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그들은 유럽인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와 있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군인들과 관리들을 보내, 그들을 노예로 만드는 데만 관심 있는 적들로부터 지켜주러 왔다고 말하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무역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같았다. 장사꾼들은 유럽인들에 대해 얘기하며 놀라워했다. 그들의잔인함과 무자비함에 기가 질려 있었다. 그들은 한푼도 내지 않고 최고의 땅을 가져가고, 이런저런 술수를 부려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일하게 만들죠. 그 사람들은 아무리 질기고 냄새가 나도 그냥 아무것이나 먹어요. 그 사람들 식욕은 메뚜기떼처럼 끝도 없고 품위도 없죠. 여기도 세금, 저기도 세금을 매기고, 어기는 자는 감옥에 처넣거나 매질을 하고, 심지어 목매달아 죽여요. 그 사람들이 세우는 첫번째 것은감옥이고, 다음은 교회고, 다음은 모든 거래를 지켜보고 세금을 매기기 위한 시장 건물이죠. 살 집을 짓기도 전에 그런 것부터 만드는 거죠. - P100
저녁때쯤 그들은 산 위쪽 기슭의 작은 정착지 가까이에서 멈췄다. 다음날 차를 따고 떠나기 전에 그곳에서 장사를 할 생각이었다. 칼라싱가는 개울둑 옆 무화과나무 밑에 차를 세웠다. 둑에 무성한 초록색풀이 무릎 높이로 자라 있었다. 유수프는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들었다. 물이 너무 차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몇 분 동안 버텼다. 오래지 않아 그는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칼라싱가는 그에게산꼭대기의 눈이 녹아서 개울로 흘러드는 거라고 말했다. 땅은 나무들과 풀들로 푸르렀다. 그들이 산그늘 속에 야영지를 마련할 때 대기는새들의 노랫소리와 흐르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유수프는 강둑을 따라조금 걷다가 개울 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커다란 바위들 위로 올라갔다. 다른 둑 위에 서서 넓은 공터 너머로 짙은 바나나나무 숲이 있는 것을 보았다. 곧 그는 폭포가 있는 곳까지 가서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비밀스럽고 마법적인 분위기였지만 따뜻하고조화로운 기운이 있었다. 거대한 양치류와 대나무들이 물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물보라를 통해서 폭포 뒤 바위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것을 보았다. 동굴이 있다는 암시였다. - P106
"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좋지 않아?" 하미드가 물소리로가득한 밤공기 속에서 부드럽게 물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폭포들이 있다고 생각해봐. 유수프, 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걸 상상해봐라.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물이 흘러나온다는 것을너는 아니? 낙원에는 네 개의 강이 있단다. 강들은 동서남북 여러 방향으로 흘러서 신의 정원을 사등분하고. 그래서 어디에나 물이 있는 거야. 누각 밑, 과수원 옆, 테라스 옆, 숲 옆의 길에도 물이 있는 거지." "어디에 그런 정원이 있다는 거야?" 칼라싱가가 물었다. "인도에? 인도에는 폭포가 있는 정원이 많아. 그런 곳이 당신의 낙원이야? 그게아가 칸이 사는 곳이야?" "신은 일곱 개의 하늘을 만드셨지." 하미드는 칼라싱가를 무시하고유수프에게만 얘기하듯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천국은 칠층에 있는데 그 자체도 칠층으로 나뉘어 있지. 가장 높은 곳이 제네트 알아든, 즉 에덴동산이야. 털북숭이 신성모독자는 거기에 들어갈 수 없어. 제아무리 천 마리의사자처럼 으르렁거려도 안 돼." - P111
그걸 법에 따라 산다고 하는구나."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말하는 방식과 어조를 통해 긴장의 순간이 지나갔으며, 대화가 더우스운 쪽으로 흘러갔으면 한다는 표시를 했다. 여하튼 우리가 저 젊은이에게 나쁜 인상을 줄 필요는 없잖아." 유수프는 당시 열여섯 살이었다. 젊은이라는 말이 그의 귀에는 고상하게 들렸다. 키가 크다거나 심지어 철학자로 묘사하는 것만큼이나 멋지게 들렸다. 그는 약간 광대 같은 몸짓으로 만족감을 표했다. 세 사람은 그의 바보 같은 짓을 보며 웃었다. 그러면서 빚쟁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들을 전당잡혀야 했던 남자에 관한 얘기는 적당히 넘어갔다. 그러나 유수프는 후세인이 하미드에 관해 했던 얘기의 일부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성공하고 싶은 그의 욕망과 아지즈 아저씨의 여행에 관한 그의 불안감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실패에 대한 예감이깃들어 있었다. - P123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신의 말씀을알지도 못한대." 그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하려고 기다렸던 것처럼 그를 철저하게 심문했다. 그는 아무것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마님이 그것에 대해 뭐라고 했느냐? 그녀는 어떻게 생겼니? 그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분의 신앙심이 깊다는 얘기 없었니?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상인이 사원에 가라고 하지 않았니? 아니, 상인은 그를 가게에서 일하도록 놔두고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기도하지 않으면 벌거벗은 채로 창조주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않았니? 아니,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또한 창조주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신의 말씀 없이 너는 어떻게 기도를 할 수있었니? - P134
