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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읽는 법
조용진 / 집문당 / 198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보고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리는 것"]


화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문구로 미리 정하고 이 문구와 발음이 같은 사물을 대하여 그림으로 그리는 방식이었다.
                                                                                                                  머리말 가운데서...

동양화. 동양화란 무엇인가? 그림은 또한 무엇이며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 문득 겨울바람에 찾아온 의문은, 아니... 몇 년 앞에 사 놓은 곰브리치 아저씨의 책 때문이다. 서양의 미술을 이해하려 하면서 동양, 혹은 우리 것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없다는 점이 부끄러움 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혜원'에 대한 감상도 내가 기대했던 점에 비해서는 턱 없이 모자라, 다시 고르던 중에 이 책을 골랐습니다. 『동양화 읽는 법』이다.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 이 책의 저자는, <읽어주다>라는 말의 뜻을 모르고 있다. 아니, 읽어<주다 >라는 것은 고사하고, <읽다>라는 말의 뜻도 역시 모르고 있다. <읽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읽는다는 행위는 어떠한 대상을 자신의 감각과 의지를 동원하여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읽기'는 흔히 '보기'와 구별된다. 보는 것은 1차적인 행위, 즉 즉물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읽는 것은 자신의 가치판단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글을 보고나서 '재미있다' 또는 '지루하다' 등의 말을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글을 '보는' 행위가 된다. 그렇지만 그 글이 왜 재미있었는가, 혹은 왜 지루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순간, 그 행위는 <읽기>가 된다. 우리가 글 뿐 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광고, 그림 등등에도 '읽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라훌라님의 리뷰 가운데서

즉, 라훌라님의 표현을 빌린다면, 정말 이 책은 읽어주는 책입니다.

"동양의 그림은 읽는 그림이었다. /화가도 그 그림에 담겨진 문자적 의미의 전달을 염두에 두고 그렸으며, 감상자도 그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로 문자적 의미로 이해해야 했으므로 글자 그대로 독화(讀畵)였다. (33쪽)"

지은이가 선정-여기에서 선정으로 한정하는 이유는, 다양한 동양화를 담지 못하고 지은이의 기준에 의해, 독화되는 그림을 한곳에 모았다는 이미지가 남겨지기 때문입니다-한 그림은 분명 읽기에 충분합니다. 글맛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느끼게 된다면 그는 현실을 모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에 낯설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 이 모란에 대개는 목련(木蓮)꽃과 해당화(海堂花)를 곁들여 그리는데, 이것이 이상한 점이다. 모란은 5월 초순에 피는 꽃이다. 그런데도 4월 초에 피는 목련꽃과 6월에 피는 해당화를 한 화면에 만개한 것으로 그려 놓았다. 꽃피는 시기가 한 달씩이나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은 실제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옛날 당 태종 때부터 지금까지 그려져 오고 있다.(22쪽)"

전혀 다른 시기의 꽃이 함께 그려지는 이런 모순에 궁금증을 느낀 지은이가 하나하나 살펴보니, 거기에는 어떤 법칙이 존재하였습니다. 그것은 "동양의 화가들이 이렇게 글자의 의미로 마주어 그리는 일은 언어의 문자에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는 습성(74쪽)"인 것입니다. 즉 동음이의어를 선택한 다음에, 그로 인해 언어적 힘을 빌리는 것입니다.

"표범의 표(杓)가 고할 보(報)와 중국에서는 [Pao⁴]로 발음이 같고, 소나무는 정월, 까치는 기쁨(喜)을 뜻하므로 이것을 한 화면에 그린 그림은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만 오다"라는 뜻(46쪽)"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모르고 그렸기에, "까치와 호랑이 그림(鵲虎圖)"이 그려졌다고 말합니다. 즉 지은이는 동음이의어의 선택으로, 언어를 생각한 다음에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독음을 살피는 지은이는,

