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준이가 친구의 머리를 뒤로 잡아당기고 턱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그래서 아이 입술에서 피가 났다고.

그 전화를 받는데 정말 많이 당황스럽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 아이가 없는 말을 했을리는 없다는 생각.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정말로 머리를 뒤로 잡아당기고 턱을 주먹으로 때렸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동자가 마구 흔들린다. 사실인거다.

왜 그랬어? 하고 물었더니,

너무 화가났었단다.

대체 화가 난다고 때리는 일이 말이 돼? 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현준이는 같은 반 친구 중 그 친구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등교할때 그 아이와 꼭 만나서 가려고 노력하고 그 아이가 늦게 오더라도 늘 기다려주었단다. 보통 현준이가 더 일찍 등교하니 기다리는 일이 늘 많았단다. 어제는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서 같이 운동장 돌고 교실에 가자고 했는데 그 아이는 그 말을 무시하고 먼저 확 달려갔단다. 그게 벌써 몇번 반복되었고, 자기가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서 속상하고 화가 났단다.

아이고, 그렇다고 상대방을 때리다니, 네가 남자는 남자구나. 했다, 속으로.

그 친구는 평소에 다른 친구들에게 하도 많이 맞는 편이라 그 엄마가 많이 속상해해왔었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반듯하게 행동하는데 친구들은 아무리 건드려도 조용히 넘어가는 그 애를 자꾸 건드렸단다. 그래서 그 엄마는 정말 많이 속상해했었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여태 한번도 교실 안에서 다툼이 별로 없던 현준이가 때렸다고 하니 그 엄마 입장에선 더 많이 속상했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현준이에게는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사과하라고 했다. 그런데 통화하기 싫다고 문자로 보내라고해서 문자만 보냈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현준이는 이제 정말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안 좋았다. 그래서 아이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둘이 나가서 약국에 들러 입술에 바르는 연고와 케잌을 샀다. 그리고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다시한번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현준이도 죄송하다고,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엄마와 난 서로 마음이 안 좋아서 눈물이 났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당하고 오는 일이 얼마나 속상한지 나도 잘 아는데, 내 아이가 친구를 함부로 대했단 사실은 더 많이 속상하게 했다.

케잌과 연고로 상대의 마음이 얼마나 풀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오늘부터 현준이는 자신의 감정을 행동이 아니라 말로 전하겠다고 앞으로 계속해서 잘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다.

친구들끼리 치고받고 싸울 수 있다는, 그럴 수 있다는 말은 싫다. 어떠한 상황이든 말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쁜 말말고 좋은 말로 말이다.

아, 정말 아이들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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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3-11-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이 이해가 가요. 아들들은 정말 과격한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일로 다른 엄마한테 전화를 받은 일이 있어요.
몸이 아픈 친구하고의 일이라서 그 엄마가 예민한 것도 있었지만,
혹시나 몸 아픈 친구라서 귀찮아하고 막 대한건가 해서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래도 그런 이유로 싸우고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을 놓았는데요.
심란했었어요.

꿈꾸는섬 2013-11-23 12:10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들들의 과격함은 정말 마음을 심한하게 하더라구요.
그 날 잠도 잘 못 잤어요.ㅜㅜ
그래도 아이가 잘 알아들어주어서 다행이었어요.
폭력없는 교실을 원하는데......그게 아닌가봐요.ㅜㅜ

세실 2013-11-2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도 많이 놀라셨겠네요. 아이들은 그렇게 싸우면서 크나 봅니다.
청심환 드셨어요? 규환이도 중1때 친구랑 싸워 담임 전화받고 학교 갈때 얼마나 놀랬던지.....
케익이랑 연고 잘 준비하셨네요^^

꿈꾸는섬 2013-11-23 12:10   좋아요 0 | URL
규환군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남자 아이들 다 한번씩 겪는 일인가하고 위안이 되네요.
다행히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친하게 지낸답니다.^^

순오기 2013-11-2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과 사진을 보니 현준이도 현수도 많이 컷네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고 싸우면서 크겠지요.
엄마들의 마음을 아이도 잘 알았을 거 같아요.
아이들 행동에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달라질거라 믿고요.
두 어머니 모두 잘 하신 거 같아요. 눈물 그렁그렁한 그 마음도 가늠이 되고요~

꿈꾸는섬 2013-11-23 12:14   좋아요 0 | URL
아이들 정말 많이 컸지요.ㅎㅎ
아들들은 몸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은가봐요.ㅜㅜ
싸우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는데, 교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더라구요.
매번 툭툭 건드리고 때리고 막말하고 욕하는 친구가 있는데 아이들이 은근히 그 애처럼 변한 것 같기도 하구요.
좀 속상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현준이도 주먹이 먼저 나갔다니 많이 놀랐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잘 알아들어주어서 고마웠지요.

