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이야기
최기철 / 한길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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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는 민물고기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입니다. 겨울이면 못(저수지)가 꽁꽁 얼어서 썰매를 만들어 타고 다니곤 합니다. 한낮에는 꽁꽁 언 얼음이 따스한 햇볕에 녹아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물이 가득 차 있다보니 다양한 물고기도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물고기들도 겨울잠을 자는 듯 하지만 봄이 되면 대나무를 하나 꺾어 100원 주고 산 낚시찌와 바늘을 샀어는 붕어를 잡는다고 모퉁이에 안아 있습니다. 먼 곳에서 건사한 낚싯대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는데,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멋져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합니다.

여름에는, 동네 뫼(山)를 타고 내려오는 내에 가재도 있었습니다. 가재를 잡기 위해 돌을 살짝~~ 하지만 가재는 뒤꽁무니를 빼 버립니다. 분명히 가재가 있을 만한 곳에 손을 넣어 잡아 보고 싶지만 물릴까봐 겁이 나서 그렇게는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가재를 몇 마리 잡지 못하고 가져온 소쿠리로 연어를 잡습니다. 하지만 가재 보다 더 빠른 연어를 잡는다는 것은...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물고기를 잡겠다는 욕심은, 놀이로써 끝나곤 합니다.

봄과 여름사이에 실컷 물 속에서 놀고 나면 긴 가뭄이 찾아옵니다. 이때가 되면 강물은 말라가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이 곳에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고기가 몰려서 가볍게도 때죽음을 당하곤 합니다. 어린 물고기에서 큰 물고기까지. 하지만 해 마다 이런 것은 아니랍니다. 하늘은 알아서 비를 내려줍니다. 웅덩이에 물고기가 너무 말라간다 하면 비를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강은 다시 하나가 되고 물고기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합니다.

옛 시절의 아련한 추억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지만, 내 경험은 더 이상은 공유할 수가 없습니다. 강에는 고기가 살지 않으며 대신에 돌이끼가 기다란 수염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재는 지난 여름날 농약 물에 다 죽어버렸으며, 물고기는 병과 쓰레기가 많아서, 물이끼가 많아서 살 수가 없다하여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오늘 펼쳐보는 책 속의 물고기는 사진 속의 물고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간혹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물고기들도 보이지만... 지난 시절의 추억을 다시 만들 수 없음에 난 한없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섞은 강을 다시 살려서 물고기가 돌아오곤 한답니다. 물고기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절 내가 놀았던 놀이터도 함께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곤 합니다.

이 책의 특징은 지은이가 많은 책을 읽었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지은이는 1991년 까지 110권의 책 속에서 물고기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3가지를 말합니다. ①우리 조선들의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②지나치게 책에 의존했다. 중국 사람들이 쓴 책을 지나치게 의존하여 없는 물고기도 기록되어 있다. ③탐구 생활을 해서 이를 기록한 선조들도 있다. 이렇게 3가지로 나눕니다. 지은이는 루이 아기시의 "자연을 읽어라, 책을 읽지 말고(71쪽)"라는 말을 어쩌면 우리에게 건낸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지은이의 물고기에 대한 사람을 충분히 공감하실 것입니다.

허미수(1595~ 1682)가 임진강 맑은 물에 배를 띄워 놓고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임진강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이(89쪽)" 미수감미어라 불리는 공지(미수개미, 두우쟁이, 살구꽃고기 등등으로 불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큰 강들이 하류에 둑을 쌓고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터놓지 않았다. 은어들은 어디에 가서 텃세를 하고 크란 말인가. 은어는 오염이 심한 3급수나 4급수에서는 살 수 없다.(98쪽)"

지은이는 "둑에 물고기가 오르내리는 길부터 터줘야(99쪽)"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거나 댐이나 강을 다진다고 하면서 하는 일련의 모든 작업이 사람만을 위한 작업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돈이라는 경제적 부담도 있겠지만 흙을 밝아보지 못하고, 강물에 바지를 건져서 옷이 흠뻑 젖도록 장난을 쳐 보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앞날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다음 세대에 대해 간절히 바랍니다. 물고기를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관찰을 하기를... 그리고 물고기와 사람이 같이 살기를...

덧붙임: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 우리 조선들의 물고기 이름 붙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 부분을 잠시 옮겨 봅니다.

