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 아직도 한참 초반을 읽고 있는데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요즘 내가 책에 집중하지 못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느리지만 읽고는 있는데 정말 놀라운 부분을 발견해서 적어두기로 했다.

 


애벌레가 나무껍질, 잔가지, 심지어 잎사귀 일부처럼 새가 먹을 수 없는 사물을 완벽하게 모방해 몸을 위장해도 새들은 손상된 잎 모양을 보고선 애벌레를 찾아냈다. (77)


 

이 부분 너무 신기했다. 새들이 애벌레를 잡아먹을 때 애벌레가 갉아먹은 손상된 나뭇잎을 보고 저기 애벌레가 있구나 하고 애벌레의 위치를 안다는 거다. 오 나는 이런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단 말이다. 근데 자연은 이렇구나.

여름에 나뭇잎을 보면 구멍이 동그랗게 뚫린 잎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잎을 보면서 나는 그냥 또 벌레가 잎을 갉아 먹었네하고 마는데, 새들은 그 잎을 보고 냠냠 맛있는 내 먹이가 여기 있군!’ 하고 달려든단 말이야? 새들은 손상된 잎의 모양을 보고 맛있는 애벌레인지 맛없는 애벌레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고도 한다. 동그랗게 갉아먹었는지 타원형으로 갉아먹었는지 톱니 모양으로 갉아먹었는지 보면 어떤 종류의 애벌레인지 안다고. 그걸 구분해서 새의 입맛 취향에 맞는 애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새들은 정말 시력이 좋구나.


근데 또 여기서 가만히 잡아먹힐 애벌레가 아니지 않겠는가? 애벌레의 생명력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새들이 잎 모양을 보고 사냥한다는 걸 눈치 챈 애벌레들은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잎을 먹고 나서 잎자루를 갉아내어 잎을 바닥에 떨어뜨린단다. 잎자루는 가지와 잎을 연결해 주는 부위로 단단해서 애벌레가 먹을 수 없는 부위인데, 그 잎자루를 굳이 갉아내서 잎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는 건 분명 포식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으려는 행동이라고. 와 대단하다.

그러니 병충해나 강한 바람이 아니면 여름에 나무에서 좀처럼 잎이 떨어지지 않는데, 잎이 떨어져 있다면 잘 관찰해 보자. 그 잎에 동그랗게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잎은 애벌레가 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떨어뜨린 잎이다. 이걸 알게 되니 숲에 가서 떨어진 나뭇잎을 보고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하지만 새가 즐겨 먹지 않는 애벌레는 굳이 흔적을 숨길 필요가 없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새도 입맛이 참 까다로운가봐? 반찬 투정하니? 그래서 이런 애벌레들은 새말고 다른 포식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단다. 애벌레 몸통 끝에 눈 모양 점을 찍고 혀처럼 붉은 돌기를 살에서 나오게 해서 뱀을 모방하는 애벌레도 있다고. 어쩐지 애벌레 보면 끝에 무늬도 있고 뭔가 징그럽더라!!!




이건 우리집 블루베리 잎이다ㅋㅋㅋㅋ 어떤 녀석들이 이렇게 다 갉아먹은 건지!!!

아마 이 녀석들은 새들이 좋아하는 맛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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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7-19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의 이 녀석들은 블루베리 잎을 갉아먹은 벌레들을 말씀하시는거죠? 허걱...
저는 하도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한 콘라드의 <솔로몬의 반지> (동물 행동학 책이어요) 를 지금 몇 달이 아니라 몇년 째 읽고 있어요 ^^
이 책 재밌겠는데요.