마녀고양이 2013-11-2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폭력을 잘 쓰는 아이가 아닌데.. 그런데도 친한 친구에게 그런 일을 했다는건
그만큼 서운하고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폭력을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데까지는 현준이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아마도 꽤나 속을 끓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현준이도 이번 일로 많이 놀랐겠네요, 꿈섬님도 많이 놀라셨겠구요...
현준이의 폭력도 문제겠지만, 먼저 현준이의 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엄마와 그 아이 입장보다 먼저.... 현준이가 믿을 부분이 엄마밖에 없을테니까요.

우리 현준이가 많이 자랐군요... ^^
아이들은 표현 방법이 아직 서툴러서 계속 배우는 과정이니까...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하겠지요, 스스로도. 꿈섬님처럼 멋진 아드님이네요, 반성할 줄도 아는.

꿈꾸는섬 2013-11-23 12:19   좋아요 0 | URL
ㅎㅎ마녀고양이님 말씀이 맞아요. 정말 많이 속상했을거에요. 제가 생각해도 속상했을 것 같더라구요.
자기는 늘 그 친구를 배려해주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를 배려해주지 않는다 생각하니 화가 났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었어요. 현준이 꼭 끌어안고 얘기했어요. 속상한 마음 알겠다고, 그러니까 다음부터 그 마음을 주먹이 아니라 말로 전해달라구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한번 정도 실수할 수 있다고 했어요. 실수는 어른들도 늘상한다구요. 실수하고 그 다음엔 그 실수를 안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것만으로도 잘하는 일이고, 훌륭한 일이 되는 거라구요. 그랬더니 잘 알겠다고, 다음부터 꼭 말로 먼저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이번 일로 그 친구도 현준이도 또 하나를 배웠을거라고 생각해요. 그 친구는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현준이는 화가난다고 말로 잘 표현하는 것을요.
제가 좀 더 많이 다독거려주고,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자꾸 더 많이 얘기해야할 것 같아요.^^
고마워요. 마녀고양이님.^^

후애(厚愛) 2013-11-2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지요..
좋아하는 친구한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불안했나 봅니다.
다시 친하게 지낸다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현준이가 많이 자랐네요.^^

꿈꾸는섬 2013-11-26 13:16   좋아요 0 | URL
아이들 크면서 한번쯤 겪는 일일텐데, 다툼이 생기는 게 편치가 않네요.
후애님 말씀대로 다시 잘 지내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blanca 2013-11-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의 대응이 참 적절하셨던 것 같아요. 현준이도 이제 이 과정을 통해 성장할 테고 엄마와 함께 사과했던 기억을 통해 비슷한 문제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배웠을 것 같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변수가 많고 가장 어려운 게 사람 하나를 온전하게 키워내는 일인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3-11-26 13:17   좋아요 0 | URL
현준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걸 배우는데, 여전히 어려운 일이 많네요.
블랑카님 정말 반가워요.^^

2013-11-28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3-12-1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저도 얼마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상대가 여자아이라 거의 무조건 남자아이의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상대엄마... 저도 빵하나 사들고 가서 자초지정 얘기하고 여자아이의 잘못이 먼저였다는걸 상기시켜 드렸지요. 요즘은 아들 키우기가 더 힘든 세상 같아요. ㅜㅜ
올해가 가기전에 인사 남기려 들렸다가 이 글 보고 흥분하다 갑니다... ㅋ

꿈꾸는섬 2013-12-27 14:49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애들 키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ㅜㅜ
올 해 알라딘에 좀 더 열심이고 싶었는데 더 뜸했어요. 내년엔 좀 더 노력해봐야죠.ㅎㅎ
같은하늘님 우린 카스에서 가끔 소식접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