"꾸구리의 방언들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알아보자. 길름돌부지, 기름바소, 밀뚝자구, 중어돌나리, 중돌박가 등은 모두 꾸구리의 피부가 길'琉?바른 것처럼, 중의 머리처럼 매끄럽다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눈멀이, 눈봉사, 소경돌나리 등은 모두 눈을 덮을 수 있는 가죽막이 있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가죽막의 여닫이로 눈에 들어오는 광선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예는 물고기에서는 매우 드물다. 우리 국민의 입에서 이런 방언이 나왔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돌이 붙은 말들이 많은 것은 그 친구가 돌이 바닥에 깔려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까닭이다. 여울돌박가란 말도 그 친구가 여울에서 살고 있다는 데에서 온 말이다.
똥지게, 썩으배기, 썩쟁이 등은 모두 창자가 잘 썩는다는 데에서 온 말들이다. (191쪽)"

다양한 사투리는 하나의 표준화된 말보다도 다양성이 있으며, 물고기의 생김새를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생전 보지도 못하고 몇 몇 사람들이 누리는 단어들만으로 기준점을 세우고, 일등을 정하고 나머지는 아니다라는 표준어는 이런 정겨운 말들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붕어: 붕어의 방언 중에서는 가장 이색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245쪽)
지은이는 붕어가 3급수에 살며, 제천 의림지의 붕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좋다는 이규경의 말을 옮겨 적습니다. 희나리, 하나리, 희라리 등으로 불리는 붕어.
어릴 때에 동네 못에서 낚시를 하여 잡히는 물고기를 두고 혼란이 일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붕어와 송어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붕어라는 말을 썼지만 아마도 학교를 다니고 책을 본 다음, 혹은 밖의 사람이 들어오고 부터인가 아닌가 합니다. 머리가 작을 때는 송어라는 이름을 더 많이 불렀답니다. 지은이는 붕어의 이름 중에 송어가 가장 이색적인 이름이라 합니다.

쉬리: 지은이는 쉬리를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이며, 관상어로 기르면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리고 쉬리의 사투리는 193개나 된다고 합니다.(가락딱지, 가새딸치, 가새피리, 까치철어, 과락딸치, 기생피리, 딸치, 싸리치기, 쇄리, 쇠리, 여울각시, 여울치, 여울피리, 연애각시, 옥사디이, 종달피리, 초리피...(176쪽)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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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이야기 - 천상의 언어, 그 탄생에서 오늘까지
이은경 지음 / 열화당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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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려 하여도 내 정신이 말짱하니 취할 수가 없구나..."]

언제부터인가 열화당이라는 이름만 보고도 책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열화당에 대한 집착은 언젠가 『까치』에 대한 집착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난 이제 『까치』의 책을 맹목적으로 추종을 하지 않습니다.

『열화당』의 도서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지만...

발레 이야기 하나,
이 책을 읽은지는 벌써 달포가 지났지만 리뷰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발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스바루』 때문입니다. 그 속 주인공인 스바루는 감옥 등을 오가며, 발레 전도사가 됩니다. 발레, 어쩌면 저렇게 취할 수가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발레에 대해 빠질 만큼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흔히들 사람들은 만화는 만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만화라는 것은 기존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가 아니라, 온갖 상상에서 억측으로 꾸며진 정말 공상+현실만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모순 덩어리. 이런 덩어리로 보았다면 난, 발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설령 모순 덩어리라 하더라도 스바루가 보여주는 발레는 나에게 호기심을 일게 했습니다. 그래서...

발레 이야기 둘,
『발레 이야기』라는 책은 인물에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간혹 가다가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내가 보기에, "인물로 쓴 발레사"에 불과합니다. 인물에 대한 간략한 스켄들에서 역사적 자리매김이 이루어지다 보니, 낯선 이름이 나에게는 어렵고, 발레에 대해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만화에 빠져서 아직 헤어나지 못해서일까요?

발레 이야기 셋,
인물로 쓰여졌다 하여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나이가 일흔이 넘어도 발레를 멈출 수 없었던 마야 플리세츠카야, 강수진라는 한국 발레리나의 지독한 연습, 발레리나의 풍경을 담은 화가 드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놓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많아 발레를 직접 보지 못한 내게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큼직한 활자는 읽기에 편안했습니다.



