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아이의 입학식으로 시작하였다.

유치원 입학식과는 확연히 다른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루면서 앞으로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은 잘 할 것인지 걱정이 많았다.

워낙 예민한 아이라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아이는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내 아이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학교에 처음 다녀온 날,

"엄마, 학교는 일찍 끝나니까 좋은데......"

"엄마, 학교에서는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어요.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유치원과 비교해서 더 좋다는 말을 내게 한다.

"엄마, 오늘 뭐 입고 가요?"

하고 물었을 때,

"응, 학교는 매일 자유복 입어. 네가 입고 싶은 옷 입어."

하고 말했더니

"와, 정말요. 유치원 다닐때는 수요일만 자유복 입었잖아요. 학교가 더 좋아요."

하고 말한다.

게다가 둘쨋날 학교에 다녀와서는

"엄마, 우리 선생님 정말 좋아요. 꼭 우리 할머니처럼 말씀하세요."

자상한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두 권의 책을 가져와 학급 문고를 만드셨다. 나도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다행이다.

"엄마, 내 짝도 우리 아파트 산대요."

"엄마, 내 짝도 나랑 같이 방과후 영어 한대요."

"엄마, 학교에는 유치원때랑 다르게 장난감 같은 건 없는데 전 학교에 가는 게 재밌어요."

하고 말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과 다르게 나는 주말에 몸살을 앓았다.

아이 둘을 등교 시키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전번주에는 현준이가 9시30분까지 등교해서 우선 현수를 8시 53분에 유치원 차를 태워 보내고 들어와 현준이를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돌아와 잠깐 볼 일을 보고나면 현준이와 현수를 받을 시간이 되었다. 유치원도 적응기간이라고 전번주에는 12시 30분에 돌아왔고 학교도 12시 30분부터 1시에 하교해서 교문앞에서 만나야했다. 현준이와 현수의 하교 시간이 겹쳐서 현수를 초등학교 앞에서 내리게 했는데 그 바람에 현수의 하원 장소를 선생님이 자꾸 헛갈려 하신다.

그래도 전번주가 나았다. 이번주에는 현준이가 8시 30분까지 등교해서 우선 현준이를 데려다 주어야 한다. 현준이를 데려다줄때 현수를 데려 나가야할지 말아야할지 한참 고민한 끝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현수는 집에 두고 다녀오기로 결정을 했다. 잠깐씩 집에 있던 습관이 있긴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혼자 있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8시 53분 차를 타야하는 애를 8시10분부터 데리고 다니는 건 역시 무리다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초등학교에서 가장 먼 거리일 것 같다. 신호등도 2번이나 건너야 하고, 월요일 아침이라 실내화 갈아 신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 현수는 울먹울먹 전화를 했다. 그래도 화요일에는 의젓하게 견뎌주었다. 아들도 교문 앞에서 헤어지고......

 

현준이에게 함께 등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여건이 좋지가 않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짝이랑 함께 묶어주면 좋은데, 그 아이는 함께 유치원에 다녔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엄마가 갑자기 직장을 다니는 바람에 맡아주게 되었단다. 등교도 하교도 함께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른 친구가 끼어 있어서 함께 등교하는 것도 하교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결국 현준이에게 홀로서기를 하자고 했다. <한반도의 공룡>을 워낙 좋아하는 녀석이라 점박이의 홀로서기 - 현준이의 홀로서기 하고 말했더니 씩 웃는다.

 

 

 

 

 

 

 

이번주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이 시작되었다.

레벨테스트를 했는데 완전 기초반이 아니라 다음반에 배정되어 50분정도 시간이 비게 되었다. 그 시간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아직 혼자 읽기가 완벽하지 않은 아이라 걱정은 되지만 그 바람에 혼자 읽기가 되어 갈 것 같다. 나름 도서관에서 책 읽으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문제는 현수의 하원 시간과 또 엇비슷해졌다. 2시 30분에 현수를 맞아서 2시45분에 끝나는 아들을 맞으러 학교에 간다. 어른이 나도 이렇게 힘든데 현수는 또 얼마나 피곤할까 싶다.

하루 일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 아이들 책 읽어주고는 나도 그 옆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현수가 하도 잠꼬대를 하고 징징거려서 잠에서 깼다. 많이 피곤한 것 같다. 반이 바뀐 것도, 오빠 사정 봐주느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같은 반에 현수에게 못되게 구는 아이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현수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어야한다는 생각을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다니 나도 참 모자란 엄마다.

