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마크 에드워즈 그림,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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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짐 알칼릴리의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인상 깊게 읽었다. 어려운 주제였지만 물리학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그 책을 읽었기에 브라이언 키팅의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가 궁금했다.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란 제목과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란 부제는 살피지 않고 말이다. 누군가 대중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유튜버 궤도를 떠올릴 수도 있다. 미리 언급하자면 이 책에 윤하의 노래로 잘 알려진 ‘사건의 지평선' 이 등장한다.


고백하자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물리학자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9명의 물리학자는 내게 특별한 이름이 될 것이다. 물론 외우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우주론자이자 과학자인 브라이언 키팅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9명과 만나 나눈 대화 인터뷰다. 물리학자의 삶과 연구자의 태도에 관해 중점적으로 들려준다. 저자의 설명처럼 여자 물리학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연구자의 삶이란 어떠할까. 수식과 실험이 전부일 것 같다. 성과를 내야 하고 남보다 빠르게 어떤 이론을 발표하는 일 그게 목표가 아닐까. 이런 나의 생각은 무지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물리학자들은 거의 비슷한 느낌을 안겨주었는데 동료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실패는 당연한 일이며 성과는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분야든 협력이 중요하며 실패로 인해 좌절하는 대신 실패를 받아들이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9명이 연구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말이다.


모든 연구는 사실 어느 한 개인이 홀로 내놓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종합되는 겁니다. 새로운 뭔가가 출연할 때, 그게 맥락에 놓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요. (물리학자 덩컨 홀데인, 162~163쪽)


그들은 연구자이면서 과거에는 제자였고 현재는 누군가의 스승이었다. 생각해 보면 물리학에서 하나의 이론이나 우주적 현상을 밝히는 일은 혼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몇 십 년 이상 파고들어 연구를 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괏값이 반드시 성공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건 우리도 안다. 하루 종일 연구에 매달려도 당장은 결과를 보여줄 수 없는 일.


우리 물리학자들이 하는 연구의 상당수는 사실 쓸모가 없지요. 지금까지 이뤄진 놀라운 발견 대부분이 우리 삶에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예요. 매일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해 간다는 기쁨을 제외하면 말이죠. (물리학자 셀던 글래쇼, 101쪽)






전자기약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셀던 글래쇼는 학생을 가르치는 기쁨을 말한다. 누군가 그의 강의 덕분에 물리학의 세계를 만나고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물리학은 발전한다. 그가 연구에만 집중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시를 좋아한다는 물리학 교수 프랭크 윌첵의 말도 인상적이다.


세상은 여러 층위로 기술할 수 있는데, 시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제 말은 이쪽 아니면 저쪽을 택해야 하는 게 아니란 겁니다. 양쪽 다일 수도 있어요. 같은 대상이나 현상을 다른 식으로 기술할 수 있고, 각 기술 방식은 나름대로 타당해요. (물리학자 프랭크 윌첵, 183쪽)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메데의 솔직함은 감동적이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대해 확신을 갖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꾸준하게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 누구나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난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뭔가를 연구하지요. 따라서 매일 난 학자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기꾼이 되는 거예요. (물리학자 존 메더, 219쪽)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책이다.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고 인상적인 책이다. 물론 실패로 인한 기억으로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일어설 힘을 안겨준다. 그러니 이 책은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란 부제에 우리의 삶을 대입하기에 충분하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실패를 저자의 바람처럼 물리학자처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삶이란 책의 원제(Into the Impossible)처럼 불가능 속으로 전진하는 일이니까.


우리는 어차피 실패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 절박한 질문은 어떻게 실패할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실패를 다룰 것인가, 혹은 실패 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하는 문제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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