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결론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인지 내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자꾸 되묻게 된다.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걸까.
오늘 아침 팟캐스트를 듣다가 ”우리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의 시절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공감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헌법 질서를 망가뜨리는 세력을 보면서 한숨만 늘고 있다.

어제는 산책을 나갔다가 또 눈을 만났다. 4월을 코앞에 둔 시점에 눈발이라니…
개인적으로 봄의 전령은 개나리라고 생각하는 만큼 봄이 되면 개나리가 피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는 개나리가 만개하고도 남았어야 할 시기인데 이제 좀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랬듯 올해도 개나리가 예쁘지가 않다.
물기가 있어야 생생할텐데 축 쳐져있는데다가 힘이 없다. 내 마음도 축 쳐져서인가 개나리도 영 시원치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개나리를 보니 안 찍을 수는 없어서 몇 개 나온 잎을 가까이 다가가 찍었다.
노란색을 보고 있으니 그나마 잠깐 마음이 반짝하는 듯 했다.
산책을 다 하고 돌아오는데 해가 뜨며 날이 쾌청해졌다. 나라 사정도 제발 이렇게 쾌청해지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말에는 <‘자본’을 읽자>를 완독했다. 과연 완독한 것인가 억지로 한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렇게 플래그는 많이 붙었는데… 참 여러 모로 정리하기란 어려운 책이다.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읽을 때도 힘이 들었는데 이 책은 두께마저 두꺼우니 괜히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이런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역시 한 번에 얻으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분명 어떤 구절들에는 무릎을 치며 ‘그래 맞아!’ 하지만 ‘그래서 얘기하려고 하는 바가 뭐지?’ 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어쨌든 그래도 읽어냈다. 음…

벌써 일주일도 넘은 일이 되어버렸는데 감기에 심하게 걸려 골골대다가 나을 때쯤 되었을 때였나?
동네 근처에 자우림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니 이게 왠 횅재야?’ 하며 무려 오후 반차를 쓰고 달려갔더랬다.
오후에 공연장 근처에서 혼밥을 하고 커피까지 야무지게 마신 뒤 길을 나섰다.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익숙한 노래가!!! 자우림이 리허설 중이었다.
와… 계를 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허설마저도 고퀄이라니~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며 김윤아는 인사까지 해주었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듣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마침 하늘은 미친 듯이 반짝이고 있었기에 그랬던가.

무료공연인만큼 공연 시작 무렵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온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온듯). 자우림 뿐 아니라 공연진에는 여행스케치, 안치환, 이무진도 있었다.
여행스케치는 어릴 적 수학여행 때 공연진으로 와서 ’별이 진다네‘라는 곡을 불렀던 적이 있다. 그때는 조금이나마 별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던 만큼 밤하늘을 보며 듣는 그 곡이 참 좋았더랬다. 이번에 그 곡을 불러주어 자연스레 과거 추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자유‘라는 말이 이상하게 왜곡되어버린 것 같은데 안치환 하면 ’자유‘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한 변론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에도 ’자유!‘를 토해내는 부르짖음이 인상적이었다.
이무진은 10, 20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신호등‘은 나도 좋아하는 곡이라 열심히 따라불렀다는.
자우림은 마지막에 나와 5곡을 불렀다. 대중성 있는 곡들로만 불러서 팬으로는 아쉽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중에는 춤도 추고 즐겼다. 하하하쏭 나올 무렵에는 관객석도 열광했다.
마지막 곡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곡이 나올 때 시작부터 울먹이는 반응들이 많았다. 드라마에 삽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은 곡이라 그런지 10, 20대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
기다리는데 힘들기는 했지만 반차를 내고 간 것이 정말 후회되지 않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이문세 공연을 다녀왔다. 옆지기가 이문세 팬인데 아직 한 번도 그의 공연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사촌 동생이 공연단의 스탭이어서 티켓을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다녀오게 되었다.
비록 내가 이문세 팬은 아니지만 워낙 다양한 노래들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공연 곡들 대부분이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발라드면 발라드, 댄스면 댄스 열심히 준비하셨더라. 공연을 오래 하는 가수일수록 그 실력이 입증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이 꾸준히 찾는다는 이야기니까.
옆지기가 공연을 보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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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01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려고 하는 책 한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셔서 기분은 좋을 듯합니다 저는 그런 거 한번만 보고 말 때가 많아요 거리의화가 님은 언젠가 다시 보시겠네요 다은 책에서 저기 나온 걸 조금이라도 만날 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우림과 여러 사람이 공연을 했군요 거기에 가셔서 그것도 좋았겠습니다 무료 공연이었다니, 정말 횡재한 것 같겠습니다 무료가 아니어도 거리의화가 님은 가셨을 것 같네요 옆지기 님하고도 함께 공연을 보러 가셨군요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겠네요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왔네요 사월엔 좀 좋은 소식이 들리면 좋겠군요 거리의화가 님 사월 건강 잘 챙기면서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4-01 08:30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중도에 포기하는 책들이 생겼어요. 도무지 안되는 책들도 있긴 하더군요^^; 문학이 좀 그런 것이 많습니다ㅠㅠ
자우림 보려고 갔다가 다양한 가수들도 덤으로 만나 귀가 호강했지만 저희 동네에 이렇게나 아이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생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이 많아서 신기한 경험! 아이들 텐션이 높아서 기가 빨리기는 했으나 그래도 에너지가 넘쳐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답니다. 옆지기와 간 이문세 공연도 참 좋았죠. 무엇보다 이 사람이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더랍니다.
4월에는 제발 탄핵이 되기를... 될 수 있겠죠? 되야 하는데ㅠㅠ

책읽는나무 2025-04-0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드라마를 봤었는데 갑자기 펜싱하던 김태리가 떠오르네요.ㅋㅋ
딸이 감독이 이 노래를 듣고 만든 드라마라던데 이 노래 아냐고 물어서 들었더니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더라구요.^^
노래를 좋아하니까 갑자기 그 드라마에 푹 빠져 봤었어요.ㅋㅋㅋ
구경온 친구들이 울먹일만 했을 거에요.
저도 이 노래 들음 좀 그리되더라구요. 드라마 보기 전엔 울먹일 정도는 아녔거든요. 그냥 아련하다. 그랬었는데..쩝..드라마의 힘이 큽니다.^^
전 고잉 홈 그 노래만 들음 눈물이 흘러요.ㅜ.ㅜ
아…이문세! 저 몇 년 전에 공연 본 적 있었는데…기억이 떠오르네요. 좋았어요. 저도 그 순간 좀 행복하단 생각도 했었어요. 다녀오고서도 며칠 행복했었어요. 남편분의 마음 공감합니다.
노래라는 게 가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노래가 좋은 건지, 노래가 좋아 그 가수가 좋은 건지, 아니면 추억이 깃들어서인지…참 특별하게 다가오는 곡들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5-04-01 13:17   좋아요 1 | URL
근데 저는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를 못했어요. 김태리 배우도 좋아하는데 요새 영 한국 드라마는 보지를 않아서리^^;;; 드라마 삽입곡 또는 OST의 힘이 그런 것 같아요. 노래를 들으면 장면이 생각나고 장면을 보면 노래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그러면서 더 감정 이입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겠죠.
고잉 홈 저도 좋아하는 곡이에요. 들으면 세월호 아이들도 생각나서 한동안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ㅜㅜ
이문세 공연 다녀오신 적이 있으셨군요? 나무 님 말씀처럼 아마 노래만이 아니라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의 추억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도 그 때의 기억과 감동이 남아있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