발레 이야기 넷,
책을 어떠한 기준에 나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를 담아 내는 성찰의 몫에서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은이의 시선이 이러이러한 접근을 해야지 하는데, 난 너는 왜 저러저러했니라면 두 사람의 시선은 당연히 빗나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면에 내 시선이 많이 부딪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면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조금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라면... 욕심이 과한 것인지, 지은이의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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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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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꿈 보다 아름답다"]


"이 곳 벤포스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한 아이의 망가진 과거를 치료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191쪽)

실바 신부의 관심이 "새로운 것, 미래, 목표(189쪽)'에 무엇보다 관심이 많은 것 역시 위와 관련지어 볼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존중,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부여, 이웃에 대한 따스한 배려...

벤포스타를 가다.
1971년 함부르크에 있는 '어린이 극장'에서 어린이 스커스를 갖는다고 합니다. 서커스단의 곡예사들은 생각보다 어린, 여덟 살에서 열여덟 살까지의 사내아이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기예나 기술보다는 그들이 "인구 2천명의 어린이 나라에서 왔다"는 말에 지은이-뫼비우스-는 그곳에 가고 싶은 꿈을 키웁니다.

"독일에서 10주 동안의 무차초스 서커스 초청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무차소스와 그 아이들의 어린이 공호국을 현장에 가서 연구해 보고 싶다는 바람. 그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 아이들의 공화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1972년 7월 나는 아내와 함께 에스파냐로 갔다. 우리 부부는 4주 동안 벤포스타는 물론이고 어린이 공화국이 세운 부속 시설들까지 모두 방문했다.(11쪽)"

그리고 지은이는 여행 기록을 여기에 남겼습니다.

나는 무엇을 꿈 꾸어야 할까 고민을 할 때면, 이미 본 것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어린이 공화국'의 존재 가능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로만 구성된 나라가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책을 덮고서도, 과연 이 책의 내용만큼이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라는 삐딱한 금(線)을 긋어 놓고 봅니다. 이렇게 보는 내 시선에, 지은이와 다른 나를 보게 됩니다.

"'무차초스가 산 에스테반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실바는 벌써 부터 아주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 산 에스테반에 남녀 아이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며 생활하고 일하며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 내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실바의 생각이다.(41쪽)"

남녀 아이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게 되며, 스스로 결정을 할 줄 아는 자율성과 책임성. 우리는 너무 애지중지하면서 새장의 새처럼 아이들을 가두어두는 것은 아닌지요? 12년 동안의 교육이라는 것이 과연 던져주는 것은 무엇인지....

"실바는 현실주의자일까 몽상가일까? 실바는 현실이 꿈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현실이 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오물에 무릎까지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실을 아름답게 마주할 마음이 되어 있는 사람만이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41쪽)"

현실이 꿈 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 그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벤포스타가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공동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더 큰 꿈을 꾸며, 무엇을 그릴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 년 안팎의 교육 기간 동안 아이들은 일반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은 물론이요 인간 행동의 잘못된 모습들까지 두루 보고 겪게(161쪽)"는 '큰 모험을'을 합니다. "아이들은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싸구려 담요 한 장을 덮고 자며, 끼니는 스스로 지어 먹어야(162쪽)" 합니다. 또한 "병원으로 봉사 활동"을 하며, 때론 "구걸"을, "가까운 항구의 부두에서 배 청소부로, 나중에는 건설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168쪽)"을 합니다. 이런 힘겨운 일들을 1년 동안 거치게 됩니다. 즉 어른들이 하는 말로 '고생을 사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힘든 고생을 하는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을 때 심정이 어더한지,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멸시하는지 체험하기 위해서(168쪽)"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체험 습득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힘겨움을 벗터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이 생기게 되며,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겸손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랑을 키워갑니다.

한 사람의 꿈이 이루어 낸, 아니 그의 꿈을 같이 꾸어온 사람들이 이뤄낸 이야기는 내게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우리는 왜 저런 것을 꿈꾸지 못할까?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는 안타까움과 그에 대한 부러움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아마도 그와 내가 다른 것은 난 꿈을 꾸려고만 하는데, 그는 꿈을 이룰려고 합니다.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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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내 꿈 하나 살아있는 교육 3
윤구병 지음 / 보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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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아이들을 유난히 사랑하지만 강제적인 교육이 아닌 스스로 깨닫는 교육을 하는 사람, 하지만 그 분에게도 남다른 고민이 있다.

