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 한겨레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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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비극. 그것은 이를테면 끝나지 않는 노래와 같아서 노력이나 죽음으로조차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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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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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과 통념의 궤도 바깥에 서 있는 존재 헨리 치나스키.
그에게 선과 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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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잉여인간 - 오늘의 작가 총서 3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
손창섭 지음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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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의 소설 속에는 살아 있는 이유를 찾아야만 했던 전후의 암울한 인간군상이 핍진하게 스며 있다. 그들은 전쟁의 상흔이 체 아물지도 않은 불구의 모습을 하고서 무의미라는 또 다른 적군과 대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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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유기 5 대산세계문학총서 25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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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던 홍해아와의 난투는 생각보다 지리했다. 그보다 뒤이어 등장하는 차지국(車遲國)의 삼청관 도사, 호력대선(虎力大仙), 녹력대선(鹿力大仙), 양력대선(羊力大仙)과의 내기 대결이 무척 흥미롭게 읽혔다. 여러모로 도교 풍자(?)적 성격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였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기본적으로 도교와 불교가 혼합된 환상 소설이지만 읽을 때마다 도교에 대한 저자 오승은의 풍자가 느껴지곤 했다. 한낱 원숭이 요괴가 옥황상제의 천궁을 뒤엎는다는 설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서천길 여정 동안 틈만 나면 소환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산신령과 사해 용왕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 소설에서 도교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청관 도사 에피소드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확신으로 이어졌다. 세 도사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들은 각각 호랑이, 사슴, 양 요괴가 둔갑한 것인데 기우제를 빌미로 스무 해 동안이나 차지국을 손바닥 주무르듯 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던 승려들은 비를 내리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예로 전락한다. 손오공은 도사들과 세 차례의 기우제 내기를 벌이는데 세 도사의 최후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호력대선은 목이 잘리고 녹력대선은 오장육부를 쏟고 양력대선은 펄펄 끓는 기름에서 녹아 사라진다. 이전에 등장하던 요괴들이 대개 관음보살의 도움으로 적당히 수습되거나 또는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며 심판을 받는 게 전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 요괴에게만은 오승은이 아주 비참한 결말을 선사한 셈. 


이뿐만 아니다. 최후를 맞이하기 전 이들은 손오공, 저오능(저팔계), 사오정 세 형제의 소변까지 성수(聖水)로 알고 받아 마시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서유기에 등장하는 악당들을 통틀어도 가장 푸대접이 아닌가 싶다. 기우제부터가 도교식 제사가 아니던가? 사실 진원대선이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아주 작정하고 도교를 조롱하는 모양새다. 시대가 변하면 이전의 문화는 대개 낡은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특히 종교는 발전한 기술력과 비교되어 배척되는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어쩌면 서유기는 도교에서 불교로 옮겨가는 당시의 사회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지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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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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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장기(將棋)라 불리는 체스에는 폰(Pawn)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에 한 칸씩밖에 이동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장기로 치자면 졸(卒)과 쓰임새가 같다. 그런데 이 폰이 어찌어찌 상대편 진영 끝에 도달하게 되면 퀸(Queen), 여왕이 된다고 한다. 체스에서는 이것을 퀴닝(Queening)이라고 부른다. 저자 한승태는 서문 「우리도 퀴닝 할 수 있을까?」 에서 책의 제목은 본래 ‘퀴닝’이지만 출판사의 반대 때문에 『인간의 조건』이라는 진부한 제목으로 출간되었음을 밝혀놓았다. 저자의 불만에 공감한다. 여기에는 가장 약한 말이지만 한 번에 한 칸씩 꾸준히 오르면 여왕이 될 수 있는 체스의 규칙처럼 대한민국의 수많은 워킹푸어가 삶에 쏟아 붓는 노력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현실이 오길 바란다는 저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인간의 조건)을 부제로, 저자가 정한 제목 ‘퀴닝’을 원제로 쓰고 싶다. 이렇게 말이다. 『퀴닝: 인간의 조건』.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p.567



노동의 숭고함? 개나 줘버리라지. 이 책에는 VJ 특공대와 극한직업이 보여주지 않는 이 나라 중노동의 민낯이 있다. 대한민국 노동의 숭고함은 웬 친일파 독재자가 국민에게 ‘잘 살아보세’를 외치게 하던 그 순간 사라졌다. 낡은 것을 쓰레기 취급하고 느린 것을 도태시키는 사회에서 숭고한 노동과 노동자를 기대한다는 게 어불성설.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그것을 증명한다. 현 사회가 당연시 생각하는 24시간 영업,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의 이면에는 변기통에 버려진 휴짓조각보다 못한 누군가의 인권, 위생, 안전이 깔려 있다. 내일이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타인의 죽음에서 휴식을 탐하는 개망나니만도 못한 인간이 될 뿐이다.


누군가가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을 ‘오늘은 일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로 해석하려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이란 대체 얼마나 힘든 것일까? 이 책의 첫 번째 일화, 바로 꽃게잡이 어선 이야기다. 일이 너무 힘들어지자 자해까지 고민하고 곧이어 그 고민이 또 다른 누군가를 해할(그래야 쉴 수 있으니) 생각으로 번지는 대목은 이 나라 중노동의 지난함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배에서 탈출하려다 익사한 어느 중국인 노동자의 시신을 망연히 바라보며 이 일을 그만두겠노라고 다짐하는 저자의 심정은 어땠을지. 몇 개월 치 임금 체불은 예사인 이곳에서 그만 두겠다는 그를 순순히 보내주는 선주의 행동을 일종의 배려로 인식하는 동료들의 모습은 애석하고 또 씁쓸하다. 지옥 같았던 6주가 40만 원이라는 어이없는 금액으로 환산되어 돌아와도 이제는 그만해도 된다는 사실 하나에 안도하게 되는 일.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바닷일이란 6시 내 고향 같은 티비 프로그램에서 비춰지는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무례한 손님들을 상대하며 하루하루 변해가는 주유소,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화도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카스트제를 언급하며 한국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처우는 수드라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사실상 계급사회라는 얘기다. 고시원 일화를 읽을 때는 박민규의 단편 소설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많이 생각났다. 문제는 그가 겪은 일들이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돼지 농장에서 몽골인들을 차별했던 고백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짐승만도 못한 처우가 만든 중노동에 지친 인간이 얼마나 야박해질 수 있는지 시사한다. 춘천 비닐하우스 주인아주머니의 눈물은 우리 사회에 워킹푸어와 삶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고용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들려주는 일화들은 이처럼 고발적이기보다는 고백적이기에 와 닿는다. 나는 저자가 노동의 고단함을 말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이 나라 자본이 노동과 노동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독자가 발견하길 기대하지 않았나 싶다. 기실 그가 겪은 일들은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니까. 꼭 육체적 고통이 따라야만 중노동인가? 그가 보고 경험한 일들을 ‘남’의 얘기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 이 책은 주말 저녁 시간 때우기 시사 다큐와 다를 게 없어질 것이고 ‘나’의 일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 진정 그의 고백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노동은 숭고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 안에서 어떤 부조리한 구조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퀴닝이 가능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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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03-1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3년에 나왔던 책들 중에서 가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명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지요. `노동은 숭고한 게 아니라 그저 통증일 뿐이다` 저는 한승태란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5DOKU 2016-03-16 17:36   좋아요 0 | URL
이분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중노동을 하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