망고 2026-07-19 18:14   좋아요 1 | URL
네 블루베리 잎을 갉아먹은 벌레들 맞아요.
새에게 잡아먹히는 애벌레는 자신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잎을 떨궈놓기도 한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우리집 마당에도 그런게 있나 살펴보다가 뼈대만 남은 블루베리 잎을 발견했거든요ㅋㅋㅋㅋㅋ아니 어떤 녀석들이 이래놓은 건지!!!! 잎을 떨궈놓진 않았으니 새들의 입맛에 맞는 애벌레의 짓은 아니었나봐요🐛
솔로몬의 반지 책 찾아봤더니 엄청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이군요 나인님 취향에 안 맞는 책인가 봐요😆 제가 읽고 있는 이 책은 쉽고 술술 읽히긴 한데, 또 관심 분야가 아니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한번 읽어보시는 거 추천

단발머리 2026-07-19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 너무 신기하네요. 새들은 새들대로 바쁘고 부지런하게 애벌레를 찾고, 애벌레는 애벌레대로 부지런히 잎자루 갉아내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지런해요, 다들. 저도 부지런해야겠어요. 망고님 서재에서 급 결심의 시간 ㅋㅋㅋㅋㅋㅋㅋ

자신감 넘쳐서 블루베리 잎 갉아먹고도 마음 편한 벌레들 궁금하네요. 자세히 보고 싶지는 않지만 궁금해요^^

망고 2026-07-19 21:20   좋아요 1 | URL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연 속에선 치열한 삶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평화로워 보이는 숲길을 걸을때도 열심히 잎자루 뜯어내고 있을 애벌레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잎 갉아먹는 작은 생명체들에 너그러워지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 생명들인데 존중해주자 하고요ㅋㅋㅋㅋ
블루베리 잎 먹는 애들도 미워하지 않기로😂

독서괭 2026-07-19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살기 위한 동물들의 생존전략은 정말 대단하네요! 뻐꾸기와 숙주가 되는 새의 전략싸움도 치열하다고 해서 놀랐는데.
참 얘들이나 우리나 먹고 살기 힘드네요… 🤣

망고 2026-07-19 22:4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이런 걸 알게되니 살기위해 애쓰는 모든 생명체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는 잎 갉아먹는 벌레들 그냥 모른척 하려고요ㅋㅋㅋ애프킬라 금지 🚫 ㅋㅋㅋ근데 모기는...하아 모기는 용서 못 해🤣

책읽는나무 2026-07-21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일을 먹을 때 벌레 먹은 부분 있으면 와 단맛 최상품인가보다. 그러면서 벌레 먹은 부분 도려내고 집중공략하는 편입니다.
새들도 사람과 똑같은 지능을 가진 존재였군요? 그리고 애벌레도 알고보면 천재였구요!
정말 신기하네요.
근데 블루베리 이파리는ㅋㅋㅋ
아주 왕성한 식욕의 발 빠른 애벌레였을까요?
바로 먹튀!ㅋㅋㅋ

망고 2026-07-21 11:49   좋아요 1 | URL
벌레가 있다는건 약을 덜 쳤다는 거고 오히려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다가 가끔 벌레도 먹고 뭐 그런거죠 단백질이니까 그것도 좋을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루베리 먹튀한 놈은 확실히 보지는 못 했지만 계속 안 보고 싶어요 징그러울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큐ㅠ
 



사랑을 신분 상승의 통로로 이용하려는 잘생긴 도둑놈 마놀로, 가난한 노동계급 남자와의 사랑을 자신의 좌파적 정치 이상을 실현하는 낭만으로 오해하는 부르주아 여대생 떼레사서로에게 투영한 욕망과 환상 속에서 두 사람은 여름 한철 도시를 질주하며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계급을 뛰어넘지 못하고 사랑은 지나가 버린 여름으로 남겨진다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서로가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이루고 싶은 자신의 욕망과 결핍인지도 모른다고 이 소설은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끝이 결코 좋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두 사람을 보며 씁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 역시 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사랑이라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환상 말이다. 그런 예쁜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K드라마를 봐야겠지만~

인물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가의 문장이 참 좋았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묘사 속에 툭툭 튀어나오는 냉철한 분석.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읽다가 갑자기 욕망에 충실한 현실적은 인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참 재밌단 말이야. 거참 잘 쓰네...   



사실 100자평 쓰려다가 길어져서 페이퍼로 쓰게 되었다. 페이퍼로 쓰기에는 또 너무 짧지만, 재밌게 읽었는데 뭐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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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7-10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결핍을 나타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책 샀습니다. 만세!!

