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주를 넘게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엄지손가락의 관절이 쉬이 낫지를 않고 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놓고 병원으로 향한다. 진료를 받는 날엔 대기 시간이 훨씬 길어지지만 물리치료만 받는 날에 그래도 빨리 끝내고 돌아오긴 한다. 

물리치료실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처음 물리치료실에 갔던 날엔 한참을 앉아서 기다렸다. 손가락 관절 치료는 파라핀 액에 담갔다 빼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라 혼자서하면 되지만 처음엔 설명이 필요하니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리치료실에 가면 바로 손 씻고 물리치료를 시작하라고 한다. 

파라핀 액은 두 곳에 담겨 있어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한동안은 손가락 관절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몇몇분을 만나게 되었다. 

제일 처음 만났던 분은 열 손가락의 관절이 모두 붓고 너무 아프다고 하셨었다. 그 분의 손을 보는데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 주름도 지고 거칠어진 손이었다. 나는 고작 엄지손가락 하나인데......하고 생각하며 그 분의 얼굴을 보았는데 참 선하게 생기셨었다. 워낙 손가락 쓰는 일을 많이 하셔서 노상 아프시다고 하셨다. 

두번째 만난 분은 얼굴이 참 고운 분이셨는데 왼쪽 새끼 손가락이 으스러지셨단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시던 그 분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행패를 부려서 손가락이 으스러졌다는 것이다. 이번엔 이혼을 하실 생각이란다. 그래서 "자식 생각하면 쉽진 않으시겠어요." 했더니, 자식이라고 있는 건 남편이 데려 온 자식이지 자신의 자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은 돈 벌 생각도 안 하고 아주머니에게 돈 안 벌어 온다고 손찌검을 했다는데 솔직히 그 관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처 자식까지 데리고 재혼한 남자가 어찌 부인에게 함부로 하는지 말이다. 그 전에는 잘 못 맞아 갈비뼈가 부러졌었다는데, 그래도 참고 살았더니 점점 더 하더라고, 오른쪽 팔목은 금이 가고 왼쪽 새끼 손가락은 완전히 으스러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새 그 남편분이 유부녀와 바람이 난 것 같더라는 말까지......이런 얘기 참 쉽지 않은 얘기인데 얼마나 많이 속상하셨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치료 잘 받으시고 얼른 나으시길 바란다고 얘기하고 먼저 치료를 마치고 나왔었다. 

세번째 만난 분은 얼굴은 미인형에 키도 훤칠해보이는 분이셨는데 늘 남편분과 함께 오셨다. 왼쪽 손가락이 어느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나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점점 더 아프고 부어서 병원에 오셨단다. 한 3일 마주쳤었는데 그나마 왼손이라 다행이라고 하셨다. 또 손가락 아픈 탓에 남편분이 밥하시고 설거지하시고 청소까지 모두 해주시는데 매일 병원에 함께 나와 당신을 기다려주시기에 너무 미안하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 대해 이런 저런 걸 물으시기에 대답해 드렸더니 아이들 어릴땐 일이 많았지만 참 재미있었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얼마나 많이 허전한지 모른다며 아이들 어릴때 일이 많아도 즐겁게 지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해주셨다. 

세분의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세분의 이야기가 어찌 이리 다른지 사람 사는 일이 모두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할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세번째 아주머니처럼 남편이랑 다정하게 늙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이 들어 아픈 아내를 위해 아내의 일을 덜어줄 줄 아는 남자랑 살고 있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리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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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3-3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사람들의 참 많은 이야기들이 공존해요. 세번째 아주머님 사는 모습이 참 예쁘네요. 꿈섬님 어여 나으셔요. 다 낫고 엄지 손가락 힘껏 치켜 세우는 겁니다.^^

꿈꾸는섬 2011-03-31 13:20   좋아요 0 | URL
손가락 하나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더라구ㅛ. 세번째 아주머님은 정말 사랑받으시며 사시는 것 같더라구요. 완전 부러웠어요.^^

후애(厚愛) 2011-03-31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많이 불편할텐데...
<남편 사용 설명서> 책 제목이 재밌습니다.^^

꿈꾸는섬 2011-03-31 13:2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ㅎㅎ<남편 사용설명서>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려구요.ㅎㅎ

순오기 2011-03-31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리치료를 3주간이나 받는다니... 이젠 많이 좋아졌나요?
손가락이 아픈 원인이 더 궁금해지는...
인생사 구비구비 흐르는 곡절이 참 다양한... 그게 또 우리네 인생이려니 마음에 담기네요.

꿈꾸는섬 2011-03-31 13:22   좋아요 0 | URL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완치가 된 것이 아니라......
오늘은 손가락 관절에 주사를 맞았어요.ㅜㅜ 엄청 아프더라구요.(엄살쟁이에요.ㅎㅎ)
어떤 인생을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3-3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꿈섬님 요새 몸이 좋지 않으시군요.
저도 병원에 좀 다녀왔는데 역시 건강해야 뭐라고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얼른 나으셔서 다시 활기찬 일상을 맞으시길 빌겠습니다.

