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읽은 책을 정리하다보니 소설, 에세이를 주로 읽었다. 2011년엔 독서 편식을 없애야할텐데 잘 될지 모르겠다.
2010년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일까?
-허수아비춤, 들꽃이야기,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퀴르발 남작의 성,올리브 키터리지, 토닥토닥 그림편지,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그리고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진보 집권 플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차례대로 읽고 한국의 근현대사의 진실을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황홀한 글감옥을 읽으며 작가의 고충과 작가의 임무와 책임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전 발간된 허수아비 춤을 읽으며 이제는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지간한 책은 잘 읽지도 않는 남편도 함께 읽었다.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길가에 아무렇게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들꽃을 보면서 아무 생각이 없던 나였다. 시를 읽고, 문학을 즐긴다고 말하는 나는 사실 소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많이 부끄럽고 생각이 많았다.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 없고, 세상에 다시 피어나지 못하는 꽃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작은 꽃은 할 수 있다. 길가를 나설때 이제는 주변을 살펴본다. 내 주변엔 어떤 풀들이 자라서 꽃을 피우며 살고 있는지 말이다. 봄이 되면 지천으로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을 기다린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단 생각을 해본적은 거의 없다. 우리 가족 챙기며 사는 것만으로도 바쁘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 자신이 필요한 무언가를 조금 아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저하지 않고 1:1후원을 결정했다. 내게도 예쁜 딸이 하나 더 생겼다.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 아낀 작은 돈으로 굶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책 한번 덜 사는 돈, 미용실에 가는 돈 한번 아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최제훈이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만났다. 젊은 작가가 갖는 독특한 개성이 인상적이었다. 거침없이 써내려간 듯한 인상을 풍기는 문체도 마음에 들었다. 단편소설 각각의 독특한 구성, 독특한 인물 등 새로웠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김영하,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신선함이 느껴졌던 소설이다.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인간 내면의 진실함, 진솔함이 묻어 있는 소설책을 읽으며 내 삶, 내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 아이를 키우는 내 모습이 올리브의 모습과 닮아 있는 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소설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보며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리라.
이수동화백의 그림을 보며 가슴 설레이던 적이 있었다. 색감도 좋고 구성도 좋고 게다가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림을 보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이 책을 받아들며 이수동화백의 그림 한점 갖고 싶어하던 내 마음을 달래었다. 거기에 더불어 화백이 보내주는 위로, 위안의 편지글은 내 마음을 살살 달래주었다. 그림이 정말 좋다. 행복한 12월을 보내게 되었다. 더불어 2010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장영희 선생님을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건 늘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 깃든 행복은 오늘 아침에도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다만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갔을뿐이었을 것이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를 만나지 않았다면 소소한 행복의 아름다움을 결코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게 행복이다.
아,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정치, 경제, 교육, 통일 그리고 검찰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대안이 인상적이다. 현실 정치에 무감각해진 아줌마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세상과의 소통이 서툴러진 아줌마는 정치, 경제에 관심이 별로 없어지고, 눈에 뭐가 씌인 듯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점점 눈에 씌인 뭔가가 벗겨지는 듯하다.
마무리를 하다보니 최근에 읽은 책이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다.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을 탓해야지. 2010년도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해했던 날들이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행복한 책읽기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