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 - 나의 그림책 이야기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6년 6월
품절


--나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캐러번'이라는 주거용 트레일러에서 살았다. (...)우리는 캐러번을 타고 지방을 전전했고 아버지는 허드렛일을 했다. 아버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쟁에 대해 더 묻고 싶었기 때문에 '부모에게 묻는 날'이 국경일로 정해져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15쪽)

(사진은 클릭하면 엄청나게 커집니다.)

킬콧에 있는 나무 집에서 누이와 함께.(21쪽)

--열여섯 살 때 학교에서 파리로 여행을 간 것이 외국에 나간 첫 경험이었다. 난 여행을 위해 차링크로스 거리의 세슬 기 상점에서 파는 밝고 엹은 자주색 코르덴 재킷을 정말 갖고 싶었다. (...)아버지는 내게 볼품없는 트위드 재킷을 사줬는데 그것이 내 파리여행을 망쳤다. 세슬 기 상점에서 파는 엹은 자주색 재킷을 샀더라면, 모든 게 잘되었을 것이다.

서머힐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담배를 입에 문 소년이 존 버닝햄. 자주색 코르덴 재킷에 대한 그의 미련이라니.....

--학교를 마치고 병역을 수행하는 대신에, 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등록했다. 나보다도 아버지가 더 기뻐했다.(34쪽)

관련서류와 존 버닝햄이 직접 그린 지방병역 면제 심사 장면.
아이가 어릴 때 그린 그림이나 물고 빨았던 장난감, 중요한 기록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맥클린이란 노인은 한도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내가 베갯잇도 없는 그의 베개를 들자 베개는 마치 양피지처럼 부서졌다.
우리가 방을 덥히고, 벽에 회를 바르고, 짐 정리를 하고, 페인트칠을 하고, 창문에 유리를 끼우고, 새 침대와 새 침구를 마련하는 동안에 맥클린 씨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돌아온 뒤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 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뀐 것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었다.(39쪽)


병역대체근무의 내용 중에는 글래스고의 빈민가를 재건하는 일도 포함되었는데 이 무렵 세상의 어두운 면을 많이 목격한 것일까, 존 버닝햄의 그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어두운 분위기.


--내가 헬렌 옥슨버리를 만난 것은 센트럴 미술학교 시절이었다. 헬렌은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결혼한 뒤이다. (...)
우리가 직업이 같아서 힘들지 않는냐고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나는 헬렌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헬렌은 내가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도 부부로서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50쪽)

<곰사냥을 떠나자> <행복한 돼지>를 그린 헬렌 옥슨버리와 존 버닝햄이 부부라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준 적도 있었다, 괜히......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 뭐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잡지사와 출판사로 갔다. 편집자는 "이건 포스터이지,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군요."라고 했다. 그래서 난 직접 모든 걸 하기로 마음먹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보르카라는 기러기에 대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65쪽)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에 관한 노트.
뒤에 사진도 나와 있지만 보르카는 어릴 때 갖고 놀던 그의 장난감을 많이 닮았다.

--나는 놀이방, 학교, 가정에서 벽에 붙일 수 있는 띠 벽지들을 디자인했다. 나는 그림이 겉에서도 보이도록 아코디언처럼 접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책과는 달리 띠 벽지에는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책방에서는 띠 벽지 파는 것을 그만두었다.(95쪽)

존 버닝햄의 그림 띠 벽지라니, 책을 읽는 중에 눈이 번쩍 뜨였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 중단되었다니 아쉽기 짝이 없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 중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이 바로 <사계절>. 딸아이 돌선물로 그림 그리는 친구가 고른 책들 중 한 권이었다.
아이가 선사한 인생의 즐거움 중에는 그림책 읽기도 포함된다.
그의 그림책은 유아용 몇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샀다.

--<우리 할아버지>는 나의 할아버지에 관한 기억과 내 딸 에밀리와 아버지의 모습을 관찰하여 조합한 것이다. 대부분의 장면은 에밀리와 아버지가 나눈 대화를 엿듣고서 썼다.(152쪽)

<우리 할아버지>는 <스노우맨>과 <노란 잠수함>을 제작한 존 코츠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변화는 피상적이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가장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174쪽)

분홍셔츠 차림의, 못말리는 술꾼처럼 나온 존버닝햄의 이 사진이 나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구미가 당기는 걸로 몇 장 찍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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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7-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버닝햄 전시회 보러 가야 하는데, 언제나 가려는지..쩝.
그 동안 뭐 하셨어요? 혼자서만 어디 좋은 데 놀러가셨나 했다구요.

로드무비 2006-07-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잘 지내셨죠?
휴가 다녀왔어요.
그런데 존 버닝햄 전시회 아직 하나요?

mong 2006-07-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닝햄의 그림은 온기도 거친 표현도 그대로 느껴져서 좋아요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

건우와 연우 2006-07-2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로드무비님 이름이 뜨니 눈이 번쩍 뜨여요...^^

로드무비 2006-07-2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반갑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반겨주시는 듯하여 기뻐요.^^

mong님, 온기도, 거친 표현도.....
맞아요.
먼저 맞는 매처럼 서둘러 휴가를 다녀왔답니다.^^

치유 2006-07-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리뷰가 멋지네요..

잘 다녀오셔서 다행이네요..^^

urblue 2006-07-2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 초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설마 아닐까요...? --a

nada 2006-07-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트레일러 너무 탐나요!!

플레져 2006-07-2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다. 저두 저 분홍셔츠 차림에 올인...
분홍셔츠 잘 어울리는 남자를 좋아해요. 호호.

로드무비 2006-07-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전 회지 남방 쪽.ㅎㅎ
다른 사진들은 너무 깔끔한 모습이라 술병을 옆구리에 꿰찬 저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더군요.^^

꽃양배추님, 저도요, 저도요.^^

블루님, 9월 초요?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배꽃님, 존 버닝햄의 팬이라면 이런 사진, 이런 정보를 원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포토리뷰를 올렸답니다.
저의 군소리는 빼고요.^^

산사춘 2006-07-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 또 새로운 세계... 찍어올려주신 정성에도 감사...
휴가 잘 다녀오셔서 다행요(라기보다는 부러오요)...

로드무비 2006-07-3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저 좋아서 한 짓인데요, 뭐. 헤헤~

반딧불,, 2006-08-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참 담아뒀는데..;;

로드무비 2006-08-0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어요?^^

반딧불,, 2006-08-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무비님 포토리뷰만 떴다하면 사고 싶어서 들락거린다는 것. 흑.

로드무비 2006-08-0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재미죠, 뭐.^^

해리포터7 2006-08-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더더욱 사고파지네요..과연 책값을 할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8-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존 버닝햄의 팬이라면 이 책 좋아하실 듯.
(싫어하는 분들도 더러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