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 캐더Willa Cather


미국의 대표적인 지방주의 작가로 1873년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1895년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피츠버그에서 몇 년 동안신문, 문예잡지사 일과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12년부터 창작에 전념하였다. 네브래스카에서 혹독한 기후와 싸우며 개척 생활을 하는 북유럽 이주민들과 함께 보낸 10년간은 그녀의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캐더는 웅대한 자연을 묘사하는데 알맞은 위엄 있고 단아한 필치로 모든 개개인의 생활에 새겨진 인간 역사를 그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며 네브래스카 최초의 여성 유명 인사였던 캐더는 1947년 미혼인 채로 세상을 떠났다.
1927년에 발표한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윌라 캐더가 미국남서부인 뉴멕시코 지방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구상한 작품이다. 종교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불모지였던 뉴멕시코에서 두 프랑스인 선교사가 불굴의 정신으로 이룩한 포교의 생애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소설의 무대가 되는 뉴멕시코 일대의 웅대한 자연환경을 그리고 있다.
대표작으로 네브래스카의 대초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시인 「오, 개척자여! O Pioneers!」와 「나의 안토니아 MyAntonia가 있으며, 사라져 가는 개척자 정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우리 중의 하나One of Ours』로 1922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서부 개척자들 중 한 여인의 허물어져 가는 사랑의 생애에 초점을 맞춘 「방황하는 부인 A Lost Lady」,
지금은 사라진 뉴멕시코 주 혈거인종의 끊임없는 휴식에의 동경을 그린 「교수의 집 The Professor‘s House1, 
18세기 전반 캐나다에서 프랑스 이주민들의 용기와 긍지와 정열로써 살아가는 모습을그린 「바위 위의 그림자 Shadows on the Rock』 등이 있다.

1848년 어느 여름날 저녁, 세 명의 추기경과 선교사 자격으로 미국에서 온 주교가 함께 모여 로마 시내가 내다보이는사비네 언덕 어느 저택의 정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저택은 뜰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무척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했다. 네 사람이 앉아 있는 식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정원에 놓여 있었는데, 정원은 뜰의 남쪽 끝으로 20피트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선반 모양의 평평한 바위 정원 밑으로는 포도밭을 이루고 있는 가파른 경사지가 쭉 뻗어 있었다. 그곳은 또한 층층으로 된 돌계단을 통해 위쪽의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저녁 식탁은 그 평평한 바위 너머 또 다른 바위틈에서 가지를 활짝 펴고 웃자란 털가시나무 참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정사각형의 모래밭 위에 차려져 있었다. 식탁의 양쪽으로는 오렌지 나무와 서양협죽도 화분들이자리하고 있었다. 정원의 돌계단 난간은 곧장 허공에 닿았고, 그 낭떠러지 아래로는 부드럽게 물결치는 광경이 쭉 펼쳐지다가 로마 시내의 전경에 이르게 되는데,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눈을 사로잡을 만한 별다른 특별한 광경은 없었다. - P7

주인인 스페인 추기경과 그의 손님들이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이른시간이었다. 아직도 해가 최고의 광채를 한 시간쯤은 더 보여 줄 수 있는 이 시간에, 아스라이 빛나는 시골 풍경들 너머낮게 로마 시내가 하늘가로 간신히 그 옆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마 시내의 모습은 성 베드로성당의 둥근 지붕을 제외하고는 모두 희미했다. 그것은 커다란 풍선 기구의 납작해진 꼭대기 부분처럼 파르스름한 잿빛으로, 그 지붕을 덮은구리가 부드러운 금속 표면 위에서 번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집의 주인인 추기경은 이처럼 해가 열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늦은 오후 시간에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괴상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태양 빛은 바삐 움직이다가 최고의 광채가끝나 버리는 특별한 절정의 순간을 맞고 있었는데, 그 빛은굉장히 많은 촛불들이 불빛 속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붉은기운을 낼 때와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웠다.  - P8

