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이였다. 크리스마스날에도 눈은 내렸지만 서울은 눈이 내리지 않고 비가 왔었다.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는데 집근처에 들어서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피곤해서 차에서 잠이 들었었고 그날 눈이 오는 걸 제대로 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어젠 정말 제대로였다. 나도 아이들도 너무 좋아서 눈 쌓이길 기다렸다가 점심 먹고 바로 나가서 신나게 놀다가 들어왔다.





현준이는 눈밭에 꼭 누워보고 싶다고 하더니 밖에 나가자마자 도로에 드러누워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래도 좋다고 하하하 호호호 웃어대니 정말 좋았다. 사실 남편이랑 함께 나와서 사진도 좀 많이 찍고 싶었는데 연말이라 모임에 다녀와서 하루종일 침대에서 나오질 않았다. 현준이랑 현수도 좋았겠지만 나도 정말 좋았던 건, 오랜만에 내리는 눈이 반갑기도 했고, 눈을 핑계로 아이들과 한참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발밑에서 뽀득뽀득 들려오는 소리도 여간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걷기 전의 하얀 눈밭을 아이들이랑 발자국 내어가며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한참을 놀아도 지칠줄 모르고 안들어간다는 걸 다음엔 안데리고 나온다고 협박해서 간신히 들어왔다. 아이들은 스키복을 입혀놔서 눈에 젖질 않았지만 난 츄리닝차림이라 바지가 점점 젖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랑 한참 놀고 돌아왔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이불 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러더니 나중에야 일어나서 눈이 많이 왔었네......그러는게 아닌가, 남편 기다리다가 아이들이랑 눈구경도 못하고 올뻔했다. 눈 오는 날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겁고 행복했는데, 오늘은 운전하는 남편 길 미끄러워 제대로 하려나 걱정이다.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