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인생에서 우울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그렇다고 삶의 - P61

욕구가 약해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우울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울이 사색적 사고를 위해 소유자에게 일종의 천재성과 재능을 부여하는 유머라고 생각한 방식과 유사하다. - P62

한나가 아우구스티누스를 읽은 건 신의 존아니었다. 한나는 심지어 영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나에 따르면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계는 단 하나,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다. 한나는 신의 구원 대신 세속적 사랑에 기댔다. 사랑으로변모한 의지는 무게, 즉 성격을 형성하는 중력을 지녔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자아를 길들인다. - P65

한나는, 성별을 근거로 여성을 여성해방운동에 동원하려는도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았고, 여성해방운동의 목표가 여성을 남성과 사회적으로 똑같이 만드는 식으로 전개되어선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남성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여성의 정치참여를 막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삼아야 - P90

한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경제적 불이익 때문에 여성의 정치참여가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했다. - P91

한나는 언제든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맞출 준비가 된 파브뉴의 낙관주의를 거부하는 대신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파리아를 높이 치켜세웠다.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정체성을 버리면 확실히 우주처럼 무한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성격을 갖는 건, 세상을 창조하는 것만큼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 P114

한나는 낙관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 P131

한나는 시오니즘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20세기에 유대인으로 살아온 경험은 그녀가 철학에서 정치사상으로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P155

한나에게 친구란 어두운 시대에 쉼터가 되는 마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한나는 친구들과 있을 때 "마음과 마음이 직접 만난다"
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 모임에서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고, 일의 압 - P162

박에서 자유로웠으며, 외모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모두 대등하게만날 수 있었다. 타인과의 친밀한 우정 속에서 우리는 숨쉬는 법, 즉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 P163

현실을 살아가고 내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제대로 보려면 철학사상이 아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 - P212

한나는 미국이 사회적·경제적·교육적 평등에 도달하더라도 미국 내 흑인 차별은 더욱 심해질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같은 논리는 "자유로운 결사의 권리, 즉 차별권이 평등의 원칙보다 더 큰 타당성을 가진다"는 정치적 주장과 상통한다. 정치에서 평등을 배제한 까닭에 한나는 공적영역에 모습을드러낼 수조차 없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했다. - P224

공적영역에서 진실이 자취를 감추면 정치적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 한나가 깨달았듯이 공적영역에서 내 경험과 관련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진실을 말하는 자들은 집단적 경멸의 대상으로서 언제나 정치영역의 바깥에 서 있다. - P243

한나는 정당이 사라지면 독립된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더욱 힘을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나의 주장에 따르면 정당 체계는 유권자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국민이 스스로 후보를 결정하도록 하는 대신정당 체계 안에서 가장 힘이 센 후보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 P249

거짓말이 들통나면 거짓말쟁이는 단순히 의견일 뿐이라고주장하는데, 이 같은 주장은 공적영역을 바꿔놓을 수 있다. 거짓이계속해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거짓이 진실을 음해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 P257

한나가 주장하길, 사유라는 행위를 할 때 나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키케로(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만큼 더 활동적일 때가 없고, 혼자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울 때가없다"고 했다.
한나에게 <정신의 삶>은 1933년에 떠나온 전통 철학으로의 회귀였다. 한나에겐 이 책이 악인 자체와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은 악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직접 대면할 기회였다. - P283

매카시는 한나를 한 명의 ‘물리적 존재‘로 묘사했다.
한나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사람의 마음을 끄는 여성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또렷한 눈동자는 마치 지성의 광선이 뿜어져 나오기라도 하듯이 반짝였지만 그 내면에는 캄캄하고 깊은 웅덩이가 자리했다. 한나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그건각에 잠긴 듯한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 P302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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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복잡한 과정으로 올바른 정보나 과학적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활동을 통해서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감내할 수 있다. - P22

"제 생각으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와 닮은 점을 과거에서 찾으려고 하는건 터무니없는 일이에요."
한나는 사유하는 방법, 즉 행동을 멈추고 최근의 경험과 내 마음속 두려움, 욕망을 바탕으로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방법을 가르치려 했을 뿐이다. - P25