"기분 나빠하지 마라." 그들의 두려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하미드가유수프에게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가르침을 받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죄인이다. 너는 지난 몇 달 동안 우리와 함께있었잖니..... "그런데 어떻게 네 아저씨는 그토록 오랫동안 너를 그런 상태로 놔둔 거니?" 마이무나가 물었다. 책임을 같이 져야 할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유수프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선 그는 제 아저씨가 아니에요. 그는 칼릴의 말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그는 그들이 슬퍼하게두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게 어쩐지 부적절한 것 같아 그대로 있었다. 그는 그들이 충격과 두려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혐오감을 느꼈다. 계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연기 같았다. - P135
하미드는 테라스에 서서 겁먹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유수프는 하미드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후세인의 말을 떠올리며, 하미드 스스로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유수프는 산에 사는 은둔자가 높은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젓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하미드의 두 어린 아들이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그런데 아샤도마이무나도 거기에 없었다. 유수프는 칼라싱가가 나와서 그들처럼 내다보면 싶었지만 그도 거기에 없었다. 그는 그를 만나러 가서 그 여행에 대해 얘기해줬다. 칼라싱가는 여행의 중요성에 대해 열광적으로 얘기하며 그에게 이상한 충고를 했다. 매주 한 번씩 네 귀에 오일을 한 방울넣는 걸 잊지 마라. 곤충과 벌레가 알을 낳는 걸 막기 위해서다. 유수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질척거리는 길로 화물차를 몰고 와서 차에서 뛰어내려 그들이 지나갈 때 극적으로 인사를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칼라싱가는 중요한 순간이면 늘 그렇게 인사를 했다. 어쩌면 떨어져 있는게 현명한지도 몰라. 유수프는 짐꾼들이 그의 터번과 꼬인 수염을 보고 비웃던 일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P153
그들이 높은 산자락에서 내려가면서 지형이 매일 바뀌었다. 땅이 점점 건조해지면서 정착지들의 규모가 더 줄어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들은 고원으로 내려와 있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먼지와 모래 구름이일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관목들이 엄청나게 비틀리고 휘어져 있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인 것 같았다. 짐꾼들은 자신들이 들어서는삭막한 곳을 바라보면서, 더이상 노래하지 않고 패기도 잃었다. 멀리거대한 동물들의 무리가 보이자 그들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멀리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두고 입씨름을 했다. 유수프는 처음 며칠 동안 속이 뒤집히고 기진맥진하고 열이 나면서 몸이 아팠다. 가시들이발목과 팔을 파고들었고 몸에는 벌레 물린 자국투성이였다. 그는 엄청나게 가혹한 땅에서 어떤 것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 P156
유수프는 그들이 왜 아지즈 아저씨를 사이드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 보이고, 하루에 다섯 번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했고 초연함을 유지했다. 기껏해야 지체되면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운한 일이 바로잡히는 동안 굳은 자세로 서서 초조해하는 정도였다. 그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았고 보통은 하루가 끝났을때 모하메드 압달라하고만 길게 얘기했다. 그러나 유수프는 그날의 여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은 무엇이든 그가 알고 있다고 느꼈다. 이따금 유수프는 그가 짐꾼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지켜보며 껄껄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번은 그가 저녁기도 후에 유수프를 매트로 부르더니 어깨에 한 손을 짚었다. "네 아버지 생각나니?" 그가 물었다. 유수프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지즈 아저씨는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말도 못하는 유수프를 향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 P157
아지즈 아저씨의 출발 준비를 유수프가 거들 때, 상인이 가볍게 기침을 하면서 그를 제지했다. "너, 지난밤에 또 걱정했구나. 술탄이 한말 때문에 걱정되더냐?" 유수프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또 걱정했다! 그는 가망 없이 약점을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그들 모두가 밤에 그를 혼비백산하게 만든 개들과 짐승들과 형체없는 허공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말일까? 어쩌면 그가 자주 소리를 질러 사람들이 비웃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 P167
"저들이 행복해하는 걸 봐라." 그가 웃음기 없이 말했다.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저들이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아니?" 유수프는 저 자신도 비슷한 기분이라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들이 잠을 잘 수 있고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빌린 다음, 아지즈 아저씨가 유수프에게 말했다. "내가 처음에 이 도시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잔지바르 술탄의 아랍인들이 이곳을 운영했었다. 그들은 오만인이었다. 오만인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하인이었다. 오만인은 재능이 탁월한 사람들이지. 아주 능력이 많아. 자기들을 위한 작은 왕국들을 세우려고 이곳에왔어. 잔지바르에서 이곳까지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더 멀리까지 갔어. 마룽구 너머의 오지 숲까지 들어가고 거대한 강까지 갔어. 그들은 거기에도 왕국을 세웠지. 그래, 거리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 - P174
