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인생이야기 들어볼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오스카 와오의 짦고 놀라운 삶'을 읽으면 역사가 반복되듯이 개인의 삶 또한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철권 통치자였던 트루히요의 시대의 암울한 폭력과 무소불위 권력에 희생당하고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들의 이야기를 오스카 가족 그의 누나 롤라, 어머니 벨리시아와 할아버지 아벨라르 등 삼대에 걸친 데 레온 가족의 이야기로 연결시켜 보여준다. 31년간 반복되는 폭력과 권력 앞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오스카에 의해 삶 앞에 당당한 용기와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며 만나게 된 화자가 들려주는 오스카의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소설 주인공이라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이는 슈퍼 꼴통이자 거대한 몸무게를 가진 오스카는 SF 마니아이자 요정어로 인사를 할 줄 아는 괴짜였기 때문이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외모를 지닌 누나 롤라와 화자인 롤라의 남자 친구인 유니오르만이 그와 그의 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삶에서 주인공이었던 시절은 어린 시절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순간뿐이었고 평생을 철저한 슈퍼 꼴통인 그는 짧은 삶의 대부분을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항상 무시만 당하고 배척당했던 오스카에게 어느 날 사랑은 찾아왔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또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보여주는지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슈퍼 꼴통 오스카는 없다. 다만 사랑 앞에 당당했던 용기 있는 남자만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랑을 통해 오스카는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켰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마치 오스카의 진심이 손에 잡힐 듯해서.......

작가는 신랄하지만 끝까지 유머를 놓지 않았던 화자 유니오르 통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역사와 개인사의 암울함과 무거움을 잘 연결시켜 주어 읽는 동안 어느 부분에서는 피식 웃을 수 있었고 또 엄마 벨리와 오스카의 삶의 무서우리만큼 비슷한 상황으로 치달았을 때는 마음껏 눈물 짓을 수 있었다. 오스카의 삶이 왜 그렇게 놀랍고 눈물나게 하는지, 그의 삶을 보면서 '인생'을 곰곰하게 생각하게 한다. 인생의 기로에서 가장 놀랍고 값진 선택을 한 오스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알랭 드 보통의 글은 편안하면서도 주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글이라 즐겨 읽고 좋아한다. '여행의 기술' 까지 세 권을 읽었는데,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아, 나도 그 순간에는 이런 생각과 마음이었는데 하는 생각에 그 문장들을 다시 읽어 보게 한다. 그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박식함을 드러내놓고 과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감탄하게 된다. 어느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감성에서, 박식함에서 편안한 즐거움을 주고 읽는 이로 하여금 동질감을 갖게 한다.  

'여행의 기술'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실제 여행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과 심경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갑자기 일상의 반복이 지겨워지고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을 먹고 여행준비를 하게 되면 작가도 이야기 했듯이 그 여행 준비기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여행 광고지를 보고 있으면 일상의 우울함과 복잡함을 다 떨쳐내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고 그 곳에 가면 모든 시름이 사라질 것만 같아 여행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그러나 큰 맘 먹고 떠난 여행에는 여행 광고지가 보여주지 않은 소소한 작은 사건들이 수두룩하고 괜히 왔나 하는 변덕스런 마음까지 든다. 하물며 떠난 여행지에서는 싸악 사라질 것 만 같았던 일상의 불안과 문제들은 끊임없이 나를 따라와 괴롭히고 명소를 보면서도 마냥 행복하지 않는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여행지에서의 아쉬움으로 허탈해진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서까지 벗어나고 싶었던 문제들을 한 아름 안고 떠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과 털어내지 못했던 고민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책감마저 든다. 

하지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과 필요성은 떠나봐야 일상의 행복함을 알 수 있는 것이고 떠났던 여행에서 그 순간에는 제대로 못 느꼈다고 생각했던 여행에서의 순수한 기쁨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눈과 귀와 마음으로 스며들어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의 지침을 이겨내게 해주는 작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지친 날에는 한없이 쨍했던 여행지에서의 날씨와 그 순간의 마음을 기억해내며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의 수많은 난관(?)과 짜증스런 순간들을 수월하게 해준다.  

