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여신 - 오드 토머스 두 번째 이야기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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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죽음의 여신'은 전편 '살인 예언자'에 이은 오드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전편을 아직 읽지 못한 채 두번째 이야기 '죽음의 여신'을 읽게 되었기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오드의 가슴아픈 사연이야기나 오드의 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새벽에 잠이 불현듯 깬 오드는 램프에 비친 방 안의 또 다른 존재를 자연스럽게 느끼며 그와 대화를 시도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절망적인 표정과 얼굴 가득한 고통과 회한을 간직한 채 오드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자 하는 죽은 자, 친구 대니의 양아버지 윌버 제섭 박사이다. 죽은 제섭 박사의 영혼은 오드에게 간절하게 그를 그의 집으로 이끌며 자신의 비참한 죽음이 일어난 이유와 장애를 가진 양아들 대니의 안전을 오드에게 부탁하게 된다. 그렇다. 주인공 오드 토마스는 죽음을 보는 자이고 죽은 영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저주받은 능력을 지닌 자이다. 자, 그럼 그의 능력이 정말 저주받은 능력인지, 그에게 내려진 하늘의 임무인지 알아보자.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자, 오드 토마스는 사이코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21살의 청년이다. 그는 죽은 영혼들을 볼 수 있고, 몇  안 되는 지인들만 그의 이러한 능력을 인정하고 보호해주려고 노력한다. 전편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오드는 그의 능력을 최대한 감추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코문도 경찰서장인 와이어트 포터를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이번에는 툭하면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 장애를 지닌 친구 대니 제섭의 집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해결해야한다. 제섭 박사의 집에 도착해보니, 제섭 박사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울 정도의 고문과 폭행을 당한 후 죽은 채 발견되었고 대니는 납치된 상태였다. 경찰 서장 와이어트 포터에게 사건을 전하고 오드 자신은 자신의 능력중 하나인 심령자석을 통해 친구 대니의 흔적을 찾아간다. 심령자석은 오드 자신을 범인과 죽은 자에게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효과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범인에게도 오드의 심령자석이 느껴지고 꼭 만나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 오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능력이기도 하다. 오드는 심령자석이 느껴지는 데로 대니의 흔적을 쫒다보니, 미신적인 죽음의 밀교에 빠진 치명적인 미모를 지닌 팜므파탈 다투라 일당과 맞부딪히게 된다. 오드의 능력에 광분하며 죽은자들의 영혼을 불러줄 것을 강요하며 대니를 납치한 다투라는 오드와 사건 중심에 서게 되면서 이야기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교감과 분노, 광기를 이야기한다.

'죽음의 여신'은 살짝 아쉽게 느껴지는 딘 쿤츠의 소설이다. 전편인 '살인 예언자'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해서인지 오드 토마스의 매력과 그의 능력이 덜 전달된 느낌이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오드와 맞서는 인물로 나오는 팜므파탈인 다투라이다. 좀 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다투라를 원했던 탓이었던지, 팜므파탈과 광기를 지닌 어두운 악의 화신으로 보기에는 다투라의 이미지와 행동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전편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만약 오드와 같은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난 오드처럼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해결하고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책을 덮는다. 그의 능력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도우라는 일종의 임무일까? 아님 그야말로 생지옥을 겪게 하는 무자비한 능력일까? 머리와 가슴 속이 답답해진다. 오드 토마스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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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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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을 읽는 동안 내내 감정의 혼란 속에 있어야 했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의 배경인 인도의 현실, 네팔 계 인도인들의 부당함과 폭력으로 얼룩진 그들의 사상, 영국 식민지가 낳은 지배계층의 모순에 대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작가는 과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가 보여주는 인도의 현실과 사람들 간의 감정은 더 초라해 보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국인도 인도인도 되지 못해서 두 그룹 모두에서 경멸을 당하는 판사, 계급사회의 부당하고 억울 상황에서도 체념하고 조상대대로의 계층을 상속받듯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요리사, 새로운 세상을 향해, 인도 내에서 받던 계층 간에서 오는 경멸과 멸시에서 벗어 나고자 미국행을 택한 요리사의 아들의 비주,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판사인 외할아버지 댁인 히말라야 산중의 작은 도시칼림퐁 초오유에서 살게 된 사이는 네팔계 인도인 지안을 사랑면서 겪게되는 현실적 모순과 혼란 속에서 인도를, 가족을,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는 이야기를 얼키설키하게 뒤얽힌 실타래에서 풀어내듯이 그리고 있다.

