한 기억은 없고 원래 알고 있던 그림의 이미지만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난해한 현대미술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은 있는데 정확히 뭘 봤는지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게 다 내가 그림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식이란 바로 이렇다. 그림을 한번 쓰윽 보고 제목을 보고 다시 그림을 쓰윽 보고 제목에 나온 게 이거구나 확인하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서 또 같은 행동을 반복. 이렇게 한 그림 앞에서 길어야 고작 3분 정도의 시간만 할애해서 그림을 봤으니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하다.

조금 느긋한 전시실에서는 오랫동안 한 그림 앞에 서 있어 보기도 했다. LA 현대 미술관에 갔을 때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때 마침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로스코의 그림 앞에 가만히 오랫동안 서 있어 봤다. 이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때 그림을 보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 조용한 미술관에 커다란 로스코 그림 앞에 서 있는 나, 이 공간과 이 시간을 누리고 있는 나, 그러니까 평소의 나 같지 않은 나의 모습에 취해 있었던 거다. 그러면서 로스코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빨리 사진 찍으라고 같이 간 언니를 닦달했었지ㅋㅋㅋㅋ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나는 그동안 잘 보지 못 했다는 거다.

 

 

이 책은 예술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에서 출발한다. 난해한 현대미술 앞에서 이게 무슨 예술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들을 해보지 않았나? 이 책의 저자도 우리 같은 예술 문외한들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 예술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삶이 옥죄어드는 벽같이 느껴지자 예술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단다.

저자의 할머니가 유대인 수용소 생활을 하던 와중에도 미술을 가르치고, 여든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더욱더 궁금해 졌다. 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하나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 예술에 그토록 열정을 쏟을까?

그래서 예술을 이해해보고자 미술계에 직접 뛰어든다.

갤러리에도 취직을 하고 화가의 잡다한 일을 처리해 주는 보조로도 일을 하고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틈틈이 다른 미술계 관련자들, 컬렉터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예술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다.

몇 년 동안 직접 발로 뛴 생생한 경험과 방대한 자료 조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옆에서 예술작품을 많이 아주 많이 보게 되면서 처음의 문외한의 시선으로 이게 무슨 예술이야!” 라고 했던 불신을 벗어 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즐기게 된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가 나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보긴 봤는데 보지 않은 것과 같았던 그동안의 나의 미술관 관람 방식을 말이다.

저자는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을 하면서 몇 시간이고 한 작품 앞을 지키고 서 있어야 했을 때 작품 속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경험을 한다. 한번만 쓰윽 봤을 때는 느끼지 못 했을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진득하게 오래 바라보자 들려오기 시작했단다. 보는 사람이 얼마나 그 작품 속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작품은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할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느낌이 든단다. 시간이 그냥 흐르는 게 아니고 흥미진진한 경험으로 흐르니까 삶이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작품을 보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보면서 한 작품을 오랫동안 바라보라, 작품의 곁다리인 제목이나 작가의 이력에 대한 배경은 생각하지 말라, 그저 작품만 보면서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라,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감정을 어떤 해설서의 언어가 아니라 내 언어로 표현해 보라. 멈추고, 알아채고, 감탄하라. 저자가 권하는 예술 감상법이다.

 

 

이것을 읽으면서 내 미술 감상법이 형편없었음을 반성하는 동시에 우리 집에 있는 그림 두 점이 생각났다. 내가 애기였을 때 아빠가 생활이 어려운 화가의 그림 두 점을 돕는 셈 치고 사셨다고 했다. 그 그림들은 내가 세상을 기억하는 때부터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어릴 땐 뒹굴뒹굴 하면서 그림을 바라보며 잠이 들곤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본 그림들이다. 지금도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애기 때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던 이야기들도 생각나고, 그림 속에 그려진 집의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이 어른거려서 이 사람은 누굴까 상상하며 놀았던 시간도 기억이 난다. 만약 이 그림이 어디 전시관에 걸려 있어서 원래 하던 대로의 나의 감상법으로 한번 쓰윽 보고 지나친다면 창문에 비친 사람도 못 봤을 거고 그림 속에 꽤 여러 명의 사람이 작게 그렇지만 모두가 다른 자세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넘어갔겠지. 그렇게 감상하면 지금 내가 이 그림에 느끼고 있는 비밀스러운 아름다움도 전혀 느낄 수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의 말이 정말 맞다. 작품은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계속 보다보면 처음에 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림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해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렇게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이 시간을 채워서 삶을 살아볼 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채울 수 있다.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미술관에 가면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다. 근데 사람이 너무 붐비는데도 그게 가능할까? 그래도 시도는 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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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11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낙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라서... 빨리 보는 방법조차도 잘 모르거든요. 망고님 글 읽으면서 다음에 미술관 가게 되면 꼭 이렇게 해야지 다짐하게 되는데....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래봐야겠어요.
망고님 집의 그림 두 점이 이 책의 씨앗처럼 느껴지네요. 그 점도 참 부럽습니다~~~