여행은 '여행' 자체를 생각만 해도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들뜨게 한다. 먼 곳이 아닐지라도 마지막 장 작가처럼 동네, 방을 탐험해보는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우리 동네를, 내 방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여행의 출발점이리라 생각한다. 그럼 방부터 떠나보기로 하자.

악인은 누구인가...

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을 읽으면 과연 누가 누구를 '악인'이라고 감히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소설 '악인'에 등장하는 악인은 여러 모습을 하고 있다. 살인자를 부르는 호칭일 뿐만 아니라 살인자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한 모습을 한 진정한 '악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부모에게 버려진 상처를 안고 존재감 없이 사는 유이치, 지금의 삶보다 허황된 삶을 꿈꾸는 요시노,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를 업신여기며 친구들에게 으스대며 사는 대학생 마스오, 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고 사회적 잣대로 딸의 죽음을 헛되게 만드는 메스컴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가진 요시노의 아버지 요시오,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만 싶었던 마쓰요...그들 모두는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평범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속이 상하고 화가 난다. 그들이 보이는 몸짓과 어투에서 어설픈 거짓의 냄새와 상처의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어둡고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은 장소에서 죽은 그녀 요시노의 행적을 수사하던 경찰들은 그녀가 친구들에게 만나기로 약속했다던 대학생 마스오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졌던 마스오는 요시노의 실제 남자 친구가 아니었고 그녀가 만남 사이트로 통해 많은 남자들과 돈 거래 만남을 했음을 알게 되고 매스컴은 잔인하게도 언론을 통해 알리게 된다. 졸지에 불쌍한 피해자에서 마치 행실이 나빴으므로 당연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식의 온갖 잔인한 비난을 받게 되고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어두운 밤 미쓰세 고개에서 불유쾌한 상황에서 맞부딪히게 되어 살인자는 요시노의 분노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그녀의 잔인한 말에 사건은 일어난다. 얼떨결에 살인자가 된 그는 방황을 하게 되고 그런 그를 사랑으로 감싸는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누가 누구를 악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진정한 악인은 누구인지를 묻고 있다. 

'악인'은 사건 중심에 선 인물들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어 그들의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과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어 좀 더 소설은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아주 나쁜 상황에서 만나게 된 그들의 운명이 슬프고 화가 나 눈물이 난다.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사랑을 주었던 그녀를 위해 진술을 하는 유이치의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살인자와 죽은 자를 비웃으며 웃음거리로 만드는 마스오와 악랄하고 잔인하게 사건을 가십거리로 만드는 매스컴과 사회적 규범 잣대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리는 많은 다수의 사람들 중 누가 진정한 악인인지 묻고 있다. 진정 잔인한 '악인'은 누구인지.......

벤자민의 시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으면서 세상을 달리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세상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벤자민과 가족은 도통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유독 벤자민만 겪어야 하는지, 또 때론 마치 벤자민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가족들은 벤자민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때론 공포와 절망을 느끼고 또 때론 자기만족과 허영심에 기뻐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70세부터 시작하는 삶의 시작부터 아기로 세상을 떠나는 시점까지 .......     