망고 2026-07-10 13:21   좋아요 0 | URL
다른 제목으로 이미 읽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ㅋㅋㅋ또 읽으면 시간이 흐른 만큼 더 많은게 새롭게 보일 것 같아요 어서 읽고 재밌는 리뷰를 써주세요😄

단발머리 2026-07-12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급을 뛰어넘지 못한 사랑이 여름과 함께 남겨졌군요. 저도 망고님 문장에 동의하는데요.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 안의 나, 그 속의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불타오르는 사랑은 여름과 함께 지나가 버렸군요. 우리에겐.... 뜨거운 밤이... 남아있습니다.

망고 2026-07-12 21:59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뜬금없이 사랑은 부모가 자식한테 주는 사랑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낭만적으로 소비하는 사랑의 느낌, 무조건적인 사랑이요. 그거 부모가 자식한테 주는 사랑 아닐까 하고요. 울 엄마아빠 내가 아무리 못나도 사랑해 주시는데ㅠㅠ 어디가서 이런 사랑을 받을까 싶어요ㅠㅠ

뜨거운 밤이 남아있어서 좋습니다. 여름을 좋아하니까ㅎㅎㅎ

단발머리 2026-07-12 22: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전... 사람이 원하는 사랑은 그런 사랑인 거 같아요. 무조건적인 사랑. 받아주고 기다려주는 사랑.
사실 부모라고 해서 모두 그런 사랑을 주는 건 아니니까요. 만약 그런 사랑을 부모에게 받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내일은 엄마한테 짜증 안 내야지... 급 다짐합니다. 😘🥰😎

망고 2026-07-12 22:21   좋아요 1 | URL
낼 어머님께 확인 전화 들어갑니다! ㅋㅋㅋㅋㅋㅋ
 
부서진 마음들의 마을 - 우리는 각자의 지옥을 품고, 서로의 구원을 꿈꾼다
도널 라이언 지음, 정소하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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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여러 인물들이 그닥 감동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너무 짧게 하고 있어서 재밌게 읽지 못 했다. 진득하게 인물 안으로 들어가 음미하는 맛이 없고 그저 가볍게 스케치해 놓은 선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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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나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들은 올리브 키터리지와 루시 바턴이라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인물이나 배경이 모두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었다. 바로 직전의 소설 “Tell Me Everything" 에서는 올리브와 루시가 결국 만나서 좋은 관계를 쌓아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완전히 새로운 배경 속에 사는 아티 댐(Artie Dam)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주 살짝 올리브 키터리지가 언급되기는 하는데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주인공 아티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작품으로 떠올리고 있다. 그러니까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책 속에서 허구의 인물인 셈이다.

 


아티 댐은 매사추세츠 해안가에 살고 있는 57세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착한 심성을 가진 친절한 사람이고 수업을 열정적으로 이끄는 좋은 선생님이다. 부인 에비(Evie)3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자식은 아들 롭 한명이다.

아티의 아버지는 아파트 관리인이었고 어머니는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입원한 적도 있었다. 그런 어머니는 아티의 누나 마리아에게 폭언과 폭행을 쏟아 붓곤 했다.

아티의 기억 속에서 반복해서 소환되는 장면. 어렸을 때 아티가 지하 창고에 내려갔다가 누나가 제과 설탕을 퍼먹고 있던 현장을 목격한다. 아티는 누나의 그 행동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누나를 이해한다. 누나는 자신의 삶에 그저 절실하게 달콤함을 원했던 거라고.

아티의 부모는 아티가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두 분 다 돌아가셨다. 아티의 누나는 결혼해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

아티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대학을 간다는 꿈을 꾸지 못 했지만 고등학교 때 좋은 선생님이 아티를 이끌어 주어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역사를 전공하던 중 무료 급식소 봉사를 갔다가 같이 봉사 활동을 하던 에비를 만나서 결혼을 했다. 알고 봤더니 에비는 엄청난 부잣집 딸이었다. 결혼 전 상견례 자리에서 아티의 부모가 입고 있던 옷차림은 아직까지도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부모가 결코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에비의 집안과 차이가 나던 그 모습들은 아티의 마음속에 내내 남아서 문득 문득 떠오른다.

현재 에비의 부모가 상속해준 커다란 저택에서 살고 있는 아티는 보트를 몰고 바다에 나가는 취미생활도 즐기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의 아버지는 꿈도 꾸지 못 할 보트를 소유하고, 부유하고 평온한 결혼 생활을 이어온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장본인 같은 인물이지만 그 속은 모를 일이다.

