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이 되면서 부쩍 자의식이 강해진 현준이와 나의 실랑이가 자주 있었다. 현준이는 4월말일까지도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아니 엊그제에도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었다. 물론 가기 싫다고해서 보내지 않았던 건 아니다. 가기 싫은 마음이 있어도 유치원에 가야하는 이유가 있으니 가야한다고 말하고 보냈다.
다섯살때는 몰랐던 아이들의 자의식이 우리 아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반 아이들과 무언가 조금만 달라도, 아이들이 뭐라고 한마디씩 툭하고 던질때마다, 현준이가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선생님이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현준이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현준이는 남자지만 분홍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작년엔 분홍색으로 된 소지품들을 꽤 가지고 다녔었다. 올해도 그것들을 가지고 다녔었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넌 남자가 왜 분홍색을 가지고 다니냐?"고 놀랐단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문제가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자기가 이상한 아이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반 아이들에게 자꾸 지적당하게 되자 유치원이 싫어졌던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줄 몰랐던 선생님과 엄마의 잘못이 너무 컸다.
다른 친구들의 시선에 너무 의식하는 것 같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은 현준이를 위해 태권도장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가기 싫어하고 겁나했지만 막상 다녀보니 자기에게 잘 맞는 듯 너무 가고 싶어 한다. 물론 재주 많은 아이라 태권도도 잘 할 것 같다. 관장님 말씀이 잘 한단다.

태권도복을 처음 받아오고서 멋진 폼을 잡고 사진 한장 찍었다. 좀 큰 걸 주셔서 접어 입히기는 하지만 어느새 쑥 클거라고 믿는다. 무척 신나고 즐거워하는 표정이라 나도 신이 났다.
이번 어린이 날에는 남편이 부득이 일을 해야한다고 해서 식구끼리의 나들이 계획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날 선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메탈 베이 블레이드에 흠뻑 빠져 있는 아들은 수영복도 신발도 메탈 베이 블레이드 캐리터 상품을 사달라고 졸랐었다. 너무 갖고 싶어하고 신고 싶어하는 것이라 거금을 들여 선물했다.
현수에게는 너무 미안하게 되었지만 가는 신발가게마다 현수에게 어울리고 좋아하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현수 선물은 너무 약소하게 병원놀이세트 달랑 하나다.


어젯밤에 나가서 사왔었는데 늦은 시간까지 가지고 놀겠다고 떼를 써서 진찰 가방을 옆에다 놓아주고 자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현준이랑 둘이서 내내 가지고 놀다가 잠이 들었다.
전주 토요일부터 현수가 아팠었다. 감기에 장염이 겹쳐져서 토요일엔 구토 일요일엔 설사를 계속했었다. 월요일까지 설사가 낫지 않았는데 화요일이 되면서 몸은 좀 나은 것 같긴 했지만 컨디션 회복은 잘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다시 활달한 현수로 돌아왔다. 많이 아프고 난 아이라 닭을 사다가 푹 삶아서 먹였더니 기운을 차린 것 같다.
그런데 현준이도 옮았던 걸까? 오늘 새벽 5시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남편 얼굴을 향해 구토를 했다. 오늘은 이불빨래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그래도 아침에 다시 일어나서 돌아다닌 걸 보니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과식이 문제였던가.
아침엔 간단히 닭죽을 먹이고 점심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내가 몇개 만들고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만들라고 시키고 사진이라도 한장 찍으려고 했는데 결국 사진은 없지만 아이들도 서너개는 만들었다. 그리고 셋이 둘러 앉아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집어 내 입에까지 넣어주고 즐겁게 먹었다. 그리고 과일 몇조각씩 먹고 과자까지 인심을 썼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니까......
점심 먹이고 책 몇권 읽어주고나서 저질체력인 엄마는 침대에 뻗었다. 아이들은 침대에 누운 엄마를 진찰하네 주사를 놓네 완전 병원 놀이에 빠져서 낮잠도 못자게 귀찮게 굴다가 어느새 내가 잠들었는지 지들끼리 노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작은 아이가 옆에 와서 자고 또 좀 있으니 큰 아이가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남편도 오늘 의외로 일찍 들어왔는데 아이들 곤히 자게 두자고 깨우지 않기로하고 TV시청중이다. 난 그틈을 이용해 알라딘을 하는 중이다.
남편이 저녁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외식을 하잔다. 그나마 아이들이 하루종일 집에 있었지만 그래도 저녁이라도 나가서 먹으니 그걸로 위안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살짝 몸살 기운이 있던 나도, 살짝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이들도 오히려 집에서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아이들도 깨어났으니 준비하고 나갔다 와야겠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이날은 엄마랑 작은언니랑 손잡고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한번 시간낼 줄 몰랐던 아빠대신 동물구경 시켜주신다고 무료입장한다고 버스를 갈아타가며 아이들을 데리고 김밥을 싸서 어린이 대공원에 데려가셨던 엄마 생각이 났다. 그날의 사람 많았던 어린이 대공원, 미아를 보호하고 있다던 방송까지, 그때 그 어린이날이 오늘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