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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풍경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많이 쓴 하이타니 겐지로의 글들은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글을 쓰는 작가다.
그전에 비교적 그리 길지 않은 글들을 접했는데 이번에는상당히 긴 장편소설을 읽게되었다.
등장하는 주제도 가볍지 않고 호흡도 무척 긴 소설이다.
하지만 하이타니 특유의 포근하고 따뜻한 문체에 잘 읽히는 내용이라 긴 내용에도 속도감있게 읽을수있었다.
배경은 일본의 한적한 섬마을. 어업과 농업이 주된 경제활동인 이 마을에 언젠가부터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면서 마을의 주된 경제활동도 크게 위축이 되고 섬사람들의 삶도 팍팍해진다.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모범생이었던 '소키치'는 3학년을 올라가자 말자 학교등교거부를 하고 있다.
원래부터 말수가 적고 조용한 아이였던 그는 왜 등교거부를 하는지 주위사람에게 명확히 알리지도 않고 그 상태를 지속해나간다.
하지만 속깊은 그는 나름의 힘든 여정을 떠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왜 어업을 그만둘려고 했는가에 대한 발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과 환경과의 문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등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잔잔하게 잘 그리고 있었다. 소키치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아를 소키치를 통해서 대신 찾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소키치의 여정이 주된 이야기구조이긴 하지만 이 책에선 그 여정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나온다.
명문대학을 보내는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학교,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로 치닫는 세상, 바뀐 세상에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들.
등장인물이 일본사람일뿐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아주 비슷해서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해서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다.
소키치 이외에도 여러 등장인물들이 참 다채롭다.
소키치를 둘러싼 마을의 여러 어른들, 친구들의 이야기 또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공동체적인 마을에서나 가능한 일일것이었다.
결국 소키치는 아버지의 참뜻을 알게되고 등교거부도 거두게 되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을것이다.
이미 타성화된 기존 관념을 그리 쉽게 깰수있을까.
하지만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스스로를 쌓아가는 소키치라면 그 방식대로 느리더라도 완전하게 그의 신념을 실천할꺼 같았다.
지금도 개발과 환경보전의 싸움이 치열하고 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인한 농업과 어업등의 1차 산업의 붕괴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멀리 내다보고 어떤 결정을 하기란 참 쉽지 않을꺼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무엇이 옳은것인가는 알게되겠지만 그 실천의지가 중요할것이다.
이 책은 꼭 청소년만 봐야할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좀더 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
서 선생님도 읽어봐야 할것이고 환경과 개발에 대한 생각이 있는 어른들도 읽어야 할것이다.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오랫만에 보는 마음 포근한 소설이었다.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