너무 많은 기대와 열망을 안고 떠났던 판사의 영국 유학시절은 제대로 영국인들과 동화도 되지 못하고 그들에게 수치와 경멸감을 안게 된 판사는 점점 더 고집스럽고 폐쇄적이 되어 조국 인도에 돌아온다. 인도에 도착한 즉시 그는 영국에서 영국인들이 자신에게 보였던 그 모든 경멸과 멸시의 감정들을 인도 가족과 아내에게 느끼고 자신의 당했던 그 폭력의 감정들을 쏟아내며 가족과 아내를 져버린 채 애견인 무트에게 온갖 사랑을 베풀며 지내는 독선적인 사람이다.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어떤 면은 이해가 되다가도 또 어떤 면은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가장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인물은 요리사였는데, 그는 판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수응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자책하고 사는 인물이다. 또한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될까봐 모든 이민자들의 꿈의 나라 미국으로 아들 비주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여 겨우 보낸 후 마을 사람들에게 비주를 자랑하는 낙으로 살며 뉴욕에서 불법체류자로 뉴욕을 제대로 한번 보지도 못하고 먹지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는 비주에게 마을 사람들의 아들, 딸들을 도와주라고 연락처를 주며 으스대는 불쌍하고 어눌한 아버지이다. 판사의 애견 무트를 도둑맞고는 그 일로 인해 귀한 아들 비주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며 자신을 자책하고 판사에게 매질을 원하는 가여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요리사의 꿈인 비주는 인도내의 불안한 현실과 홀로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며 ,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인간다운 삶을 전혀 살지 못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 후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인도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은 비주에게 주위 사람들은 말린다. 다시 인도로 돌아가면 다시는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더이상 소속감 없이 불안에 떨며 인간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살기 싫은 비주는 인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인도의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또한 아름답고 달콤한 첫사랑의 행복을 원했던 판사의 손녀 사이는 네팔 계 인도인과 인도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폭력으로 인해 네팔 계 인도인의 지안과 사이에서 모순과 혼란, 폭력을 경험하게 되면서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답지만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상실의 상속'에는 가족에 대한 애증이 들끊고 떼어내고 싶지만 떼어낼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되풀이 되는 가난과 무지, 경멸과 무시가 반복되는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들의 느꼈을 온갖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 받게 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가 되어 버려 나를 흔든다. 상실의 감정들이 대대로 이어져왔고 또 후세에서도 끈질기게 반복되라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작가는 친절하지 않다. 혼란과 비루한 삶에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이 보일 거라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경이로운 히말라야 칸첸중가의 다섯 봉우리의 아름다운 빛 속에 진실 가득한 현실만을 보여 주어 읽는 중에도 다 읽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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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비행기 -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단편집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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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의 단편집 '유령비행기'에는 20편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단편들이 담겨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담은 개성있는 단편들에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20명의 일러스트가 죠 메노의 글을 돋보이게 해주며 소설 속 공상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죠 메노의 단편을 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조금은 기분이 풍선을 한 손에 잡고 하늘을 날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지고 또 한 편으로는 유령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각자의 서글픈 사연들이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별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늘 만나는 주변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몽환적이고 공상적이면서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면서 왠지 나와 닮은 사람때문에 잠시 먹먹해진다.