햇살은 털가시나무 참나무들 속으로 스며들어 적갈색나무줄기와 짙푸른 잎들을 연하게 비춰 주고 있었고, 오렌지나무들의 연초록빛을 따스하게 했으며, 서양협죽도의 장미가 금빛 꽃을 피우게 했다. 또한 다마스크 천으로 된 식탁보와 접시와 크리스털 유리잔 위에서 나선형의 문양들이 빙글빙글 돌며 떨게 만들었다. 성직자들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직사각형으로 된 신부복 모자를 쓰고 있었다. 세 명의추기경들은 진홍빛으로 가장자리를 공글리고 진홍빛 단추를 단검은색 성직자복을 입고 있었으며, 주교는 보라색 조끼기다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만나서 상의하기로 되어 있던 업무에 대해 이야기 - P8

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최근 미국에 합병된 북아메리카의일부인 뉴멕시코에 가톨릭 교구를 새로 설립해 달라는, 볼티모어 지방 심의회에서 올라온 진정서에 대해 토의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이 새로운 영토는 그들 모두에게, 심지어선교사 주교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탈리아인추기경과 프랑스인 추기경은 그곳을 멕시코라고 했고, 주인인 스페인 추기경은 그곳을 <뉴스페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새 교구에 대해 추진해야 할 일에 그들은 거의 관심과 열의가 없었기에, 선교사인 페랑 신부는 계속해서 이에 대해 언급하며 그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있었다. 조상이 프랑스 사람인 페랑 신부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는데, 신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룬 그는 가톨릭교회의 오디세우스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들은 프랑스어로 말하고 있었다. 이때는 추기경들이 라틴어로 안건들을 마음대로 토의하던 시대가 이미 가버린 시점이었다. - P9

「그렇습니다. 그들은 최고의 선교사들이지요. 우리 스페인신부들은 순교자로서는 훌륭하지만, 프랑스인 예수 신부들이 선교에 있어서는 보다 많은 일을 성취해내지요. 그들은 훌륭하게 일을 추진하고 성취해 내는 사람들이지요.」
「독일인들보다도 더 잘하나요?」 오스트리아인들을 동정하는 베네치아 출신의 추기경이 물었다.
「아, 독일인들은 분류를 잘하지요. 하지만 프랑스인들은무엇인가를 조직해서 추진하는 일을 잘하지요! 프랑스인 선교사들은 분배를 잘하고 이성적으로 조정을 잘하는 데 감각이 탁월하거든요. 그들은 늘 어떤 일들의 논리적인 관련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것은 그들의 열정이지요.」 이렇게 말하고 주인 추기경은 다시 늙은 주교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교님, 이 버건디산 포도주를 그냥 내버려 두시렵니까? 제가 특별히 주교님의 캐나다 겨울 스무 배쯤의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 주려고 이 포도주를 저장실에서 꺼내 왔는데요. 틀림없이 휴런 호 근방에서는 이런 포도주가 나오지못할걸요?」 - P14

1851년 가을 오후, 혼자서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이 짐을 실은 노새 한 마리 앞에 서서 뉴멕시코 중심부 어딘가의 건조한 불모 지역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는 길을 잃었기 때문에, 나침반과 길에 대한 자신의 방향 감각만으로 오솔길로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지역은 구분이되는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니오히려 너무 많은 특징들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특징들이 모두 똑같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방으로멀리 내다보아도 경치는 단조롭게 솟아 있는 붉은 모래 둔덕에 이를 뿐이었다. 건초 더미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같은 모양의 모래 둔덕만이 아주 많을 뿐이었다.
어느 누가 수십 마일을 쭉 둘러보더라도 똑같은 형태의 붉은언덕들만 무수하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 언덕들 사이를 말을 타고 지나왔는데도, 그 지역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꼼짝 않고 서 있었던 것처럼변하지 않은 채 똑같았다.  - P23

