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이네 유치원에서 7세반 아이들의 1박 2일 캠프가 있었다. 오후에 등원해서 엄마와 함께 학부모 참여 수업을 마치고 엄마와 헤어져 유치원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자고 오는 것이다. 작년 7세 아이들이 1박 2일 캠프하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던 현준이는 올 해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학부모 참여 수업이 끝나고 포옹하고 잘 자고 오라고 하는데 녀석의 눈시울이 벌써부터 붉어졌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엄마, 아빠 품에서 자려고 하는 아이들을 떼어 놓지 못했다. 그래서 현준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저녁을 먹고 유치원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유치원 마당에서 캠프파이어가 한창이다. 아이들 노랫소리도 듣기 좋았다. 갑자기 하늘 높이 폭죽이 터지고 아름다운 불꽃 놀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잘 잤을까? 걱정을 하고 있으니 남편은 나중에 애 장가는 어떻게 보낼래? 한다. 그게 지금 이 상황이랑 맞는 얘기가 아니라며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현준이가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현수도 오빠가 없으니까 이상하다며 유치원가서 오빠를 데리고 오자고 한다. 어찌어찌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몸살 기운이 있는지 온 몸이 아프고 목이 잠겼다. 

오전 9시까지 아이를 데리러 오라는 유치원의 지시대로 1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아이의 얼굴이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다.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재미있었다고 말하긴 하는데 얼른 집에 가고 싶단다. 이부자리 가방을 들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엄마 손을 꼭 붙잡았다. 

집에 돌아와서 시원한 물이 가장 마시고 싶다며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켜고는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보고 싶단다. 전번 일주일내내 텔레비전 금지령이 내려져서 하루 10분도 보지 못했던게 미안하기도 하여 잠시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라고 했다. 수박도 썰어 내주니 금새 먹어 치웠다. 

며칠 전 갑자기 돈까스 먹고 싶다는데 만들어 놓은 돈까스가 없어 당황하여 그제 돈까스 재료를 사왔다. 오늘 오전엔 돈까스 18장을 만들어 3장은 튀겨서 점심에 먹고 15장은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뭐든 맛있다며 잘 먹는 현준이, 하루 떨어져 지낸 시간이 안쓰러워 점심 양을 많이 주었는데도 거뜬히 먹어 치웠다. 점심을 먹으며 잠자기전 우는 아이들이 있었단다. "너는?"하고 물으니 자기는 울지 않았단다. 마음 한편으로 대견했다.

그리고 나는 잠깐 졸았고, 아이들은 영어 cd를 보았다. 그리고 현준이는 아빠에게 언제 들어오냐고 계속 전화를 걸었고, 5시쯤 온다던 아빠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저녁을 차리고 흔들어 보았지만 깊이 잠이 들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피곤했던 모양이다. 여전히 꿈나라 중이다.  

7시쯤 현준이 담임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현준이가 잠자기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자다가 깨서 엄청나게 울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어 병이 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전화하셨다는데 낮동안엔 잘 지냈다고 선생님이 고생 많으셨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현준이는 자기는 울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자다가 일어나 한참을 울어서 선생님이 잠깐 데리고 산책도 했다는데 아이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집에서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뭐라고 말을 할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때가 있다. 내 맘대로 해석하기로 꿈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님 몽유병 같은 것일까? 

아이를 처음 떼어내기에 너무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현준이는 스스로가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알기에 선생님과의 통화내용은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적이 없기에 더없이 대견하고 기특한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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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6-1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벌써 현준이가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 캠프도 가고 대견하네요. 꿈섬님 돈까스 얘기 들으니 저도 담주에는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너무 더워서 밥해 먹기도 힘들어요. 저희 집 덥기로 소문났거든요--;;

꿈꾸는섬 2011-06-19 23:15   좋아요 0 | URL
어느새 엄마 품을 떠나 캠프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어요. 분홍공주님도 돈까스 좋아하나요? 돈까스용 고기 사서 소금, 후추, 마늘로 고기 양념을 먼저해요. 밀가루 묻히고 댤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 묻히면 쉽고 간단한 돈까스가 되어요. 치즈 돈까스를 만들고 싶으면 고기 사이에 치즈를 넣어 만들면 되지요. 저도 예전에 더운 집에 살아봤었는데 여름엔 정말 밥하기 싫었던 기억이 있네요. 현수를 여름에 낳고 아이 너무 더울까봐 조리원 들어갈 돈으로 에어컨 샀어요. 물론 많이 켜진 않지만 너무 더울땐 가끔 에어컨 이용하게 되더라구요. 오늘 처음으로 선풍기 꺼냈어요.

마노아 2011-06-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금세금세 자라서 벌써 엄마 품을 떠나 지내는 때가 왔넨요. 첫 단추가 힘들었지만 다음 번에는 더 쉬워질 테지요? 그럼 엄마는 더 섭섭해질 것 같아요. 한 편으로 대견하고, 한 편으로 조금 속상하고요. 암튼 현준이가 이렇게 쑥쑥 자라고 있네요. 멋져요.^^

꿈꾸는섬 2011-06-19 23:1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말씀 맞아요. 첫 단추가 힘들테지만 다음에 한결 수월해지겠죠. 그렇게 자라나는게 맞는 거구요. 현준이 통해서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어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너무 고마워요.^^

무스탕 2011-06-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는 작년에 5학년때 학교에서 1박하는것도 싫어서 얼굴을 잔뜩 구기더라구요. 현준이야 양호중 상양호지요 ^^
멋진 형아로 오빠로 쑥쑥 잘 자라고 있어요 :)

꿈꾸는섬 2011-06-19 23:1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의 위로의 글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아시죠? 고맙습니다. 양호하다니 너무 다행이구요. 멋진 형아로 쑥쑥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세실 2011-06-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떼어 놓을땐 참 걱정 많았지요. 보림인 7살때 제주도로 2박3일 졸업여행 갔었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지냈다고 하더라구요. 나름 서운하던걸요. ㅎㅎ
다음엔 훨씬 더 수월하게 생활할거예요. 현준아 수고 많았다~~~

꿈꾸는섬 2011-06-19 23:17   좋아요 0 | URL
와, 정말요? 보림양은 7살에 제주도 2박3일을 다녀왔다구요? 와 정말 대단해요.
다음에 훨씬 잘해낼거란 말씀에 힘이 나요.^^

마녀고양이 2011-06-1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견하네요, 첫 발을 내딯었군요.
코알라는 아직도 품 안에서 맴맴 돌고 있는데.... ^^

현준이한테 뽀뽀 대신 날려주세요~

꿈꾸는섬 2011-06-19 23:19   좋아요 0 | URL
현준이에게 마녀고양이님의 뽀뽀를 내일 날려줄게요.^^
마녀고양이님 글 읽다보면 코알라도 정말 예쁘게 잘 자라고 있던걸요. 건강하게 우리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지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마녀고양이님^^

아이리시스 2011-06-1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가들은 일곱살에 제주도도 가는군요. 우리 땐 고작 초등학교 수학여행이 부모님을 공식적으로 떠나는 첫 외박이었던 것 같은데요. 역시 세상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요. 현준이도 잘 다녀와서 한뼘 더 큰 어린이처럼 행동할 것 같아 귀여워요.ㅋㅋㅋ

꿈꾸는섬 2011-06-20 00:05   좋아요 0 | URL
일곱살에 부모 떨어져 제주도가는 여행을 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도저히 용기가 안 나요. 2박3일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기도 하구요.
현준이가 한뼘 더 큰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점점 더 의젓하고 대견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