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이다. 말복인데 더위는 이제 막 시작한 것 같다. 왜 이리 더운 것일까. 질문은 쏟아지는데 답을 찾을 수 없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렇게 될 줄 몰랐냐고 혼내는 것 같다. 그냥 온몸으로 꾸중을 듣고 벌을 서는 것처럼 여름을 보낸다. 지난 추 입추는 쪼금 달라진 것 같았다.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입추가 되니 손톱만큼 시원해진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었나 보다.

말복이고 내일은 광복절. 그래서 오늘은 택배가 오지 않는 날이다. 이 더위에 얼마나 다행인가. 새벽 배송을 운영하는 업체는 예외라고 하지만. 아, 엊그제 새벽 배송으로 먹거리를 주문하고 받은 나 같은 소비자도 한몫한 것일까.


말복과 책이니, 책 이야기를 해보자. 프랑수아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와 한정원의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도 기대가 큰 책이다. 한정원의 산문은 ‘한정원의 8월’이라는 부제가 있으니 8월이 가기 전에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이 두 권으로도 남은 8월을 채우기엔 충분하다. 읽는 것도 힘든 요즘이다.







뜨겁게 달궈진 더위는 식을 줄 모르지만 그래도 시간은 간다.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란하고 긍정적인 화제를 낳은 올림픽도 끝났다. 이번 주말까지 잘 견디면 다음 주에는 더위가 식을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말복이니 삼계탕을 먹어볼까. 실은 어제 삼계탕을 끓였는데 실패했다. 삼계탕에도 실패가 있냐고 놀랄 수 있지만 가능하다. 내가 끓인 삼계탕은 분명 실패작이다. 그 사정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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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8-14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엎드리는 개, 자목련 님 리뷰 벌써 기대됩니다~!!
근데 삼계탕을 직접 끓으신다고요????!!!! 놀라워라. 🙀🙀🙀

자목련 2024-08-14 09:50   좋아요 3 | URL
그냥 닭, 마늘, 짭쌀 넣고 끓이면 끝!
놀라운 건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4-08-14 09:53   좋아요 1 | URL
찹쌀이 아니라 짭쌀을 넣어서...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8-14 09:54   좋아요 1 | URL
앗, 그렇군요!
심지어 급한 마음에 불리지 않은 짭쌀(찹쌀)을 넣어서 ㅋㅋㅋ

다락방 2024-08-1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계탕 이야기 꼭 들려주세요. 정확하게는 삼계탕 실패한 이야기!!

자목련 2024-08-16 11:01   좋아요 0 | URL
실패한 삼계탕 먹느라 고생한 이야기까지 써볼까요? ㅎㅎ

페넬로페 2024-08-1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정말 잠깐 온도가 내려간 것에 속았어요 ㅠㅠ
너무 더워 책도 읽히지 않아요.
집중력 저하를 더위 탓으로 돌리네요 ㅎㅎ
여름 가기 전에 삼계탕 한 번 해 먹어야겠어요
삼계탕에 넣으려고 녹두 구매해 놨는데 아직입니다~~

자목련 2024-08-16 11:02   좋아요 1 | URL
녹두을 생각하니 어렸을 적 녹두 따기 싫었던 기억이...
이 더위, 끝은 있겠죠?

독서괭 2024-08-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입추라고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했었는데 말입니다… ㅜㅜ
삼계탕 직접 끓이시는 것만도 훌륭! 저는 뭔가 요리를 하면 희한하게 하라는대로 해도 맛이 안 나더라고요? ㅎㅎ

자목련 2024-08-16 11:03   좋아요 0 | URL
레시피는 왜 있는가 싶어요 ㅎㅎ
오늘도 무지 덥습니다.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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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을 통해 성녀 ‘이니프리드’의 유골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고발한다. 이어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제목을 통해 살인이 일어났음을 알려준다. 시체 한 구가 복선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일까. 기대를 안고 캐드펠 수사를 만나보자.


