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운동화 3켤레와 실내화 1켤레를 빨았다. 열심히 솔질을 한 덕에 오른팔이 아팠다. 현준이 운동화와 실내화는 아직 작으니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내 운동화와 남편 운동화는 정말 힘에 부쳤다. 그래도 열심히 빨아서 햇빛 좋은 곳에 널어두니 깨끗해진 운동화처럼 10월의 안 좋았던 일들이 모두 씻겨나간 느낌이었다.
오늘은 오전내내 뒹굴거리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오늘이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날인 만큼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내게 남편은 또 다른 일상이니 소소하게 집 주변을 돌아다니잔다. 아이들이랑 앞동산에도 올라가고 아파트 한바퀴 돌아서 새로 만든 개천길에서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낙엽도 밟아보고 그랬다.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싶단다. 아이들에게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었을 거라고 나만 혼자 생각했다.
산책하다 만난 동네에 친한분들이랑 간단하게 맥주 한잔 마시고 나와 아이들 먼저 들어와 따뜻한 물에 씻기고 맛있는 저녁을 먹이고 얼른 재웠다. 그리고 오늘이 가기전에 장영희 선생님의 글을 모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 밤 시간은 온통 눈물과 감동과 웃음과 희망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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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칼 샌드버그
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을 찾아가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은 다들 고개를 내저으며
내가 장난이나 치고 있다는 듯
웃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맥주통과 손풍금을 곁에 둔
한 무리의 헝가리인들을 보았습니다.(부분)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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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내 삶 자체가 행복인줄도 모른채 행복하고 싶다고 나불거린 것이다. 아이들과 남편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그 모든것이 내겐 큰 행복이다. 아이들이 바람을 맞으며 뛸 수 있고, 커다란 목소리로 "엄마"하고 부를 수 있으며 자연을 바라보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내겐 행복이다. 그런 우리들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남편이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밤, 그리고 내일 아침 또 무수히 반복되는 수많은 날들, 그 모든 날들의 순간들이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