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는 민물고기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입니다. 겨울이면 못(저수지)가 꽁꽁 얼어서 썰매를 만들어 타고 다니곤 합니다. 한낮에는 꽁꽁 언 얼음이 따스한 햇볕에 녹아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물이 가득 차 있다보니 다양한 물고기도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물고기들도 겨울잠을 자는 듯 하지만 봄이 되면 대나무를 하나 꺾어 100원 주고 산 낚시찌와 바늘을 샀어는 붕어를 잡는다고 모퉁이에 안아 있습니다. 먼 곳에서 건사한 낚싯대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는데,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멋져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합니다.
여름에는, 동네 뫼(山)를 타고 내려오는 내에 가재도 있었습니다. 가재를 잡기 위해 돌을 살짝~~ 하지만 가재는 뒤꽁무니를 빼 버립니다. 분명히 가재가 있을 만한 곳에 손을 넣어 잡아 보고 싶지만 물릴까봐 겁이 나서 그렇게는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가재를 몇 마리 잡지 못하고 가져온 소쿠리로 연어를 잡습니다. 하지만 가재 보다 더 빠른 연어를 잡는다는 것은...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물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은, 놀이로써 끝나곤 합니다.
봄과 여름사이에 실컷 물 속에서 놀고 나면 긴 가뭄이 찾아옵니다. 이때가 되면 강물은 말라가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이 곳에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고기가 몰려서 가볍게도 때죽음을 당하곤 합니다. 어린 물고기에서 큰 물고기까지. 하지만 해 마다 이런 것은 아니랍니다. 하늘은 알아서 비를 내려줍니다. 웅덩이에 물고기가 너무 말라간다 하면 비를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강은 다시 하나가 되고 물고기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합니다.
옛 시절의 아련한 추억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지만, 내 경험은 더 이상은 공유할 수가 없습니다. 강에는 고기가 살지 않으며 대신에 돌이끼가 기다란 수염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재는 지난 여름날 농약 물에 다 죽어버렸으며, 물고기는 병과 쓰레기가 많아서, 물이끼가 많아서 살 수가 없다하여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오늘 펼쳐보는 책 속의 물고기는 사진 속의 물고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간혹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물고기들도 보이지만... 지난 시절의 추억을 다시 만들 수 없음에 난 한없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섞은 강을 다시 살려서 물고기가 돌아오곤 한답니다. 물고기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절 내가 놀았던 놀이터도 함께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곤 합니다.
이 책의 특징은 지은이가 많은 책을 읽었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지은이는 1991년 까지 110권의 책 속에서 물고기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3가지를 말합니다. ①우리 조선들의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②지나치게 책에 의존했다. 중국 사람들이 쓴 책을 지나치게 의존하여 없는 물고기도 기록되어 있다. ③탐구 생활을 해서 이를 기록한 선조들도 있다. 이렇게 3가지로 나눕니다. 지은이는 루이 아기시의 "자연을 읽어라, 책을 읽지 말고(71쪽)"라는 말을 어쩌면 우리에게 건낸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지은이의 물고기에 대한 사람을 충분히 공감하실 것입니다.
허미수(1595~ 1682)가 임진강 맑은 물에 배를 띄워 놓고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임진강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이(89쪽)" 미수감미어라 불리는 공지(미수개미, 두우쟁이, 살구꽃고기 등등으로 불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큰 강들이 하류에 둑을 쌓고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터놓지 않았다. 은어들은 어디에 가서 텃세를 하고 크란 말인가. 은어는 오염이 심한 3급수나 4급수에서는 살 수 없다.(98쪽)"
지은이는 "둑에 물고기가 오르내리는 길부터 터줘야(99쪽)"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거나 댐이나 강을 다진다고 하면서 하는 일련의 모든 작업이 사람만을 위한 작업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돈이라는 경제적 부담도 있겠지만 흙을 밝아보지 못하고, 강물에 바지를 건져서 옷이 흠뻑 젖도록 장난을 쳐 보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앞날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다음 세대에 대해 간절히 바랍니다. 물고기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관찰을 하기를... 그리고 물고기와 사람이 같이 살기를...
덧붙임: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 우리 조선들의 물고기 이름 붙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 부분을 잠시 옮겨 봅니다.
"꾸구리의 방언들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알아보자. 길름돌부지, 기름바소, 밀뚝자구, 중어돌나리, 중돌박가 등은 모두 꾸구리의 피부가 길'琉?바른 것처럼, 중의 머리처럼 매끄럽다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눈멀이, 눈봉사, 소경돌나리 등은 모두 눈을 덮을 수 있는 가죽막이 있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가죽막의 여닫이로 눈에 들어오는 광선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예는 물고기에서는 매우 드물다. 우리 국민의 입에서 이런 방언이 나왔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돌이 붙은 말들이 많은 것은 그 친구가 돌이 바닥에 깔려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까닭이다. 여울돌박가란 말도 그 친구가 여울에서 살고 있다는 데에서 온 말이다. 똥지게, 썩으배기, 썩쟁이 등은 모두 창자가 잘 썩는다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191쪽)"
다양한 사투리는 하나의 표준화된 말보다도 다양성이 있으며, 물고기의 생김새를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생전 보지도 못하고 몇 몇 사람들이 누리는 단어들만으로 기준점을 세우고, 일등을 정하고 나머지는 아니다라는 표준어는 이런 정겨운 말들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붕어: 붕어의 방언 중에서는 가장 이색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245쪽) 지은이는 붕어가 3급수에 살며, 제천 의림지의 붕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좋다는 이규경의 말을 옮겨 적습니다. 희나리, 하나리, 희라리 등으로 불리는 붕어. 어릴 때에 동네 못에서 낚시를 하여 잡히는 물고기를 두고 혼란이 일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붕어와 송어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붕어라는 말을 썼지만 아마도 학교를 다니고 책을 본 다음, 혹은 밖의 사람이 들어오고 부터인가 아닌가 합니다. 머리가 작을 때는 송어라는 이름을 더 많이 불렀답니다. 지은이는 붕어의 이름 중에 송어가 가장 이색적인 이름이라 합니다.
쉬리: 지은이는 쉬리를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이며, 관상어로 기르면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리고 쉬리의 사투리는 193개나 된다고 합니다.(가락딱지, 가새딸치, 가새피리, 까치철어, 과락딸치, 기생피리, 딸치, 싸리치기, 쇄리, 쇠리, 여울각시, 여울치, 여울피리, 연애각시, 옥사디이, 종달피리, 초리피...(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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