아들 롭이 17살 때 교통사고를 내서 옆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가 죽는 비극이 있었다. 그때부터 롭은 침울하게 변해서 아티와 거리를 두었고, 에비도 냉담하게 변했다. 롭은 현재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연상의 피아니스트와 결혼했는데 갈라서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상태다. 에비는 롭이 낸 사고 이후 가족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퇴근하면 아티에게 상담했던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최근 몇 달 사이 아티는 에비와의 대화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티가 하는 이야기들을 에비가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아티가 꺼내 놓는 과거의 기억들,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에 에비는 그저 그렇군하는 식의 반응뿐이다. 단절된 느낌, 외로움. 아티가 요즘 느끼는 감정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어떻게 하면 부인과 아들에게 자신이 자살했다고 보이지 않게 자살할 수 있을지를 내내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배를 타고 나가서 사고로 물에 빠져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티는 계속 자살할 방법을 고민하다.

아티는 예전에 읽은 고약한 노인이 나오는 책을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올리브 키터리지) 그 노인의 아버지는 그 여자가 어렸을 때 자살을 했었다. 그리고 나이를 더 먹고 여자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외로움 때문에 죽는다고. 이 소설을 떠올리며 아티는 공감한다. 사람은 정말 외로움 때문에 죽는다고.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고.

 


사람들은 어째서 진짜 이야기는 하지 않는가? 라고 아티는 물었다. 사람들은 재활 치료, 낙태, 불륜, 정치 같은 진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동료 교사와의 파티에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은 나누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아티는 외로움을 느꼈다. 이에 에비는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 라는 말은 개소리고 우리 모두는 섬이야라고 말했다던 부부의 친구이자 얼마 전 죽은 레그의 말을 인용한다. 그런 에비의 반응에 아티는 더욱더 우울해진다. 서로는 정말 닿을 수 없는 섬인 걸까? 그래서 아티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걸까?

그리고 아티는 정말로 오랫동안 감춰졌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충격적인 비밀을 알고 나서 고민하는 시간동안 그 또한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비밀을 드러내면 우리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비밀을 품고 있었을 사람에 대한 연민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아티의 삶을 보여주며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조차도 사실 잘 알지 못 한다고.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는 완벽하게 알지 못 한다고. 우리 모두는 그런 상태로 살아간다. 눈이 먼 상태로 마치 그림자 속을 살아가며 어둠 속에서 타인과 닿았다고 생각하듯이.

하지만 인간이 늘 섬인 채로만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잠깐의 구원, 스트라우트 소설 속에서 매번 등장하는 2월의 햇살 같은 은총도 이 소설에 있다.

아티는 거짓 속에서 살기로 선택하고 잠시 일탈을 하는데 그를 멈춰 세운 것은 잘 알지 못 하는 사람의 선의였다. 또한 아티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과는 단 몇 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가장 내밀한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아티는 그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위로를 받는다아티는 알지 못 하겠지만 그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학생의 인생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도 한다. 미래를 좌우할 만큼.

 


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이때까지 읽은 스트라우트 소설 중에 가장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잠깐의 위로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 소설은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시작해서, 소설 속에서 결코 이름을 말하지 않는 그 사람이 당선된 후 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아티의 내면적 우울과 바깥세상의 혼란이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내내 침울한 분위기로 흐른다. 소설 속에서 자살을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고 아예 이 나라가 자살을 하고 있다고 까지 작가는 쓰고 있다. 암울하고 비관적인 정치가 개인의 삶까지 잠식해 버리는 지점을 주인공 아티의 삶에서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아무래도 시대에 대한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분노와 절망이 가장 잘 보이는 작품이 이 소설이지 않을까한다.

 


담백한 문장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여전히 놀라웠다. 정말 간단하게 절제해서 툭툭 던지는 문장이 깊은 울림을 주어서 어느 순간은 눈물도 살짝 흘리기도 했다. 문장만 그러냐하면 소환되는 이야기들 또한 감동적이었다. 떠올리는 기억들, 그 짧은 에피소드 안에 인간의 풍성한 감정을 담아내는 깊이. 그런 이야기를 지을 수 있는 작가의 통찰력이 나는 너무 좋았다. 스트라우트의 작품들을 계속 읽고 싶다. 매년 장편소설을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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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5-18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써줘라!

