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으면서 세상을 달리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세상의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벤자민과 가족은 도통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유독 벤자민만 겪어야 하는지, 또 때론 마치 벤자민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가족들은 벤자민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때론 공포와 절망을 느끼고 또 때론 자기만족과 허영심에 기뻐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70세부터 시작하는 삶의 시작부터 아기로 세상을 떠나는 시점까지 .......     

우리의 인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출생의 시기를 걸쳐서 점차 뚜렷하게 기억나기 시작하기 전인 네,다섯 살이 될 때까지 몇 년 간의 공백기를 갖게 된다. 그 시기를 지난 후 가장 아름답고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 사춘기에 접어들지만 너무 빠른 시기에 지나쳐 버리고 정말 빛나는 시기였다는 것을 정신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시기라고 보기에는 부족했기에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가 버린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시간들이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아쉬워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다가 이제야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고 새롭게 삶을 즐기면서 살고자 했을 때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접하는 나이가 되고 만다. 스스로 느끼는 시간과 사회가 정해준 시간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생겨 자꾸 망설이고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다 점점 더 세월이 흐르고 자신의 늙어 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이 세상을 행복하게 또 때론 아쉬워하면서 마감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갈수록 모든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그럼 '벤자민'의 삶을 들여다보자. 벤자민은 칠십 세의 노인으로 태어나 병원과 가족, 볼티모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준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결코 칠십 세 노인의 모습을 한 아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딸랑이, 장난감 등을 사다 주고 나이에 걸맞게 놀기를 원한다. 하지만 벤자민은 칠십 세의 노인의 신체와 감성을 갖고 있기에 백과사전을 보거나, 아버지 몰래 시가를 훔쳐 피우거나 나이 때가 비슷한 할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내기를 더 좋아한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벤자민은 자신이 점차 젊어지고 있고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 벤자민은 아버지와 비슷한 형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죽이 맞기 시작했고 그 시기에 벤자민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벤자민의 아내는 벤자민만의 '시간'을 이해할 줄 몰랐고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게 되고 아들은 벤자민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게 되지만 벤자민의 시간은 계속 거꾸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벤자민이 자신만의 시간에 대해 다소 두려워하고 불편해했지만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노인의 모습으로 보내야했지만 시간이 거꾸로 감에 따라 연령이 비슷했던 할아버지와 교류할 수 있었고 더 세월이 흘러서는 아버지와 그 후에는 손자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더구나 세월의 나이와 달리 점차 젊어지는 외모와 체력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놀라운 춤 솜씨를 발휘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일 수 있지만 벤자민도 그의 아버지도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벤자민의 아내와 아들은 그만의 시간을 인정하지 못했기에 벤자민과 그들은 행복할 수 없었다.  

과연 나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사는 삶...왠지 모르게 관심이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만약이라는 말만큼 불확실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시기들을 좀 더 성숙한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었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벤자민처럼 우리도 삶의 시간을 거꾸로 가는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한다. 벤자민이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장면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거꾸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하여, 시대상과 인물들의 감정표현과 벤자민의 일생을 잘 표현해준다. 그래픽노블이 앞부분에 나오고 뒷부분에 원작을 실었다. 읽는 순서는 상관이 없지만 원작을 먼저 읽고 그래픽노블을 보니, 더 쉽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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