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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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등이란 기능이나 능력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이다.(151쪽)"]


우리나라 사람은 한 사람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펜대를 굴리는 직종에 들어가기 위해 일을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하는 일은 3D이며 우리가 외면하는 일들뿐이다.

우리는 내 몸을 살찌우기 위함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엄마, 아빠, 형, 언니, 동생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시선은 내 친구를 보는 시선과는 같지 않으며-나 또한 한동안 그러했습니다.

공장에서 외군인 근로자를, 티비 아닌 첫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었으며 한번도 고향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서울, 용산, 양산 등을 거쳐 김해에서 일을 합니다. 어떤 공장은 돈을 많이 주고 친절하게도 대해 주지만 어떤 공장은 경기가 좋지 않다고 몇 달의 월급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기에, 쉬이 직장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면,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겨울밤 내쫓기면 그네들은 어쩌면 얼음 위에서 잠을 자야합니다.

내가 아는 여자친구는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그는 대학생활을 1년 정도 하다가 한국에 돈을 벌러 왔습니다. 그가 번 돈으로 아버지는 눈 수술을 받고, 여동생들은 시집을 갑니다. 남동생은 더 공부를 할 수가 있고.. 혼자 일을 하여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작은 체구이며 여자이기에,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습니다. 한국말은 TV를 보면서 배웠기에, 시제가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의 쓰임도 아주 제한적입니다. 모른다, 모르겠다는 무조건 “몰랐다”, 안 좋다, 맛이 없다는 “무섭다”입니다. ‘왜 반찬을 먹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무섭다’입니다.

처음 그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말길을 알아듣지 못한다 합니다. 하지만 계속 지내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듣었습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를 때-내가 알아듣지 못할-는 어리숙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나보다 낳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습니다. ^^;

공휴일이나 주말은 놀러 가고, 눈이 오면 눈싸움, 새해에는 해돋이도 보러 갔습니다. 나와 크게 다르지가 않습니다. 5月에는 베트남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할 예정이라 합니다. 1년 다니고 우리나라에서 다시 5년을 보낸 다음, 자기 나라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꿈을 간직한 이...

말을 조금 할 수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선입관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네들을 바라보는 시선, 뉴스로 태국 근로자들이 안전장치도 없이 일을 하여 ‘아래 마비’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사람이 지고 가야 할 고통, 타국 멀리에서 다쳤다는 소식을 듣을 엄마와 가족들, 누나 언니만 믿고 철모르게 공부하며 뛰어놀 아이들, 한 사람의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이제 무조건 내모는 것이 아니라 공존(共存)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구촌이니 유비쿼터스니 하는 거창한 말은 빼버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네들의 삶에 5분만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아주 조끔씩 변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대가, 나로 인해 건설된다는 자만심과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제도는 70~80년대 수 없이 죽어간 선배들과 아직까지 겨울밤이면 허리를 펴지 못하는 선배들에 의해 터를 다졌으며, 오늘의 물질문명은 70~80년대 나라밖에서 외화를 벌어온 우리 아버지들에 의해, 작은 작업장에서 12시간 이상 노동을 한 우리 누나들에 의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지속될 내일의 물질과 민주주의는 우리가 낯선 눈으로 보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구축이 되어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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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1-1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시키고는 미안할 줄은 알아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하죠. 한국민은 강한자에게 굽실거리는 반면 약한자를 한없이 내려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들도 50년전까지는 일본의 식민지였으면서도 동남아에 가서는 엄청나게 우월한 것처럼 행세하죠.

박정희가 처음 끌어댄 외화는 바로 조상들의 피값을 일본에 청구한 것이고 두번째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부로 보내서 받아온 돈 갈취한 것이었죠. 세번째가 베트남에 피팔러 보낸 것이고.

열린사회의적 2005-01-1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에게 엄한 잣대를 가진다면 남에게 한 없이 너그러울텐데... 그러하지 못하니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강한자에게 굽실거리는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설픈 리뷰, 깊은 관심을 가져 주셔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