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자주,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슬픔이 가득 담긴 소년의 눈, 역설적인 ‘낙원‘.
유수프는 낙원을 만나게 될까? 낙원이 있기는 한 걸까?
이제 100페이지, 더딘 걸음으로 그의 여정을 따라간다.

유수프에게 그것은 몇 년에 걸쳐 사로잡혀 살면서 얻게 된 평정심을 깨뜨리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지즈 아저씨의 가게에서 불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볼모로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즉 아버지가 진 빚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가 아지즈 아저씨에게 저당잡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수년에 걸쳐 너무 많은 돈을 빌렸고, 그것이 호텔을 팔아서 갚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혹은 그의 아버지가 운이 없었거나, 자기 것이 아닌 돈을 어리석게 써버렸는지도 몰랐다. 칼릴은 그에게 그것이 사이드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결과 그에게는 뭐든 필요해질 때, 그 필요한 일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이드에게 돈이 급해지면, 몇 명의 채권자를 희생시켜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 P70
그들의 음성이나 특유의 성향 - 어머니의 웃음, 마지못해 짓는 아버지의 웃음에 대한 생각이 다시 그를 안심시켰다. 그가 그들을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사실 시간이 쌓여갈수록 그들을 점점 덜 그리워했다. 그것은 차라리 그들과 헤어진 것이 그의 삶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사건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그것에 대해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슬퍼했다. 그는 그들에 대해 알아야 했거나 그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던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를 겁에 질리게 했던 격렬한 싸움들. 바가모요를 떠난 후 물에빠져 죽었을 두 소년의 이름. 나무들의 이름. 그런 것들에 대해 그들에게 물어볼 생각만이라도 했더라면, 스스로 너무 무지하다고 느끼거나그토록 위험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그는 주어진 일을 했고, 칼릴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완수했으며, 그 ‘형‘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허락을 받을 때면,정원에서 일했다. - P71
"키자나 음주리 "아름다운 소년이로군. 모하메드 압달라가 유수옆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얼룩덜룩하고 비늘이 덮인 듯 느껴지는 손으로 그의 턱을 잡고 말했다. 유수프는 고개를 흔들어 놓여났다. 턱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이리 와 너, 사이드께서 아침에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신다. 너는 우리와 같이 가서 장사를 하며 문명과 야만의 차이에 대해 배우게 될 거다. 지저분한 가게에서 노는 대신에………… 이제 좀컸으니 세상이 어떤지 돌아볼 때가 되었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유수프의 악몽 속에서 어슬렁거리던 개들이 떠오르는 약탈자의 얼굴이었다. 유수프는 공감을 바라며 칼릴에게 갔지만, 칼릴은 그를 가엾게 여기지도 그의 운명을 함께 슬퍼해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장난처럼 팔을 때렸다. 유수프는 몹시 아팠다. "너, 여기 정원에 앉아 놀고싶지? 저 미치광이 음지 함다니처럼 카시다 노래나 하고 싶지? 정원은거기에도 많아. 사이드한테 괭이를 빌릴 수도 있을 거다. 야만인들과거래하려고 몇십 개는 가지고 다닐 테니까. 야만인들이 괭이를 좋아하거든. 왜 그런지 누가 알겠니? 그들은 싸움도 좋아한다더라. - P76
그들은이틀 낮과 하룻밤을 기차로 이동했다. 기차는 자주 서고 속도도 별로높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지에 야자나무와 과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가장자리의 초목들 사이로 작은 농장들과 농원들이 보였다. 기차가 멈출 때마다 짐꾼들과 보초들은 무슨 일인지 보려고 플랫폼으로 우르르 내려갔다. 그중 일부는 전에도 이 경로로 이동해본 적이 있어서 역무원들과 플랫폼 상인들과 안면이 있는 터라 지체 없이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전해줄 메시지와 선물을 건네받았다. 이른오후의 더위로 정적이 감돌 무렵 도착한 어느 역에서, 유수프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오후 중반쯤 되자 기차가 카와에서멈췄다. 그는 긴장한 채 조용히 기차 바닥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 그를알아보고 그의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면 어쩌나 싶었다. 나중에 지대가점점 높아지면서 그들의 여정은 동쪽을 향했고, 나무들과 농장들은 더드물어졌다. 초원들이 이따금 울창한 잡목림으로 이어졌다. - P81
산밑의 공기는 쌀쌀했고, 햇빛은 유수프가 전에 보지 못한 자주색을띠고 있었다. 이른아침에는 산봉우리가 구름에 가려졌지만, 해가 더강해지기 시작하면서 구름들이 사라지고 얼음으로 덮인 봉우리가 드러났다. 한쪽으로는 평평한 평지가 길게 뻗어 있었다.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 뒤쪽으로 가축을 키우고 동물들의 피를 마시는 먼지 빛깔의 전사 부족이 산다고 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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