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MBC TV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 사람 제작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행복을 나눠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행복 가져가세요...(98쪽)"]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티비를 잘 보지 않는 내(^^;)게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은 더욱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가 나온 지도 몇 년이 지난 듯한데... 그때 방영시간이 꽤 늦은 시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본 프로그램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간혹 접하는 신문기사에는 좋은 프로라는 말들이 오고가곤 핸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아쉬움과 호기심 등으로 하나하나 읽어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향기가 돕니다. 사람의 향기가... 사람의 향기가 어떤 것일까요? 제가 느낀 향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힘겨움, 좌절, 낙마, 다시, 용기, 꿈, 넉넉함, 웃음, 행복...

유복하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에서, 어제 밤에 불이 나서 공장이 전부 타버린 한쪽 발이 없는 아저씨. 작은 매표소에서 행복을 날리는 총각에서 한 평생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가난. 이 가난으로 좌절하지 않는 할아버지. 예순다섯에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 할아버지...

호스피스라는 낯선 이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더욱이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까지 전도를 하려는 외국인 수녀라고 심한 거부감(19쪽)"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는 수녀님."

"그녀가 처음으로 쪽방촌 상담소인 '사랑의 쉼터'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어떤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녀를 '초짜'라고 얕보면서 상담소 물건을 빼앗아 가려고도 했습니다. 아저씨를 막던 그녀는 무서워서 나중에는 '엉엉' 울어 버렸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아저씨의 폭언과 폭력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31쪽)" 사회복지사 심소영님.

"그는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볼 것이 없고 들을 것이 없고 그래서 세상이 재미없다고 말할 때 이해가 안 갑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자신에게도 이렇게 세상은 늘 새롭게 다가오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까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바이올린 소리와 축구공 소리가 일깨워 준 희망과 자유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절망 속에 빠져 있을지도(77쪽)" 모르는 이길준님.

책을 펼치는 우리 곁에 숨쉬는 조금은 힘겨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난 가진 것이 많은데도 뭔가 부족하여 다른 것을 가지려고 하는 반면에, 책 속의 주인공들은 가진 것이 나보다는 적은 듯한데 더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난 항상 물질적 결핍만이 아닌 정신적으로 무엇엔가 쫓기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이들은 어느 스님의 말처럼 무소유(無所有)를 알며, 정신적으로 행복이 넘쳐납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더 주려고 합니다. 많아서 주는 것이 아닌, 없기에 없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네들은 힘겨움을 온몸으로 맞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나눔이 진실로 값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빙산의 일각이며, 여기에 담긴 내용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주순자님-사랑채 하나를 짓기 위해 찾아온 총각에 마음에 빼앗겨 결혼한, 그리고 마흔에 홀로 되어 억츠스럽게 자갈치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장사하시는 이의 고통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단 몇 줄로 그가 이어온 삶을 담기에는 역부족 인 것을 압니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저씨의 공장에 불이나 꿈 마저 포기하다가 새둥지를 보고나서 마음에 꿈을 품은 아저씨의 고통도 모릅니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힘겨움이 여기에 다 담기에는, 살짝 혓바닥을 덴 것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은, 그네들의 고통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지내는 내 일상입니다. 늘 옷깃을 여민다 하며서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나. 내 삶이 절실하지 않든가? 그네들 만큼의 어려운 상황을 처해보지 않았으니 방구석에 누워 시체놀이를 합니다.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늘은 조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여 줍니다.
"그러면서 그는 살짝 귀띔해 줍니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말입니다.(167쪽)"

단상: 이 책은 나에 대한 성찰의 몫도 담겨져 있지만 구조적인 해법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으시다고 말하는, 자기들만의 문으로 들락날락하는 그네들이 한 다리가 불편하거나, 한 팔이 불편하여 그 문을 드나들지 못한다면 다른 이의 고통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즉슨 온갖 권위로 무장한 장수가 지킨 그네들의 문으로 들어 설 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네들의 어깨 금(線)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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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잡지를 읽는 것 같네요.
그럼 어디 오늘 하루도 조금 열심히 살아볼까요?ㅎㅎ

열린사회의적 2005-01-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열심히 산다는게 나에게 왜이리 힘든지.. 게으름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