우리 아버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인류 생태적 고민까지, 짊어진 어깨가 무겁운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실레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과서가 있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현실'이라는 교과서이다. 그런데 이 교과서의 내용은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이 교과서에서 자기의 재능과 취미를 살릴 길을 찾아낼 수 있고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첫째가 될 수 있다.(41쪽)"

이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그들의 열린 생각을 존중하고, 다가올 세계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이 만들어 내는 구조를 미셸 푸코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악순환의 구조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할 수가 있습니다. 아울러 제로섬 게임을 놓고 누구나 일등이 될 수 있다는 모순이 지배하는 사회.

"아이들 교육은 구체적 문제를 중심으로 여럿이 머리를 모으고 손발을 놀려 풀어나가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문제를 주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관찰, 실험, 토론, 연장의 사용. 추리와 판단 같은 모든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느낌과 몸놀림과 깨우침이 어우러져 우리 아이들의 감성적.실천적.이성적 능력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총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121쪽)"

제로섬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은인, 자율성과 공동체를 꿈꾸는 듯합니다. 여기에서 자율성이라 함은 자연에서의 자급자족입니다. 지은이는 도시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보기에는 도시는 "내 생각으로는 도시의 삶 자체가 자기 파괴의 원리(108쪽)"가 있어 "도시의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도시라는 곳은...
이는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에서 충분히 읽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쓰레기가 생기면, 우선은 가축들에게 밥을 주고, 그래도 남으면 거름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아파트는 얼마만큼의 돈을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리면 됩니다. 이런 버리는 행위가 우리의 가치관을 지배하게 된다면, 나중에는 모든 것을 버리면 된다. 안되면 버리면 된다는 비극적 세계관이 잉태되지 않을까요? 먹다가 많으면, 혹은 조금 부러졌으면 그냥 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쓰레기가 쌓이는 것이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이미지에 의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쓰레기가 쌓이면 그 쓰레기도 다른 곳에 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지은이는 오줌을 주고, 한 바가지의 물이 내려가는 것을 안타까이 여깁니다. 지금 우리는 서울의 공기가 조금 탁하니 공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물은 아직 물 쓰듯이 합니다. 우리에게 물은 바다처럼 무한하게 보이나 봅니다.

중요한 것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순환이나 자연으로라는 말 대신에 쓰레기봉투, 쓰레기로 버리면 되요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번에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다는 가정이 있으며 쓰레기는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은이는 단호합니다. "지금 나는 산과 바닥 가까이 있는 농촌 공동체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111쪽)"고 말합니다.

조그마한 꿈 하나.
"명당 자리를 물색해야 하겠는데, 최창조 선생 같은 분에게 쫓아가 볼까? 임산배수. 산이 소쿠리처럼 마음을 감싸안고 사시장철 맑은 내가 시원하게 흐르고, 걸어서 가까우면 10여 분, 멀어도 30분쯤이면 바다가 나오고, 그런 곳을 찾아보자. 나중에는 마을에 공화당도 들어서야 할 테니까 터는 넉넉해야 하겠지.(115쪽)"

자연이라는 틀 속에, 농촌과 도시를 이분법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도시라는 곳이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곳이기에 사람이 살만한 농촌으로 다시 돌아오려 합니다. 여기는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게 되면 누구나가 주인이며, 자급자족을 끌어갑니다. 육지에 섬을 만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우가 들지만은 지은이는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합니다.

그는 이오덕 선생님의 교육일기(188쪽)를 통해, 도시에서의 초등학교 교육의 힘겨움도 엿보았고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보다 다 큰 머리와 적은 학생이 다니는 대학교의 시설이 더 좋은데 대한 구조적 결핍도 보았습니다. 또한 아버지로서 자녀를 키우며 그네들의 고민과 꿈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보는 눈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그곳에 숨쉬는 사람들을 본다는 점입니다. 그가 꾸는 꿈을 나도 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구성
책의 구성은 4부로 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우리 부모가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느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2부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현실에 아파하며, 꿈을 그립니다. 3, 4부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교육이 가지는 구조적 문제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논술하지는 않습니다. 지은이는 현실의 아픔을 어떻게든 치유하기 위해 몸소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즉 그는 대학에서 펜을 굴리며 이론을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발이 불어터지고 그 아픔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조그마한 내 꿈 하나』에 모든 면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살아 숨쉬는 『실험학교 이야기』와 같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지식을 화석화(化)하는 것은 몇 몇의 학자만이 하면 될 것입니다.

