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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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것은 물론 내용이긴 하지만 처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것은 책표지인데 이 책은 첨에 봤을때 어린이용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읽고 보니 제목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서 웃음이 나왔다.

제목이 '옷이 나를 입은 어느날' 이란다. 엥? 순간 잘못 읽었나싶었다.
내가 옷을 입는게 아니라 옷이 나를 입는다라...일단 재미있는 발상이다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옷이란것이 몸을 보호하고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이젠 자신을 나타내는 큰 수단이 되버린 요즘같은 시대에 내가 옷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옷에 '선택당'하고 있는것이다.
멋지고 세련된 옷은 전부 다 날씬한 체형에 맞춰서 나오니 입고 싶으면 거기에 맞게 몸을 '개조'해야하니
옷이 나를 입는다는 말이 틀린게 아닐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혼란스러워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질 또래 집단인 10대 여학생들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내용은 별다른것이 없고 나를 비롯해서 5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옷을 사러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그린 것인데 비록 어린 세대라고 해도 보통의 어른들이 가질 생각들도 골고루 표현되는것이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나 어른들 모두 비슷한 경험에 싱긋하고 웃을것인것이 옷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을때 이런저런 거짓말로 용돈을 더 타내거나 문제집 살돈으로 옷사고 해본적이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바뀌어도 형식만 다를뿐 행동들은 유전되는거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이 다 같지는 않을것이다. 이책에서 묘사된 청소년이 10년전의 청소년과는 또다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요즘 아이들의 실제적인 생각을 알수 있다는것이 이책이 돋보이게 한다.

옷을 사면서도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애가 있는가하면 옷에 자신을 맞추려는 애도 있고 여러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주인공인 나는 어느정도 자신만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주위에서 권유하는 옷에 마음이 흔들려서 사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은 꼭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지은이는 20대의 여성인데 아마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썼을것이다. 그래서인지 각 캐릭터가 살아있고 묘사가 생생하다.덕분에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옷에 관심을 갖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씁쓸한것이 있다면 옷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옷을 선망하는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거지만 십만원이상 하는 옷들을 그냥 맘에 든다고 사버리는 것은 아직 어린 학생들의 경제적인 능력에 비해선 과한거 같다. 물론 이런 순진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행동이 나쁘지만 그만큼 경제관념이나 경제에 관한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이들이 친한 친구들인지 알았다.
그런데 이들은 가끔 만나서 옷 사는 '옷친구'였던 것이다. 원래 이런건 친한 친구들끼리 사러가는거 아니었던가? 주인공인 '나'가 보여주는 애매모호함이나 우유부담함이 다 그때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정목적을 위해서만 만나고 더이상의 진전이 없는 그런 관계에서 삭막함을 느꼈다면 과도한 생각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여학생들의 생각을 심각하지않게 밝게 재미나게 잘 그린 작품같다.
딸을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세대간의 차이를 줄이는데 도움도 줄수 있고 대화도 더 편하게 될꺼 같다.
글도 쉽게 잘 쓰여졌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수 있다.

그러나 적은 분량에 비해서 책값이 너무 비싸다. 본문의 글자 크기도 커서 사실상 내용은 더 적은편인데 책값은 보통 소설책값과 비슷할 정도다.
청소년용 책인데도 책값을 이렇게 책정한것은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책값을 분량에 따라서 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다른 보통 책들의 책값과 너무 차이가 난다. 어린이용이나 유아용책도 아닌 청소년용인데 말이다. 이점은 잘 생각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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