한때 마음속 질투의 대상이었던 인물들이 삶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려고만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달이 사라지고 별, 전기가 모두 사라진 밤의 암흑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를 위해 지도를 만드는 아들의 모습에서, 아름답고 책까지 읽는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결코 그녀의 진짜 고민인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조금씩 나와 닮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20편의 단편들은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외롭고 힘들어서 나 혼자 사막 같은 곳에 남겨져있다고 느낄 때 한 편, 한 편 골라서 읽으며 죠 메노가 선사하는 기이한 현실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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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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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목요조곡'은 내가 느끼기에는 다른 작품보다는 건조한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이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건조하지만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의 죽음의 현장에 있었던 다섯 명의 여자들의 기억 속 이야기와 그녀들의 심리, 추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3일동안 그녀들의 4년 동안 품고 있었던 의문과 그녀들이 속내를 드러내면서 4년 전 사건은 다르게 재구성되기도 하고 또 해체되기도 하면서 재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목요조곡' 은 살아생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죽은 지 5년째가 접어드는 해에도 어김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를 추모하기 위해 우구이스 저택에 다섯 명의 여자들이 2월 둘째 주 목요일을 전후로 해서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들은 모두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고 4년 전 도키코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지만 심증은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인지라 마음 속에서만 갈등과 혼란을 서로에게 느끼고 있다. 그녀들의 기억 속에서 재구성되는 4년 전 사건은 서로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살과 타살 설로 이어지며 실제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퍼즐을 맞추듯이 이야기를 구성하게 된다.

다섯 여자들 모두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의 화려한 문체와 천재적인 면모에 흠모를 느끼며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한 영향력에 갈등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녀 주위에서 인정받고자 노력했던 그녀들이다. 차츰 3일간의 모임에서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녀들의 갖고 있던 도키코의 모습과 말년의 실제 모습이 얼마만큼 달라져 있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도키코의 대한 사랑과 함께 연민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다섯 여자들은 자신의 본분인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목요조곡'이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은 폐쇄된 공간 천재 소설가의 우구이스 저택에 모인 4년 전 사건에 있었던 다섯 여자들의 기억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때도 사건을 재구성할 때도 오로지 그녀들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개성이 강한 다섯 명의 여자들이 뿜어내는 매력과 3일동안 이어지는 만찬이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 모처럼 즐거웠다. 그녀들의 기억 속 사건과 실제 사건을 비교해보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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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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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는 말을 한다.

사체에는 그들의 사연과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감지해내고 그들의 슬픈 사연과 살인자의 모습을 읽어낼 줄 알며 섣불리 자살, 타살을 판단하지 않을 신중한 검시관이 필요하다. 여기 52세의 수사1과의 조사관으로 예리한 관찰력과 사건을 통찰하는 직관력을 지닌 구라이시가 있다. 상사들에게 거침없는 막말과 오랜 감식전문가의 노련함으로 후배들에게는 교장님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경찰조직에 적응할 생각조차 안하기에 경찰내부에서도 적을 두고 있는 있다.

그는 모든 사체가 걸어오는 말을 들을 줄 알고 볼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러기에 그들 사체에 도덕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체에 냉철한 판단과 억울하지 않을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때론 실책을 일부러 하면서까지 못다 하고 생을 마감한 사체에 경의를 표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불합리한 경찰내부 조직에는 쓴 소리를 후배들에게는 냉철한 판단력과 쉽게 드러나지 않은 따듯한 인간적인 면모로 존경을 받는다. 이러한 면모를 지닌 소설 속 구라이시 검시관은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바라는 지도자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결코 과장되지 않지만 전체를 볼 줄 알며 때론 세심하게 개인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그런 지도자의 모습 말이다.

'종신 검시관'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각기 다른 사연과 사체들이 들려주는 인생사가 있다. 읽다보면 사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생사가 담겨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 가슴이 아린다. 오코야마 히데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앞으로 그의 소설들이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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