망고 2026-05-18 11:06   좋아요 2 | URL
두다다다잠자냥
다다닥가만안둬
 (∩`・ω・)
_/_ミつ/ ̄ ̄ ̄/
  \/___/

건수하 2026-05-19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가족의 비밀이.... 비밀이 있는 가족이 그렇게 많은 걸까요...

분노와 절망이라니 ㅠㅠ 스트라우트 소설마저..

망고 2026-05-19 20:17   좋아요 2 | URL
여기 나오는 가족의 비밀이 아주 많이 충격적입니다.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은 못 하겠지만, 주인공이 그 비밀을 알고도 아무말도 못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어요. 저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거든요. 다 뒤엎어 버리고 난리를 피웠을 것 같은데... 그 마음이 뭘까, 어떻게 그걸 참아낼까...여러 생각이 들어요.
스트라우트가 이 책에서 현시대의 미국 정치를 직접적으로 말하며 걱정하고 있는데 참담하고 답답한 느낌이 전해져 와요.

건수하 2026-05-20 14:17   좋아요 2 | URL
루시 시리즈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만 읽고 (좋았는데도) 못 읽고 있네요… 언젠간 그 비밀을 접하고 이 글을 다시 보러 올게요 :)

트럼프 1기때도 그런 내용이 많았는데 지금은 더하겠죠…

단발머리 2026-05-19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헨리랑 만나고 있는 중이라서 시작은 못했어요. 망고님 글 읽고나니 더 기대됩니다.
가끔 아니, 자주 트럼프를 보면 아... 미국사람들 진짜 창피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스트라우트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조금은 알 거 같기도 하구요. 우리는 창피했고 그리고 나중에는 덜 창피해졌는데, 미국 사람들은 계속 창피할 거 같아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망고 2026-05-19 23:15   좋아요 1 | URL
이 책 스트라우트 작품 중에 가장 짧은데 가장 정치적입니다. ˝버지스 형제˝랑은 다르게 비관적이기도 하고요ㅠㅠ
트럼프를 뽑지 않은 쪽에서는 창피하겠지만 뽑은 쪽에서는 여전히 응원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도 나라가 갈라져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보여주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트럼프를 응원한다고 할까봐 정치 얘기를 안 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더라고요. 멀쩡해 보이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그 속은 알 수 없다. 이 소설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주제더라고요.
하아...아니 근데 정말 지금 이꼴을 보고도 지지하는 쪽은 계속 지지할까요? ㅠㅠ

다락방 2026-07-07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시작했는데 앞에 부분 조금 읽었거든요. 아직 루시랑 올리브가 나오질 않아서 흐음, 안나오는건가 했더니... 안나오는 거였군요. 뭔가 제목도 그렇고 그 시리즈의 연작 같았는데요. 하여간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망고 2026-07-07 13:06   좋아요 0 | URL
tell me everything이랑 연결되는 제목이라 올리브랑 루시가 나올 것만 같죠. 근데 완전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배경도 새롭더라고요. 서로 말하지 못 해서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라 슬펐어요. 아마 다락방님도 이 책 읽고 눈물 도로록 흘리실 것 같아요😂
 
검은 수선화 어스름 시리즈
루머 고든 지음, 김보람 옮김 / 잔상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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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장엄한 자연은 이곳에 학교를 세우러 간 다섯명의 수녀들을 흔들어 놓는다. 이들의 히말라야 생활에서 종교는 더이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 느릿하고 은근하다. 꽃과 산 등 자연묘사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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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5-13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궁금했는데! 4별이군요….😹

망고 2026-05-13 10:16   좋아요 2 | URL
오별은 아니고 밋밋해서 삼별까지 생각하다가 묘사가 좋아서 사별 줬어요😸

잠자냥 2026-05-13 10:35   좋아요 2 | URL
보관함에서 삭제했어요;; 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5-13 10:56   좋아요 1 | URL
헐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