어리긴 해도 조금 더 나이를 먹자 제 모습이유대인과 같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다른 아이들과 제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그렇다고 열등감을 느끼진 않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알다시피 유대인은 어릴 적부터 차별적 언사와 마주해요. 어릴 적부터 영혼이 그런 말들에 상처를 입지요. 그래서 저희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언제나 당당하게 나 자신을 스스로지키라고. - P37

"칸트를 읽었어요. 왜 칸트냐고 물으시겠죠? 굳이 대답하자면철학을 공부하든가 물에 빠져 죽든가 둘 중 하랬죠."
한나는 삶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싶어서‘ 철학을 택했다고 가우스에게 분명히 말했다. 아버지 서재에 들어서는 순간에도한나의 이해 욕구는 존재했다.
"집 서재에는 모든 책이 있었어요. 책장에서 그 가운데 하나를꺼내면 그만이었죠." 10어린 시절 한나가 마주한 작품들은 일평생 그녀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전후 시대 독일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중에서도단연 독일의 시와 철학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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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금경숙 옮김 / 나무연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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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곤충과 친하지도 않고 식물과도 친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알고는 있었으나 머릿 속에서 지웠었다. 그러다 어떤 강연을 듣고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삶과 작업 세계를 보면서 ‘궁금하다’ 싶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해서 집으로 받았던 책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들로 읽지 못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예술과 출판을 가업으로 하는 환경에서 자라났는데 아버지는 출판사 주인의 딸이었고 새아버지는 꽃 정물을 그리는 화가였으며 이복 오빠는 동판화 화가였다. 나중에 새아버지의 제자와 결혼을 하는데 남편도 건축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결혼 생활이 소원해지고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교공동체에 5년간 몸을 담았다가 결국 이혼을 한다. 암스테르담에서 새 삶을 시작한 그녀는 곤충의 기원과 생식에 대한 설명을 찾고자 둘째딸과 함께 남아메리카 수리남으로 향했다(수리남은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는데 당시 나이가 50세가 넘었던 때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수리남을 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돈을 마련해 여행을 감행했고 그곳에서 관찰한 결과를 충실히 정리해 책으로 출판해 냈다. 당시 표트르 대제가 메리안의 그림의 팬이어서 그림을 사기도 했다는 것을 보면 그녀의 그림 실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 때문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그저 식물세밀화를 그린 화가로만 인식하면 곤란하다. 식물과 곤충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직접 관찰한 결과에 대한 묘사력을 보면 과학자라고 해야 맞다. 과학자인데 그림까지 잘 그린 화가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이 책은 그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온갖 애벌레와 나비, 곤충을 만났다. 어릴 때 곤충의 변태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후 아마 책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정말 그림이 세밀해서 묘사를 넘어선 느낌이었다. 그림이라지만 2D로 찍은 사진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또 다양한 식물(에서 열리는 열매)을 만났다.

총 60개 식물의 생김새와 꽃의 모습, 효능(줄기와 가지, 뿌리, 잎) 등을 소개한다. 식물마다 달라붙는 곤충이 있는데 그걸 함께 설명하는 식이다. 직접 관찰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시여지’라는 것이 있는데 모습이 꼭 파인애플처럼 생겼다. 하지만 열매는 파인애플과 달리 겉은 노란색에, 안은 흰 과육에 검은 씨가 있다. 

‘카사바’는 식물의 뿌리로 빵을 만든다고 한다. 줄기를 잘라 심으면 증식한다고. 

우리도 잘 아는 ‘라임’은 수리남에서 가장 흔한 과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라임이 열매 이외에 용도가 또 있었다. 꽃과 껍질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바코버’는 바나나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설탕과 물을 섞어서 식초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소돔의 사과’라는 열매는 독성이 강해 사람과 가축이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그리스도 종려나무’는 기름나무라 불리는데 씨앗을 물에 넣고 끓이면 기름층이 분리되어 기름을 얻을 수 있는 형식이라고 한다. 상처를 치료하기도 하고 등불을 밝히는 용도로도 사용한다니 여러 모로 재능이 많은 나무다.

