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현수가 배가 고프다고 보챘다. 눈도 잘 떠지지 않고 몸은 무겁고 일어나고 싶진 않았지만 목청이 큰 아이가 울어대니 일어나 얼른 쌀을 씻어 앉혔다. 그 와중에 따라 나와 우유를 달라 하고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대서 밥 먹기전에 간식을 주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우유와 포도를 주었다. 엄청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먹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스파랜드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근처 전주밥상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너무 힘들었던지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오늘 아침 배 고프다고 울어댄 것이다. 현준이는 제 몫으로 나온 것들을 다 먹고 밥상 옆에 누워 잠이 들었고, 현수는 차에 탈때까지 잠은 안잤지만 밥을 제대로 먹질 않았다. 큰언니네 5식구, 작은언니네 2식구 그리고 우리 4식구가 움직이니 대가족이다. 친정엄마도 모셔가려고 했지만 다른 볼일이 있으시다며 우리끼리 다녀오라고 그러셨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올해 마지막 물놀이라고 했더니 10시부터 5시까지 줄기차게 놀았다.
물은 사람을 참 유하게 만드는 듯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즐거웠다. 햇빛은 따가운데 바람은 영락없는 가을바람이다. 가을 햇살에도 살이 많이 탔다.
그제는 아이들 병원 데려갔다가 <마루밑 아리에티>를 보고 목욕탕에 가서 물 속에서 첨벙거리다가 돌아왔었다.
추석 연휴의 고단함을 물 속에서 풀어 버리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고단하여 아침 상 치우고나서 침대 위를 떠나지 않았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가 밀려 있는 상황인데 리뷰 쓸 시간이 어째 나질 않는다. 그 와중에 화요일엔 독서지도 숙제도 있고, 아이들 책 읽으며 지도안 만들어야하는데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스르르 또 잠이 들었다. <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는 옛날 사람들이 하던 일에 대한 이야기 책이다. 직업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꾸려왔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지금은 사라진 직업에서 변형된 직업, 무형문화재가 되어 버린 것들까지 재미있게 서술 되어 있다.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는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들어 줄 책이란다. (아직 읽진 못했다) 세계적인 습지인 우포늪에 공룡이 살고 있다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사랑스러운 책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게다가 제 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란다. 이 책 두권을 읽고 숙제 먼저 해놓아야겠다.
책을 읽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3시간정도 푹 잔 것 같다. 그동안 남편은 세탁기에서 탈수된 빨래를 건조대에 널어놓고 아이들 침대보도 탁탁 털어 잘 개켜 놓았다. 그리고 어지러진 장난감들도 정리해두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까지 해놓았다. 그리고 자장면과 짬뽕을 시켜 놓았다. 나는 그저 부시시 일어나 머리 질끈 묶고 남편이 해둔 것들에 감사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어 주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는 남편은 큰차를 가지러 가자고 해서 그곳까지 태워다주고 돌아왔다.
오늘까지 연휴를 맘껏 즐기고 있다. 매일이 일상인데 내일부터 다시 일상이라고 말하자니 뭔가 좀 안 맞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일부터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읽고 쓰고 해야지. 그게 나의 일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