그들은 타야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도시에는 좁은 길들이 미로처그럼 당황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길들은 작고 깨끗한 뜰과 광장으로 갑자기 이어졌다. 어두운 거리의 대기에서는 사람들로 가득한 방에서 나는 냄새처럼 친숙하고 오염된 냄새가 났다. 폐수가 개울을 이뤄 집의문턱 바로 옆에서 흐르고 있었다. 빌린 집의 마당에서 잠을 잘 때, 바퀴벌레와 쥐가 그들의 몸 위를 기어다니고 굳은살이 박인 발가락을 뜯어먹고 식량 자루들을 찢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음냐파라는 새로운 짐꾼들을 고용해 더 멀리까지 가지 않기로 계약된 짐꾼들을 대체했다. 그들은 며칠 후에 다시 출발했다. 타야리를 떠난 후에는 좋은 시간을보냈다. 약한 비가 걸음을 재촉했다. 몸이 서늘해지자 그들은 노래를부르기 시작했다. 여행에 지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조차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일부는 너무 아파서 노래든 농담이든 소용없었다. 그것이 걸핏하면 수풀로 잽싸게 뛰어들어가야 하는 그들의 괴로움을덜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동료들은 이제 침묵하는 대신 그들이 고통에 겨워 지르는 소리에 슬픈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봐라." 아지즈 아저씨가 유수프에게 말했다. 그의 변함없는 아득한 미소가 얼굴 구석에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우리의 용감한 빈 압달라를 봐라. 그의 몸이 얼마나 말도 안되게 약해지고 믿을 수 없게 되었는지 봐라. 더 약한 사람이 저렇게 맞았다면 회복 못하겠지만 그는 회복할 것이다. 문제는 저것보다 더 나쁘다는 거다. 우리의 본성도 너무 비열하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지.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는 술탄이 화가 나서 하는얘기를 믿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서 부숴버리고 싶은 뭔가를 보는거다. 그가 우리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그를 만족시키는 데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우리 몸을 스스로에게맡길 수 있고, 우리 몸이 스스로의 행복과 기쁨을 돌볼 수 있게 할 수있다면 좋을 텐데 유수프, 너는 사람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너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유수프가그랬던 것처럼 너도 밤에 꿈을 꾸고 그것을 해석해 우리를 구원할 수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지즈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 P215
그들은 말없이 몇 분 동안 앉아 있었다. 유수프는 삶의 얼레가 자신의 손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레가 저항을 받지 않고 돌아가게 놔뒀다. 그리고 일어나서 그곳을 떠났다. 그는 부모에 대또한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가슴이 멍해져 오랫동안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부모가 자신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지, 아직도 살아 계신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그 답을 알아내고 싶은마음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이 상태에서 떠오르는 다른 기억들에 저항할 수 없었다. 버림받았을 때의 모습들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그들 모두가 그가 스스로를 방치하도록 만들었다. 그의 삶은 사건들로이뤄져 있었다. 그는 파편들 위로 고개를 들고 있으려 했고 더 가까운지평선에 눈길을 주며 앞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해 부질없이 알려고 하기보다 무지를 택했다. 자신이 살았던 삶에 대한 속박에서 그를 풀려나게 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 P229
우선 그는 너의 아저씨가 아니야. 그는 칼릴을 생각하면서 자신이느끼는 우울함과 갑작스러운 자기연민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 그도 그렇게 될 것이었다. 칼릴처럼 신경질적이고 호전적이고, 사방으로부터 포위되고, 의존적이고 미지의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 그는 손님들과 주고받는 칼릴의 끝없는 농담과 불가능해 보이는 그의 쾌활함을 떠올리고 실제로는 그것이숨겨진 상처를 감추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향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곳에 사는 칼라싱가처럼, 그리움에 애가 타고 잃어버린 완전함에 대한 생각에서 위로받으며, 악취나는 이런저런 곳들에 갇혀 있는 그들 모두처럼. - P229
유수프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칼릴에게 자신이여행중에 아주 자주 살이 말랑말랑한 동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껍질에서 막 열린 공간으로 나왔는데, 혐오스럽고 괴상하게 생긴 짐승이 잡석들과 가시들 속으로 난 길을 맹목적으로 짓이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지의 곳 한가운데를 맹목적으로 통과하는 그들 모두가 그런 상태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느꼈던 공포는 두려움과는다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진짜로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고, 꿈속에서죽음의 가장자리 너머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장사를 하려고 그런 공포를 극복해가면서 그토록 원하는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 P235
