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부터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있었다. 물론 직장도 옮기고 내가 대학도 다니고 하면서 연락도 뜸해지고 만나지기가 쉽지 않았어도 서로가 참 좋아한다고 믿는 그런 사이다. 내가 먼저 결혼했고 아이도 내가 먼저 낳아 나는 벌써 애가 둘인데 언니는 결혼하고 아이 소식이 한참 없더니 작년에 아이를 하나 낳았단다. 그때도 너무 멀어 찾아가보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는데 귀하게 얻은 아이의 돌잔치가 오늘 열린다.
처음에 문자가 날라왔을때는 시간이 빠져있어서 당연히 오후에 하는 줄 알았다. 며칠 뒤에 알아보니 점심 12시 30분에 한단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마석, 돌잔치가 열리는 곳은 평촌, 전철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아이들 둘을 맡기려고하니 큰아이는 걱정이 안되는데 작은 아이가 걸리고, 작은 아이만 데려간다니 큰아이가 자기도 가겠다고 떼를 쓴다. 그래서 네비게이션을 믿고 한번 찾아가볼까도 싶지만 낯선 동네에 아이 둘 태워서 간다는게 남편은 불안한지 어제 저녁에 꼭 가야겠냐고 되묻는다. 오후 시간이면 남편 일 끝나고 다 같이 가면 되는데 이래저래 여건이 안된다.
지금쯤 돌잔치가 한창이겠다 생각하니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못간다는 전화하기가 미안해서 아직 전화도 못했다. 돌잔치 끝나면 저녁에 전화해야겠다. 미안하다고.
남편은 내일 오전에 평촌에 데려다주겠단다. 겸사겸사 얼굴보고 봉투도 전하고 그러면 되겠지만 그래도 당일에 참석을 못하니 정말 미안한 생각뿐이다. 평촌에 들렀다가 오후에는 내가 다니던 학교에 들르잔다. 오늘은 학교에서 동문 모임도 한창이겠다.
아이들이랑 있다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많지가 않다. 늘 아이들 우선이고 아이들이 걱정되어 포기하게 되는 일들도 많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이 같으니 언니가 조금은 이해해주겠지 생각하면서 미안함을 달래본다.
언니, 미안해. 둘째때는 꼭 참석할게. 하나 더 낳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