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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 1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읽은 몇 권의 탐정물을 제외하고는 추리소설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알라딘 서재활동을 하게 되면서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추리소설 몇 권을
님들의 리뷰나 페이퍼를 통해 소개받아 읽긴 했다.
하지만 추리소설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호감은 느꼈지만 데이트 신청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약간 매력적인 남자 정도랄까.
그런데 제프리 디버의 <본 컬렉터> 두 권을 어제오늘 이틀 만에 해치우고,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라임은 문득 캔디바를 한입 베어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초콜릿을 먹어본 지 1년이 넘었다.
설탕이나 캔디처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음식을 삼가왔던 것이다.
가장 사소한 일들이 가장 무거운 짐이 되고, 사람을 가장 슬프고 지치게 만들었다.
스쿠버다이빙이나 알프스 등반을 못한다 치자. 그게 어떤가.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안하고 산다.
하지만 양치질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다. 치과에 가서 이를 때운 다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 아무도 안 볼 때 잇새에 낀 땅콩조각을 몰래 빼내는 일,
링컨 라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제2권 11~12쪽)
'법과학자'라는 명칭으로는 부족해 '범죄학자'라는 신조어를 만들게 할 정도로
범죄현장 감식 능력이 뛰어나고 게다가 <범죄의 현장>이라는 책까지 펴낸 적 있는 링컨 라임.
어느 날 현장감식 중 대들보가 무너지는 사고로 네 시간 매몰되어 있다가 구출되지만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자신의 생존과 관련되어 침대에 달려 있는 각종 전자제어장치를
누를 수 있는 왼손 손가락 하나, 그리고 머리뿐이다.
범죄현장을 신들린 듯 누비던 그가 마흔줄에 접어들어 지금은
잇새에 낀 땅콩 조각조차 몰래 감쪽같이 파낼 수 없는 처지라니,
그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된다.
자신의 마지막 인생 프로젝트는 '자살'이라고 공언하고 도와줄 의사를 몰래 수배하는 등
호시탐탐 죽을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경주마를 닮은 음울한 아름다움"(이라니 참 멋진 표현이다!)을 지닌 순찰경관 아멜리아 색스가
어느 날 아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살해된 범죄현장을 목격하면서 링컨 라임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이 잔인한 살인마는 어쩌자고 살인 현장마다 자신을 뒤쫓는 경찰을 비웃듯 희미한 단서를
하나씩 남겨놓는다.
다 읽고 나서 흥분을 가라앉히며 책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언젠가 물만두님이 페이퍼로
표지 디자인 시안을 여러 개 올리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표지 절반을 차지하는 '뼈'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책 속에 여러 번 되풀이해서 소개되는
살인범의 '뼈'에 대한 미학 혹은 철학이 참으로 예사스럽지 않다.
--뼈는 한 인간의 궁극적인 핵심이다.
변형되지 않고, 기만하지 않고, 휘어지지 않는다.
겉껍질을 둘러싼 무절제한 살, 열등한 인종과 나약한 성의 결함이
불에 타거나 열에 익어 떨어져 나가고 나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고귀한 뼈이다. 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뼈는 불멸이다.(제2권 32쪽)
"법의학과 과학수사에 관한 꼼꼼한 리서치로 정확한 번역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간단하게 소개된 번역자의 이름도 꼭 기억해야겠다.
조금 인색한 듯한 소개라고 느낄 정도였으니, 얼마나 생생하게 실감나게 장면장면을 묘사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