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알랭 드 보통의 글은 편안하면서도 주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글이라 즐겨 읽고 좋아한다. '여행의 기술' 까지 세 권을 읽었는데,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아, 나도 그 순간에는 이런 생각과 마음이었는데 하는 생각에 그 문장들을 다시 읽어 보게 한다. 그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박식함을 드러내놓고 과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감탄하게 된다. 어느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감성에서, 박식함에서 편안한 즐거움을 주고 읽는 이로 하여금 동질감을 갖게 한다.  

'여행의 기술'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실제 여행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과 심경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갑자기 일상의 반복이 지겨워지고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을 먹고 여행준비를 하게 되면 작가도 이야기 했듯이 그 여행 준비기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여행 광고지를 보고 있으면 일상의 우울함과 복잡함을 다 떨쳐내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고 그 곳에 가면 모든 시름이 사라질 것만 같아 여행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그러나 큰 맘 먹고 떠난 여행에는 여행 광고지가 보여주지 않은 소소한 작은 사건들이 수두룩하고 괜히 왔나 하는 변덕스런 마음까지 든다. 하물며 떠난 여행지에서는 싸악 사라질 것 만 같았던 일상의 불안과 문제들은 끊임없이 나를 따라와 괴롭히고 명소를 보면서도 마냥 행복하지 않는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여행지에서의 아쉬움으로 허탈해진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서까지 벗어나고 싶었던 문제들을 한 아름 안고 떠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과 털어내지 못했던 고민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책감마저 든다. 

하지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과 필요성은 떠나봐야 일상의 행복함을 알 수 있는 것이고 떠났던 여행에서 그 순간에는 제대로 못 느꼈다고 생각했던 여행에서의 순수한 기쁨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눈과 귀와 마음으로 스며들어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의 지침을 이겨내게 해주는 작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지친 날에는 한없이 쨍했던 여행지에서의 날씨와 그 순간의 마음을 기억해내며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의 수많은 난관(?)과 짜증스런 순간들을 수월하게 해준다.  

여행은 '여행' 자체를 생각만 해도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들뜨게 한다. 먼 곳이 아닐지라도 마지막 장 작가처럼 동네, 방을 탐험해보는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우리 동네를, 내 방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여행의 출발점이리라 생각한다. 그럼 방부터 떠나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