1138년 잉글랜드는 왕위를 놓고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사이의 내전으로 전운이 가득하다.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는 오늘도 세상과 상관없이 수도원의 정원에서 자신만의 텃밭을 가꾼다. 수도원 밖은 전쟁터 그 자체다. 수도원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지만 캐드월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한다. 그런 캐드월에게 한 수사가 부모를 잃어 갈 곳 없는 어린 소년 고드릭을 부탁한다. 캐드월은 고드릭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며 고드릭을 찬찬히 살핀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에서 고드릭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캐드웰 시리즈 두 번째에 나의 추리력이 상승한다고 할까. 음, 미리 말하자면 그건 아니었다.


캐드펠 수사는 슈루즈베리 성을 함락한 스티븐 왕의 명령으로 시체를 수습하고 매장하는 임무를 맡는다. 스티븐 왕이 승리했다는 건 모드 황후를 지지하던 이들의 패했다는 것. 누군가는 이 기회에 모드 황후를 배신하고 스티븐 왕에게 신임을 얻기로 하는데 ‘휴 베링어’도 그중 하나다. 그는 모드 황후를 지지하던 귀족의 딸 고디스의 약혼자로 왕에게 고디스의 찾아내 그녀의 아버지의 행방을 왕에게 보고할 계획이 있다.


시신을 수습하던 캐드펠은 시체의 숫자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왕의 명령을 전달하는 자에 따르며 수습할 시신은 ‘아흔넷’이라고 했는데 분명 하나가 더 있는 ‘아흔다섯’이었다. 누군가 살인을 저지른 후 시신의 무리에 몰래 갖다 놓은 것이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고 설사 발견되었다 해도 의심할 이가 없을 거라 자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아니었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만 했다. 다른 수사가 그 임무를 맡았다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가겠지만 살인자는 운이 나빴다. 캐드펠 수사에게 대충은 없으니까.


교묘하고 잔인한 계획을 세운 살인자는 누구일까. 자신이 승리했다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을 자, 누구인가. 우선 죽은 자의 신원을 알아야 했다. 캐드펠은 그가 모드 황후의 편에 선 행정 장관의 향사 ‘니컬러스’였다는 걸 알아냈다. 프랑스로 보물을 운반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그에게는 다른 일행도 있었다는 사실까지. 다행스럽게 캐드펠은 그 과정에 죽은 자의 다른 일행 토럴드가 다쳐서 숨어 있는 걸 발견한다. 고드릭와 함께 그를 치료하면서 살인 사건 전말에 대해 알게 된다. 그렇다면 스티븐 왕의 명령을 받은 이가 저지른 살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신을 처리한 방법을 보면 그건 아니다. 또 하나 의문점은 보물의 행방이다. 캐드펠은 범인이 노린 건 보물이라고 확신한다.


소설 초반에 등장한 소년 고드릭으로 돌아가 보자.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는 휴 베어링이 찾아 나선 그의 약혼녀 고디스였다. 수도원에 숨어있지만 눈치 빠른 휴 베어링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캐드펠은 고디스를 수도원에서 안전하게 내보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은 세운다. 캐드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휴 베어링과의 대치 상황과 대결 구도는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휴 베어링이 캐드펠의 생각을 읽고 그의 계획을 망치는 건 아닐까 읽는 내내 마음 졸였다. 살짝 과장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할까. 생대를 제압하는 눈빛 대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포커페이스.


“모든 의문에는 반드시 답이 있기 마련이지.” 캐드펠은 경구 같은 말을 내뱉었다. “충분히 기다리기만 하면 말이오.” (131쪽)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곳이 어디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성스러운 신의 공간인 수도원도 마찬가지. 저마다의 욕망을 감춘 채 수도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수도원으로 모여든 인간 군상의 욕망을 보여주는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첫 번째 이야기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보다 치밀한 구성으로 훨씬 더 매력적이다.


캐드펄의 인간적인 모습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범인의 정체는 물론이고 고디스와 토럴드의 달달하고 풋풋한 로맨스까지 한층 재미있다. 다음 이야기 『수도사의 두건』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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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4-08-1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리즈 저 구판으로 꽤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어디다 처분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당시 참 인기였고 유명했는데 저는 몇 권 읽다 말았죠.
이렇게 개정판이 나오니 또 다시 모으고 싶고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자목련 2024-08-14 09:45   좋아요 1 | URL
이미 읽으시고 소장도 하고 계셨군요.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매력과 뛰어난 통찰력에 반하고 있습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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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는 순간 재미와 감동은 줄어든다.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랑에는 권태기가 오고 주기별로 사표를 써야지 싶은 마음이 찾아온다. 누군가 다음 단계로 결혼을 택하거나 다른 사랑을 찾고 누군가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결심한다. 김화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속 모림도 그런 일상을 살아간다.