유수프가 돌아갔을 때 가게는 닫혀 있고 칼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매트는 잠자리를 위해 벌써 깔려 있었다. 유수프는 몸을누이며 칼릴이 돌아오면 물어볼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인내심을 갖고그를 기다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혼자 있게 되어서 기뺐다. 그런데 기다림이 길어지자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디 갔지? 둥근달이 4분의 1쯤 하늘에 떠올라 있었다. 너무 가깝고 무거워 보여 쳐다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가장자리가 검은 구름들이 달무리 옆에서 쏜살같이 달리면서 뒤틀린 형태로 바뀌었다. 검은 구름들이 그의 뒤쪽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별들을 가려버렸다. 그는 폭풍의 따뜻한 도리깨질이 몸을 때리는 통에 갑자기 잠에서 깼다. 그 주위로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거세지는 바람이 테라스를 때려댔다. 달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떨어지는 물이 밝은 회색빛을발해 어둑한 수풀과 나무들을 비추면서 그것들을 바다 밑의 거대한 둥근 돌처럼 보이게 했다. - P285
음지 함다니가 한숨을 쉬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냐?" 그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고는 더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것처럼 말을 멈췄다. 그런데 잠시 후 그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자유를 선물로 주었어. 그녀가 줬지. 그녀가 그걸 줄 수 있다고 누가 말해줬을까? 나는 네가 얘기하는 자유가 뭔지 알아. 내가 태어난 순간 가지고 있던 자유지. 이 사람들이 넌 내 것이다. 나는 너를 소유한다고 할때, 그것은 비가 지나가는 것이나 하루의 끝에 해가 지는 것과 같은 거야. 그들이 좋아하든 말든 다음날 아침해는 다시 뜬다고. 자유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너를 가두고 쇠사슬로 묶고 네가 가진 하찮은 것까지모두 남용하지만,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쓸모없어질 때도 여전히 너를 소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네가 태어난날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내 말 알아듣겠니? 이것은 나한테 하라고 주어진 일이야.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이것보다 더 자유로운 것을 나한테줄 수 있겠니?" 유수프는 그것이 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지혜가 담겨있는 건 틀림없었지만 그것은 인내와 무력감의 지혜였다. 그 자체로찬탄할 만한 것일지 모르지만, 약자를 못살게 구는 자들이 여전히 사람을 깔고 앉아 더러운 방귀를 뀌어대는 한 그렇지 않았다. 유수프는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전에는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지금쯤 아마 그랬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는 노인을 자신이 슬프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92
그러면 그녀는 미소 지으며 한 손으로 그의 볼을 만져발그레하게 물들일지 몰랐다. 당신은 몽상가라고 말하면서, 이보다 더완전한 그들만의 정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할지도 몰랐다. 그는 부모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을것이었다.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언젠가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몰랐다. - P305
"계획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게 될 거다. 네가 나를 위해 가장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보자꾸나." 아지즈 아저씨가 쾌활하게 말했다. "나는 이런 여행들에 지쳐가고 있다. 네가 나를 위해 그걸 좀 해줄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너는 옛친구 차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그런데 조심해라. 너희 둘 다. 칼릴! 너도, 북쪽 국경에서 독일인과 영국인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얘기가 있다. 어제 오후 시내에 들어갔다가 상인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언제라도 독일인들이 자기 군대를 위해 짐꾼으로 쓰려고 사람들을 납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정신바짝 차려라. 그들이 오는 걸 보면 즉시 가게를 닫고 숨어라, 너희도독일인들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들었잖느냐? 좋아, 어서 하던 일해라." - P315
땅은 사람들의 발자국들로 헤집어져 있었고 혼란스러움이 대기를 떠돌았다. 그는 수피나무 그늘 너머에서 똥무더기 여러 개를 발견했다. 개들이 벌써 그것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 개들은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흘깃 보았다가 곁눈질로 경계했다. 그들은 몸을 살짝 틀어 자신들이 먹는 것을 그의 탐욕스러운 눈길로부터지켰다. 그는 너무 놀라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더러운 것을 먹는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개들은 똥을 먹고 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비겁이 산후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이 숨쉬는 것을 보았는지를떠올렸다. 그건 버림받은 것에 대한 첫번째 두려움의 탄생이었다. 지금, 개들의 품위 없는 굶주림을 보면서, 그는 그것이 뭐가 될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정원에서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행진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따끔거리는 눈으로 그 행렬을 뒤쫓았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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