우리의 인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출생의 시기를 걸쳐서 점차 뚜렷하게 기억나기 시작하기 전인 네,다섯 살이 될 때까지 몇 년 간의 공백기를 갖게 된다. 그 시기를 지난 후 가장 아름답고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 사춘기에 접어들지만 너무 빠른 시기에 지나쳐 버리고 정말 빛나는 시기였다는 것을 정신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시기라고 보기에는 부족했기에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가 버린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시간들이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아쉬워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다가 이제야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고 새롭게 삶을 즐기면서 살고자 했을 때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접하는 나이가 되고 만다. 스스로 느끼는 시간과 사회가 정해준 시간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생겨 자꾸 망설이고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다 점점 더 세월이 흐르고 자신의 늙어 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이 세상을 행복하게 또 때론 아쉬워하면서 마감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갈수록 모든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그럼 '벤자민'의 삶을 들여다보자. 벤자민은 칠십 세의 노인으로 태어나 병원과 가족, 볼티모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준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결코 칠십 세 노인의 모습을 한 아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딸랑이, 장난감 등을 사다 주고 나이에 걸맞게 놀기를 원한다. 하지만 벤자민은 칠십 세의 노인의 신체와 감성을 갖고 있기에 백과사전을 보거나, 아버지 몰래 시가를 훔쳐 피우거나 나이 때가 비슷한 할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내기를 더 좋아한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벤자민은 자신이 점차 젊어지고 있고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 벤자민은 아버지와 비슷한 형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죽이 맞기 시작했고 그 시기에 벤자민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벤자민의 아내는 벤자민만의 '시간'을 이해할 줄 몰랐고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게 되고 아들은 벤자민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게 되지만 벤자민의 시간은 계속 거꾸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벤자민이 자신만의 시간에 대해 다소 두려워하고 불편해했지만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노인의 모습으로 보내야했지만 시간이 거꾸로 감에 따라 연령이 비슷했던 할아버지와 교류할 수 있었고 더 세월이 흘러서는 아버지와 그 후에는 손자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더구나 세월의 나이와 달리 점차 젊어지는 외모와 체력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놀라운 춤 솜씨를 발휘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일 수 있지만 벤자민도 그의 아버지도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벤자민의 아내와 아들은 그만의 시간을 인정하지 못했기에 벤자민과 그들은 행복할 수 없었다.  

과연 나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사는 삶...왠지 모르게 관심이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만약이라는 말만큼 불확실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시기들을 좀 더 성숙한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었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벤자민처럼 우리도 삶의 시간을 거꾸로 가는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벤자민이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장면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거꾸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하여, 시대상과 인물들의 감정표현과 벤자민의 일생을 잘 표현해준다. 그래픽노블이 앞부분에 나오고 뒷부분에 원작을 실었다. 읽는 순서는 상관이 없지만 원작을 먼저 읽고 그래픽노블을 보니, 더 쉽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가인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인 작가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 속 독보적인 존재인 주인공 필립 말로우와 동양의 탐정 사와자키를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도 흥미롭다.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들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애환을 작가 하라 료는 현대적 배경으로 옮겨와 새로운 동양적 하드보일드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실 처음 책 소개를 읽고는 우려 아닌 우려를 했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수많은 아류작처럼 시시하지는 않을까, 혹은 너무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소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자 그러한 우려는 사라지고 말았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분위기와 탐정의 캐릭터는 흡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독보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멋지게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동양적 정서와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고 필립 말로우와 흡사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멋진 캐릭터 사와자키 탐정을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사와자키의 탐정은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던 필립 말로우 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면을 지녔고 자신만의 직업적 윤리와 소신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무심한 그의 분위기 속에 예리한 명석함이 자리잡고 있는 사와자키 탐정 캐릭터는 우리가 많은 탐정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탐정들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이고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오른 손을 주머니에 감춘 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의뢰인이 어느 르포라이터가 사무실에 찾아 온 적이 없느냐고 묻고는 현금 20만 엔이 든 봉투를 남긴 채 사라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와자키 탐정은 그 알 수 없는 의뢰인의 행동과 표정에서 혼란과 의문을 느끼게 된다. 얼마 후 의뢰인이 문의를 했던 르포라이터의 행방을 찾는 부인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단순 가정사 문제로 가출한 것은 아닐까했던 르포라이터의 실종사건은 한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인물들 간의 관계와 사건들이 서로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됙로 사와자키 탐정의 수사는 본격화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사와자키와 형사들 간의 대사는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고 작가 하라 료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동양적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완성시킨 작품이다. 서양과 다른 동양적 탐정 사와자키를 만나보길 바란다. 그럼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건 이야기를 그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