망고 2025-09-11 13:32   좋아요 1 | URL
취재를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처음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을 선택해서 읽는 사람들도 다 그림은 봐도 모르겠다의 상태일 건데요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면 예술에 마음이 약간 열리게 된달까요. 그중에서도 저자가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터득한 경험으로 미술관 관람객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라 였거든요, 이 부분 읽으면서 그동안의 저의 관람 행태가 생각나서 가슴에 콕 박혀버린거죠. 제대로 보지도 않아놓고 그림은 봐도 모르겠다고 하질 않나, 이게 예술이냐 비아냥대질 않나...제가 그랬거든요ㅋㅋㅋ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일단은 제대로 오래 보자를 실천해야 겠다 생각했어요. 단발머리님도 이 책 읽어보셔요 정말 재밌고 빵터지는 부분도 많아요

거리의화가 2025-09-11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잘 모르지만 미술관에는 종종 가곤 해요. 가다 보면 좀 트이지 않을까 싶어서^^;
오래 보면 좀 더 보이겠지만 처음 한 번 보았을 때는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볼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려우니까...
이 책 재밌을 것 같네요. 특히나 저는 현대 예술은 아직 많이 난해하더라구요ㅎㅎ 제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을 표현하는 것들이 많다보니 늘 물음표가.
그나저나 마지막 문단 너무 공감됩니다!^^

망고 2025-09-12 16:21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이 책 꼭 읽어 보세요 진짜 재밌어요ㅎㅎㅎ예술에 대한 탐구가 깊은데 빵터지게 재밌어요.
그쵸 같은 작품 여러번 보기가 어렵죠 게다가 무슨 유명한 전시 한다고 하면 인파도 엄청 몰려서 한 작품을 진득하게 바라보기가 힘든 현실이죠. 그래도 이 책에서 말하길 한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은 못 봐도 5분 정도는 시간을 주라고 하더라고요 제목은 보지 말고요. 그렇게 바라보다가 생각나는 것을 5가지 말해보라고. 이런식의 감상법을 머리에 익혀서 작품을 보면 또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예술 난해하죠 이 책에서도 진짜 이해하기 힘든 엉덩이 예술가가 나오는데....음....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약간 열린 마음이 되기는 한 것 같아요.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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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앞에서 ‘저런 것도 예술이야?예술이 대체 뭐지?‘라고 한번쯤 품어봤을 질문에 답을 찾고자 저자는 미술계에 직접 뛰어든다 갤러리의 구박받는 인턴,화가의 보조,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며 저자가 예술을 점점 즐기게 되는 여정을 따라간다 생생하고 웃기면서 다양한 예술탐구까지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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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09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몇년전에 뉴욕 휘트니 미술관 갔다가 현대예술 작품 보고 ‘도대체 이게 무엇?? 이런걸 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제가 읽어봐야 할 책이로군요.

망고 2025-09-09 09:34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재밌어요 예술 문외한, 평범한 대중의 시점에서 예술계에 뛰어들어 막 이것저것 질문을 퍼붓고 직접 체험해서 얻는 정보들이 너무나 유익합니다 게다가 진짜 빵터져서 웃겨요 꼭 읽어보셔요😉
 
왕을 위한 홀로그램
데이브 에거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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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미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재밌을 거 같아서 읽게 되었다. 재밌다는 느낌이 문학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재밌는 게 아니라 진짜 웃겨서 재밌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말이다. “왕을 위한 홀로그램이라니, 어쩐지 좀 코믹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느낌이 오지 않나? 나만 그런가?

하지만 읽어보니 내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우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가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가야할 목적지를 모른 채 서 있는 사람의 막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앨런 클레이는 54세의 중년 남성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을 와 있다. 홍해 연안 사막에 새로 만들고 있는 계획도시인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IT 시스템을 팔려는 미국 기업 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다. 20대의 IT 기술자 셋과 함께 이 도시에 왔지만 최신 기술에 대해 문외한인 앨런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 젊은 직원들도 세대가 다른 앨런에게 딱히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 오기 전 앨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부인과는 오래전에 이혼을 했고 딸은 좋은 대학에 다니지만 어마어마하게 비싼 학비를 내야하는데 앨런은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집을 내놓은 상태다. 몇 년 전 소규모 자전거 제작 공장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여기저기서 빚을 지게 되었는데 갚을 능력은 없어서 소송에 걸릴 위기다. 집에 사무실을 차리고 컨설팅 일을 하고는 있었는데 요 몇 년간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TV 스포츠 중계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앨런은 이 계약만 성사시키면 많은 커미션을 받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의 안 좋은 상황이 한방에 정리될 것이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사우디 왕한테 홀로그램 시연을 해야 하지만 왕은 언제 올지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앨런과 젊은 직원들은 사막의 텐트 속에서 왕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왕을 기다리면서 앨런은 호텔이 있는 도시와 KAEC를 왔다갔다하며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회상한다.