‘장미’는 카리브제도에서 가져왔다고 적혀 있다. 신기한 것은 아침에는 흰색 꽃이 피었다가 낮에는 붉은 꽃, 저녁에는 진다는 사실이다. 마치 하루살이 같지 않나?

‘포도나무’는 온난한 기후 때문에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한데도 수리남 사람들은 심을 생각을 안한다는 저자의 푸념이 재미 있었다. 

‘머스크꽃’은 이름만 들어보면 향기가 폴폴 날 것 같지만 꽃 자체에 향기가 없다고 한다. 꽃이 진 자리에 씨방이 자라는데 그 안에 갈색 씨앗이 있고 그곳에서 머스크 향이 나는 것이라고 한다.

‘플로스 파보니스’는 씨앗이 분만 촉진제로도 쓰이지만 낙태를 할 때도 이용했다고 한다. 이곳이 네덜란드 식민지였음을 앞서 이야기했다. 네덜란드인 아래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노예로 생활하던 이들은 아이를 가져도 낙태를 감행했던 것이다.

‘타브로우바’는 열매즙을 짜내 햇볕에 말리면 검게 변하여 몸에 문양을 찍는 염료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비누로 지워지지 않고 90일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인상적인 곤충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 나방과 나비, 투명 나비의 차이점을 아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나방은 털로 덮여 있고, 나비는 깃털, 투명 나비는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애벌레가 가장 평범한 곤충으로 변하고, 가장 평범한 애벌레가 가장 아름다운 나방과 나비로 변하는 일을 나는 수차례 보았다(P61)’고 고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카사바’에 ‘달라 붙은 노란 줄무늬 애벌레는 수리남 식물들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장본인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자두나무’ 꽃 위를 다니는 애벌레는 꽃을 먹다가 꽃이 떨어지면 나무의 잎파리를 먹는다고 한다. 천성이 굼뜨고 온종일 먹기만 한다는 저자의 소개에 웃음짓기도 했다(그런데 변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름다운 푸른 나비가 나온다).

‘중국 사과나무’에 있는 애벌레들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도 웃기다. ‘하도 뚱뚱해져서 굴러다닐 지경이며 1년에 세 차례 나타난다.’라고. 

‘구아바  나무’에는 구슬 달린 애벌레가 있다. 애벌레에 구슬이 달리다니(정말이다)!!! 50개의 반짝이는 구슬이 각 면에 달려 있는데 이를 본 어떤 사람은 눈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했다고. 그러나 메리안은 구슬 위에 각막도 없고 사방 팔방에 달려 있는 구슬이 눈인데 왜 한쪽 방향으로만 가는가 생각해서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아이의 최종 변태물은 초록색 파리다.

‘노란 마카이’ 잎을 먹는 굼벵이가 있는데 굼벵이 시절은 머리, 꼬리는 검고 몸통은 누런색이다가 변태하면 노란 얼룩무늬 딱정벌레로 변한다. 그러다 다시 알을 낳고 굼벵이가 나온다고 한다. 보통 다른 곤충의 변태 과정은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곤충(나비 또는 나방)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풍각쟁이’는 짐작하듯 리라 소리를 내는 곤충이다. 


메리안은 이 책을 ‘모든 자연 애호가 및 연구자에게’ 헌정했는데 그렇다는 것은 동식물에 취미를 가진 애호가나 전문 연구자 모두를 타겟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관찰대상을 수채화로 그리고 동판을 제작한 후 두 딸과 함께 채색했다고 한다. 곤충은 실제 크기로 묘사하고 그림이 글에 압도되지 않도록 숫자나 알파벳을 붙이지 않았으며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박물학자 메리안은 얼추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방과 나비를 연구했으며, 수리남에서 체류한 두 해 동안 100여 종의 곤충과 53종의 식물을 관찰한 성과를 세상에 내놓았고, 후에 린네는 이 그림들을 참조했다(P26).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부제가 이 책을 잘 증명해준다. 옮긴이의 해제 또한 저자가 활동한 무대와 그녀의 삶을 이야기해주어 그림과 설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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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3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충뿐 아니라 식물도 잘 알았군요 수리남에서 관찰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썼겠습니다 그런 건 짧은 시간 동안 못하겠네요 오랜 시간 여러 가지를 관찰하다니 대단합니다 구슬 달린 애벌레도 있다니... 곤충은 처음부터 그 모습이 아니기도 하겠지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치기도 하고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것도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05 10:34   좋아요 0 | URL
네. 박물학자로 말하는 게 맞겠더라구요. 그림도 잘 그리고~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능력이 출중했던 분인 것 같습니다.
구슬 달린 애벌레 뿐 아니라 다양한 생김새의 곤충들이 많았어요^^ 변태의 과정도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건수하 2025-01-0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중 세밀화 그리시는 분이 있어 물어봤더니 이미 이 작가의 책을 다 보셨다고 해서, 아는 사람은 아는 책이구나 했었지요 ^^ 화가님 글 보니 저도 궁금해집니다 :)