어떠한 확고한 고집이 있어, 자기 아이를, 남이 뭐라 하던 한 길만 가는 사람이 있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가? 혹시 아이를 너무 버릇없이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버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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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 MBC TV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 사람 제작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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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을 나눠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행복 가져가세요...(98쪽)"]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티비를 잘 보지 않는 내(^^;)게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은 더욱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가 나온 지도 몇 년이 지난 듯한데... 그때 방영시간이 꽤 늦은 시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본 프로그램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간혹 접하는 신문기사에는 좋은 프로라는 말들이 오고가곤 핸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아쉬움과 호기심 등으로 하나하나 읽어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향기가 돕니다. 사람의 향기가... 사람의 향기가 어떤 것일까요? 제가 느낀 향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힘겨움, 좌절, 낙마, 다시, 용기, 꿈, 넉넉함, 웃음, 행복...

유복하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에서, 어제 밤에 불이 나서 공장이 전부 타버린 한쪽 발이 없는 아저씨. 작은 매표소에서 행복을 날리는 총각에서 한 평생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가난. 이 가난으로 좌절하지 않는 할아버지. 예순다섯에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 할아버지...

호스피스라는 낯선 이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더욱이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까지 전도를 하려는 외국인 수녀라고 심한 거부감(19쪽)"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는 수녀님."

"그녀가 처음으로 쪽방촌 상담소인 '사랑의 쉼터'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어떤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녀를 '초짜'라고 얕보면서 상담소 물건을 빼앗아 가려고도 했습니다. 아저씨를 막던 그녀는 무서워서 나중에는 '엉엉' 울어 버렸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저씨의 폭언과 폭력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31쪽)" 사회복지사 심소영님.

"그는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볼 것이 없고 들을 것이 없고 그래서 세상이 재미없다고 말할 때 이해가 안 갑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자신에게도 이렇게 세상은 늘 새롭게 다가오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까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바이올린 소리와 축구공 소리가 일깨워 준 희망과 자유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절망 속에 빠져 있을지도(77쪽)" 모르는 이길준님.

책을 펼치는 우리 곁에 숨쉬는 조금은 힘겨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난 가진 것이 많은데도 뭔가 부족하여 다른 것을 가지려고 하는 반면에, 책 속의 주인공들은 가진 것이 나보다는 적은 듯한데 더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난 항상 물질적 결핍만이 아닌 정신적으로 무엇엔가 쫓기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이들은 어느 스님의 말처럼 무소유(無所有)를 알며, 정신적으로 행복이 넘쳐납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더 주려고 합니다. 많아서 주는 것이 아닌, 없기에 없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네들은 힘겨움을 온몸으로 맞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나눔이 진실로 값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빙산의 일각이며, 여기에 담긴 내용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주순자님-사랑채 하나를 짓기 위해 찾아온 총각에 마음에 빼앗겨 결혼한, 그리고 마흔에 홀로 되어 억츠스럽게 자갈치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장사하시는 이의 고통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단 몇 줄로 그가 이어온 삶을 담기에는 역부족 인 것을 압니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저씨의 공장에 불이나 꿈 마저 포기하다가 새둥지를 보고나서 마음에 꿈을 품은 아저씨의 고통도 모릅니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힘겨움이 여기에 다 담기에는, 살짝 혓바닥을 덴 것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그네들의 고통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지내는 내 일상입니다. 늘 옷깃을 여민다 하며서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나. 내 삶이 절실하지 않든가? 그네들 만큼의 어려운 상황을 처해보지 않았으니 방구석에 누워 시체놀이를 합니다.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늘은 조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여 줍니다.
"그러면서 그는 살짝 귀띔해 줍니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말입니다.(167쪽)"

단상: 이 책은 나에 대한 성찰의 몫도 담겨져 있지만 구조적인 해법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으시다고 말하는, 자기들만의 문으로 들락날락하는 그네들이 한 다리가 불편하거나, 한 팔이 불편하여 그 문을 드나들지 못한다면 다른 이의 고통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즉슨 온갖 권위로 무장한 장수가 지킨 그네들의 문으로 들어 설 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네들의 어깨 금(線)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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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잡지를 읽는 것 같네요.
그럼 어디 오늘 하루도 조금 열심히 살아볼까요?ㅎㅎ

열린사회의적 2005-01-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열심히 산다는게 나에게 왜이리 힘든지.. 게으름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