원앙새 -> 자식(금술과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금술은 비익조(飛翼鳥))
밤, 대추 -> 많은 자식
모란 -> 부귀(꽃 중의 꽃)
국화 ->은일, 장수(長壽)
바위, 구기자, 나비 ->장수
비파 ->사시지기(四時之氣)
연뿌리만 그리다 ->형제애

이렇게 지은이는, 중국에서의 발음을 유의합니다. 즉 동양화의 기준이 어느 것을 말하는지는 몰라도, 중국에서 발음을 유의하고 거기에 뜻을 더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지루할 정도로 지은이는 그림을 읽어 내려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혜원을 만날 수가 없고 칠칠이((崔北, 1712년~?)도 없습니다. 잘못 알려진 그림에 대한 바른 성찰은 좋으나 너무 한 부분으로 치우침이 보입니다.

동양화에 나타난 그림을 어떻게 읽을까하는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임: 계속 겹치지는 곰브리치, 한 권이 책이 전해주는 깊이는 지식의 체계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이나 소양이라 생각합니다. 오천년 유구한 역사라 하지만 곰브리치 아저씨와 대적할 만한 책이 없다(?)는 점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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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1-1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로 한자로 이루어진 code 읽기를 강조한 책으로 기억합니다. 서양화에서 기독교의 code를 통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책도 있죠.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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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등이란 기능이나 능력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이다.(151쪽)"]


우리나라 사람은 한 사람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펜대를 굴리는 직종에 들어가기 위해 일을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하는 일은 3D이며 우리가 외면하는 일들뿐이다.

우리는 내 몸을 살찌우기 위함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엄마, 아빠, 형, 언니, 동생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시선은 내 친구를 보는 시선과는 같지 않으며-나 또한 한동안 그러했습니다.

공장에서 외군인 근로자를, 티비 아닌 첫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었으며 한번도 고향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서울, 용산, 양산 등을 거쳐 김해에서 일을 합니다. 어떤 공장은 돈을 많이 주고 친절하게도 대해 주지만 어떤 공장은 경기가 좋지 않다고 몇 달의 월급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기에, 쉬이 직장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면,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겨울밤 내쫓기면 그네들은 어쩌면 얼음 위에서 잠을 자야합니다.

내가 아는 여자친구는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그는 대학생활을 1년 정도 하다가 한국에 돈을 벌러 왔습니다. 그가 번 돈으로 아버지는 눈 수술을 받고, 여동생들은 시집을 갑니다. 남동생은 더 공부를 할 수가 있고.. 혼자 일을 하여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작은 체구이며 여자이기에,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습니다. 한국말은 TV를 보면서 배웠기에, 시제가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의 쓰임도 아주 제한적입니다. 모른다, 모르겠다는 무조건 “몰랐다”, 안 좋다, 맛이 없다는 “무섭다”입니다. ‘왜 반찬을 먹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무섭다’입니다.

처음 그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말길을 알아듣지 못한다 합니다. 하지만 계속 지내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듣었습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를 때-내가 알아듣지 못할-는 어리숙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나보다 낳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습니다. ^^;

공휴일이나 주말은 놀러 가고, 눈이 오면 눈싸움, 새해에는 해돋이도 보러 갔습니다. 나와 크게 다르지가 않습니다. 5月에는 베트남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할 예정이라 합니다. 1년 다니고 우리나라에서 다시 5년을 보낸 다음, 자기 나라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꿈을 간직한 이...