거리의화가 2025-01-05 10:38   좋아요 1 | URL
오~ 지인 분 중 세밀화를 그리시는 분이 있군요^^ 이 책을 진작 보셨다니ㅎㅎ 관련 업종계에서는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분이었던 것 같아요. 강연을 보러 가지 않았다면 메리안이란 이름을 전혀 몰랐을 거에요. 이번 기회에 당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쪽 미술계의 배경과 메리안의 삶과 업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숲노래 2025-01-0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이라는 그림책이 이분 삶을 어린이도 알기 쉽고, 어른도 잘 헤아릴 만큼 담아내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513612

나무연필에서 다시 낸 책은, 예전에 ‘양문‘에서 낸 판을 새로 엮었지 싶은데, 둘 모두 ‘원판‘으로 보시면 그야말로 깜짝 놀라시리라 봅니다. 값이 23만 원이라 하지만, 아직 원판을 살 수 있을 적에 사놓으면 두고두고 빛날 만하다고 봅니다. 원판은 네덜란드말과 영어 두 가지로 적어 주었더군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0507805

그리고 ‘종교공동체‘가 아닌 ‘아미쉬‘라고 해야 맞다고 봅니다. 그곳은 ‘종교만으로 모인 곳‘이 아니라 ‘자급자족을 하는 숲살림‘을 짓는 터전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01-05 10:41   좋아요 0 | URL
숲노래 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아이도 접할 수 있는 그림책이 있었군요. 원판도 있었다는 사실도 덕분에 알았습니다.
제가 좀 뭉툭하게 적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터전이 맞아요^^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5-02-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식물이나 곤충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글 내용을 보니 처음 접하는 지식들이 있어서 글을 읽다가 궁금한 부분을 검색하면서 흥미롭게 읽게 되네요. 지금 내 머리 속은 수많은 식물들과 곤충들이 날라디나고 있어요.ㅎㅎ

거리의화가 2025-03-01 10:11   좋아요 0 | URL
식물, 곤충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 책 정말 재미나게 읽으실겁니다^^
저는 정말 문외한이었는데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카사바의 뿌리이다. 아메리카에서 인디언과 유럽인은 평소에 이 뿌리로 빵을 만들어먹는다. 뿌리의 즙에는 강한 독성이 있으므로 뿌리를 갈아서 즙을 모두 짜낸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처리한 뿌리를 모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건처럼 생긴 철판 위에 올려놓은다음, 철판 밑에 작은 불을 피워서 남은 수분을 모두 날려 버린다. 그러면 러스크[수분이 적은 서양 비스킷]처럼 구워지는데, 맛있는 네덜란드 러스크와 같은 맛이 난다. 사람이나 동물이 뿌리에서 짜낸 즙을 차가운 상태로 그냥 마시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는다. 하지만이 즙을 끓이면 매우 훌륭한 음료가 된다. - P41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애벌레가 가장 평범한 곤충으로 변하고, 가장 평범한 애벌레가 가장 아름다운 나방과 나비로 변하는 일을 나는 수차례 보았다. - P61

