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어머니 생신을 미리 당겨서 하기로 합의를 보고 토요일 오후에 영동으로 떠났다. 출발 시간이 좀 늦고 가면 바로 저녁 먹을 생각에 전날 고아놓은 사골국을 담고 불고기는 재워서 담고 잡채도 미리 해서 식혀 락앤락 통에 챙겨 가져갔다. 아가씨네는 노량진수산물시장에 들러 꽃게를 사오겠다고 하더니 엄청난 양의 꽃게와 대하, 그리고 조개(맛, 가리비, 백합)을 사왔다. 밤새 먹어도 다 먹질 못하고 남겼고 밥은 들어갈 자리도 없었다. 

내가 가져간 음식들은 일요일 아침에 먹었다. 금요일 하루종일 고았던 사골은 진국 자체였고 부추를 넣고 한 잡채의 은근한 부추향이 좋았고 부드럽게 익혀 먹은 불고기도 모두 맛있다고 가져간 것이 모자라 조금 아쉬운 듯 먹었다.  

토요일 저녁엔 술도 술이지만 워낙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가족 분위기라 밤늦게까지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새벽3시쯤 잠이 들었고 아침엔 어른들보다 일찍 잠이 들었던 현준이 현수가 먼저 일어나 소란스러워 더 이상 잘 수도 없었고 밤에 치우지 않고 미뤄두었던 설거지를 하고 아침 상을 차렸다. 

그리고 울 남편,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더니 집에 오기전까지 맥주를 마셨다. 운전하는 부인을 둔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다는데 워낙 장거리이고 나를 썩 잘 믿지 못하는 남편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하루종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나에게 주었다. 

저녁 8시 조금 안되어서 출발했는데 음성쯤 오니 밀리고 좀 괜찮아졌나 싶다가 다시 일죽부근에서 엄청 밀렸다. 아이들도 잠이 들었고 남편도 술에 취해 잠이 들어서 휴게소 들러올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못하고 얼른 집에 도착할 생각에 열심히 달려왔다.  

11시 30분 집 도착. 3시간 30분을 열심히 달려왔다. 장거리 운전을 장시간동안 하고 와서 그런지 고속도로이고 야간운전이라 더 많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하고 아픈 듯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하루반동안 방치된 사골국을 다시 끓여놓고 자려고 가스불을 켜놓고 기다리지 지루해 컴을 잠시 켰는데 잠깐이라는 것도 잠시 어느새 이곳 저곳 둘러보고 오늘 나의 상태까지 세세하게 올려놓는다. 

시댁에 다녀오면 아침, 점심, 저녁 상 보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아이들 뒷 시중 드는 것도 모두 다 내 몫이 되어 피곤하고 힘든데 운전까지 하고 오려니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보니 나야 내일 낮에 현수랑 실컷 자면 되지. 하고 나를 다독인다. 

이젠 정말 너무 피곤하다. 얼른 자야겠다. 

모두 모두 좋은 꿈 꾸시고 편안한 잠자리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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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2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고~ 정말 수고하셨네요. 이리오세요~ 내가 주물러드릴게요.^^
토닥토닥 주물럭주물럭~~
운전할 줄 모르는 나는 전국 어디를 가든 모셔가고 모셔다 줄 운전자가 대기중이에요.ㅋㅋ

꿈꾸는섬 2009-09-21 01: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전 정말 자야겠어요.^^
근데 저도 운전을 못하던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대리운전 너무 힘들어요.ㅠ.ㅠ

마노아 2009-09-21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전 운전 못해서 저런 상황에선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사람 군이에요.^^;;;
여독이 풀리시게 푹 쉬셔요~ 날이 궂지만 맑은 하루 시작해요, 우리.^^

꿈꾸는섬 2009-09-22 23:20   좋아요 0 | URL
푹 쉬었어요.^^ 운전을 하는게 좋을때도 있고 나쁠때도 있고 그러네요. 그래도 할줄 아는게 더 나은 거 ㅅ같아요.

水巖 2009-09-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하셨군요. 시부모님도 부군도 모두 흐뭇하셨겠어요. 우리집도 성묘갔다 오는 길엔 계수씨가 차를 늘 몰고 동생은 우리들과 같이 술을 마셨는데 이제는 조카들이 커져 애들이 운전을 하더군요. 꿈꾸는섬님도 그럴 날이 곧 올거에요. 푹 쉬세요 날씨도 쉬시라고 비가 오네요.

꿈꾸는섬 2009-09-22 23:22   좋아요 0 | URL
현준이 현수가 커서 대신 할 날이 곧 온다니 한시름 놓이는데요.^^
어제 하루종일 비도 오고 우중충하니 아이들과 낮잠 제대로 잤어요.^^

프레이야 2009-09-2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고단하셨겠어요. 오늘아침 늦잠 좀 주무시고 계신가요?^^
전 어제 아주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퍼머를 했는데
어찌나 망쳐놓았는지 마음이 상해서 온몸이 다 피곤하더이다.ㅎㅎ

꿈꾸는섬 2009-09-22 23:23   좋아요 0 | URL
아...정말 늦잠 자고 싶었는데 저희 둘째 6시반에 일어나 배 아프다고 큰일보고 큰애 7시에 일어나 배 아프다고 큰일 보더라구요. 그래서 아침 지어 밥 먹이고 큰 애 유치원 보내고 시골에서 가져온 것들 친정에 나눠주러 서둘러 다녀와서 점심 먹고 큰애 유치원에서 데려와 곧바로 낮잠을 잤어요.^^ 푹 자고 나니 이젠 괜찮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9-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생이 많으셨어요.
오고 가는 일도, 시댁에 있는 것도 모하나 쉬운 일이 없으셨겠어요.
오늘 하루는 상으로 푹 쉬세요 ^^

꿈꾸는섬 2009-09-22 23:24   좋아요 0 | URL
정말 상 받아야할 것 같아요.ㅎㅎㅎ
상차리고 설거지하고 정리하고 아이들 간수하고 정말 쉬운 일이 없어요.
그래도 가족들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으니 그걸로 괜찮아요.^^

하늘바람 2009-09-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참 대단하시네요 부지런 그 자체세요 저랑은 참 다르네요. 게을러 터지고 솜씨없는 전 깨갱이어요. 지금은 쉬시고 게시지요?

꿈꾸는섬 2009-09-22 23:2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 별로 부지런하지 못해요.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 노력해보려고는 하지요.^^ 하늘바람님 몸 아프셔도 열심히 사시는 것에 비하면 제가 더 부끄러워요. 어젠 오후내내 쉬었어요.^^

같은하늘 2009-09-23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토닥토닥~~~
다음주는 추석인데 또 다녀오시려면 고생이시겠어요.
옆지기가 제일 부러워하는 부인상입니다.ㅋㅋㅋ
저는 면허증은 있으나 장롱면허라~~~

꿈꾸는섬 2009-09-24 22:33   좋아요 0 | URL
생신겸 추석 명절 겸,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원래 시부모님께서 오신다고 하셨다가 개가 새끼를 낳아야 한대요. 경황이 없으시다고 추석 명절은 큰집에서 차례 지내고 친정 다녀오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