말을 조금 할 수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선입관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네들을 바라보는 시선, 뉴스로 태국 근로자들이 안전장치도 없이 일을 하여 ‘아래 마비’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사람이 지고 가야 할 고통, 타국 멀리에서 다쳤다는 소식을 듣을 엄마와 가족들, 누나 언니만 믿고 철모르게 공부하며 뛰어놀 아이들, 한 사람의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이제 무조건 내모는 것이 아니라 공존(共存)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구촌이니 유비쿼터스니 하는 거창한 말은 빼버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네들의 삶에 5분만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아주 조끔씩 변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대가, 나로 인해 건설된다는 자만심과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제도는 70~80년대 수 없이 죽어간 선배들과 아직까지 겨울밤이면 허리를 펴지 못하는 선배들에 의해 터를 다졌으며, 오늘의 물질문명은 70~80년대 나라밖에서 외화를 벌어온 우리 아버지들에 의해, 작은 작업장에서 12시간 이상 노동을 한 우리 누나들에 의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지속될 내일의 물질과 민주주의는 우리가 낯선 눈으로 보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구축이 되어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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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1-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시키고는 미안할 줄은 알아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하죠. 한국민은 강한자에게 굽실거리는 반면 약한자를 한없이 내려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들도 50년전까지는 일본의 식민지였으면서도 동남아에 가서는 엄청나게 우월한 것처럼 행세하죠.

박정희가 처음 끌어댄 외화는 바로 조상들의 피값을 일본에 청구한 것이고 두번째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부로 보내서 받아온 돈 갈취한 것이었죠. 세번째가 베트남에 피팔러 보낸 것이고.

열린사회의적 2005-01-1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에게 엄한 잣대를 가진다면 남에게 한 없이 너그러울텐데... 그러하지 못하니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강한자에게 굽실거리는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설픈 리뷰, 깊은 관심을 가져 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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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5-1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온 발걸음에 너무 맘에 들어 실례인 줄 알지만 좀 담아갈께요...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살아있는 교육 13
윤태규 지음 / 보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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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많은 아이들’]

정말 일기...
한 해를 쓰면, 삼 년을 쓰면 혹은 강산이 변하도록 쓰면 무엇을 한다는 둥...
말도 많은 일기, 하지만 하기 힘든...

내가 언제 일기를 썼든가^^;
이 책을 보게 되면서 일기에 대한 강인한 애착이 들지만, 내 게으름이 내 삶을 더 무겁게 누르니 쉬이 적히지만은 않을 듯하네요. 하지만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지은이의 고민보다, 난
일기 속의 주인공을 몰래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서리관찰
                                     손희영
오늘 선생님과 뒷산에 갔다. 거기에서 서리를 봤다.
풀 위에 서리가 하얗게 붙어 있었다. 그걸 자세히 보니 소풍가는 아이처럼 보였다. 줄을 쫄 서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동그란 것을 보니 애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
민정이와 나와 얼음이 있는 곳으로 가 봤다. 그러니 내가 얼음을 들고 싶어서 들을라고 하니 민정이가 먼저 들었다. 나도 들었다. 내가 민정이보고 이렇게 말했다. "민정아 얼음이 구두 같애." 하고 말했다. 자꾸 보니 구두 안 같았다. (10시 30분 ->11시 5분) (90쪽)

1996년 9월 23일 월요일. 맑고 더웠다.
나의 비밀
                                    장경철
오늘은 나는 비밀을 쓰겠다. 진짜로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얘기를 못 했다. 그게 뭐냐면 나는 우리 반에서 27번이 좋다. 야는 금포 병설 유치원도 같이 다녔다. 그런데 오늘 27번과 싸웠다. 내일부터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 나는 남자니까 진짜 싸우지 않겠다. 선생님도 내 비밀 꼭 지켜 주세요. 꼭꼭.(144쪽)

서리를 보고, "소풍가는 아이", "애벌레", "구두"로 보이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같이 서 있다고 우린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난 지난 상상력을 잊어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말하는 세파 때문이라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여유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를 선생님이 아실까봐 "27번"으로 숨기는 어린이의 모습도 마냥 재미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난 초등학교 1학년 때 누구를 사랑하고 좋아했을까^^*

일기를 쓴다는 것이 백가지 좋다는 점을 말하는 것 보다, 어린이들이 쓴 일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차례가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일기를 쓰기 싫어한다면 이 책을 펼쳐놓고 왜 쓰기 싫어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일기를 써 가면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설계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난,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할 듯합니다. 그냥 내 어린 시절를 훔쳐 볼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난 또 다른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려하겠죠.

조만간에 공책이라도 한 권 사야겠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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