 

친구를 배려하는 듬직한 아들,

오늘 전단지나 신문지 한장 준비물이 있었는데 혹시 몰라 전단지 2장을 넣어 주었다. 짝이 안 가져와서 자기 것 1장을 주었단다. 그래서 잘 했다고 했더니, 첫날 가져갔던 색연필도 함께 나눠 쓴단다. "왜?"하고 물으니 그 아이 파란색 색연필이 망가져서 파란색만 빌려 준단다. 또 자기는 줄 긋기를 참 잘한다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자기 짝은 열심히 하지만 잘 못한단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놀려대서 자기가 그러지 말라고 말했단다. '누구나 잘 하는 것이 다르다고......' 이 말을 듣는데 가슴 뭉쿨했다. 우리 아들이 내가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나보다 더 잘 실천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들을 생각하니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 싶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다보니 현준이의 생일도 있었어요. (전번 금요일이요.)

아침에 미역국 끓이고 저녁에 잡채라도 해야지 했는데 결국 몸살나서 잡채는 해주지도 못하고 케잌만 사다가 생일 축하 노래 불렀네요. 전날 마트에서 사온 청바지는 마음에 들어하는데 토마스 운동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구요. 자기가 무슨 토마스를 입냐고 절대 안 입겠다고......그래서 오늘 토마스 운동복은 환불했어요. 어느새 아들이 쑥 자랐어요.

 

3월,

아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그 만큼 쑥 자라났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어 고맙다.

앞으로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새 현준이와 현수가 행복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

현준이 입학 선물로 순오기님께서 책을 한보따리 보내주셨다.

3년전 유치원 입학 선물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입학 선물까지 보내주신 순오기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 또 상품권을 보내주신 o님 감사합니다. 현준이에게 좋은 책 대신 골라 담겠습니다.

너무 늦게 감사 인사 올려 죄송해요. 아이 둘 등하교에 몸살났으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조금 천천히 담을게요.

 

순오기님, 요즘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책에 빠졌어요.

현준이는 워낙 사자를 좋아하는데, <행복한 사자>를 읽고 너무 재밌다고 또 읽어달라고 해요.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한다는 사실이 좋아요. <좁쌀 한톨로 장가든 총각>은 보내주신 것과 다른 판본을 올려 놓았지만, 내용은 똑같겠죠. 아이들에게 새로운 전래동화 들려주니 좋았어요. 이 책도 아이들이 계속 읽어 달라고 해요. 또 현준이는 <연아 연아 올라라>도 좋아하구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책은 강아지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앞뒤로 넘겨가며 찾아보는 재미로 자꾸 읽게 되어요. <그건 내 조끼야>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출동 119...>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내사랑 뿌뿌>도 차례 차례 읽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책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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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1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꿈섬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군요...정말 엄마로선 가장 떨리는 순간이죠.ㅎ
그래도 아이가 생각보다 잘 적응하죠? 저도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큰 딸을 무지 걱정했는데
학교 간 이틀만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버스도 혼자 타고 오고 하더라구요..
걱정마시고 많이 안아주세요. 우리 아이들 기특하잖아요..^^

하늘바람 2012-03-1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입학 축하해요,
아무것도 못보내는 대신 멋진 현준이 응원합니다
현수도요,
이제 현준이 정말 많이 컸네요 토마스르 거절하니.

순오기 2012-03-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둘을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는 일도 만만치 않으니 몸살 날만 하네요.ㅜㅜ
현준이가 좋아할만한 책으로 고르긴 했는데... 좋아한다니 기쁘네요.^^

blanca 2012-03-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시겠어요. 저도 멀지 않은지라 긴장하며 읽었답니다. 현준이가 다행이 학교 생활을 재미있어하는군요. 아마 현수와 제 아이가 동갑이지요? 저희 아이도 반이 바뀌고 한 반에 30명이나 되어 요즘 유치원 가는 모습이 밝지 않아 걱정이에요. 유치원 생활 만큼은 배려도 받고 즐거운 추억 많이 쌓았으면 좋겠는데... 봄이 오고 있으니 아이들도 다 잘 적응하고 건강하고 힘차게 생활하기를 바라 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03-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입학하여 생활 잘하고 있다니 반가워요.
한창 커나갈 때라 하루하루가 다를 거에요.
꿈섬님도 애 많이 쓰셨어요.^^

같은하늘 2012-03-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아이 챙기기 정말 바쁘죠? ^^
그래도 큰 아이들 두신 선배맘들 말씀이 그때가 좋을때래요~~
저도 두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어 현준이 입학선물도 못 챙겼네요.
혹시 현준이가 보고싶어하는 책 없나요?
늦었지만 입학축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