그는 수사슴 가죽으로 만든 말 탈 때 입는 코트 밑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성직자의 칼라를 달고 있었으며, 성직자가 목에 두르는 것을 하고 있었다. 젊은 사제는 아주 열성적으로 기도를 했다. 얼핏보기에도 그는 천 명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헌신적인 사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그린 그의 머리는 평범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그앉은 자세는 아주 지성적인 모습이었다. 이마는 훤하고 너그럽고 빛이났으며, 이목구비는 잘생겼으면서도 왠지 엄격해 보였다. 수사슴 가죽으로 만든 재킷의 주름 잡힌 소매 단 아래 보이는손은 유독 우아했다. 모든 것이 그가 온화한 태생으로 용감하고 예민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심지어 그가 사막에 홀로 있을 때조차도 눈에 띄었다. 그는 그 자신을 향해서도, 그의 말들과 노새들을향해서도, 자신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노간주나무를향해서도, 그리고 그가 기도하고 있는 하느님을 향해서도 아주 예의 바른 그런 사람이었다. - P25

이 여행자는 장 마리 라투르였다. 그는 일 년 전 신시내티에 있는 아가토니카의 주교로 일하던 자리에서 뉴멕시코의로마 가톨릭 관할 교구로 임명되어, 그 이래로 자신의 교구에 도착하기 위해 애써 오고 있었다. 신시내티에 있는 어느누구도 뉴멕시코로 가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 누구도 거기에 가본 사람이 없었다. 젊은 라투르 신부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뉴욕에서 신시내티까지는 철도가건설되어 있었지만 철도는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뉴멕시코는 어두운 대륙의 한복판에 있었다. 오하이오 상인들은 단지두 개의 길만 알고 있었다. 하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산타페로 가는 길이었지만, 그 당시에 이 길은 가다가 콤만체 인디언 부족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했다. 친구들이 라투르 신부에게 뉴올리언스까지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거기서 배로 갤버스턴까지 가서 텍사스를 횡단하여 샌안토니오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리오그란데 계곡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 뉴멕시코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 길을 따라 여행을 했는데, 도중에 만난 재난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P27

갑자기 라투르 신부는 그가 탄 암말의 몸에 변화가 있는것을 느꼈다. 말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다리가 가벼워지는 듯싶었다. 짐을 실은 노새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는데, 두 짐승은 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물냄새를 맡았나?
거의 한 시간이 지날 무렵이었다. 백 개가 모두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둔덕 사이로 구비 돌아 지났을 때, 두 짐승이 동시에 히힝 소리를 냈다. 그들 밑으로, 물결치는 모래의 대양한가운데로 한 줄기 푸른 초목이 나열되면서 흐르는 시냇물 - P30

이 있었다. 사막의 리본 같은 이것은 인간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보다 더 넓어 보이지는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라투르 신부가 이전에 본 어떤 것보다도, 구세계 유럽의 가장 푸른 어느 구석지에서 본 것보다도 더 푸르렀다. 암말의 목과 어깨의 피부가 떨리는 모습을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것이 환영일지 모른다고, 갈증 때문에 생기는 망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흐르는 물, 클로버 들판, 미루나무, 아카시아, 눈부신 정원이 있는 조그만 어도비 흙벽돌집들, 하얀 염소 떼를 물가로몰고 가는 소년, 이것이 바로 젊은 주교가 본 것이었다.
잠시 후, 짐승들이 탈이 날까 봐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못하게 하느라 그가 짐승들과 씨름을 할 때, 머리에 검은 숄을두른 어린 소녀가 그 쪽으로 달려왔다. 그는 자신이 그녀의얼굴보다 더 친절한 모습을 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사는 예수님의 인사 같았다. - P31

「순결하신 아베 마리아, 선생님, 어디에 오신 건가요?」얘야, 축복이 있기를.」 그가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나는길을 잃은 사제란다. 나는 목이 말라 죽을 뻔했단다.」「사제라고요?」 그녀가 외쳤다 그럴리가요! 하지만 모습을 보니 맞는군요. 전에는 결코 신부님이 이곳에 오는 일이있은 적은 없지만. 저희 아버지의 기도가 응답을 받았나 봐요. 페드로, 얼른 달려가서 아버지와 살바토르에게 신부님이오셨다고 말씀 드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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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22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023-06-22 18:4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리뷰읽고 읽고싶어진...책입니다.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