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가인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인 작가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 속 독보적인 존재인 주인공 필립 말로우와 동양의 탐정 사와자키를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도 흥미롭다.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들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애환을 작가 하라 료는 현대적 배경으로 옮겨와 새로운 동양적 하드보일드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실 처음 책 소개를 읽고는 우려 아닌 우려를 했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수많은 아류작처럼 시시하지는 않을까, 혹은 너무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소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자 그러한 우려는 사라지고 말았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분위기와 탐정의 캐릭터는 흡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독보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멋지게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동양적 정서와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고 필립 말로우와 흡사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멋진 캐릭터 사와자키 탐정을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사와자키의 탐정은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던 필립 말로우 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면을 지녔고 자신만의 직업적 윤리와 소신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무심한 그의 분위기 속에 예리한 명석함이 자리잡고 있는 사와자키 탐정 캐릭터는 우리가 많은 탐정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탐정들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이고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오른 손을 주머니에 감춘 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의뢰인이 어느 르포라이터가 사무실에 찾아 온 적이 없느냐고 묻고는 현금 20만 엔이 든 봉투를 남긴 채 사라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와자키 탐정은 그 알 수 없는 의뢰인의 행동과 표정에서 혼란과 의문을 느끼게 된다. 얼마 후 의뢰인이 문의를 했던 르포라이터의 행방을 찾는 부인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단순 가정사 문제로 가출한 것은 아닐까했던 르포라이터의 실종사건은 한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인물들 간의 관계와 사건들이 서로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됙로 사와자키 탐정의 수사는 본격화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는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사와자키와 형사들 간의 대사는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고 작가 하라 료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동양적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완성시킨 작품이다. 서양과 다른 동양적 탐정 사와자키를 만나보길 바란다. 그럼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건 이야기를 그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