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부터 3박 4일 동안 대만 가오슝에 다녀왔다. 대만은 보통 11월에서 3월이 여행하기 좋은 때라 이번에는 여행하기 좋겠다 생각했다. 한국이 추워서 따뜻한 남쪽으로 가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일치하지 않았다. 목요일은 거의 해가 질 때쯤 도착해서 날씨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금, 토요일은 연이어 날이 흐리고 바람이 쌩쌩 불어 15도 정도였으나 추웠다. 현지인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왔더라.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해가 떠서 원래의 기온으로 복귀했다. 만약 돌아가는 날이 아니었다면 온종일 채워서 쨍한 날씨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지만 여행 내내 돌아다니면서 사람/차/도시 구경, 쇼핑, 먹는 것을 잘 즐기고 돌아왔다.


이번에 가면서 평소 공부하던 중국어를 얼마나 알아듣고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역시 막상 가서 들으니 현지인들의 말이 너무 빨라서 대부분은 들리지 않았지만 간단한 문장이 들릴 때는 기쁨이 일었다. 이번에는 왠만하면 영어를 안 써보자 생각해서 거의 안 썼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물론 말할 때 어떤 경우는 단어(명사)만 말하고 어떤 경우는 동사만 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


여행지에 가서 오래 있다 보면 한국 음식이 생각날 수는 있겠으나 나는 가능하면 현지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호텔 조식을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편하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급하게 잡은 스케줄이였고 항공+호텔 상품에 껴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먹게 되었다. 그치만 3일 내내 조식은 허용할 수 없어서 나는 과감히 마지막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산책을 하다가 지도 검색에 뜬 아침 식당을 찾아갔다. 노상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앉아 먹을 수도 있었으나 쌀쌀하여 추울 것 같아 포장을 했다. 호텔에 들어와 먹는데 감동의 물결이... 내가 원한 맛이 바로 이것이었다. 하나 같이 맛있다니! 전병이며 계란 후라이며 주먹밥이며 따끈한 우유까지 완벽했다. 옆지기는 몇 점 집어먹기는 했는데 딱히 끌려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타이베이에서는 음식을 괜찮게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계속 먹고 나서 탈이 나는지 힘들어했다. 나는 멀쩡했는데 쩝! 그가 말하길 ˝당신은 전생에 중국인이었나봐!˝ 아무튼 나는 고수만 못 먹을 뿐 그 밖의 향신료나 음식 등은 잘 먹는 편인 것 같다.



첫 날 저녁은 야시장에서, 2일 째 저녁은 둘 다 너무 피곤한 상태라 점심 겸 저녁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했다. 3일 째 저녁은 현지 식당에 가서 제대로 먹어보자 했다. 1인 1냄비로 나오는 전골 훠궈 집인데 다양한 재료에 소스도 직접 제조해서 취향껏 먹을 수 있고 국물도 소고기, 돼지고기 육수를 고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돼지고기 육수, 옆지기는 소고기 육수를 선택했고 배가 고팠는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돌진! 아무튼 둘 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물론 편의점도 브랜드별로 가서 구경하며 먹을 것을 샀다. 옆지기는 이곳을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ㅎㅎㅎ 어찌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지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기도 했다.


욕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구경하며 발을 혹사시키는 여행을 선호하는 나는 놀멍 쉬멍 스타일의 옆지기와는 완전히 다른 여행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신혼 여행 때 부딪힌 적이 있다. 이후 같이 가는 여행인을 배려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도 최대한 옆지기의 발걸음에 맞춰 여행하려고 노력했다.


돌아오니 3월이 되었다. 며칠 동안 책 한 줄 읽지 않았는데 이제 다시 직장인&독서인의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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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3-04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화가님도 여행가서는 책을 못읽으시는군요! ㅋㅋㅋㅋㅋ 챙겨는 가셨나요? 챙겨가도 여행가면 안읽게되는데 매번 챙겨갔던 저 ㅋㅋㅋㅋ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신 것 같아 좋네요!! 영어 없이 거의 중국어로만 의사소통 하고 오신 거 넘 멋집니다...🥹

잠자냥 2024-03-04 20:08   좋아요 1 | URL
여행 안 가잖아….? 🙄

은오 2024-03-04 20:10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이랑 손잡고 가려고 계획짜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4-03-04 20:23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세요…

거리의화가 2024-03-04 20:23   좋아요 0 | URL
책 아예 안 가져갔어요^^ 어차피 안 읽는 것을 알기에^^ 놀 땐 놀아야죠! 제 지론입니다ㅋㅋㅋ
여행자들의 어눌한 발음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것이 신기했네요.

희선 2024-03-05 0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박 4일 조금 짧았을지 몰라도 즐거운 시간 보내신 듯하네요 거기 음식이 잘 맞았다니 그게 가장 좋았겠습니다 음식이 안 맞으면 지내기 힘들 테니... 거리의화가 님은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시는군요 누군가와 함께 가면 맞추기도 해야겠습니다 그것도 괜찮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3-05 09:15   좋아요 1 | URL
지금까지 간 곳들 중에서는 음식 안 맞는 경우는 없었어요. 평소에도 잘 걸어다니지만 아무래도 여행 가면 더 많이 보고 와야 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옆지기와 함께 여행가게 된 이후에는 그 사람 발에 무리가 갈까봐 템포를 맞춰 다니고 있어요. 희선 님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4-03-05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올리신 사진 보니 저도 대만 가면 아주 맛있게 먹고 다닐 것 같은 느낌적 느낌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 또 잘 지내 봅시다!!

거리의화가 2024-03-05 09:16   좋아요 1 | URL
ㅎㅎ 다락방 님은 단연컨대 음식 잘 맞으실 것 같아요!^^ 짧아서 아쉬운 여행이지만 직장인이니 또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겠죠.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4-03-05 17:30   좋아요 0 | URL
단언컨대….🤣🤣

다락방 2024-03-07 09:40   좋아요 0 | URL
제가 가급적 빨리 짬을 내어 대만에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3-05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많은 곳을 즐겁게 여행하셨구나 싶어요. 음식 사진도 맛있어 보이고요. 하늘도 멋집니다^^

거리의화가 2024-03-05 17:29   좋아요 0 | URL
마지막에 연달아 올린 하늘 사진들은 마지막날 아침에 혼자 산책하며 찍은 것들이에요. 그날은 날이 무척 맑았고 좋았어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03-06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먹거리 사진에 대만이 다시 보이네요. ㅎㅎㅎ 거리의 화가님의 전담마크 하늘 사진도 멋지구요. 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새우사진이었음을 꼭 밝히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멍쉬멍 스타일의 저는 거리의화가님 스타일의 여행자가 곁에 있어야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맛있는 거 얻어(?)먹는것 같아요. 그런점에서 싸우지만 않는다면 천생연분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3-06 17:20   좋아요 1 | URL
새우는 야시장에 가서 먹은 것입니다. 사실 그것만 먹지는 않았는데 첫날이라 배고파서 허겁지겁 먹느라 나중에 보니 저것만 찍었더라구요?ㅋㅋ
사실 저는 먹는 것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고요. 박물관이나 미술관, 현지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옆지기는 반대로 먹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돌아다니는 걸 싫어해서 여행 스타일은 완전 반대입니다. 옆지기 덕분에 저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달까요. 지금은 서로의 스타일을 아니까 싸우기 전까지 안 가는 것 같아요!ㅋㅋ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