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성취'라는 말은 단 하나의 의미 즉, '큰돈을 벌다'라는 뜻으로 통했다. 백만 달러 단위의 연봉. 계급 사다리의 맨 위쪽에 오르거나 안정적인 전문직에 뛰어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돈. (p26~27)

 

성공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대단히 많은 돈을 벌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다. 하지만 밴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변호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p117)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자신이 꿈꾸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진 못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고 산다.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당연한 의무로 주어진다. 그것이 주는 편안함, 안정감을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p271~272)

 

자유로운 삶이 막상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과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정리하고 과연 떠날 수 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생각해왔던 삶과 다르다고해서 지금까지의 선택을 후회하고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해서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만 만족하며 사는 것도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유는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리라.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p251)

 

사는 일이, 살아가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누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의미가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것은 그저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아닐 것이다.

 

밴, 게리, 앤드류. 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남자, 그 남자의 인생이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모두 엉클어졌지만, 그는 계속해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고액연봉의 변호사, 꿈에 그리던 유명한 사진작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마추어 사진가, 그의 인생은 아무리 되돌리려해도 되돌릴 수가 없다. 거짓된 가면을 쓰고 사는 일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무리 되돌리려해도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생각해야겠다. 그 어떤 것도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음을 기억해야겠다. 내 인생을 되돌리려는 헛된 수고에 애쓰지 말아야겠다. '언젠가 인생의 문이 닫히고, 언젠가 그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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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2-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빠르신데요..

빅 픽처. 어떤 책일지 감이 잡히네요.

잘 봤습니다. ^^

꿈꾸는섬 2013-02-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어요.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세심한 작가에요. 재밌게 읽고, 생각도 많았네요.^^

잘잘라 2013-02-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것도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음을' ... 저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젠가 그 모든걸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도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요^^

꿈꾸는섬 2013-02-15 16:5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설 잘 보내셨지요?
답글이 너무 늦었지요. 명절 쇠고 몸살이 났어요.ㅜㅜ
모든 건 나의 선택, 남탓하면 안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3-02-0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난달에 아이 참고서까지 책을 너무 많이 구입해서...
이거 빌려보려고 도서관에 검색하니 모두 대출중이네요...ㅜㅜ

꿈꾸는섬 2013-02-15 16:57   좋아요 0 | URL
애들 참고서 값도 만만치 않죠.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좋은가보군요.^^
여건이 되면 제가 보내드리면 좋은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아서요.ㅜㅜ
남편이랑 언니들도 읽겠다고......조금 오래 기다리실 수 있다면 제가 보내드릴게요.^^

감은빛 2013-02-0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어요.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나중에 읽고나면 꼭 꿈꾸는섬 님 리뷰를 다시 읽어보고,
내 감상과 비교해볼게요.

행복한 설 명절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3-02-15 16:5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댓글이 많이 늦었지요.
명절 보내며 몸살이 나서, 완전 게으르게 살았어요.
사 놓으셨다면 언젠간 읽게 되시겠죠. 술술 읽히는 책이라 잡으시면 금방 읽으실거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후애(厚愛) 2013-02-0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빠르십니다.^^
벌써 설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처음 맞는 설날인데 옆지기랑 허전하게 보낼 것 같네요.ㅠㅠ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3-02-15 16:59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맞는 설, 허전하게 보내셨군요.
그래도 한국에 계시니 미국에 계셨을때보단 좋으실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크아이즈 2013-02-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과거를 되돌리려는 수고만큼 헛된 것도 없다고 보아요.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맞이하고픈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꿈꾸는섬님도 설 휴가가 기네요. 얼른 돌아오시어요^^*

꿈꾸는섬 2013-02-15 17:01   좋아요 0 | URL
설 연휴 보내며 몸살이 났어요.ㅜㅜ
시댁이 충북 영동인데 내려가는 날은 좀 밀려서 갔거든요. 올라올땐 새벽같이 일어나서 서두른 덕에 덜 밀려오긴 했는데 친정가서도 엄마가 다리가 붓고 아프셔서 실컷 일만 도와주다 왔거든요.
결혼한 이후의 명절은 평소보다 많이 바쁘네요.ㅜㅜ

팜므느와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3-02-1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죠?^^
요즘은 책을 잡아 볼 새가 없네요.

꿈꾸는섬 2013-02-15 17:0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많이 바쁠땐 책 읽을 새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