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정리학 - 뒤죽박죽된 머릿속부터 청소하라!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출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뒤집으면 6.5명 정도가 1년에 책을 고작 한 권 정도 읽는다는 얘기가 된다.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그 6.5명 중 하나였다. 1년에 많으면 두세 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작년(2015)에 읽은 책 권수를 합쳐보니 대략 40권 정도가 나왔다. 다독가들은 콧방귀를 뀔 수준이지만, 나에겐 비약도 이만한 비약이 없다. 그리고 내가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건 어디까지나 이 책의 공이 컸다.


그때 내가 독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이유를 최근에 와서야 깨달았다. 첫째, 책과 친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친해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지금 관점에서 본다면 책이라는 것도 친밀감을 쌓아야 마치 밥을 먹듯 독서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듯하다. 둘째, 집중력 부족. 이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성싶다. 주변에 티브이니 컴퓨터니 만화책이니 온갖 재미난 일들로 가득해서 그런가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1시간 이상 책 읽기가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지는 사람 많으리라. 중요한 건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그런데 어떻게 책과 친해질 수 있었냐고?


바로 낙천적인 아침 두뇌 덕분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수면 도중 뇌를 정리한다. 일명 렘Rapid Eye Movement 수면 상태.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우리가 맛보는 상쾌함은‘밤사이에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어 널찍한 빈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p.45) 더불어 그 시간대 집중력이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당시 나는 아침에 할 일이 딱히 없었다. 속는 셈 치고,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한 시간씩만 읽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시도해보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특별한 일이 있던 날을 제외해도 거진 하루도 빠짐없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오늘까지도 꾸준히. 무려 내가 말이다.


저자는 아침 두뇌의 활용법뿐만 아니라 창작에 필요한 여러 가지 팁을 알려준다. 이런저런 팁도 팁이지만 더 재미난 점은 저자의 ‘비유력’이다. 비유들이 하나같이 그럴싸하고 재미있다. 입시 교육에 길든 사람들을 글라이더 인간에 비유하는가 하면 오로지 배우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사람의 뇌를 창고형 두뇌에 비유한다. 아이디어 개발 과정을 술 담그는 양조법에 비유하는 것도 특이하다. 금방 떠오른 아이디어는 바로 활용하지 말고 술을 재우듯 잠시 잊어보라는 것. 그래야 나중에 확인해봤을 때 잘 익은 술과 그렇지 않은 술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고. 이뿐인가? 거짓 좀 보태서 이 책은 거진 모든 챕터가 비유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렇게 비유력이 좋은 작가를 사랑한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곧 비유가 좋은 책이기도 하다. 혹여나 재미가 좀 없더라도 비유만 괜찮다면 그깟 별점 아낄 이유가 없다. 


비유도 일종의 창작 행위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바로 비유. 아무리 저명한 학자가 쓴 교양서면 뭐하나? 일반인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온갖 전문용어로 도배된 책이라면 그건 수면제와 다를 바 없는데. 나는 이미 이 책을 통해 그 비유의 덕을 본 독자다.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최근 이 책의 개정판(책이있는풍경 출판, 『생각의 틀을 바꿔라』)이 출간되었다고 들었다. 사실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온 지는 20년도 훌쩍 지났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알려진 모양이지만 홍보 한 번 하지 않은 책이 서점 매대를 꾸준히 비워내고 또 이렇게 개정판까지 찍어냈다는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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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드 2016-02-1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좋습니다.읽고싶네요.

5DOKU 2016-02-16 13:10   좋아요 0 | URL
개정판이 나왔던데 한 번 읽어 보시죠.

3코드 2016-02-1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장바구니에담아놓을께요.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