구아바 나무에서 커다란 애벌레를 많이 발견하여 잎을 먹이로 주었다. 검은 줄무늬를 두른 흰색 애벌레로, 50개의 반짝이는 구슬이 각 면에 달려 있다. 레이우엔훅 씨는 서한 146번 (430~452쪽)에서 이 구슬을 눈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이를 인정할 수없다. 이것이 눈이라면 애벌레가 뒤쪽과 옆쪽으로도 먹이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제껏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구슬 위에는 언제 보더라도 각막이 없다. 애벌레가 다 자라면 나무에 매달려 커다란 회색 고치를 짓는다. 그런 다음 번데기로 변하는데, 1699년 10월 20일에 나는 그 과정을 보았다. 1월 22일에는 거기에서 검은 줄무늬로 장식된 흰색 나방이 나왔다. 일부 애벌레에서는 흰색 구더기가 나왔고, 열흘 뒤에 멋진 초록색파리가 되었다. - P71

굼벵이는 식물 아래쪽에 보이는 것과 같은 노란 얼룩무늬 딱정벌레로 점차 변했다. 1701년 3월에 이를 발견했는데, 내게는 이 변태 과정이보통 애벌레의 것과 다르게 보였기에 딱정벌레의 변태 환경을 더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 P81

그리스도 종려나무는 수리남에서 기름 나무olyboom 라고 부르는데, 크게 자라며 보기에우아하다. 노란 꽃이 피며, 거기에서 가시 달린 씨방이 돋아난다. 이 씨들은 처음에는 초록색이다가 익으면 갈색이 된다. 씨를 물에 넣어 끓이면 기름이 분리되어 뜨는데, 수리남에서는 이를 걷어 내어 여러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쓴다. 밤에 등불을 밝히는 기름으로도 사용한다. - P93

이 책을 내면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그저 내가 들인 비용만 회수하면 족하다.
나는 이 책의 제작비를 따로 마련해 두지 않았으나, 저명한 대가들에게 동판화 제작을 맡겼으며 가장 좋은 종이를 사용했다. 그리하여 곤충 및 식물 애호가뿐만 아니라 예술품 감식가에게도 즐거움과 만족을 선사하고자 했다. 내 목적이 달성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고만족스러울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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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읽은 책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사실 며칠 전에 했어야 하는데 늦어지고 말았지만 또 안하고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아서 이제라도 한다. 

2024년은 4월부터 일이 바빠지고, 이후에는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독서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작년에 분명 집에 묵혀둔 책을 읽겠다고 세워둔 계획은 어쩜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린 것 같아 창피하다. 그래도 봄부터 시작한 독서 모임을 겨울까지 지속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던 기회가 있었던 것은 수확이다. 

책 이외에 전시회와 강연을 다녀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봄에 다녀온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이야기> 전시회를 통해서 인도의 불교 미술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고, 12월에는 <여성의 시선, 여성의 세계> 강연을 들었다. 같은 건물에서 전시회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한국근현대 여성 미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총 몇 권을 읽었는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만두기로 했다. 어쨌든 50권 이상은 읽었으나 100권까지는 못 읽은 것 같다. 아무렴 읽은 권수가 중요할까. 결국 어떤 책을 읽고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겠지.



올해 뽑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1945년 해방 직후사>,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현대 중국의 탄생>, <세계철학사 총4권>, <뭉우리돌의 바다/들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생명의 여자들에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한국여성문학선집 총7권>, <딕테>


상반기에 뽑은 책들 중 몇 권과 하반기에 읽은 책들이 추가되었다. 

하반기에 읽었던 <세계철학사> 시리즈와 <한국여성문학선집>, <딕테>가 참 좋았다. 