그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는 미국의 자전거 제조 회사 슈윈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때가 그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미국의 제조업은 슬슬 더 싼 노동력이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겨가고 있었다. 슈윈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래서 앨런은 노조를 파괴하고 공장을 헝가리, 대만, 중국으로 옮기는 일에 손을 거들었다. 결과적으로 슈윈을 파산하게 하고 고용된 노동자들의 삶을 망친 일에 기여한 꼴이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선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 어디 자전거뿐인가? 미국의 공장들은 앨런 같은 사람들의 노고를 거쳐서 해외로 옮겨가 버렸고 현재 미국의 제조업은 무너졌다. 새로운 세계 무역센터 건물에 들어갈 유리마저 중국에서 만들다니 말 다 했지. 그런 일에 일조한 앨런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와 같은 관리자들, 그 일에 힘을 쏟아 붓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의 결정은 근시안적이었다. 동료들의 결정도 근시안적이었다. 그 결정들은 어리석고 편의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신의 결정이 근시안적이거나 어리석거나 편의적인지 몰랐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장차 자신들을, 앨런을 지금 같은 꼴로 만들게 될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앨런은 거의 파산 상태에 실업자와 다를 바 없었으며 집을 사무실 삼아 운영하는 1인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었다. (10-11 )

 


앨런은 어떻게 보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려고 했을 뿐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실제 물건을 팔러 다니던 영업 사원이었던 앨런은 제조업이 무너져 버린 현재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은 어쩌면 바로 자신이다. 그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일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왕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앨런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 홀로그램이라는 그가 알지 못 하는 기술을 팔러 온 지금, 무능한 늙은 꼰대 취급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쓸쓸하다.

혼자서 사막의 폐허 같은 건설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자신의 집 돌담을 쌓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던 미국에서의 삶을 떠올린다. 미국은 아주 사소한 것조차 만들어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은유일 것이다. 미국은 이제 실체 없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선 앨런은 무능력자다. 가끔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아직은 힘이 있다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두 여성과의 만남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임이 드러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든 유일한 친구의 집에 가서는 이리 사냥이라는 아찔한 실수로 관계를 망쳐버린다.

그러면 앨런의 마지막 희망인 왕을 위한 홀로그램은 어떻게 될까? 그는 과연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홀로그램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 같다. 실체가 없는... 잡을 수 없는...더 이상 실제 물건을 만들어내지 않는 미국. 홀로그램은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왕은 홀로그램 시연을 무표정하게 관람하고 계약은 중국 업체와 해버린다.

앨런은 사막 한가운데에 허무하게 남겨진다. 뜨거운 곳에서 이토록 싸늘한 결말이라니...

 

 

2012년에 나온 소설로 영화는 2016년에 나왔고 우리나라에서 2018년에 번역서가 나왔다. 그동안 모르고 있던 소설이었는데 어쩌다 우연하게 읽게 되었다. 늦게나마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참 괜찮게 읽었다.

일단 이 소설의 배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라는 곳이 매우 생소했다. 사막에서 도시가 막 지어지고 있는 초기의 모습을 공허하고 쓸쓸한 문장으로 읽는 느낌이 좋았다. 그 배경에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주제를 얹어 놓으니 소설은 말할 수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색적이기도 하고 조용히 침잠하는 느낌도 들면서 약간 묘했다. 그래서 그런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데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분위기에 취해 집중하며 읽었다는 소리다.

작가의 다른 번역서도 찾아보다가 데뷔작이라는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사놓았다. 오랜만에 좋은 작가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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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08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톰 행크스라니 무척 기대되네요!
고생하던 주인공이 원하는대로 마지막은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는 저의 바램을 내려 놓아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망고님!

망고 2025-08-08 20:34   좋아요 1 | URL
주인공이 고생을 하지는 않고요ㅎㅎㅎ 오지 않는 왕을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지내는 내용이라... 파산 직전 걱정이 한가득인 상황에 처해 있어서 생각이 복잡한거죠.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생각, 그리고 분위기에 취하는 소설입니다. 지루하지 않으니까 한번 읽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