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공부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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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 들었다가 예상했던 부류의 책이 아니란 것을 알고 적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사기 전에는 비교적 근자에 출간된 데이비드 리스의 『연필 깎기의 정석』이나 오가타 다카히로의 『비밀기지 만들기』 같은 부류의 책인 줄만 알았다. 듣는 법, 도구를 사용하는 법, 책과 도서관을 활용하는 법 등 난센스한 목차만 보면 얼핏 그런 부류의 책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구입해서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뭐 어쩌겠나. 잘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지른 내 잘못인걸. 그렇게 책장 구석에 꽂아두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구매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읽었다. 사실 ‘사놓은 책부터 읽자’는 작심삼일식 다짐마저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아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마치 내 불안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단단한 공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독자들에게는 평이 괜찮은 모양. 아무래도 공부와는 친하지 않은 내 천성의 문제인 듯하다. 사실 이런 책은 나 같은 사람이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평생 공부라는 걸 해보지 않고 살아온, 그래서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조금이나마 개념을 잡아주는…. 다만,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진부하다고 해야 하나? ‘공부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가볍게 쓰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려 60년이나 된 책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저자 윌리엄 암스트롱은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새것을 배운다는 것은 곧 관성적인 편안함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새로운 정보가 낯설고 어려울수록 지금의 편안한 마음은 불편해질 것이다.’(p.15)라고 서문에 미리 적어두었다. 뜨끔하며 밑줄을 그었다. 공감한다. 쉽게 하는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60년이 지난 그의 이론이 새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먼지를 뒤집어썼건 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면 새것 아니겠는가. 책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산 나를 나무라듯 여기서 저자는 한 번 더 나의 정곡을 찌른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떠나기 전에 그 사람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다 읽는 데 며칠이 걸릴지, 몇 주가 걸릴지, 어쩌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책에 대해서는 왜 읽기 전에 조사해보려 하지 않을까?


p.150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이라는 챕터가 인상 깊었다. 책이 어렵더라도 우선은 통독해볼 것, 정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을 것, 단어가 아닌 단락과 장을 위주로 주제나 주장을 읽을 것(‘가치를 지니는 것은 사상이나 사유다. 단어는 그저 상징일 뿐이다.’ p.99), 읽은 부분을 나만의 언어로 바꿔서 써볼 것 등등. 독서에 관련한 통찰있는 조언들이 이 챕터에 가득하다. 다른 챕터 역시 그 분야에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법한 조언들이 실려 있다. 챕터마다 예습과 복습을 위한 공간도 보이는데 이 부분은 학기 전 교재로 활용해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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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더블린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강훈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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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의 일상을 필요 이상으로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아일랜드가 가진 오랜 피지배적 상흔을 활자 이면으로 던져버렸다.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삶의 고통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매 단편 이어지는 일순 깨달음은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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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출판사 이벤트에서 당첨된 『악의 꽃』 개정판이 도착했다. 요즘 일이 좀 힘들어서 쓰지도, 읽지도 못하고 있던 와중에 잊고 있던 시집 선물을 받게 되니 다시금 활자가 고프다. 그나저나 이로써 나에게는 악의 꽃만 두 권이 되는 셈(소장 중인 악의 꽃 1쇄의 사진을 보내는 것이 이벤트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1쇄 버전의 커버 디자인은 카를로스 슈바베의 그림 ‘파괴’다. 이번에 받은 개정판의 커버 디자인은 




이렇다. 누구의 그림인지는 모르겠다. 이벤트 담당자 말에 따르면 독자들에게 ‘궁디팡팡’으로 통하는 표지라고…. 뭐 어쨌든 보들레르의 시는 언제나 옳지 않은가. 그럼 된 거다. 본문에 실린 카를로스 슈바베의 삽화들도 멋지고 시를 읽을 맛이 난다. 고된 노동에 지친 내 마음과 같은 시 「포도주의 영혼」을 읽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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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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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 작가는 아마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원작자로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는 소설가이기 앞서 백 권이 넘는 외국문학을 번역한 역자이기도 하다. 그가 번역한 책 목록을 살펴보면 상당히 익숙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번역 역시 엄연한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외국 소설을 읽었을 때 내가 눈여겨 보는 부분은 역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역자에 따라 걸작이 졸작으로, 졸작이 걸작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아왔기 때문. 소설가이자 역자인 사람을 굳이 찾아본다면야 안정효 작가 한 명뿐일까. 다만, 두 분야 모두 그렇다 할만한 성취를 이뤄낸 사람은 드문 듯하다. 하여, 소설가로서, 또한 역자로서 작가 안정효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알고 싶어 이 책을 펼쳤다.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라고 부제에서 언급하고 있듯 문장론부터 시작해 소설 쓰기까지 다루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500페이지면 결코 얇은 편이 아니건만 두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다룬다. 보통 이야기를 지어내는 방식에 치중하는 작법 책, 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글쓰기 책 등 이런 부류의 책들도 엄연히 분야가 나뉘는데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 그럼에도 대충 넘어가는 챕터가 없다는 게 장점. 일테면 “심화는 다른 책으로 하시구요.”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많은 부분을 다루면서도 꼼꼼하게 엮인 책을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 다만 제시하는 방법들 가운데 몇 가지는 너무 저자 개인적 상황에 맞춰져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 관련 서적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지 않으면 다 부질없다는 점을 먼저 강조한다.