이중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게 된 책이다.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은 언어학자 김수경의 개인사를 통해서 한국 근현대의 미시사를 조망하는 동시에 조선어에서 남북한의 현대어로 변환하는 과정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언어학자로 김두봉, 이희승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김수경이라는 이름을 새겨두게 된 것은 이 책 덕분이다. 그는 특히 당시 세계적으로 트렌드였던 언어의 구조에 천착했고 이를 조선에 맞게 개량하려 했다. 아무래도 언어의 구조와 문법을 설명하는 부분은 어려웠는데 다행히도 출판사에서 결정한 사항인지 언어에 대한 설명과 개인사를 교차로 편집하여 독자가 책을 놓을 수 없게 한 점이 센스가 있었다고 여겨진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4년 도쿄 미쓰비시 중공업 건물에 폭탄이 투척된 사건을 파헤친 책이다. 누가 폭탄을 터트렸으며 왜 터트렸는가. 사망자나 부상자들 중에는 미쓰비시 중공업 근무자들 뿐 아니라 민간인들의 피해가 있었다. 폭탄을 투척한 이들은 민간인들의 피해까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도쿄 행동위원회의 '늑대' 멤버로 일본의 전범기업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분노하여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황제를 문제삼으며 천황의 암살 시도를 감행했으나 실패하여 건물 폭파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의 일본을 생각하면 이런 세력이 당시에 존재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지지만 그때 사회적 분위기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음달에 바로 <생명의 여자들에게>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일본의 여성해방운동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데 당시 사회상이 어떠했는지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을 통해 배경 지식을 얻은 상태에서 <생명의 여자들에게>를 읽었기 때문에 읽기 훨씬 수월했다. <생명의 여자들에게>는 앞서 언급했듯 일본의 여성 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일본의 신좌익 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이 교집합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또 여성해방운동 속에서 여성의 실존적 문제 간의 충돌과 갈등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추가적으로 몇 권만 언급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1945년 해방 직후사>는 해방 직후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살펴봄으로써 현대 한국의 원형을 추적하는 책이다. 해방 후 남북한에 각기 다른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진 통념과 다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하지와 초반에 개인 정치고문으로 일했던 윌리엄스 소령이 미군정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하지의 공식 통역인 이묘묵, 조선총독부의 공식 영어 통역관 오다 야스마, 사상 전담 검사인 나가사키 유조 등의 편향된 시선이 가져온 나비 효과는 건준과 여운형의 세력을 비롯하여 중도 세력까지 나락에 빠뜨리게 했다는 것. 이들은 미군정 하의 권력을 꿰차고 승승장구했다. 


<세계철학사>는 국내 철학자가 썼다는 장점 때문에 우선 잘 읽힌다. 그리고 서양의 철학자를 설명할 때 동양의 철학자를 소개해주어 이해를 더한다. 대부분의 철학서들이 서양 철학자들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양 철학자들 사이에 동양 철학자들도 나란히 배치하여 균형을 더한다는 생각이다. 철학은 어느 시대든 정치와 사회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왜 그런 철학 사조가 등장했는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저자의 사족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독자가 적절히 수용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 사조를 정리하기에 레퍼런스로 무난하다고 여겨지는 책이다. 이 시리즈를 읽어냈다는 것이 2024년의 가장 큰 수확이지 않나 싶다. 특히 나는 근현대 시기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때의 철학사조와 철학자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딕테>는 차학경의 유작으로 그녀의 전방위적 글쓰기를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에세이로 읽히기도 하고 역사로 읽히기도 하고, 시나 희곡 같기도 하고 평론 같기도 하다. 한 사람의 머리에 어쩜 이리 다양한 지식이 있는지 그것을 글로 펼쳐낸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천문학도…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의 조국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이방인과 경계인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슬픔과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사실 두려움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독해하려고 하는 순간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를 수용하는 것처럼 독자에게 와 닿는 점이 다 다를 것이라고 본다. 


<한국여성문학선집>은 한국의 근현대 여성문학에 대해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20세기 초부터 말까지 한국의 여성 문학은 쉴틈 없이 달려왔다. 최근 들어서 비로소 언급되는 나혜석, 김명순 같은 여성 작가도 있지만 아예 이름조차 잘 거론되지 않았던 작가들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 이상으로 한국 여성 문학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고 여겨졌다. 이 책과 함께 <체공녀 연대기>,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처럼 한국 여성 노동사를 함께 읽는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고, 한국 근현대 미술을 다룬 최근작 <그들도 있었다> 시리즈를 함께 읽는다면 구현의 세계까지 확장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보인다.


2025년은 어떤 책을 읽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적게 읽더라도 더 알차게 읽고 꾸준히 쓸 수 있는 한해가 되어야겠다. 

모쪼록 이곳에 들어오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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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0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우리 지금처럼 같은 책을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읽읍시다.

거리의화가 2025-01-02 08:25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새해가 밝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늘 그렇듯 매일 일상을 열심히 살고 책을 읽고 쓰는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