딱히 올라가야 할 목표 같은 것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모림에게 팀장은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하라고 말한다. 결혼을 결정한 친구 성아는 모림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라고 조언하다. 모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를 하면서 승진이가 고가에 대한 기대가 아닌 양심적으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그런 모림에게 변화가 생긴다. 출근길에 우연히 들른 떡집 남자를 만나면서부터다. 공원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가 떡집 아들이라는 건 몰랐다. 저녁 공원 산책을 하면서 만났다. ‘약밥이’라는 개의 주인인 ‘찬영’은 손님으로 온 모림을 기억하고 있었다. 모림보다 어린 남자, 부모님의 떡집에서 일하면서 머리를 꾸미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MZ 세대로 보면 맞을까. 아침 출근길에 떡집에서 퇴근 후 저녁엔 공원원에서 만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성아의 조언을 생각하면 찬영과 만남은 끝내야 하는데 모림은 찬영에게 이끌린다.


떡집이 등장하기 때문일까. 소설에는 ‘약밥이’란 이름처럼 떡과 그에 대한 비유가 많이 등장하는데 충분히 작가의 의도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의도가 나쁘지 않지만 기발하거나 신선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이 짧은 단편을 공들여 쓴 것 같다. 모림의 3개월간 한 권이 책만 읽는 습관이나 모림이 읽고 있는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을 찬영에게 모림이 붙여준 설정이 흥미롭고 재밌다.


나는 큰 얼음에서 쪼개져 떠내려가는, 그러는 동안 계속해서 조금씩 작아지는 얼음조각에 탄 무리에서 가장 아둔한 펭귄 같다. (…) 다른 얼음조각에 닿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두 얼음을 꼭 붙여, 녹였다가 얼개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조랭이떡 같은 모양으로부터 넓어진 얼음 위에서 누군가와 함께 흘러가면 좋으련만. (54쪽)


찬영과 모림의 관계와 직장인으로 모림의 일상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섣불리 사랑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피할 수 없는 감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반복된 일상과 미지근하게 지속되는 감정을 가진 현대인의 모습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다.


저는 제 인생이...... 좀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다 제치고, 냅다 그런 말을 해버렸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욕망을 깨달은 것도 같았는데,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한참 늦더라도 내 마음대로 걸음대로 이 시대를 가로지를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60쪽)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가볍게 산책하듯 읽기에 좋다. 재미없는 소설이나 어려운 책에 지쳤다면, 독서 권태기가 온 독자라면 다시 책과 이어줄 계기가 될지 않을까. 약밥이 같은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요즘 남자를 떠올리면 더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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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리드 디자인 봉투 세트 (5매 1세트) - 빨강머리 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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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페널로페 님의 후기를 보고 찾아보았다. 나는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니까. 스누피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봉투에 넣을 돈을 모아야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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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들 용돈주기에도 좋습니다 ㅋㅋ

자목련 2024-08-13 08:26   좋아요 1 | URL
음, 저는 용돈을 받고 싶습니다 ㅋㅋ

페넬로페 2024-08-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투와 쫀득이의 ‘thanks to‘가 자목련님께서 보내주신 거군요🥰😀
봉투에는 그냥 조금만 넣을라구요 ㅎㅎ

자목련 2024-08-13 08:26   좋아요 1 | URL
thanks to가 약소합니다 ㅎㅎ
 
[자연공유] 쫀득이 - 헤이즐넛향 커피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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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로페 님의 100자평을 보고 헤이즐넛향 커피맛이 궁금해서 주문했다. 맛은 아직 모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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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8-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삭입니다~~

자목련 2024-08-13 08:27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 자꾸 이런 걸 만들어서 큰일입니다 ㅋㅋ

coolcat329 2024-08-1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게 있군요!

자목련 2024-08-13 08:28   좋아요 1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고구마 맛을 좋아해서 그것만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커피 맛을 시도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