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89
김성윤 지음 / 살림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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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한다. 작년 초부터는 몇 가지 도구를 장만하고 원산지별 원두를 몇 가지 사다가 직접 갈고 내려 마시는데 요즘 내 낙이다. 전에는 믹스 커피에 설탕을 왕창 투하해서 달게 마셨다. 그런데 하루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고 있나 아니, 이게 진짜 커피 맛은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어느새 집에서도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있었다.


트위터 지인에게 추천받은 모카포트라는 낯선 장비가 시작이었다. 카페의 멋들어진 에스프레소 머신보다는 압력이 낮지만 작고 아담한 크기가 가정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었다. 그렇게 한동안 준(?)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아메리카노와 라떼 등 이탈리안 커피에 흠뻑 빠져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클래식하게 가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고 드립 장비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웬걸. 드리퍼 종류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말에 혹해 여러 가지 사고 말았다. 입문용으로 많이들 쓰는 하리오부터 마일드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칼리타, 간편함이 무기인 클레버 그리고 아이스 전용 드립 세트까지. 지갑이 하루아침에 얄팍해졌다. 




대개는 이렇게 질러 놓고 얼마 못 가 창고에서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적적이게도 나는 장비들을 산 그날부터 오늘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종류를 바꿔가며 즐기고 있다. 핸드밀로 정성스레 간 커피를 조심스럽게 내려 마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커피에도 정말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자란 원두의 차이, 흔히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구분하는 볶음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특유의 신맛과 쓴맛, 원두를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또 변하는 맛의 미세한 차이.... 이곳은 복잡하지만 재미만큼은 보장하는 신세계였다.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는 더럽게 없는 일상에 이런 복잡함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커피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 세계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알라딘에 ‘커피’라고 쳐봤다. 참 많이도 나온다. 이럴 때는 역시 총서 시리즈만 한 게 없단 말이지. 특히 출판사 ‘살림’에서 나오는 책들은 그 두께에 비해 내용만큼은 괜찮았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을 골랐는데 웬걸. 집에 꽂혀 있다! 커피의 탄생부터 오늘의 사회 문제로까지 번진 이 세계인의 음료에 대한 모든 것을 알차게 추린 책.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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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1 17: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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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1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