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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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꿈 보다 아름답다"]


"이 곳 벤포스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한 아이의 망가진 과거를 치료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191쪽)

실바 신부의 관심이 "새로운 것, 미래, 목표(189쪽)'에 무엇보다 관심이 많은 것 역시 위와 관련지어 볼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존중,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부여, 이웃에 대한 따스한 배려...

벤포스타를 가다.
1971년 함부르크에 있는 '어린이 극장'에서 어린이 스커스를 갖는다고 합니다. 서커스단의 곡예사들은 생각보다 어린, 여덟 살에서 열여덟 살까지의 사내아이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기예나 기술보다는 그들이 "인구 2천명의 어린이 나라에서 왔다"는 말에 지은이-뫼비우스-는 그곳에 가고 싶은 꿈을 키웁니다.

"독일에서 10주 동안의 무차초스 서커스 초청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무차소스와 그 아이들의 어린이 공호국을 현장에 가서 연구해 보고 싶다는 바람. 그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 아이들의 공화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1972년 7월 나는 아내와 함께 에스파냐로 갔다. 우리 부부는 4주 동안 벤포스타는 물론이고 어린이 공화국이 세운 부속 시설들까지 모두 방문했다.(11쪽)"

그리고 지은이는 여행 기록을 여기에 남겼습니다.

나는 무엇을 꿈 꾸어야 할까 고민을 할 때면, 이미 본 것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어린이 공화국'의 존재 가능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로만 구성된 나라가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책을 덮고서도, 과연 이 책의 내용만큼이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라는 삐딱한 금(線)을 긋어 놓고 봅니다. 이렇게 보는 내 시선에, 지은이와 다른 나를 보게 됩니다.

"'무차초스가 산 에스테반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실바는 벌써 부터 아주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 산 에스테반에 남녀 아이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며 생활하고 일하며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 내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실바의 생각이다.(41쪽)"

남녀 아이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게 되며, 스스로 결정을 할 줄 아는 자율성과 책임성. 우리는 너무 애지중지하면서 새장의 새처럼 아이들을 가두어두는 것은 아닌지요? 12년 동안의 교육이라는 것이 과연 던져주는 것은 무엇인지....

"실바는 현실주의자일까 몽상가일까? 실바는 현실이 꿈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현실이 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오물에 무릎까지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현실을 아름답게 마주할 마음이 되어 있는 사람만이 꿈을 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41쪽)"

현실이 꿈 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 그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벤포스타가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공동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더 큰 꿈을 꾸며, 무엇을 그릴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 년 안팎의 교육 기간 동안 아이들은 일반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은 물론이요 인간 행동의 잘못된 모습들까지 두루 보고 겪게(161쪽)"는 '큰 모험을'을 합니다. "아이들은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싸구려 담요 한 장을 덮고 자며, 끼니는 스스로 지어 먹어야(162쪽)" 합니다. 또한 "병원으로 봉사 활동"을 하며, 때론 "구걸"을, "가까운 항구의 부두에서 배 청소부로, 나중에는 건설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168쪽)"을 합니다. 이런 힘겨운 일들을 1년 동안 거치게 됩니다. 즉 어른들이 하는 말로 '고생을 사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힘든 고생을 하는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을 때 심정이 어더한지,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멸시하는지 체험하기 위해서(168쪽)"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체험 습득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힘겨움을 벗터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이 생기게 되며,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겸손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랑을 키워갑니다.

한 사람의 꿈이 이루어 낸, 아니 그의 꿈을 같이 꾸어온 사람들이 이뤄낸 이야기는 내게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우리는 왜 저런 것을 꿈꾸지 못할까?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는 안타까움과 그에 대한 부러움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아마도 그와 내가 다른 것은 난 꿈을 꾸려고만 하는데, 그는 꿈을 이룰려고 합니다.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나 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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