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까 미안했어."

  "응, 뭐가?"

  "아까, 나때문에 현수가 변기에 손 담갔잖아. 미안해."

  "아..어젯밤에......엄마도 소리질러서 미안."

  "아빠한테도 미안하다고 해. 엄마가 아빠한테도 소리질렀잖아."

  "응, 알았어."

  어제 저녁에 큰애가 손씻으러 들어간 틈을 타 작은애가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손을 담갔다. 작은애를 혼내고 큰애 너가 문 열어놓고 들어간 탓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남편이 큰애가 뭔 잘못이냐고 작은애만 혼내면 되지하며 내게 소릴 질렀다. 그래서 나도 큰애가 화장실 들어가지 않았으면 작은애가 들어갔겠냐고 내가 조금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들어간 탓이라고 소릴 질렀었다. 그 이후 우리 식구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볼일 보다가 잠이 들었었다.

  아침에 잊고 있었는데 아들은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가 보다. 아빠랑 엄마가 자기때문에 싸웠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엄마가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안그래도 아들이 자기한테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부부는 큰애 덕분에 웃으며 사과할 수 있었다.

가끔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만사가 다 귀찮고 아이들도 귀찮을 때가 있다. 가족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화도 내고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그럴때 아이들도 같이 예민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여하튼 애들과 남편을 향해 소리지르고 히스테리 부린 걸 입밖으로 내서 사과하고 나니 나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아들을 꼭 끌어안고 고맙다고 했더니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난 여전히 부족한 엄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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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때론 무거운 짐처럼 나를 짓누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도 내가 무거운 짐이었을까?

점점 늙어가는 엄마께 뭐든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화장실 변기에 손을 집어넣고 휘젓는 둘째......걔가 뭘 안다고 매를 들고 쫓아가 엄포를 놓는 나, 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무서워 숨은 첫째......애 키우는 건 정말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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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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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배가 아파 죽을 것 같던 때가 있었다. 내가 너무 아픈데도 아이들은 내게 매달리고 요구하고 계속 내 손을 쉬지 않게 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애들이 놀라까봐 신음소리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든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영업자기에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뭔 바쁜 일이 있나 싶어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답변이 없었다. 혼자서 바늘로 손도 따보고 소화제도 먹어 보고 별별 짓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내게 더 매달렸다. 엄마의 기척이 다르다는 걸 아이들도 느꼈을 거다. 세네시간을 혼자 끙끙하다 아이들과 조금 자고 나니 좀 나은 것도 같았지만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연락이 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남편은 적당히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나는 너무 아팠는데 그는 태평하게 술을 마셨다니......억울한 생각뿐이었다. 눈물도 났다. 그냥 그 길로 집을 나왔었다. 막상 나서긴 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버스를 타고 한참을 울었었다. 그날 맞벌이로 딸을 시댁에 두고 다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30여분후에 잠시 보자고 전화가 왔다. 그 친구를 만나고 마음이 한결 나아졌었다. 내가 원했던 건 작은 위로였다. 결혼전 같았으면 엄마가 손도 만져주시고 발도 따뜻하게 만져주시고 배도 쓸어주며 약이며 곶감달인 물이며 이러저러하게 챙겨주셨을 엄마가 생각났었던게 사실이다. 그말을 하며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한데 우린 너무 힘들다. 그치? 우리에게도 우릴 보살펴 줄 엄마가 늘 옆에 있었으면 싶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났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느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이세상에 와서 지금 우리의 자리에 있기까지 엄마는 그렇게 우리를 만들어 놓으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밤 늦게까지 내일을 준비하고 우리 모두의 엄마가 그러했을 것이다. 작품 속 박소녀는 이세상 여느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대표적인 엄마라고 할 것이다. 자식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엄마의 희생없이 우리가 거저 크지 않았지만 우린 늘 그것을 잊고 있었다. 읽는내내 눈물을 흘렸던 것도 엄마에게도 나와 같은 젊음이 있었을텐데...엄마도 우리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텐데...하지만 엄마는 단 한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얼마전 온가족이 노래방엘 간적이 있었다. 엄마는 자신은 노래를 부를 줄 모른다며 박수만 치셨다. 사실 그날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우리가 웃고 즐기고 노래부르고 춤추며 지낼 수 있었던 건 엄마덕이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노래 한곡 제대로 할 줄 모르신다고 부르려고 하면 자꾸 노래를 잊어버린다고 그려셔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우리가 즐기며 살 동안에도 엄만 늘 김치 담가 나르고 자식들 뒤치닥거리만 하셨었다. 그날 이후 엄마에게 노래도 부르며 이제는 좀 즐기며 살라고 했지만 아직도 엄마는 우리 자식들의 자식들 뒤치닥거리를 하고 계신다. 그게 해준 것 없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며 힘들어도 마다하지 않고 여전하시다. 우린 그런 엄마를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당연히 엄마가 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는 게 꼭 나에게 엄마를 잊지 말고 부디 계실 때 잘해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자꾸 엄마가 생각나고 작가의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세상의 엄마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엄마도 아이였고 소녀였고 여자였다고 말해준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는 걸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고마운 책이다. 깊은 반성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장에 놓인 이 책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엄마 젖을 먹고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은 다 큰 딸이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해야 겠다.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은 생각에 또 눈물이 난다. 지금의 다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에 확 띄는 빨간색 표지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감동을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가 그랬듯이 언니들도 오빠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그게 우리 모두의 엄마니까. 언니, 오빠 우리 엄마를 잊지 말자고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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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단숨에 읽었다. 어서 오길 기대할뿐.

 

 

 

 

 

 

50%세일에 주저없이 선택.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하는 현준이를 위한 책.

숫자를 제법 잘 알고 있긴 한데 책으로 만나면 더 즐거울 것 같아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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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쪽으로 튀어 정말 최고죠? 저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랍니다. ^^

꿈꾸는섬 2008-11-12 14:36   좋아요 0 | URL
ㅎㅎ정말 재밌어요. 2권이 내일이나 올 것 같은데 목 빠지게 기다리는 중^^
 
깜짝깜짝! 색깔들 비룡소 아기 그림책 37
척 머피 지음 / 비룡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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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북이라 더 좋은 책.

큰애도 작은애도 모두 좋아한다.

큰애는 익숙한 색깔을 요즘 배우는 영어단어로 말하는 중이고

15개월된 작은애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책이다.

빨간 네모를 들추면 불가사리가 파랑은 새, 노랑은 병아리 등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좋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색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것 또한 두뇌 활동을 좋게 한다고 한다.

엄마도 아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입체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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