나에게 원칙이 없으면 선택의 여지도 없고, 그래서 타인들의 원칙을 노예처럼 따르기만 할 따름이다. 먼저 나에게 원칙이 있어야 타인의 원칙을 만날 때 비판하고 취사선택 할 능력이 생겨난다. 그래야 나 스스로 계속해서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낸다.


p.24



앞선 아쉬움은 바로 저자의 이러한 가치관에서 형성되었던 것.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반론의 여지도 없다. 쓰는 법은 차치하고 읽는 법을 주제로 한 책도 수없이 쏟아지는 요즘 아니던가. 선택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건 독자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남들이 만든 방법을 취하기 전에 비록 효율적이진 않더라도 나만의 원칙을 먼저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나만의 원칙이 없기 때문에 여태껏 남들이 만든 원칙들만 노예처럼 주워섬겼던 것이 아닌가 뜨끔하기도 하고. 특히 ‘쓰기’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인데 요령 따위를 수십, 수백 가지 익힌다고 해서 그게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저자는 ‘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듯싶지만 남의 일까지 대신 다 하는 사람은 능력 또한 남의 몫까지 얻는다. 그러니까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p.21)라고 말하며 나만의 원칙은 온갖 요령을 주워섬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바로 미련하리만치 힘들게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임을 역설한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쓰는 문장에 ‘있다’, ‘수’, ‘것’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자는 이른바 ‘있을 수 있는 것’을 문장에서 모조리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형적인 번역체이기 때문. 커리어 통틀어 번역과 소설 쓰기에 매진해 온 안정효 작가의 충고이기에 허투루 넘길 수 없지 않은가. 이 세 요소가 문장의 가독성과 읽는 맛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모든 글을 천편일률적이게 만들어 개성을 죽는다고 한다. 지금은 덜한데 이 책을 읽었던 시기 한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지적을 접한 이후 내 눈에는 온통 ‘있을 수 있는 것’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읽던 인터넷 기사와 잡지 칼럼,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까지. 저 ‘있을 수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는 읽는 게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덩달아 쓰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사실. 혹시나 내 문장에 있다와 수 그리고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자꾸만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생산력마저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자의 지적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혼자 유난을 떨었던 면도 없지 않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최대한 줄인다고 줄인 게 이 모양. 한동안은 저 ‘있을 수 있는 것’을 철두철미하게 문장에서 몰아내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생각보다 이게 어렵다. 있다, 수, 것 없이는 논리적인 문장을 쓸 수(또!!!) 없는 지경에 이른 것(또 또!!!)이다. 그래서 지금은 의식하지 않고 우선 초고를 작성한 후 퇴고할 때 불필요한 부분만 줄이려고 한다. 사실 저것들을 굳이 배제하지 않아도 좋은 문장을 써내는 작가들도 많지 않은가. 또한 저것들을 문장에서 몰아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걱정을 하기에 앞서 한 자 더 써내는 게 지금 내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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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시작되자마자 계획했던 ‘2016 READING CHALLENGE’. 거창한 제목에 비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뽑아낸 목록이라 의미도 없다. 다만, 비디오 게임에 ‘도전과제’가 있듯이 심심한 독서 패턴에 재미를 좀 주고자 짜보았다. 이렇게 나만의 과제를 정해두고 하나씩 읽어나가면 독서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게다가 평소 습관대로 계속 읽게 되면 아무래도 장르나 주제나 너무 편향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일단 세 가지는 이미 끝냈다. 더불어 분량이 많아 불안했던 서유기도 순항 중. 문제는 스페이스 오페라물이다. 이쪽 장르는 워낙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분량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칙릿은 왜 넣었나 싶다. 이거 참 많지도 않은 목록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클리어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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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 목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5DOKU 2016-02-22 18:27   좋아요 0 | URL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2016-02-2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5DOKU 2016-02-23 17:26   좋아요 0 | URL
몰랐던 책인데 추천 감사드립니다.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