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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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배가 아파 죽을 것 같던 때가 있었다. 내가 너무 아픈데도 아이들은 내게 매달리고 요구하고 계속 내 손을 쉬지 않게 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애들이 놀라까봐 신음소리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든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영업자기에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뭔 바쁜 일이 있나 싶어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답변이 없었다. 혼자서 바늘로 손도 따보고 소화제도 먹어 보고 별별 짓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내게 더 매달렸다. 엄마의 기척이 다르다는 걸 아이들도 느꼈을 거다. 세네시간을 혼자 끙끙하다 아이들과 조금 자고 나니 좀 나은 것도 같았지만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연락이 없었다. 나중에 들어온 남편은 적당히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나는 너무 아팠는데 그는 태평하게 술을 마셨다니......억울한 생각뿐이었다. 눈물도 났다. 그냥 그 길로 집을 나왔었다. 막상 나서긴 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버스를 타고 한참을 울었었다. 그날 맞벌이로 딸을 시댁에 두고 다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30여분후에 잠시 보자고 전화가 왔다. 그 친구를 만나고 마음이 한결 나아졌었다. 내가 원했던 건 작은 위로였다. 결혼전 같았으면 엄마가 손도 만져주시고 발도 따뜻하게 만져주시고 배도 쓸어주며 약이며 곶감달인 물이며 이러저러하게 챙겨주셨을 엄마가 생각났었던게 사실이다. 그말을 하며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한데 우린 너무 힘들다. 그치? 우리에게도 우릴 보살펴 줄 엄마가 늘 옆에 있었으면 싶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났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느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이세상에 와서 지금 우리의 자리에 있기까지 엄마는 그렇게 우리를 만들어 놓으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밤 늦게까지 내일을 준비하고 우리 모두의 엄마가 그러했을 것이다. 작품 속 박소녀는 이세상 여느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대표적인 엄마라고 할 것이다. 자식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엄마의 희생없이 우리가 거저 크지 않았지만 우린 늘 그것을 잊고 있었다. 읽는내내 눈물을 흘렸던 것도 엄마에게도 나와 같은 젊음이 있었을텐데...엄마도 우리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텐데...하지만 엄마는 단 한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얼마전 온가족이 노래방엘 간적이 있었다. 엄마는 자신은 노래를 부를 줄 모른다며 박수만 치셨다. 사실 그날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우리가 웃고 즐기고 노래부르고 춤추며 지낼 수 있었던 건 엄마덕이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노래 한곡 제대로 할 줄 모르신다고 부르려고 하면 자꾸 노래를 잊어버린다고 그려셔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우리가 즐기며 살 동안에도 엄만 늘 김치 담가 나르고 자식들 뒤치닥거리만 하셨었다. 그날 이후 엄마에게 노래도 부르며 이제는 좀 즐기며 살라고 했지만 아직도 엄마는 우리 자식들의 자식들 뒤치닥거리를 하고 계신다. 그게 해준 것 없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며 힘들어도 마다하지 않고 여전하시다. 우린 그런 엄마를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당연히 엄마가 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는 게 꼭 나에게 엄마를 잊지 말고 부디 계실 때 잘해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자꾸 엄마가 생각나고 작가의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세상의 엄마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엄마도 아이였고 소녀였고 여자였다고 말해준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는 걸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고마운 책이다. 깊은 반성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장에 놓인 이 책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엄마 젖을 먹고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은 다 큰 딸이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해야 겠다.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은 생각에 또 눈물이 난다. 지금의 다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에 확 띄는 빨간색 표지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감동을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가 그랬듯이 언니들도 오빠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그게 우리 모두의 엄마니까. 언니, 오빠 우리 엄마를 잊지 말자고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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