꿈꾸는섬 2011-03-31 13:23   좋아요 0 | URL
ㅎㅎ몸이라기보단 손가락하나가 말썽이에요.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 모르게 아프더니 쉽게 낫질 않네요.ㅜㅜ
얼른 좋아지길 기다리는 중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3-3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군요.
소설로 써도 좋을거라는 생각이 막 들어요. 그런데 맘은 아프네요.

꿈섬님, 손가락이 3주째 그렇다니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주부의 손가락이다 보니 쉬이 낫지두 않겠구요.
빨리~ 완쾌하세요, 아셨죠? 새끼 손가락, 약속~~~ 손가락은 참 쓸 곳이 많아요. ^^

꿈꾸는섬 2011-03-31 13: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안 그래도 소설로 써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글이 맘처럼 잘 써지지 않네요.ㅜㅜ

손가락이 어째 이리 안 낫는지 모르겠어요.ㅜㅜ
오늘은 관절에 주사 받고 적외선 치료하고 왔어요.
저 내일부터 궁중요리 배우러 갈 작정인데 손가락때문에 불편할 것 같아요. 얼른 낫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3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아프면 삶이 너무 불편하던데...
어서 완쾌되시길 바랄께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두번째 아주머니 이야기는 마음 너무 아프네요.
드라마도 막장 드라마 같은 삶을 사시는데...그런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그래서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겠다...싶네요.

꿈꾸는섬 2011-03-31 13:26   좋아요 0 | URL
손가락 쓸 일이 너무 많지요. 의사샘님 손가락 쓰지 말라는데 아이들 데리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할 수 없잖아요.ㅜㅜ
두번째 아주머니도 젊었을땐 참 예쁘셨을 것 같아요. 근데 어째 남편분을 잘 못 만나서......고생이 많으시죠.ㅜㅜ
우린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싶을때가 많은 것 같아요.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pjy 2011-03-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다니기가 번거로워도 치료는 꾸준히,,,잘 받으시겠죠?^^
저희 엄마도 손가락 관절이 쑤신다고해서 혹시 류마티스가 아닌가 쫄았었는데요..
불행중 다행인지 기냥 너무 많이 써먹어서 닳고 닳은거라고 하더라구요~
의사의 조언은 치료까지는 필요없고 앞으로 곱게 레이스장갑끼고 설거지도 애들시키고 병뚜껑도 왠만하면 따지말고 걸레같은거 짜지말고 특히! 절대로 뜨개질은 하지말라고 하더랍니다ㅋ
핑계김에 한가해지셔서 요즘엔 성당 레지오단원으로 수욜마다 외출에 재미를 붙이셨습니다^^

꿈꾸는섬 2011-03-31 13:28   좋아요 0 | URL
매일 꾸준히 치료는 받는데 어째 좋아지다가 마니 기운이 빠지네요.ㅜㅜ
레이스장갑끼고 설거지도 애들 시킬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ㅎㅎ
저도 손가락에 힘을 줄 수 없어 남편이 있을때 거의 남편에게 시킨다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제 몫인걸요.ㅜㅜ
하지만 곧 나아지겠죠.^^
pjy님 오랜만이세요. 저 요새 놀러도 못갔어요. 잘 지내시죠?

책가방 2011-03-3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크고 나면 많이 허전하다는 그 분 말씀.. 점점 공감하고 있답니다.
지금도 이렇듯 허전함을 느끼는데 정말 다 커버리면 얼마나 허전할지.. 아이를 버리고 나를 찾아야겠습니다.ㅋ

저도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이 아파요~~~ㅜ.ㅜ
설거지 하다가 칼에 베었다죠.(성격상 고무장갑 끼고는 아무일도 못한답니다..^^)
살짝 깊은 상처라 빨리 아물지 않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네요.
주부의 일이란 게 대부분이 물일인데..
상처야 아물면 끝이지만 관절은 덧나지않게 잘 치료해야 할 듯 하네요.
열심히 치료받으러 다니시면서 다른분들 얘기.. 또 들려주세요..^^


꿈꾸는섬 2011-03-31 13:30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은 벌써 느끼고 계시는군요. 그분 말씀이 중학생되면서부터는 부모랑 안 논다네요.ㅎㅎ

에고 가운데 손가락..칼에 베었다구요. 에고 너무 아프시겠어요. 고무장갑을 못 끼고 아무 일도 못한다니 어째요. 얼른 나으시길 바랄게요.^^

프레이야 2011-03-3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별별 이야기가 다 있지요.
손가락 부러지는 일이 많군요.
님도 어서 나으셔야 할텐데요.ㅠ
치료 잘 받으시고 어서 좋아지시기 바래요.

꿈꾸는섬 2011-04-01 22:41   좋아요 0 | URL
손가락 관절 아프신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부러진 분도 계시고 너무 많이 써서 고장 나신 분도 계시고요.
저처럼 어느날 갑자기 아프신분도 계시더라구요.
네, 치료 잘 받아 얼른 좋아질게요.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2011-04-01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04-0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 치료 받으러 다니셨군요.
이런 거 잘 안 낫던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네요.
잘 살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1-04-01 22:44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잘 지내셨죠?
매일 병원 다녀오는 것도 일이더라구요.ㅜㅜ
사람들 사는 모습이 비슷한듯 다른 것 같아요.
네, 저도 잘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